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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프로그램

지난프로그램 리스트 입니다.

바쿠라우 메인포스터

바쿠라우(인디)

Bacurau
프로그램명
9월 예술영화 프로그램
상영일자
2021-08-28(토) ~ 2021-09-15(수)
상영관
인디+
작품정보
131min | D-Cinema | color | 브라질 | 2019 |
관람료
일반 8,000원
감독
클레버 멘돈사 필로(Kleber Mendonsa Filho)
배우
우도 키에르, 소냐 브라가, 토마스 아퀴노
배급사
㈜영화사진진
  • 72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52회 시체스영화제 최우수 감독상, 최우수 판타스틱상, 비평가상, 85회 뉴욕비평가협회상 외국영화상


    미지의 땅 ‘바쿠라우’.

    마을 족장 카르멜리타의 장례식 후, 이상한 일들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총격으로 구멍 뚫린 물 수송 차량, 하늘에 나타난 정체불명의 비행 물체, 마을 곳곳에서 시신까지 발견되며 주민들은 혼란에 빠지는데...


    이곳에 절대 발 들이지 마라!



    [ INTERVIEW ]


    Q. 클레베르 감독님은 단편작인 헤시피 프리오(2009)와 이후 작품들에서 프로덕션 디자이너를 맡은 줄리아누와 친구이자 동료로서 여러 해 동안 함께 해오셨고, 이번에는 공동감독을 맡으셨습니다. 어떻게 해서 그렇게 된 건가요? 


    클레베르 멘돈사 필류 (KMF): 2009년에 <헤시피 프리오> 개봉을 위해서 브라질 영화제에 갔는데 거기서 처음 구상했죠. 그건 길이 하나밖에 없는 작은 외딴 마을에 사는 아주 매력적인 시골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였습니다. (우리가 책과 구전설화, 시, 그리고 어려서부터 줄곧 들어온 이야기를 통해 동경해온) 지역의 역사를 조합하고 모험과 장르라는 렌즈를 통해서 리믹스한 이 영화 속의 사람들은 대부분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처음부터 우린 이 영화가 일종의 장르 실험이 될 것은 알았지만 어떻게 만들지 구체적인 아이디어는 없었어요. 영화제에서 여러 편의 영화와 내러티브 픽션, 다큐멘터리를 보면서 ‘이렇게 한다면 과연 어떻게 될까’라는 시나리오를 생각해 보게 되었죠. 우리가 본 영화 중에 일부는 우리 생각과 완전히 반대였어요. 그러다 UFO가 끼어들고, 마을 사람들이 부족한 자원으로 최대의 효과를 얻어내고, 서부 영화 분위기도 좀 내고, 이 특별한 마을에 따뜻함도 있고, 잔혹한 폭력도 있고. 와이드스크린 파나비전을 촬영할 생각을 한 거죠. 우리는 항상 우리가 보고 싶은 영화란 무엇인지에 대해 이야기했는데 바로 거기에 집중한 겁니다. 플롯은 나중에 나왔어요. 작은 외딴 마을이 외부의 위협을 받는다는 것도 사실 굉장히 고전적인 설정이죠. 


    줄리아누 도르넬리스 (JD): 예산도 많고 세계적으로도 유명한 그 영화제에서 우리는 날마다 바로 눈앞에서 사회적인 모순과 마주쳤어요. <바쿠라우>는 우리가 관찰한 모습, 눈에 거슬렸던 것들, 그리고 가난하고 외딴곳에 사는 사람들도 다른 모든 사람들처럼 복잡하고 흥미로운데 그들을 ‘단순하고’, ‘웃기고’, ‘연약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에게 그 마을 사람들이 복수하는 걸 보여줌으로써 사람들을 놀래주고 싶은 마음에서 나온 겁니다. 공동으로 감독한다는 생각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었죠. 서로 항상 마음이 잘 맞았거든요. 클레베르 감독과의 작업은 항상 재미있고 자극이 됩니다. 



    Q. 시나리오 작업에서부터 촬영 후의 후반작업까지 어떻게 협력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촬영장에서 각자 다른 역할을 맡으셨나요? 아니면 모든 작업을 함께 하셨나요? 


    KMF: 우리 집에서 몇 달간 함께 시나리오를 썼어요. 글이 잘 안 써지면 내가 갖고 있는 영화 중에 하나를 골라서 함께 보면서요. 바쿠라우는 여러 해를 거쳐 결실을 본 작품입니다. <네이버링 사운즈>는 촬영하고 편집하는데 1년 조금 넘게 걸렸고, <아쿠아리우스>도 시나리오 쓰고 제작하는데 시간이 별로 안 걸렸어요. 그런데 <바쿠라우>는 뒷전에 앉아 있으면서 계속 변화하고 발전했죠. 시간이 오래 걸리는 건 문제가 아니었습니다. 작품마다 필요한 시간이 다르니까요. 


    JD: 촬영장에서 가끔 일을 나눠서 해야 할 때도 있었어요. 배우들의 스케줄을 맞추고, 촬영 장소 허가를 받고, 차량을 빌리고 하는 것들이 보통 일이 아니거든요. 쉽게 갈 수 없는 오지에서 촬영하느라 때로는 둘이서 따로 일을 해야 했고요. 각자 따로 촬영한 후에 만나서 상대방이 촬영한 걸 보는 일은 항상 흥미로웠어요. 촬영이 끝난 후에는 11개월 동안 에두아르도 세라노와 함께 편집했는데, 어떤 날은 클레베르 감독이 자리에 없었고 또 내가 빠진 날은 다른 사람들이 들어가 작업할 때가 있었죠. 그래도 마지막 세 달 동안은 둘이 함께 작업했는데 그게 최종 편집본을 내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습니다. 



    Q. 지도에서 사라져 버린 ‘바쿠라우’라는 마을에는 어떤 신비로운 기운이 있습니다. 의로운 사람들의 안식처가 된 마을을 지키는 지도자들이 있고 저항의 중심지이기도 하죠. 


    KMF: 우리가 생각한 건 이 마을이 흥미롭고, 사람들이 사는 곳처럼 아늑하고, 고립되어 있고, 조용하고, 그러면서도 이곳이 어디에 있는지를 안다는 느낌을 주는 거였어요. 그리고 아주 작아서 누군가 장난을 치고 싶은 마음이 든다는 겁니다. 외부의 누군가가 이 마을을 지도나 GPS에서 사라지게 할 수 있는 힘이 있다고 생각해 보세요. 자신이 가진 권력을 행사하는 건데 그런 일은 항상 일어나고 있죠. 한 번은 제가 어느 호텔의 투숙객 관리 시스템에서 사라진 적이 있어요. 아무도 나한테 나가라고 하지 않았죠. 투숙객 명단에는 내 이름이 없는데 방값은 이미 지불이 되었고, 이 시스템이 모르는 누군가가 투숙하고 있는데 그게 바로 나였죠. 시스템적으로 보면 나는 호텔에 없었지만 실제로 나는 거기 있었죠. 당연히 그건 시스템 상의 오류였지만, 때로는 신문이나 관료행정에 의해서 누군가 그렇게 취급되기도 합니다. 그런 일은 대부분 누군가가 실력을 행사하고 자신이 가진 힘을 써서 무언가를 파괴하는 겁니다. <아쿠아리우스>에서 클라라와 젊은 사업가의 대화가 생각나요. 젊은 사업가는 계속 ‘이건 유령 건물’이라고 말하는데 클라라는 ‘그렇지 않다, 내가 여기 있다’고 응수하죠. 



    Q. 이 영화는 가까운 미래를 설정하고 있지만 ‘바쿠라우’의 세계에는 여러 시간대가 공존하는 것 같습니다. 마치 시간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고대와 초현대가 교차되고 혼재되어 있어요. 


    KMF: 영화에서 가장 저렴한 특수효과는 ‘지금으로부터 몇 년 후’라고 시작하는 겁니다. 주파수를 미래로 돌리면 관객들이 화면에서 미래를 암시하는 장치들을 눈여겨보죠. 몇 개 있기는 하지만 아주 적어요. 작년 11월에 편집할 당시에 월터 살레스의 <중앙역>이 4K로 복원되는 걸 봤는데, 1997년에 살레스가 만든 북동부는 지금처럼 룰라 대통령 이후 인터넷이 보편화된 북동부가 아니라는 생각이 퍼뜩 들었어요. 살레스의 북동부에는 여전히 60년대, 70년대, 80년대의 고유한 특징들이 있어요. 지금은 대량생산된 중국산 옷, 최신 기술, 색깔, 건축물, 물에 대한 권리, 인터넷 등으로 인해서 북동부 지역 고유의 이미지 또는 영화나 TV에서 아직까지 보여주는 전형적인 북동부의 이미지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이 현대화된 북동부를 보여줄 수 있는 것이 아주 근사하죠. 우리가 촬영한 장소에서 한두 개 정도만 바뀌고 거의 비슷합니다. 영화는 이 마을이 세상에서 어떤 자리를 차지하는지를 보여줌으로써 지리적인 문제를 초월하는데, 이것이 영화가 가진 다층적인 차원의 잠재력을 보여줍니다. 저는 특히 1970년대 미국 파나비전의 C-시리즈 아나몰픽(anamorphic) 프라임 렌즈를 사용했다는 걸 강조하고 싶어요. 브라질 영화로서는 흔치 않게 <바쿠라우>에서는 북동부 지역의 공업적인 측면을 보여줍니다. 이런 특수 렌즈의 시각적인 왜곡이 아주 익숙하면서도 낯선 (우리는 북동부를 찍는 브라질 출신의 영화감독들이거든요) 미국 영화의 한 유형을 상기시키죠. 우린 그런 렌즈의 시각적인 효과를 아주 좋아하고 그것이 이 영화에 독특함을 부여한다고 생각합니다. 



    Q. ‘바쿠라우’라는 단어는 포르투갈어에서 여러 가지 의미가 있고 또 지역적인 특색이 강하게 반영되는 단어입니다. 이 단어를 마을 이름과 영화 제목으로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이 단어가 어떤 의미를 갖는지요?


    JD: ‘바쿠라우’는 정착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예요. ‘바쿠라우’라는 새는 야행성으로 나뭇가지에 앉아 있을 때는 보호색 때문에 감쪽같이 숨겨지죠. 짧고 효과적인 단어이기도 하고, 어둠 속에서 보이지는 않지만 그곳에 살아 있는 신비로운 어떤 것, 자기가 보이고 싶을 때만 눈에 띄는 것을 상징합니다. 마을 ‘바쿠라우’도 마찬가지예요. 어둠에 익숙하고, 낮게 나는 법을 알고, 눈에 띄는 걸 원치 않죠. 고속도로 표지에도 그렇게 써져 있어요. ‘가시는 길 평안하기를.’


    KMF: 아이러니하지만, 스크립트의 한 버전에서는 테레사를 비롯한 여러 사람들이 ‘바쿠라우’라는 마지막 버스를 타기 위해 뛰는 장면에서 영화가 시작되었어요. ‘바쿠라우’는 버스 목적지에서도 사용되는 말이에요. 10대 시절의 기억들로 구성된 야심찬 장면이었죠. ‘바쿠라우’는 한밤중의 모험을 상기시키고, 다른 나라 사람들이 발음하기도 좀 어렵습니다.



    Q. 공상과학, 웨스턴, 슬래셔, 그리고 화면에서 보여지는 세르타오(북동부의 목장지대)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고 신비로운 캐릭터로 유령처럼 여기 저기서 잠깐씩 등장하는 룽가에 의해서도 구현되는 브라질 캉가수(산적)1 등 여러 장르를 혼합한 장르 영화인데요.  


    KMF: 룽가는 역사와 대중문화 속의 여러 요소를 혼합한 것으로 보는 게 맞을 겁니다. 항상 어떤 신비로운 느낌을 풍기죠. 자신의 요새, 즉 말라버린 저수지가 내려다보이는 댐에 은신해서 사는데, 영화 초반부터 우리는 그가 도망자, 어쩌면 범죄자라는 걸 압니다. 룽가는 또 지역에서 인기 많은 영웅이고, ‘캉가수’ 문화의 계승자, 때로는 ‘그 여자’라고 불리는 게이이기도 해요. 잔혹한 교도소 폭동을 목격하면서 자신의 모습을 잠깐 기억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영화에 담지는 않았어요. 브라질의 유명한 배우인 실베로 페라라에게서 룽가의 몸과 얼굴을 본 게 정말 놀라웠고요. 장르적인 면에서 우린 <바쿠라우>를 항상 서부영화라고 생각했습니다. 장면에 말만 나오면 항상 애들처럼 되었거든요. 


    JD: 룽가는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전래동화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괴물이 될 수도 있고 영웅이 될 수도 있죠. (북동부 지역의) 산적이 될 수도 있고요. 룽가가 끼고 있는 반지들과 화려한 스타일이 우연히 그렇게 된 게 아니죠. GPS에도 안 나오는 비포장도로를 따라가다 보면 골짜기에 지어진 흙집 같은 걸 보게 되고, 그 집의 창문을 보면 그 창문 뒤에서 누군가 나를 보고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창문을 두드리는 사람이 누구인가? 그 여자는 왜 숨었을까? 그렇게 해서 룽가라는 인물이 탄생한 것 같아요. 

    1) 캉가수는 19세기 말 20세기 초에 북동부 지역에 만연했던 ‘의적’으로 50년대와 60년대 브라질 영화에서 많이 등장했다. 



    Q. 이 영화는 미국 문화의 지배, 식민주의 (Coronelism)2, 남부와 북부지역 간의 경쟁, 역사와의 충돌 등 여기저기에서 브라질의 역사와 사회를 직간접적으로 보여주면서 북동부의 관점을 취하고 있습니다. 


    KMF: 네, 우주에서 찍은 지구의 모습에서 ‘바쿠라우’로 점점 줌인 되는 것으로 영화가 시작되는데요. 그 지구의 모습은 스크립트에 적어두었던 아이디어였는데, 후반 작업에서 마침내 그 모습을 봤을 때 영화에서 잘 다뤄지지 않는 지구 위의 한마을로 줌인해 들어가는 느낌이 꽤 괜찮다는 걸 알았죠. 또 <헤시피 프리오>에서는 아르헨티나인인 뉴스 리포터가 내가 태어나고 살아온 도시에 대해 관찰 (실제로는 내가 적은 관찰이죠) 하는 모습이 나옵니다. 그래서 TV 여행 프로그램이라는 매체에서 일하는 인물을 통해 여러 가지 이미지와 생각들이 투사되죠. 아르헨티나인의 정체성과 유머, 브라질에 대한 특유의 편견을 갖고 있고, 헤시피에 대해 아무런 애착이 없는 사람이 헤시피에 대해 이야기하거나 그것을 보여주는 방식을 고민했어요. <바쿠라우>에서는 브라질과 세상에 대해 우리가 관찰한 것을 발전시키기 위한 여러 아이디어가 있었는데, 가능하면 아주 지역적인 것으로 만들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북동부적 관점’이 우리에게는 굉장히 자연스럽다는 걸 인정해야겠군요. 우리가 북동부 출신의 브라질인들이거든요. 


    JD: 이 영화의 관점이 북동부적이고 그것이 우리의 관점이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이 이런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욕망의 기저에 있거든요. 영화에서 북동부 지역이 훨씬 더 많이 다뤄져야 합니다. 우리가 <바쿠라우>에서 보여준 것처럼 다들 가난하지만 아무도 불쌍하지 않다는 점에서 특히 더 그렇죠. 


    2) 콜로넬리즘(coronelism)은 구 공화국 시대(1889-1930)에 브라질의 특정 지역이나 인구 집단을 관할했던 힘센 지주나 장군이 지역의 권력을 장악했던 형식의 정치체제를 말한다. 이 용어는 브라질인들의 삶에 이 체제가 지속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는 모습을 지칭하기도 한다. 



    Q. 그런 모든 사회∙역사적 함의와 함께 이 영화는 또 ‘우리’는 누구인가?, ‘타자’란 누구인가?라는 정체성의 개념을 탐색하고 있는데요. 옳고 그른 것, 지역과 외부 등을 구분하는 선이 모호합니다. 


    KMF: 전형성(관찰자, 영웅, 악인, 민주적인 지도자, 잔혹한 독재자, 피해자)에 부합하는 인물이 자신의 내적인 모순으로 뒤집힐 수 있는지, 또는 그러한 유형의 인물들로 구성된 바로 그 구조 때문에 아주 쉽게 웃기거나 겁에 질리게 할 수 있는 드라마적인 상황이 차단되는 건 아닌지 의문을 품은 적이 있습니다. ‘우리의 영웅 룽가가 피에 굶주린 살인자가 되는 것이 괜찮은가?’, ‘독재자가 피해 집단의 비극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해도 괜찮은가?’, ‘특정한 유형의 브라질인은 낯선 환경에서 어떻게 행동하는가?’, ‘바쿠라우는 세계의 외딴 구석인가 아니면 인공위성이나 비행기에서 볼 때 우리를 정서적으로 품어주는 안식처인가?’ 같은 질문들을 말이죠.



    Q. 이 영화는 과거의 상처가 다시 파헤쳐 진 브라질의 현 정치 상황과 매우 흡사할 뿐 아니라, 사람들을 죽이는 댐, 의료제도, 총기 관리와 같은 구체적인 문제들을 제기하기도 하는데요. 


    KMF: <바쿠라우>가 세계의 역사와 엮여지는 모습을 보는 게 흥미롭습니다. 우리가 쓴 내용을 그대로 보여주는 정치적인 사건들이 일어나는 몇 년 동안 계속 시나리오를 쓰고 있었거든요. 책을 쓰레기처럼 다루는 것처럼 구제 불가능하고 브라질인들의 삶의 한 부분이 되어버린 폭력적인 사회에 도전을 제기하는 측면들이 있습니다.  


    JD: 스크립트를 쓰는 내내 현실과 일종의 경쟁을 하는 것 같았습니다. 날마다 들리는 뉴스들이 너무도 기가 막히고 디스토피아적이어서 (지금도 그렇고요) <바쿠라우>가 점점 더 개연성이 생겼죠.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브라질과 세계는 날마다 우리에게 영화의 ‘티저 광고’를 제공하고 있어요. 



    Q. 미학적인 측면에서는 최소한도의 인터커팅으로 롱테이크를 선호하고 있습니다. 그 방식이 어떻게 등장인물들과 그 공간의 관계 그리고 촬영에 영향을 끼쳤는지 궁금합니다. 


    JD: 시나리오를 쓸 때 쇼트와 커트를 마음속으로 상상하고 장면을 분석했어요. 편집할 때는 쇼트 타이밍을 더 잘 볼 수 있었고, 그런 타이밍이 오르막길을 올라가는 것처럼 리듬과 긴장감이 끊기지 않아야 한다는 우리의 목표에 어떻게 부합하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관객들이 이야기에 몰입해서 혹시라도 중요한 장면을 놓칠까 봐 눈도 깜빡이지 않게 되는 거죠. 공간이라는 측면에서 보면 ‘바쿠라우’는 가시가 달린 ‘까아찡가’라는 식물이 자라는 낮은 바위 언덕들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외부인들이 이곳을 택한 이유가 논리적으로 분명해야 했어요. 높은 곳에서 먹잇감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고 사방에서 공격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바쿠라우’의 주민들이 숨는 데 능하다는 건 예상치 못했어요. 그건 토니 시장이 처음 마을에 올 때 드러나죠. 주민들만 알고 있고 꼭 필요할 때만 쓰는 아주 오래된 토굴 같은 게 마을에 있을 수 있죠.


    KMF: 제 경험상 일단 촬영장에 서면 배우들의 문제, 불가능한 촬영 일정, 해가 떴다가 10분 만에 폭우가 몰아치는 예측 불가능한 날씨 등으로 인해서 그렇게 쇼트를 나눠두는 건 완전히 무용지물이 됩니다. 가끔은 카메라 2대로 미친 듯이 촬영하고, 때로는 서로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두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어요. 스테디캠은 사용하지 않기로 결정했기 때문에 모든 카메라 동작을 트래킹으로 했습니다. (처음부터 카메라가 계속 움직여야 할 거라는 걸 알았죠.) 우리 스태프들이 계산해봤는데 2달간 1,200미터를 깔았대요. 아주 재미있었답니다. 



    Q. 미래적인 느낌의 전자음을 포함해서 사운드트랙에서 팝송과 인스트루멘탈(악기 연주)이 이용되는데요. 음악은 어떻게 결정하셨나요? 


    JD: 영화에 나오는 모든 음악이 제각각의 논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새로운 장의 시작을 알리거나, 아주 기괴한 일이 일어날 것을 암시할 수 있죠. <바쿠라우>에서는 브라질이나 다른 외국곡뿐 아니라 새로 작곡한 곡이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음악을 맡은 마테우스 알베스와 토마스 알베스 수자 형제는 정말 재능이 많은 친구들이에요. 영화에 들어갈 트랙을 고르기 전에 엄청나게 다양한 아이디어들을 실험해봤어요. 악보는 오랫동안 물 밑에 있었고, 여러 가지 방식으로 그걸 테스트해봤죠. 시나리오를 쓸 때는 처음부터 음악을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그걸 여과시킬 시간을 남겨두지 않으면 위험하죠. 나중에 후회할 수 있어요. 우리의 경우에도 스크립트에는 있지만 편집에서 잘린 곡들이 있거든요. 


    KMF: 마테우스와 토마스는 굉장히 다른 스타일의 영화광들이에요. 제랄도 반드레와 제리 골드스미스 그리고 일렉트릭을 칵테일처럼 혼합하는데 우리가 딱 원하는 스타일이었죠. 내가 영화를 제작하겠다고 결심하는데 가장 큰 영향을 끼친 감독 중 한 명인 존 카펜터의 ‘나이트’같은 훌륭한 작품에 대한 권리를 살 수 있어서 정말 기뻤다는 걸 인정해야겠군요. 영화에 삽입하는 음악에서 가장 어려운 점은 언제 끊어야 할지를 아는 겁니다. 내러티브가 얽히고설킨 장르라면 음악이 있는 게 좋죠. 모든 걸 한데 모으고 나면 정말 아름답거든요. 



    Q. ‘바쿠라우’에는 핵심 인물들이 일부 있고, 유명 배우인 소냐 브라가와 우도 키에르가 두 집단의 리더 격인 인물로 나옵니다. 등장인물과 집단 간에 그리고 배우들 간의 균형은 어떻게 맞추셨는지 궁금합니다. 


    JD: 제작 과정에서 사실 그게 가장 까다롭고도 흥미로운 부분 중 하나였어요. 여러 집단에 똑같이 관심을 기울이고, 어떤 집단도 더 강하거나 약해지지 않도록 신경 썼습니다. 세르타오에 지금 가보면 아프리카계 흑인들이 거의 없습니다. 사탕수수 공장에서 일하기 위해서 다들 조나 다 마타로 옮겨갔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흑인 노예의 후예들은 내륙에서 자랐습니다. 내륙은 흑인 노예들이 마을을 이루어 살면서 저항군을 형성한 곳이죠. ‘바쿠라우’도 충분히 그런 곳이 될 수 있고요. 이곳은 그냥 외진 시골마을이 아니라 브라질의 다른 지역들처럼 다양성이라는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형성된 곳이거든요. 온갖 피부색과 인종/민족 출신의 사람들이 있습니다. 일례로, 우리는 토니라는 인물이 일본계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 적도 있어요. 


    KMF: 도표나 분석기, 텐션 미터 같은 걸 사용하지 않았어요. 시나리오는 살아있는 생물이어야 해요. 즐겁고, 약간 심각하고, 약간 미친 듯해야 하죠. <네이버링 사운즈>에서는 서커스에서처럼 접시 돌리기를 하면서 하나도 떨어지지 않게 균형을 잡아야 한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바쿠라우>에서는 수많은 등장인물들이 학교의 합주단처럼 어우러져서 기분이 좋습니다. 소냐와 우도는 영화계의 전설인데, 살면서 한 번도 연기를 해본 적이 없는 사람들과 함께 세트장을 나눠썼어요. 이건 언제나 환상적인 조합인데, 그 비밀은 화면을 장악하는 얼굴과 사람들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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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클레버 멘돈사 필로(Kleber Mendonsa Filho)
    1968년 브라질 북동부 헤시피 출생. 대학 졸업 후, 영화 평론가와 기자로 일했다. 1990년대에는 자신만의 회사인 ‘시네마스코피오’를 설립, 여러 편의 다큐멘터리와 실험적인 단편 작업을 이어왔다. 마침내 2012년 첫 장편 영화 <네이버링 사운즈>로 데뷔, 제41회 로테르담국제영화제 국제비평가협회상을 수상했다. 2016년에는 그의 두 번째 장편 <아쿠아리우스>가 제69회 칸영화제 장편 경쟁 부문에 진출하였고, 해당 작품으로 프랑스영화비평가협회상 최우수외국영화상 수상 및 세자르영화제 최우수외국영화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되는 등 세계에 자신을 각인시켰다. 현재 가장 주목받는 브라질 감독이다. [ FILMOGRAPHY ] <바쿠라우> (2021), <아쿠아리우스> (2016), <네이버링 사운즈> (2012) [Award] 제52회 시체스국제영화제 오피셜 판타스틱 부문 감독상 제52회 시체스국제영화제 Jose Luis Guarner 비평가상 제52회 시체스국제영화제 Carnet Jove 부문 판타지장르상 제37회 뮌헨국제영화제 아리 오스람상 제72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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