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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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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아르헨티나 영화의 새로운 시대

[시네마테크] 아르헨티나 영화의 새로운 시대

Renaissance of Argentine Cinema

2020-11-17(화) ~ 2020-12-04(금)

상영작

마리아노 이나스 - 기묘한 이야기들(2008) / 라 플로르(2018)

마티아스 피녜이로 -  도둑맞은 남자(2007) / 그들은 모두 거짓말하고 있다(2009) / 비올라(2012)

알레호 모귈란스키 - 카스트로(2009) / 더 골드 버그(2014) / 성냥팔이 소녀(2017)

밀라그로스 무멘탈러 - 문과 창을 열어라(2011) / 호수의 생각(2016)

파블로 트라페로 - 비밀경찰(2002) / 사자굴(2008) / 카란초(2010) / 클랜(2015)

장소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요금
일반 7,000원 / 유료회원, 청소년(대학생 포함) 5,000원 / 우대(조조, 경로 등) 4,000원
주최
(재)영화의전당
상영문의
051-780-6000(대표), 051-780-6080(영화관)

특별강연

강연: 영화평론가 남다은

일정: 2020.11.28.(토) 13:00 <라 플로르 - 1부> 상영 후



시네도슨트 영화해설

해설: 영화평론가 박인호

일정: 상영시간표 참고




Program Director's Comment

꽤 오랫동안 아르헨티나 영화는 주로 1960년대 브라질의 ‘시네마 노보’를 중심으로 일어났던 남미의 제3세계 영화 운동의 한 축으로만 소개되어 왔습니다. 그 중에서도 페르난도 솔라나스는 정치적 저항성과 마술적 리얼리즘을 결합한 시적 영화로 이 나라의 영화를 대표해 왔습니다. 다른 한편으로 로베르 브레송의 조감독을 거쳐 주로 프랑스를 무대로 활동했던 휴고 산티아고라는 특별한 감독이 어느 계보에도 속하지 않은 채 신화적 상상력과 유럽 모더니즘의 조우를 실험하며 젊은 아르헨티나 영화인들에게 조용한, 하지만 적지 않은 영감을 제공해 왔습니다. 


2000년 전후로 리산드로 알론소(<도원경>)와 루크레시아 마르텔(<자마>)이라는 걸출한 감독들이 등장하며 새로운 아르헨티나 영화에 주시와 기대를 요청합니다.(각종 국제영화제에서 절찬 받은 두 사람의 영화는 이미 ‘21세기 거장’ 특별전을 통해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도 소개된 바 있습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기대에 부응하듯, 아르헨티나의 젊은 재능들이 줄지어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대개 1970년대 중반 이후 태어난 이 새로운 세대는 기발하고 창의적인 도전으로 세계 영화인들을 매혹시키고 있습니다. 이번에 마련된 ‘아르헨티나 영화의 새로운 시대’는 오늘의 지구에서 새로운 영화적 재능이 가장 많이 부상하는 소수의 나라 중 하나인 아르헨티나의 젊은 감독들과 영화들을 한번에 만나는 자리입니다. 


누구보다 마리아노 이나스를 먼저 언급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1975년생인 이나스는 <기묘한 이야기들>과 <라 플로르>, 단 두 편의 영화로 단숨에 21세기 영화의 최전선에 나섭니다. 여러 영화를 소개하는 실무자의 처지로 특정한 감독의 작품을 배타적으로 칭송하는 일은 분명 경솔한 짓이지만, 마리아노 이나스에 대해서만큼은, 특히 그의 <라 플로르>에 대해서만큼은 그런 자제력을 발휘할 의욕을 잃게 됩니다. 만드는 데 10년이 걸렸고 러닝 타임이 거의 14시간에 가까운, 6개의 에피소드로 구성된 <라 플로르>는 온갖 장르의 광대한 전시장이며 스토리텔링의 무한한 가능성에 대한 광적인 탐구이고, 무엇보다 20세기 영화에 대한 열렬한 애정 고백입니다. 소위 예술 영화들이 흔히 채택하는 전략적 난해함이라고는 전무한 이 장대하고도 도발적이며, 동시에 우수와 비애가 깊이 깃든 이 전대미문의 영화는 평론가 데니스 림의 말을 빌리면 “존재한다는 것만으로 경탄의 이유”가 됩니다. 


1982년생으로 상대적으로 젊은 마티아스 피녜이로는 얼핏 마리아노 이나스와 상반되게 오직 인물들의 대사로 사건과 구조를 대체하려는 과격한 모더니즘 예술가처럼 보입니다. 주로 셰익스피어 작품의 한 대목을 자의식적으로 변용하고 연극 연습과 연극 밖의 삶을 뒤섞는 그의 영화는 그러나 말의 영화이면서도 픽션의 가능성에 대한 창의적 탐구라는 점에서 빼놓을 수 없는 작가입니다. 1978년생인 알레호 모귈란스키 역시 사건의 긴박함과 정념의 직접적 표현을 제거하고 미세한 표정과 작은 행위가 일으키는 은밀한 마법을 통해 미지의 서사를 실험합니다. 세부들의 뉘앙스야말로 모귈란스키 영화의 심장이며 사건입니다.


1977년생인 밀라그로스 무멘탈러는 2011년 장편 데뷔작 <문과 창을 열어라>로 로카르노 영화제에서 황금표범상을 수상하며 일약 차세대 거장으로 떠오른 감독입니다. 이제껏 단 두 편의 장편 영화를 만들었을 뿐이지만, 단순한 터치로 아득한 상실감에 이르는 뛰어난 능력과 여성 캐릭터에 대한 정밀한 묘사로 절찬을 받고 있습니다. 1971년생이며 이번에 소개되는 감독 중에서 상대적으로 가장 대중적이라 할 만한 파블로 트라페로는 그러나 주류 영화의 사건 중심성과는 거리가 먼 인물과 감정의 빼어난 영화적 초상화를 만들어 왔습니다. 칸과 베니스가 유달리 사랑한 이 아르헨티나 감독은 야심 찬 젊은 동료들이 더 큰 가능성을 위해 버리고 떠난 전통적 서사의 집을 과묵한 장인처럼 돌보며 자기만의 정원을 일구고 있습니다.    


오늘의 젊은 아르헨티나 영화와 만나는 일은 느긋한 여행이라기보다 숨 가쁘고 벅찬 모험에 가까울 듯합니다. 이 모험은 하지만 다음을 기약하기 힘든 희귀한 기회이며, 완수가 더없는 기쁨을 안겨 줄 그런 모험이 될 것으로 믿습니다.



영화의전당 프로그램디렉터   허 문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