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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예정프로그램

상영예정프로그램 리스트 입니다.

[잔 다르크의 수난, 서커스,카메라맨,스팀보드 빌 주니어,웃는남자,어셔가의 몰락, 돈, 트루브나야의 집, 스파이, 남쪽 바다의 하얀 그림자들, 웨딩마치, 거리의 천사, 바람, 삶의구걸, 네 아들, 뉴욕의 선창, 최후의 명령, 쇼피플, 팻시, 군중][The Last Silence 마지막침묵]1928년의 기적, 위대한 무성영화의 기억 2017.6.13(화) ~ 7.9(일) 매주 월요일 상영없음

[시네마테크] 마지막 침묵: 1928년의 기적, 위대한 무성영화의 기억

The Last Silence

2017-06-13(화) ~ 2017-07-09(일)

사운드의 도입은 영화에 일대 변혁을 일으킵니다. 1927년, 최초로 사람의 목소리를 담은 영화 <재즈 싱어>가 대성공을 거두면서 본격적인 유성영화의 시대가 도래합니다. 이미지와 만난 사운드가 영화 미학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며 승승장구하는 사이, 무성영화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됩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무성영화의 걸작들이 이때 쏟아져 나옵니다. 1928년에 만들어진 이 작품들은 무성영화로서뿐만 아니라 작품 자체로서도 영화사의 만신전에 오를 만한 걸작들입니다. 마지막 침묵의 시대를 빛낸 위대한 성취들과 조우하기 바랍니다.

장소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요금
일반 6,000원 / 유료회원, 경로, 청소년 4,000원
주최
(재)영화의전당
상영문의
051-780-6000(대표), 051-780-6080(상영문의)

특별강연


영화평론가 정한석 강연

일정: 6/23(금) 19:00 <웨딩 마치> 상영 후


영화평론가 남다은 강연

일정: 7/1(토) 15:00 <뉴욕의 선창> 상영 후



시네도슨트 영화해설


해설: 영화평론가 박인호

일정: 상영시간표 참고




Program Director's Comment


영화사에는 기념비적인 연도가 많습니다. 그중에서도 첫 유성영화 <재즈 싱어>가 만들어진 1927년은 영화사상 가장 거대한 변혁의 분기점과도 같은 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사운드의 도입, 정확히 말하면 발성영화(talkie)의 출현은 영화를 ‘움직이는 영상’(motion picture)에서 ‘말하는 영상’(talking picture)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이 변화는 영화라는 매체의 유전자지도가 바뀌었다고 말할 수 있을 만큼의 큰 변화였습니다.


얼핏 사운드가 더해짐으로써 영화라는 매체의 태생적 리얼리티가 더욱 강화되거나 완성된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제 영화는 현실 그 자체와 구분할 수 없을 정도로 비슷해졌습니다. 하지만 이 변화를 거치며 영화에서 시각적인 것의 압도적 지위는 무너지게 됩니다. 유성영화가 도입한 것은 넓은 의미의 사운드가 아니라, 바로 말 혹은 언어였기 때문입니다. 인간의 가장 효율적인 소통수단이자 인류의 지혜가 응집된 고도의 문화적 도구인 언어가, 중간자막이라는 어색한 방식에 더 이상 의존하지 않고, 인물의 입을 통해 발화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이제 말을 어떻게 다루는가가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의 주된 관심사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은 대사를 어떻게 쓰느냐의 문제를 넘어, 영화에서 언어가 시각적인 것과 대등해지거나 혹은 우위에 놓이게 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이를 영화의 발전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요. 잃은 것만큼 얻은 게 있다고 할 수도 있겠지만, 혹시 잃은 것이 더 크지는 않았을까요. ‘눈으로 보는 음악’이라는 차원을 상실하고, 더욱 리얼하게 포장된 환상에 탐닉하게 된 건 아닐까요. 당대의 영화인들 중에도 사운드의 도입을 개탄한 사람은 많았습니다. 예컨대 찰리 채플린은 “사운드가 침묵의 위대한 아름다움을 파괴한다.”고 말했습니다. 채플린은 자신의 신념대로 1930년대 중반까지 무성영화를 만들었지만, 영화산업은 1927년을 기점으로 가파르게 유성영화로 달려갑니다.


영화사에서 1928년은 기묘한 해입니다. 사운드 테크놀로지는 한 해 전에 이미 도입되었지만, 만들어지는 영화의 대다수는 여전히 무성영화였고, 할리우드에서도 1929년이 되어서야 이 비율은 역전됩니다. 그렇다면 1928년이야말로 사실상 무성영화의 마지막 연도라고 해도 좋을 것입니다. 아이러니하게도 무성영화가 종언을 고하고 있던 이 해에 가장 위대한 무성영화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이들은 무성영화로서 훌륭한 것이 아니라, 한결같이 영화사의 만신전에 오를 만한 걸작들입니다. 마치 무성영화 스스로 자신의 마지막 연도에 자기에게 주어진 미학적 잠재력을 남김없이 구현하려 몸부림치는 듯한 느낌마저 불러일으킵니다. 1928년의 걸작들에서 10 베스트 명단을 만드는 일은 영화광들에겐 거의 고통스러운 일이 될 정도일 것입니다.


영화사상 가장 기적적인 연도라고 해도 좋을 1928년의 걸작 20편을 만납니다. 이 중의 몇몇 작품은 이전 기획전에서 소개되기도 했지만 <트루브나야의 집> <웃는 남자> <남쪽 바다의 하얀 그림자들> <웨딩 마치> <거리의 천사> <삶의 구걸> 등 국내에서 거의 볼 수 없었던 작품들도 있습니다. 이들을 처음 혹은 다시 만난다는 것은 단순히 영화사의 걸작을 발견하거나 재발견한다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습니다. 그것은 유성영화가 잊어버렸거나 부차화해온 영화만의 예술적 유전자를, 그것의 비상한 활력과 아름다움을 감각함으로써 영화라는 세계에 대한 완전히 새로운 지도를 얻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 흥미로운 여정에 많은 영화애호가들이 동참하시길 기원합니다. 



영화의전당 프로그램디렉터   허 문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