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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부군신위

(영화사랑방)학생부군신위

Farewell My Darling
프로그램명
2023 영화사랑방ㅣ한국고전영화 정기상영회
상영일자
2023-07-03(월) ~ 2023-07-03(월)
상영관
시네마테크
작품정보
118min | DVD | color | Korea | 1996 |
관람료
무료
감독
박철수(Park Chul-Soo)
배우
방은진 , 최성 , 문정숙
  • *7월 영화사랑방 프로그래밍 : 옥미나 (영화평론가)


    *상영작 : 그 섬에 가고 싶다 (박광수, 1993) / 축제 (임권택, 1996) / 학생부군신위 (박철수, 1996) / 8월의 크리스마스 (허진호, 1998)




    죽음의 의미와 장면들




    퓌스텔 드 쿨랑주는 인간이 초자연적인 것을 상상하고, 자신이 본 것을 넘어서고 싶은 욕망을 품게 되는 것은 죽음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에 의하면 죽음은 보이는 것에서 보이지 않는 것으로, 스쳐가는 것에서 영원한 것으로, 인간적인 것에서 신적인 것으로 이어지는 신비의 길로 접어들게 만드는 것이다.


    장르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영화에는 죽음의 순간이 흔히 전시된다. 액션 블록버스터의 차고 넘치는 수많은 무명인들의 죽음이 관객들에게 아무런 감흥도 주지 않는 것이라면, 주인공 혹은 그 가까운 이들의 죽음은 때로 비장하고, 때로 결연하며 가끔 숭고한 것으로 서사의 맥락을 뒤흔든다. 이렇게 죽음을 서사의 일부 혹은 기능으로 활용하는 대부분의 영화들과 달리, 죽음을 이야기의 중심에 놓고, 그에 대한 해석과 태도를 따라가는 소수의 한국영화들을 7월의 영화사랑방 작품으로 골랐다. 


    1996년 3개월 간격으로 한국의 전통 장례식을 소재로 삼은 영화 두 편이 등장했다. 먼저 촬영을 시작한 것은 임권택 감독의 <축제>였지만, 박철수 감독의 <학생부군신위>의 마무리가 더 빨랐다. 그래서 3월에 <학생부군신위>, 6월에는 <축제>가 각각 개봉되었던 것. 두 명의 감독이 같은 시기에 전통 장례식을 소재로 삼은 것이 그저 우연이었는지, 혹은 전통 장례 문화의 기록과 재현에 대한 조바심 섞인 사명감을 불러 일으킬만한 사회적인 계기가 있었는지는 알지 못한다.


    이청준 작가의 원작 소설에서 출발한 <축제>는 치매를 앓던 노모의 장례를 배경으로, ‘잘했건 못했건 모두 함께 견딘 사람들’의 사흘을 따라간다. 현실에서는 머리를 짧게 깎여 방에 혼자 남겨졌던 노모는 준섭의 소설 속에서 작은 아이로 돌아가 ‘옷을 벗어 개어 놓고 가듯’ 단정한 죽음을 준비한다. 그에 비해 <학생부군신위>는 장례식장의 천태만상을 묘사하는데 집중한다. 문화인류학적 야심을 품은 다큐멘터리처럼 장례 절차를 기록하는가 하면, 저승사자들이 천연덕스럽게 카메라를 내려다보고, 선거철을 맞은 후보들이 빈소를 방문하고, 난데없는 민방위 사이렌 소리에 상주와 문상객들은 우왕좌왕 허둥댄다. 어쨌든 한국 전통 장례 문화의 절차와 맥락을 정교하게 포착한 <축제>와 <학생부군신위>는 모두 장례식을 망자가 피안으로의 여행을 시작하는 출발점으로 삼는다. 이승에 작별하고, 쌀을 입안에 머금고 노잣돈을 꽂아 넣으면서 생전 평범했던 인간은 죽음과 장례의 과정을 통해 신앙의 대상이 되고, 자손들의 안녕과 평안을 담당하는 ‘조상신’의 위치로 이동한다. 


    <축제>와 <학생부군신위>가 각각 장례식 내내 소외되었던 조카딸/소년이 가족 구성원의 지위를 회복하고, 가족의 일원으로 인정받는 결말을 통해 장례식이 묵은 갈등을 해소하고 가족을 봉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었다면, <그 섬에 가고 싶다>는 죽음으로도 화해와 용서가 불가능한 첨예한 대립에서 출발한다. 고향 마을에 묻히고 싶다는 망자의 의지는 섬마을 사람들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힌다. 갈등의 배경에는 한국전쟁, 고발과 배신, 무고한 이들의 죽음이 얽혀 있고, 모든 것을 똑똑히 기억하는 자들의 원한 앞에서 개인의 죽음은 무력한 것이라서, 상여는 끝내 섬에 도착하지 못한 채 속절없이 바다 위를 떠돈다.  


    그래도 <축제>의 결말에 이르러 노모가 나비가 되었듯이, <그 섬에 가고 싶다>에서 이미 죽은 자들은 밤하늘의 별이 되어 모두 함께 어울려 춤을 춘다. 영화 속에서 저승은, 이승의 증오와 대립이 무효해지는 - 화해와 공존의 세계다.  


    <8월의 크리스마스>는 멜로 영화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드물게 1인칭으로 죽음을 인식하고 준비하는 과정을 담담하게 드러내는 작품이라서 함께 골랐다. 허진호 감독은 죽음을 ‘고요한 사라짐’으로 치환한다. 영화 초반, 주인공 정원이 누군가의 장례식에 문상을 가는 장면이 짧게 등장한다. 이제 <축제>, <학생부군신위>, <그 섬에 가고 싶다>와 같은 전통 장례식은 스크린에도/현실에도 등장하지 않는 것이 되었다. 장례식의 산업화로 임종은 병원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되었고, 마을의 원로 대신 장례 지도사가 장례 절차와 순서를 챙기게 되었다. 그래서 검은 정장을 차려 입은 정원은 건물 밖/죽음과 장례식의 외부에서 그저 소심하게 기웃거릴 뿐이다. 죽음은 가족들의 해묵은 갈등에 데우스 엑스 마키나의 역할을 수행하지 못하고, 장례식은 인간이 신의 위치로 격상되기에는 부족한 – 상대적으로 간소한 배웅이 되고 말았다. 레지스 드브레는 장례 문화의 상실이야 말로 현대 사회의 특징이라고 설명한다. <축제>와 더불어 <학생부군신위>의 장면들이 유독 애틋하고 각별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옥미나(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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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철수 감독사진

    박철수(Park Chul-Soo)
    1948년생. 성균관대학교에서 경제학을 전공했다. 1975년 신필림 연출부에서 영화경력을 시작해 [어미](1985),[안개기둥] (1986),[오늘여자] (1989) 등의 문제작을 발표했다. 1995년 [301,302] 에서부터 국내 흥행에 집착하지 않고 자신의 스타일로 영화를 만들기 시작해 다시 주목되었다. [학생부군신위] (1996), [산부인과] (1997), [가족 시네마] (1998) 등을 통해 계속 자신의 세계를 심화시켜 가는 중견감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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