영화MOVIE
감독
빅토르 에리세(Victor Erice)
장편으로만 따지자면 대략 10년에 한 편씩 단 세 편의 영화만 등재되어 있는 스페인 영화감독 빅토르 에리세의 필모그래피는 빈약하다고 표현해도 좋을 정도이다. 하지만 그 세 편의 영화는 모두가 엄정한 형식미, 예술적 순수성, 시적인 서정성을 갖추고 있어 걸작의 호칭이 결코 과하지 않는 것들이다. 그런 점에서 에리세는 스페인 영화사를 통틀어 최고점에 해당하는 영화감독일 뿐만 아니라 당대의 스페인 예술 전반에서도 가장 탁월한 창작자로 꼽히는 인물이다. 에리세의 영화는 무엇보다도 회화적인 구도, 빛의 예민한 포착, 사운드의 창조적인 활용 등에서 그 현저한 독자성을 찾아볼 수 있다. 오랜 숙고와 관찰의 시기를 거쳐서 만들어질 수 밖에 없는 그의 영화는 흘러가는 시간 안에서의 순간의 문제, 운동과 정지의 관계, 그리고 피할 수 없는 죽음의 문제에 대한 성찰을 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