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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서머 스페셜 2023: 격정과 욕망의 시학

[시네마테크] 서머 스페셜 2023: 격정과 욕망의 시학

Summer Special 2023: Rhapsody of Passion and Desire

2023-08-01(화) ~ 2023-08-31(목)

(매주 월요일 및 대관 영화제 기간 상영 없음)



상영작(19편)

춘희 (1936, 조지 큐커) / 밀회 (1945, 데이비드 린) / 미녀와 야수 (1946, 장 콕토)

사랑 (1948, 로베르토 로셀리니) / 욕망이라는 이름의 전차 (1951, 엘리아 카잔)

센소 (1954, 루키노 비스콘티) / 버터필드 8 (1960, 대니얼 만)

페드라 (1962, 줄스 다신) / 페트라 폰 칸트의 쓰디쓴 눈물 (1972, 라이너 베르너 파스빈더)

불의 여인 (1978, 리나 베르트뮬러) / 사랑과 슬픔의 볼레로 (1981, 클로드 를르슈)

여인의 정체 (1982, 미켈란젤로 안토니오니) / 파리, 텍사스 (1984, 빔 벤더스)

베티 블루 37.2 (1986, 장-자크 베넥스) / 붉은 수수밭 (1988, 장이모우)

프라하의 봄 (1988, 필립 카우프만) / 아름다운 청춘 (1995, 보 비더버그)

정사 (1998, 이재용) / 말레나 (2000, 주세페 토르나토레)

장소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요금
일반 7,000원 / 유료회원, 청소년(대학생 포함) 5,000원 / 우대(조조, 경로 등) 4,000원
주최
(재)영화의전당
상영문의
051-780-6000(대표), 051-780-6080(영화관)

특별 강연 1

강연: 강내영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프로그래머)

일정: 8.12.(토) 16:30 <붉은 수수밭> 상영 후



특별 강연 2

강연: 김남석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프로그래머)

일정: 8.20.(일) 15:00 <아름다운 청춘> 상영 후



시네도슨트 영화해설

강연자 및 일정(상영 후 해설):

김은정 (영화평론가)

김필남 (영화평론가)

전은정 (부산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 행사 일정 등은 사정에 의해 변경, 취소될 수 있습니다.





서머 스페셜 2023: 격정과 욕망의 시학


인간의 꿈과 영화의 꿈



영화의 시작은 인류의 오랜 꿈과 관련이 깊다. 세상에 존재하는 만물은 나름대로 크고 작은 움직임을 간직하고 있었고, 세상 만물을 응시해야 했던 인류는 그 움직임을 일찍부터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인지력과 표현력을 확장하기 시작한 이후, 인류는 움직이는 그림을 얻기 위하여 다양한 방법을 고안하기 시작했다. 동굴 벽화부터 시작된 이 작업은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할 만큼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럼에도 움직이는 그림을 향한 인간의 꿈은 계속되었고, 포기할 수 없었던 그 꿈은 19세기가 거의 끝날 무렵 영화(의 전신)로 실현되기에 이르렀다. 그렇게 영화는 움직이는 그림에 대한 오래된 인류의 꿈을 인간 세상에 들여놓을 수 있었다.


영화는 움직일 수 있는 그림만으로도 인간의 꿈에 근접했지만, 조만간 또 다른 꿈을 실현해야 한다는 사실에 직면해야 했다. 그에 따라 움직이는 그림으로서의 영화는 점점 복잡해졌고, 풍부해졌으며, 다양해졌다. 많은 이들이 자신이 꿈꾸고 있는 삶을, 영화 속에서 다시 꿈꾸고 싶어 했다. 영화는 그러한 속 깊은 꿈들의 또 다른 무대가 되어야 했다. 그렇게 두 겹의 꿈은 다시 영화 속으로 밀어 넣어졌다. 


은밀하지만 보편적인 욕망도 그 꿈 속에 들어 있었다. 남녀가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하고 삶을 함께하는 일들은 인간의 삶 속에서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꿈의 목록일 터이다. 하지만 사랑은 오래가지 못했고, 결혼은 끝나는 경우가 빈번했으며, 함께하자는 삶은 각자의 것으로 돌아가거나 없던 일이 되는 일이 드물지 않았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믿었던 감정과 그 감정을 밀어내던 힘들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한 감정과 힘은 분명 자신 안에서 나와 자신의 삶을 휘감았지만, 그 감정과 힘을 체감하기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던 것들이었기 때문이다.


영화는 훌륭한 실험장이었다. 사람들은 자신들이 믿었던 감정과 그 감정을 추진하는 힘을 욕망으로 번역하여 영화 내에 녹여 냈다. 많은 이들이 영화 내에서 만나고 사랑하고 결혼하고 생을 함께하는 일을 시작했고, 그 끝에서 헤어지고 돌아서고 이혼하고 누군가를 떠나는 일도 반복했다. 영화는 만나고 헤어지는 순간과, 사랑하고 돌아서는 지점, 그리고 결혼하고 이혼하는 이유와, 그 끝에서 삶을 함께했다가 그 약속을 포기하는 광경을 주목하여 바라보았다. 그리고 나름대로 그에 대한 자신들의 생각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그렇게 영화는 욕망과 삶을 품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해 나갔다. 


여름은 생의 에너지가 충만하는 시기이다. 이 시기에 영화의 이러한 내밀하지만 이미 보편적이어서 누구나 알고 있을 관찰을 들여다보는 일은 흥미로울 것으로 보인다. 누군가를 만나고 헤어지는 일이, 반드시 삶의 철학과 거창한 법칙으로 설명될 수 있는 일은 아니지만, 그 안에서 만남과 헤어짐을 이끄는 사랑 혹은 욕망의 힘은 분명 정리를 요구하는 흥미로운 현상임에는 틀림없을 것이다. 


그래서 이번 ‘서머 스페셜 2023’의 주제는 ‘격정과 욕망의 시학’으로 결정했다. 인간이 삶을 추동하는 감정의 한 끝인 ‘격정’을 놓고, 그 ‘격정’을 이끄는 힘으로서의 ‘욕망’을 세분하여 살펴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삶의 일상적인 층위에서 보면 자칫 불륜이나 치정 혹은 광란으로 보일 수 있는 격정과 욕망의 풍경을 ‘시적인 것’으로 승화시켜 스크린에 담아낸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보고 싶었다. 


영화 프로그램의 특성상 이러한 시적인 요소들은 서로 만나고 섞이고 혼합되겠지만, 최초 프로그램 기획에서는 시대별로 ‘격정과 욕망’의 풍경을 집약하는 영화들을 짚어 보고 그 성향까지 아우르고 싶었다. 1930~40년대에는 그 시대의 방식이 비교적 고전적인 취향으로 존재했고, 1960~70년대에는 그 방식이 급변하며 대담하고 돌발적인 취향으로 변모하기도 했고, 1980~90년대는 더 넓은 영역에서 격정과 욕망을 다루고자 하는 의도로 솟아오르기도 했다.


무더운 여름 시네마테크를 찾는 관객들께서는, 그러한 꿈과 열정의 풍경 속에서 자신의 모습을 찾아보면 어떨까 합니다. 우리는 일상의 한 층위에서 격정과 욕망을 누르는 삶의 기조를 유지해야 합니다. 하지만 다른 층위에서는 그렇게 사라진 격정과 욕망의 모습을 은근히 그리워하면서, 자신의 중요한 무언가가 빠졌다는 아쉬움과 상실감을 저버리지 못합니다. 2023년 시네마테크는 그러한 이들의 꿈과 열정을 다시 끌어 모아 주는 역할을 하기를 소망합니다. 여름의 활기와 닮은 격정과 욕망을 다시 불러내어, 신비하게 승화된 미학적 에너지로 여러분의 삶과 일상을 다시 가동하도록 자극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격정과 욕망은 움직이는 오래된 그림을 통해, 우리의 삶 속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겁니다. 영화라는 시적 언어로 말입니다.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프로그래머  김남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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