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전당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사이트정보
home  > 영화  > 지난프로그램  > 지난프로그램

지난프로그램

지난프로그램 리스트 입니다.

[시네마테크] 오래된 극장 2023: 여배우의 초상, 그 치명적인 아름다움들

[시네마테크] 오래된 극장 2023: 여배우의 초상, 그 치명적인 아름다움들

Films in Our Memories 2023

2023-12-29(금) ~ 2024-01-28(일)

오래된 극장 2023: 여배우의 초상, 그 치명적인 아름다움들

- 그레타 가르보, 안나 마냐니 그리고 최은희



홀로 피고 홀로 숨은 배우, 그레타 가르보 (8편)

육체와 악마 (1926, 클라렌스 브라운) / 안나 크리스티 (1930, 클라렌스 브라운)

마타 하리 (1931, 조지 피츠모리스) / 그랜드 호텔 (1932, 에드먼드 굴딩)

퀸 크리스티나 (1933, 루벤 마물리언) / 안나 카레니나 (1935, 클라렌스 브라운)

니노치카 (1939, 에른스트 루비치) / 두 얼굴의 여인 (1941, 조지 큐커)



감독의 꿈, 안나 마냐니 (8편)

마지막 마차 (1943, 마리오 마톨리) / 무방비 도시 (1945, 로베르토 로셀리니)

더 밴디트 (1946, 알베르토 라투아다) / 벨리시마 (1951, 루키노 비스콘티)

황금 마차 (1952, 장 르누아르) / 추억의 장미 (1955, 대니얼 만)

말론 브란도의 도망자 (1960, 시드니 루멧) / 환희의 웃음 (1960, 마리오 모니첼리)



세상 끝을 경험했던 배우, 최은희 (8편)

마음의 고향 (1949, 윤용규) / 꿈 (1955, 신상옥)

젊은 그들 (1955, 신상옥) / 사랑의 역사 (1960, 이강천)

상록수 (1961, 신상옥) / 성춘향 (1961, 신상옥)

로맨스 그레이 (1963, 신상옥) / 빨간 마후라 (1964, 신상옥)

장소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요금
일반 7,000원 / 유료회원, 청소년(대학생 포함) 5,000원 / 우대(조조, 경로 등) 4,000원
주최
(재)영화의전당
상영문의
051-780-6000(대표), 051-780-6080(영화관)

특별 강연

세상 끝을 경험했던 배우, 최은희

강연: 김남석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프로그래머)

일정: 2024.1.13.(토) 15:30 <빨간 마후라> 상영 후



홀로 피고 홀로 숨은 배우, 그레타 가르보

강연: 박소영 (부경대학교 강사)

일정: 2024.1.21.(일) 16:00 <퀸 크리스티나> 상영 후




시네도슨트 영화해설

해설: 김은정 (영화평론가), 김필남 (영화평론가), 이지행 (영화연구자), 전은정 (부산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일정: 상영시간표 참고



* 행사 일정 등은 사정에 의해 변경, 취소될 수 있습니다.






오래된 극장 2023: 여배우의 초상, 그 치명적인 아름다움들

- 그레타 가르보, 안나 마냐니 그리고 최은희


배우로 보는 영화, 새롭게 찾는 영화


30년 전만 해도 영화 관람은 특별한 체험이었다. 영화관의 수도 많지 않았고, 개봉 영화도 지금처럼 많지 않았다. 그래서 영화는 늘 귀했고, 영화관에 가는 일은 특별했으며, 그렇게 영화 보는 일은 일상이 아닌 일일 수밖에 없었다. 

30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고, 그동안 많은 변화가 일어났다. 특히 코로나 이후에 부쩍 성장한 OTT(Over The Top) 사업은 영화를 이전과는 달리 일상의 영역으로 편입시켰다. ‘사용자가 원할 때 방송을 보여 주는 VOD’ 서비스(OTT)는 이제 영화 자체를 일상의 한 영역에 귀속시키는 역할을 수행했다. 

영화관에 가서 영화를 보아야 한다는 생각은 눈에 띄게 줄어들었고, 특별한 체험으로 영화 혹은 영상을 접할 수 있다는 생각은 이제 거의 사라졌다. 우리는 필요하면 브라운관을 켜고, 이미 하나씩 가입된 영화 채널을 가동하여, 영화를 찾는다. 오래된 영화도, 알려지지 않은 영화도, 전에 보았던 영화도, 금방, 찾을 수 있다. 그리고 바로 볼 수 있고, 바로 끌 수도 있다.

이렇게 달라진 세상에서 고전 영화를 프로그래밍하여 본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보다 큰 스크린에서 볼 수 있다는 뜻일까. 보다 많은 관객과 함께 볼 수 있다는 뜻일까. 어쩌면 강제로 화면을 멈출 수 없고, 임의로 관람을 중단할 수 없는 환경에서 영화를 본다는 뜻일 수도 있다. 그렇게 바로 켜고, 즉시 바꾸고, 어쩌면 당장 멈출 수 있는 유혹에서 벗어나, 반강제로 그리고 끈기 있게 영화를 볼 수 있는 환경을 갖는다는 뜻일지도 모른다. 

지난 2년 동안 고전 영화를 프로그래밍하면서 항상 드는 생각은 이러한 환경 속에서 하는 프로그래밍이 일상이나 현장에서 할 수 없는 의미 맥락을 동반해야 한다는 전제였다. 쉽게 찾아낼 수 있는 방식의 프로그래밍은 상영관에 영화를 보러 오는 이들에게는 어쩌면 실례일 수 있다는 생각이었다. 채널에서 검색만 하면 세상의 거의 모든 영화를 찾아 주는 세상에서 프로그래머가 해야 하는 역할은, 그러한 편리함을 대체하는 또 다른 방식의 영화 찾기 혹은 영화 보기일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오래된 극장’은 다양한 방식으로 프로그래밍 된 기획이었다. ‘영화의전당’이 오랫동안 공을 투여한 기획답게 여러 방식으로 프로그래밍 되었다. 과거의 선례를 찾아 보면서, 그러한 다양함을 더욱 확장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배우들은 하나의 새로운 시도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낯선 배우라는 키워드는, OTT에 익숙하고 인터넷 검색에도 능숙한 이들에게도 흥미로운 체험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작금의 영화를 감독 위주로 바라보는 고정된 틀을 벗어나려는 작은 시도도 될 수 있을지 모른다. 

한때 미국 할리우드를 대표했지만 지금은 대중의 기억 속에 그 이름만 간신이 남아 있는 배우 그레타 가르보(Greta Garbo)는, 의외로 살아생전에도 홀로 숨는 것을 즐기는 배우였다. 이 기회에 그녀의 숨겨진 면모를 확인하고 그녀의 영화에서 숨는다는 것의 의미를 찾는 기회가 되었으면 한다. 이탈리아를 대표하는 배우 안나 마냐니(Anna Magnani)는 이탈리아와 미국을 오가면서 여러 감독의 꿈으로 부상한 배우였다. 드문드문 펼쳐졌던 그녀의 일생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조금이라도 짜맞추어질 수 있었으면 한다. 마지막으로 최은희는 과거의 영광과 씁쓸한 고뇌, 그리고 깊은 망각이라는 롤러코스터 같은 인생을 보여 주는 배우이다. 그녀의 영화적 이력도 이와 비슷한데, 세상의 끝을 경험하고 익숙했던 세상에서 사라지곤 했던 그녀가, 이 기회에 다시 우리의 영화 세계 한 켠에 다시 자리 잡기를 기대해 본다. 


앞의 자문으로 돌아가서 이 세 배우를 모아 놓고 다시 생각한다. 이 고전 영화의 프로그래밍이 과연 어떠한 의미를 관객들에게 선사할 수 있을까. OTT를 연결하여 영화를 보고, 인터넷으로 유튜브로 영화를 보고, 어쩌면 영화 자체를 멀리하고 다른 영상물을 찾아가는 이들에게 무엇을 시사할 수 있을까. 의문이지만, 그러한 자문으로, 이 프로그램을 세상에 내보낸다. 세 배우의 삶과 이력에서 과거 영화에 던져졌던 오래된 질문과 나름 치열했던 통찰이 묻어 나오기를 기대하면서.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프로그래머  김남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