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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예정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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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100주년 특별전 : 한국영화 vs 외국영화

[시네마테크] 한국영화 100주년 특별전 : 한국영화 vs 외국영화

2019-11-01(금) ~ 2019-11-15(금)

한국영화 vs 외국영화




하녀 (김기영,1960) vs 열쇠 (이치가와 곤,1959)


이어도 (김기영,1977) vs 신들의 깊은 욕망 (이마무라 쇼헤이,1968)


30년만의 대결 (임권택,1971) vs 조용한 사나이 (존 포드,1952)


개벽 (임권택,1991) vs 비정성시 (허우 샤오시엔,1989)


지옥화 (신상옥,1958) vs 길다 (찰스 비더,1946)


귀로 (이만희,1967) vs 세브린느 (루이스 브뉘엘,1967)


오발탄 (유현목,1960) vs 자전거 도둑 (비토리오 데 시카,1948)


안개 (김수용,1967) vs 정사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1960)


최후의 증인 (이두용,1980) vs 차이나타운 (로만 폴란스키,1974)


무숙자 (신상옥,1968) vs 석양의 무법자 (세르지오 레오네,1967)



장소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요금
한국영화 무료, 외국영화 유료(일반 6,000원/유료회원,경로,청소년 4,000원)
주최
(재)영화의전당, 한국영상자료원
상영문의
051-780-6000(대표), 051-780-6080(상영문의)


*Program Director’s Comment

 

한국영화 100주년을 맞아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는 다소 이색적인 특별전을 마련했습니다.  2000년 임권택의 <춘향뎐>의 칸 영화제 경쟁부문 최초 입성을 시작으로, 21세기 들어 한국영화가 세계영화사의 한 장을 당당히 차지해왔다는 건 이제 누구도 부인하기 힘든 사실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20세기를 성인으로 산 한국인이라면 누구나 수긍할 수밖에 없는 사실이 있습니다. 지난 세기의 한국영화는 한국인에게 자부심의 대상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눈물 짜내는 신파이거나 세계영화사의 흐름과는 동떨어진 싸구려영화의 동의어였습니다. 한국인들만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니었습니다. 20세기에 출간된 서구의 영화사 책들과 영화교과서 중에 한국영화를 언급한 경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하지만 소중한 한국영화들을 곰곰이 되짚어보면 이같은 통념은 재검토되어야 한다는 생각에 이르게 됩니다.열악하기 이를 데 없는 제작 조건, 소재와 주제에 엄청난 제약을 가하는 가혹한 검열제도에도 불구하고, 한국영화는 동시대의 세계영화와 접속하고 반응하며 자신을 갱신했고, 당대엔 널리 알려지진 않았으되 때로 자신에게 영감을 준 외국영화를 훌쩍 뛰어넘는 미학적 성취를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20세기의 한국영화는 고립되고 정체된 게토에 갇혀있었던 게 아니라, 눈에 띄진 않았으되 세계영화사라는 광장의 한켠에서 조용히 자신을 벼리고 가꿔왔던 것입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소재와 스타일 혹은 모티브에서 특별한 공통점을 지닌 한국영화와 외국영화를 비교하는 자리를 마련해보았습니다. 이것은 단순히 양자의 숨은 유사성을 발견하는 재미를 위한 것만은 아닙니다. 오히려 같은 소재와 모티브를 두고 한 편의 한국영화가 어떻게 유사한 외국영화와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소우주를 구축해나가는지를 살펴보려는 것입니다. 방점은 유사성이 아니라 차별화의 미학적 기획에 있습니다.

 

예컨대 한국영화 베스트 목록의 최상위에 등재되어온 김기영의 <하녀>는 소재뿐만 아니라 서사에서도 이치가와 곤의 <열쇠>와 놀라울 만큼 닮아있습니다. 하지만 김기영은 <하녀>에서, 인간의 사악한 본성에 대한 냉혹한 관찰과 징벌의 서사인 <열쇠>와 달리, 인간의 평범한 미덕이 사악한 악덕으로 전락해가는 역동의 서사를 창안합니다. 요컨대 <열쇠>가 인간의 감춰진 본질에 대한 폭로라면, <하녀>는 운명과 욕망의 동학인 것입니다. 김기영의 또 다른 수작 <이어도>는 이마무라 쇼헤이의 <신들의 깊은 욕망>에서와 같은 불가해한 토속적 신앙의 세계를 탐구하지만, 그것을 낯설고 두려운 타자로서 다룰 뿐만 아니라 인간의 보편적 정념으로 끌어안으려 합니다.

 

임권택의 <30년만의 대결>은 존 포드의 걸작 <조용한 사나이>의 공언된 리메이크입니다. 임권택은 어떤 미학적 야심도 과시하지 않지만 아일랜드의 전통에 기반을 둔 로맨스 서사를 자신의다찌마와 리영화작업에 대한 가슴 저린 성찰로 탈바꿈시킵니다. 더 중요한 비교대상은 임권택의 <개벽>과 허우 샤오시엔의 <비정성시>일 것입니다. 조국의 상처난 근대사의 인물들을 스크린에 복원하면서, 두 감독은 눈부신 영화적 진경에 이릅니다. 허우 샤오시엔이 카메라와 인물의 거리를 성찰하며 독창적인 역사적 인물화를 선보였다면, 임권택은<개벽>에서 인물들을 풍경 앞에 침묵시키면서 풍경의 역사화라고 부를만한, 경이로울 만큼 풍요로운 풍경의 정념을 포착합니다.

 

흥미로운 대조를 발견할 수 있는 영화들의 목록은 끝없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유현목의 <오발탄>은 비토리오 데 시카의 <자전거 도둑>으로부터 받은 영감을 숨기지 않지만, 혼성장르의 성격을 더하고 한국현대사의 비극을 음각함으로써 한국영화와 네오리얼리즘과의 창조적 대면을 성사시킵니다. 이만희의 <귀로>와 루이스 브뉘엘의 <세브린느>는 정숙한 여성의 외도라는 동일한 모티브를 도입하지만, 후자가 욕망의 초경계적인 역동을 탐사하는 반면, 전자는 이를 통해 역사적 상처의 내면화를 추적합니다. 한국 모더니즘영화의 한 정점인 김수용의 <안개>는 개봉 당시에 이미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의 <정사>에 비견되었을 정도로 서구모더니즘의 감수성과 스타일을 깊이 체화한 기념비적 작품입니다.

 

다른 한편, 할리우드 장르의 창의적 적용이라는 점에서 흥미로운 대비를 보여주는 영화들도 있습니다. 이른바 한국적 마카로니 웨스턴을 표방한 신상옥의 <무숙자>를 마카로니 웨스턴의 원조인 세르지오 레오네의 <석양의 무법자>를 나란히 놓고 보면, 전자가 만듦새와 관계없이 서구적 장르의 토착화를 어떻게 성공시켰는지 알게 됩니다. 신상옥의 뛰어난 장인적 능력은 한국적 팜므파탈의 원형을 보여주는 <지옥화>와 고전적 팜므파탈 서사의 최고봉을 선사하는 찰스 비더의 <길다>와의 대비에서도 분명히 드러납니다. 필름누아르 장르와 역사적 서사의 걸출한 결합인 이두용의 <최후의 증인>이 이런 창의적 적용의 절정이라는 점은 이 장르의 현대적 걸작인 로만 폴란스키의 <차이나타운>과의 비교에서 명확해집니다.

 

이번 특별전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은 대체로 낯익은 작품들이지만, 새로운 각도의 조명과 대비를 통해 잘 드러나지 않던 세부들의 흥미로운 영화사적 곡절을 만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영화의전당 프로그램디렉터 허 문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