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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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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피지컬 X 러브: 클레르 드니 & 카트린 브레야 걸작선

[시네마테크] 피지컬 X 러브: 클레르 드니 & 카트린 브레야 걸작선

Claire Denis & Catherine Breillat

2023-12-12(화) ~ 2023-12-24(일)

상영작 (12편)


클레르 드니 감독 작품 (6편)

초콜릿 (1988) / 죽음은 두렵지 않다 (1990) / 네네트와 보니 (1996)

아름다운 직업 (1999) / 침입자 (2004) / 35 럼 샷 (2008)



카트린 브레야 감독 작품 (6편)

정말 어린 소녀 (1976) / 36 사이즈의 작은 소녀 (1988) / 완전한 사랑 (1996)

로망스 (1999) / 팻 걸 (2001) / 라스트 썸머 (2023)

장소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요금
일반 7,000원 / 유료회원, 청소년(대학생 포함) 5,000원 / 우대(조조, 경로 등) 4,000원
주최
(재)영화의전당
상영문의
051-780-6000(대표), 051-780-6080(영화관)

특별 강연

외설과 도발: 카트린 브레야의 영화 세계

강연: 이송이 (부산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

일정: 12.22.(금) 19:00 <팻 걸> 상영 후



촉각과 표면의 영화: 클레르 드니의 세계

강연: 신은실 (영화평론가)

일정: 12.23.(토) 16:30 <네네트와 보니> 상영 후




시네도슨트 영화해설

일정: 상영시간표 참고

해설:

김은정 (영화평론가)

김필남 (영화평론가)

이지행 (영화연구자)

전은정 (부산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 행사 일정 등은 사정에 의해 변경, 취소될 수 있습니다.




 

피지컬 X 러브: 클레르 드니 & 카트린 브레야 걸작선


이번 ‘피지컬 X 러브: 클레르 드니 + 카트린 브레야 걸작선’은 프랑스 포스트-누벨바그 세대가 낳은 저력의 감독이면서 동시대 여성 영화에 제각기 이정표를 마련한 클레르 드니카트린 브레야를 조명하고자 합니다. 


두 감독을 모으는 기획전은 언뜻 예상을 빗나가는 것일 수 있습니다. 클레르 드니는 정체성의 경계를 마치 바다처럼 가로지르는 유영과 접촉 그리고 떠도는 지리학의 감독이라고 할 만하고, 카트린 브레야는 가장 전복적이고 도전적인 종류의 자기애를 탐구해 냄으로써 탐닉과 집요함을 변주하는 작가이기 때문입니다. 이들에게 그럼에도 극과 극은 서로 연결되는 것일는지 모릅니다. 사랑이라는 상태를 직접적으로 감각하고 체화할 수 있는 몸의 세계로 그려 내는 작업은 늘 공통의 주제 의식이 되어 왔습니다.


클레르 드니와 카트린 브레야는 포스트-누벨바그 세대에 나타나는 특유의 한 기질로 볼 수 있는 ‘관계에 관한 영화’에 천착하는 경향을 보여 주지만 동세대인 필립 가렐이나 장 외스타슈 등이 그러하듯 심리적 사실주의로 침잠해 들어가지는 않으며, 오히려 감각-육체-세계 사이의 관계를 탐험하려고 시도합니다. 이는 오늘날 새로운 프랑스 여성 뉴웨이브를 이끄는 미아 한센-러브, 셀린 시아마, 줄리아 뒤쿠르노 등의 세대에게 하나의 영감으로 각인되었다는 것, 게다가 프랑스 익스트림 시네마로 불리며 가스파르 노에, 필립 그랑드리외 등과 함께 새로운 기대를 일으켜 영화사적 흐름의 한 전환점이 된 조류에도 거처를 내주었다는 사실은 부인하기 힘들어 보입니다.


우선, 클레르 드니는 1988년 자전적 성장담을 그려 낸 <초콜릿>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으며 등장했습니다. 프랑스령 아프리카에서 자라나는 백인 소녀의 성장담을 그린 영화는 성적, 인종적 묘사의 내밀함에서 식민주의 역사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초상의 성숙함을 보였습니다. <죽음은 두렵지 않다>는 프랑스 이민자들의 이야기를 다루는 수작이며, <네네트와 보니>에서는 두 오누이의 관계를 통해 한 편의 농밀하고 아름다운 가족 로맨스를 그려 냅니다. 이로써 드니는 비평가들에게 사랑받는 감독으로 자리매김하는 계기를 마련했는데, <아름다운 직업>은 그러한 평가의 정점에 있는 작품입니다. 지부티에 주둔한 프랑스 외인부대에 관한 이야기인 <아름다운 직업>은 남성성에 내재하는 미스터리와 그것의 불가역적 매혹이라는 드니의 주제를 보여 주는 대표작이며, 이는 마치 연인 같은 아버지와 자신에게 구애하는 젊은 남성 사이에 사로잡혀 있는 여성의 감정과 욕망을 느리게 춤추듯 따라가는 <35 럼 샷>으로 이어집니다. <침입자>는 심장이 이식된 남자가 더 미룰 수 없음을 직감한 죽음으로의 여행을 시작하러 - 혹은 어쩌면 마지막으로 아들을 만나러 - 떠나는 기나긴 여정의 행로를 통해 내면의 지형도를 펼쳐 냅니다.


그렇다면 카트린 브레야는 자신이 쓴 성장소설을 영화화한 데뷔작 <정말 어린 소녀>를 통해 프랑스 영화계의 대표적인 도발자로 등장하였습니다. 성적 호기심 못지않게 불만과 환상에 차 있는 소녀의 성장기는 <36 사이즈의 작은 소녀>에서 한결 선명해지지만, 여기엔 십대가 느끼는 자기 조롱에 가까운 자학과 차갑고 냉혹한 어른의 성이라는 두 대조적인 세계에 대한 브레야의 지적 성찰이 함께 하고 있습니다. 여성이 지닌 욕망의 가장 탐닉적인 구석을 탐구하는 2부작에 해당하는 <완전한 사랑>과 <로망스>는 반드시 함께 보시면 좋을 매혹적이고도 대담한 작품입니다. 아마도 가장 잘 알려진 대표작이라 할 <팻 걸>은 소녀의 성장기라는 특유의 관심사로 되돌아가 ‘팻 걸’인 동생의 눈에 비친 언니의 첫 경험을 통해 성적 금지와 해방, 몸의 관능과 부끄러움, 질투와 위반을 동시에 목격하게 만들어 주면서, 그와 동시에 왜 브레야를 안티-로맨스의 대가로 불러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하나의 답을 제공해 줄 것입니다. 그리고 브레야의 2023년도 최신작 <라스트 썸머>를 이번 기획전에 선보이게 되어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 두 감독의 작품 세계는 한 편씩 내밀하게 살펴볼 때 가장 빛나는 가치를 발견하실 수 있습니다. 어느덧 70대 중반에 이른 클레르 드니와 카트린 브레야라는 거장들의 영화를 음미하는 소중한 기회를 누리시길 바랍니다.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프로그래머  박 은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