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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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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피투성이 연인> 포스터, 이게 진짜 축복일까?, 2023년 11월 15일 개봉

나의 피투성이 연인(테크)

Birth
프로그램명
11월 한국독립영화 프로그램
상영일자
2023-11-22(수) ~ 2023-11-25(토)
상영관
시네마테크
작품정보
155min | D-Cinema | color | 한국 | 2022 |
관람료
일반 8,000원 / 청소년 7,000원
감독
유지영(YOO ji-young)
배우
한해인, 이한주, 오만석, 최희진, 박미현
배급사
(주)디오시네마
  • 주목받는 신인 작가 ‘재이’와 성실한 영어 강사 ‘건우’는 비혼, 비출산 커플이다. 

    그들에게 찾아온 뜻밖의 임신. 

    자신의 삶을 원하는 ‘재이’와 우리의 삶을 원하는 ‘건우’ 

    함께라는 미명 아래 다른 꿈을 꾸는 두 사람은 조금씩 무너져간다. 

    우리 안에서 나를 지킬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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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목받는 젊은 작가 재이는 신작 출간을 앞두고 있다. 재이의 동거인이자 애인인 건우는 보습 학원 영어 강사로 일하며 묵묵하게 재이를 보조하고 있다. 두 사람은 모두 서로를 아끼고 있으며 이대로 행복하다. 하지만 갑자기 예정하지 않았던 아이가 생기면서 두 사람의 삶에 크나큰 변화와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다. 재이는 임신과 출간 작업으로 예민해지고 건우는 위험을 감수하며 학원을 차린다. 는 시종일관 나직하면서도 불길하다. 영화가 시작하고, 아침 식탁에 앉아 지난 밤 꿈 내용에 관하여 평온하게 대화를 나누는 재이와 건우의 장면에 서 이미 그 불길함이 깃든다. 는 삶의 곤경에 처한 이들에 관한 예민한 정밀화이자 신중한 성찰기다.

    (2022년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 정한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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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HOT ISSUE ]


    제57회 카를로비 바리 국제영화제 프록시마 그랑프리

    &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상 수상

    국내외 평단이 인정한 웰메이드 화제작!


    동시대 우리 모두의 고민을 날카롭게 파고든 웰메이드 화제작 <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계획에 없던 임신으로 서로 다른 삶을 지향하게 된 연인이 일그러져 가는 과정을 그린 하이퍼 리얼리즘 드라마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를 시작으로 제48회 서울독립영화제, 제2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18회 파리한국영화제, 제10회 마리끌레르영화제 등 유수의 영화제에서 호평받으며 화제를 모았다. 특히, 역사와 권위를 자랑하는 동유럽 최고의 영화제인 제57회 카를로비 바리 국제영화제에서 올해 경쟁 부문에 진출한 유일한 한국 영화로 프록시마 그랑프리(대상)를 수상하며 한국 영화의 위상을 높였다.

    글로벌 평단은 한국 사회에서 여전히 금기시되는 주제를 정면으로 다룬 유지영 감독의 날카로운 통찰력에 주목했다. 먼저, 카를로비 바리 국제영화제 마틴 호리나 프로그래머는 “여성이 자신의 몸에 일어나는 일을 결정할 때보다 부모 됨의 금기와 모성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려야 할 때가 또 있을까?”라고 평했으며, 파리한국영화제 다비드 트레들러 수석 프로그래머 또한 “여성의 욕망에 관계없이 고전적인 가족 패턴을 따르도록 여성에게 가해지는 사회적 압력을 들여다본다. 유지영 감독은 등장인물의 심리를 깊숙이 파고들며 자국의 관습을 예리하게 관찰한다”라며 뜨거운 작품의 메시지를 짚어냈다. 프리미어 상영한 부산국제영화제 정한석 프로그래머는 “삶의 곤경에 처한 이들에 관한 예민한 정밀화이자 신중한 성찰기”라며 작품의 섬세함에 찬사를 표했다. 씨네21 배동미 기자는 “여성의 창작활동과 출산 사이의 반 비례성을 탐구한 보고서. 여성에게 가장 복잡한 문제인 임신을 예민하게 그려냈다”라며 현대 사회에서 여성이 처한 위치를 비추는 작품의 시의성을 높이 평가했다.

    제27회 부산국제영화제 시민평론상 수상을 뒷받침하듯, 관객 역시 155분의 러닝타임이 무색할 만큼 강렬한 화두로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하는 작품에 박수를 보냈다. “지금 이 시기에 꼭 필요한 이야기”(부산영화제_조**), “언젠가 주어질 삶의 과제를 위한 참고서이자, 누군가가 거쳐 왔던 역사서"(부산영화제_전**), “러닝타임이 휘몰아치듯 지나갔다”(부산영화제_문**), “금기라고 여겼던 것을 부수는, 새로운 한국 독립영화의 순간이 열리는 것을 보았다”(왓챠피디아_준**), “국내 사회의 초상과 같은 영화”(왓챠피디아_movie**),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쯤 어떤 강렬한 느낌을 몸소 체험할 수 있을 것”(부산영화제_김**) 등 뜻깊은 후기를 전했다.


    유수의 국제영화제를 통해 영화의 진가를 입증한 올해 놓쳐선 안 될 한국 영화 <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극장을 나선 후에도 오랜 여운을 선사할 것이다.



    차가운 계절에 찾아오는 가장 뜨거운 작품

    모성 신화를 깨부수는, 오롯이 ‘나’이길 택한 이의 이야기

    현생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질문하는 오늘의 영화!


    청춘의 불안과 방황을 그린 첫 장편 데뷔작 <수성못>(2018)에 이어 두 번째 영화로 돌아온 유지영 감독의 신작 <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뜨거운 질문을 품고 있다. 이번에도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도맡은 유지영 감독은 ’가정을 꾸리고 아내이자 엄마로서 안정된 삶과 작가이자 감독으로서 삶이 공존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영화의 출발점으로 소개한다. 감독 개인의 아주 사적인 경험에서 발화된 이야기는 임신과 모성에 대한 사회적 통념과 편견을 깨부수고 적나라한 고뇌와 갈등을 드러낸다.


    <나의 피투성이 연인>에서 비혼, 비출산, 동거 커플로 삶의 균형을 맞춰온 ‘재이’와 ‘건우’는 계획에 없던 임신으로 위기를 맞는다. 영화는 임신을 계기로 반대의 미래를 그리게 된 두 사람이 어긋나는 과정을 현실적으로 묘사한다. 엄마보다 작가이길 원하는 ‘재이’와 생겨난 아이와 함께 하는 가족의 미래를 꿈꾸는 ‘건우’는 맞닿지 않는 평행선을 이룬다.

    이제 두 주인공은 서로 다른 지점에서 스트레스가 증폭된다. ‘재이’는 스스로 택한 작가라는 길에서 소포모어 징크스의 중압감도 이겨내고 책을 완성한다. 그러나 임신이라는 난제는 그가 감당할 수 없는 거대한 공포로 삶을 송두리째 뒤흔든다. 반면, 보습학원 강사로 일하며 ‘재이’의 길을 지지해 온 ‘건우’ 또한 ‘출산’ 문제에 있어서는 ‘재이’와 격렬하게 대립하며 무거운 책임감을 떠안는다. 영화는 커리어를 우선하는 여성의 선택이 이기심으로 치부되는 차별적인 시선과 성 역할의 고정관념에 따른 부담감 등 사회적 평가에서 결코 자유롭지 못한 인물의 초상을 그리며 묵직한 공감을 자아낸다.


    모든 임신이 축복이기만 할까? 함께하기 위해 나를 희생해야 한다면 그 관계는 옳은 것일까? 정답이 없는 인생의 질문에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는 결국 관객 저마다의 몫으로 남겨진다. 분명한 것은 유지영 감독은 앞서 난제를 품은 한 사람으로서 비슷한 상황을 맞이할 혹은 이미 그 시절을 지나왔거나 겪고 있을 우리로 하여금 ‘내가 바라는 나의 삶’에 대한 생각의 기회를 열어 준다.


    통념과 편견의 호수에 묵직한 돌을 던지며 ‘우리’ 안에서 ‘나’를 지키려 노력하는 수많은 ‘재이’와 ‘건우’를 응원하는 영화 <나의 피투성이 연인>은 가장 뜨거운 주제로 우리를 찾아온다.



    어딘가 살고 있을 ‘재이’와 ‘건우’ 캐릭터 그 자체

    155분간 완벽한 몰입감을 이끈 한해인 & 이한주의 연기 앙상블!


    특유의 서늘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영화 <나의 피투성이 연인>의 중심에는 한국 영화계 가장 주목되는 두 배우 한해인과 이한주가 있다. 이들은 155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에도 생생한 호흡으로 압도적인 몰입감을 선사한다.


    신작 집필을 앞두고 원치 않은 임신으로 모든 것이 뒤틀어져 버린 작가 ‘재이’ 역은 제24회 전주국제영화제 화제작 <폭설>(2023), 옴니버스 영화 <기기묘묘>(2022) 중 ‘유산’ 등에서 독보적인 매력과 연기로 눈도장을 찍은 배우 한해인이 맡았다. 그는 자신의 인생을 살고 싶은 욕구가 이기심으로 치부되는 현실에 부딪힌 인물의 고뇌와 갈등을 생생한 연기로 표현한다. 작품 속 완벽한 ‘재이’로 호흡한 한해인은 “예민하게 세상을 받아들이는 ‘재이’를 연기하기 위해 평소 말하는 톤과 다르게 접근했다.”라며 섬세한 인물을 체화하기까지의 노력을 전했으며, “스스로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재이’로서 느끼며 욕망에 대해 주저 없이 말할 수 있는 용기를 얻기도 했다.”라며 캐릭터와 함께 성장했음을 밝혔다. 자신의 캐릭터를 진정성 있는 연기로 소화해 낸 그는 비슷한 고민을 가진 여성 관객들에게 진한 공감과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것이다.


    <여섯 개의 밤>(2023), <헌트>(2022), <그 겨울, 나는>(2022) 등 독립영화와 상업영화를 넘나들며 깊은 인상을 남긴 배우 이한주는 ‘재이’의 연인 ‘건우’로 책임감의 무게에 짓눌린 남자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린다. 그는 특유의 나직하고 차분한 목소리와 묵직한 감정 연기로 극의 현실감을 더하며, 탄탄한 내공으로 변곡점마다 강렬한 존재감을 발한다. ‘건우’를 현실 캐릭터로 소환한 이한주는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캐릭터에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매 순간 나름의 최선을 다한 ‘건우’의 레이어들이 쌓여야만 후반의 선택에 따른 결과에 관객들도 마음이 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라며 캐릭터에 대한 이해와 집중력을 연기의 중점으로 꼽았다


    유지영 감독은 “한해인 배우는 외적으로 연약하고 작은 체구를 가지고 있으면서 내적으로는 혼돈과 불안, 부유하는 감정들을 다스리려고 끊임없이 노력하는 강인함이 있다. 이한주 배우는 굵직한 연기 선을 가진 배우로 순간순간의 감정을 거리낌 없이 표현하여 보는 이로 하여금 마음을 앗아가게 하는 매력이 있다.”라며 두 배우를 캐스팅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정지혜 평론가는 “감정의 저점부터 폭발적인 한순간까지 섬세하게 표현해 낸 두 주연 배우의 연기와 그 힘을 이어받은 영화가 불안의 소용돌이 한가운데로 우리를 데려갈 것이다.”라며 이들의 연기 앙상블을 극찬했다.


    어딘가 존재할 것 같은 생생한 현실 캐릭터를 탄생시킨 배우 한해인과 이한주의 열연은 스크린에서 확인할 수 있다.




    [ PRODUCTION NOTE ]


    나의 ‘소중한’ 피투성이 연인들에게.


    제작일지란 아마도 영화를 제작하는 영화인들에게 도움이 될 글이어야 할 텐데 이 글은 그러하지 못할 것이란 것을 먼저 알리고자 합니다. 그것은 영화가 감독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저의 혼란한 마음속 스멀스멀 기묘한 싹이 피어나 어느 순간 어떤 꽃이 피는 지, 그것을 참지 못하고 공포에 떨며 불안한 마음에 만든 대단히 사적인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영화감독으로서의 저는 이 영화가 관객을 염두에 두지 않았다고는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고민하고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졌던 저와 현장에서 저이기도 한 모든 인물들의 연기를 바라보는 고통을 지나 철저히 관객에게 보여 질 객관적인 영화를 생각하며 세상에 상영본을 내놓았던 저는 같은 인물이자 동시에 다 다른 인물입니다. ‘시절 인연’이란 촌스러운 표현을 좀 쓸게요. 저의 시절 인연이었던 사람과의 일을 모두 다 정성껏, 왜곡 없이 다루진 못했지만 그 시절 그와 나를 떠올리며 만든 이 영화는 글을 쓰는 지금도 제겐 끝나지 않은 아픔입니다. 그리하여 이 제작일지는 영화를 보신 여러분에게 혹은 보고자 하시는 분들께 되려 사랑과 인간관계, 그리고 ‘나’라는 존재에 대해 묻고 싶은 편지입니다.

    저는 이제껏 반성을 하려고 영화를 만들어 온 것 같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 말이 불편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하지만 소설도 아니고 시도 아니고 연극도 아닌, ‘영화’로 저를 반성하고 있다는 점에서 저는 영화 매체의 언어를 사랑하기 때문이라고 말씀드려야 할 것 같습니다. ‘말할 수 없는 것’을 전하는 방법을 저는 영화 외에는 모릅니다.

    저는 말보다 글이 익숙한 사람입니다. 또한 불완전한 완벽주의자인 저는 영화를 만드는 시작부터 끝까지 매 순간 제가 전할 수 없었던, 전하고 싶었지만 전하기 쉽지 않았던 이야기를 영화로 녹여내려 스스로를 매우 다그치고 검열하고 객관화하려 했습니다. 그렇지만 저는 결국 완벽히 해내지는 못한 것 같아요.

    완성된 영화를 보며 저는 여전히 그 시절, 그 관계의 자장 안에 있고 어떤 부분은 지나치게 솔직했지만 어떤 부분은 매우 방어적으로 표현했다는 사실도 말씀드리려 합니다. 그렇게 그런 혼란 가운데 이 영화는 만들어졌습니다. 삐뚤빼뚤 모난 채로 완성된 이 영화를 관객분들이 어떻게 봐주실까 궁금한 한 편 차라리 아직 매듭짓지 못한 마음을 나누는 것이 더 솔직하다 싶은 양가적인 마음도 듭니다. 어쩌면 이 영화를 보고 극장을 나서실 관객분들께서 저에게 들려주실 답안을 기다리는 지도요.

    재이는 지나치게 예민하고 작은 행동만으로도 상대방의 마음을 읽어내는 초민감자입니다. 재이는 소설가라는 자기의 일을 너무도 사랑하여 글쓰기를 자기와 동일시하는 인물입니다. 그 말인즉슨 글이 별로면 자신도 한없이 가치가 없고 글이 좋으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은 기분으로 사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재이는 가끔 외롭습니다. 글이 써지지 않을 때, 로또 100억을 주어도 소용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글의 막힘을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그는 몸과 정신으로 창작의 고통을 온전히 받아냅니다. 그런 그에게 남자친구 건우의 힘내라는 정성 어린 한마디는 들리지 않았습니다. 너무 가볍게 생각되었습니다. 그런데 재이는 모순적이게도 건우를 무척 사랑했습니다. 이유는 별것이 아닙니다. 건우는 늘 재이를 웃게 합니다. 건우 덕분에 세상이 자신을 잊을지도 모른다는 재이의 근심과 두려움, 공포에 싸여 있던 얼굴은 벙끗 벙끗 웃을 때가 많습니다. 건우는 늘 재이가 빛난다고 말해주었거든요. 그런 재 이는 건우가 자신의 영원한 동반자라 생각했습니다. 결국 어느 하나 좋은 작품을 써내지 못하고 누구 하나 알아주는 바 없어도 재이 옆에는 건우가 있다는 것을 재이는 깊이 알았기 때문이에요. 그리고 또 하나-깊은 우물 안에 웅크린 재이에게 “이렇게 세상은 아름다운데 슬퍼하는 네가 가여워 눈물이 난다.”는 건우를 재이는 영원히 곁에 두고 싶어 했습니다.

    불행은 여기에서 시작되었나 봅니다. 재이만큼 예민하고 섬세한 감성을 가진 건우는 자신을 바라보고 웃고 재잘거리는 재이를 보며 강해져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재이 안의 어린아이를 바득바득 지켜주려 했습니다. 건우는 그것이 보람되었고 그것이 행복이라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건우는 재이에게 의지할 수 없었습니다. 건우 또한 세상살이 힘든 것이 없었겠냐마는 자신보다 더 연약하고 부서질 것 같은 재이에게 티를 낼 수 없었습니다. 건우의 성격 또 한 한몫을 했어요. 어차피 둘 다 힘들 것이면 혼자 감당해야 하는 것이 효율적이라 생각했을 건우입니다.

    점차 재이는 술도 자주 했습니다. 가장 쉽고 편리하고 간단한 방식으로 내면의 어려움을 해결하려 술을 마셨습니다. 술을 마시면 재이는 조금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습니다. 술이 자신을 파괴하고 있다는 것을 모른 채 조금의 불편함이 내면에 깃들면 술을 찾았습니다. 그런 재이가 건우는 미웠습니다. 건우는 기억합니다. 총명하고 맑았던 재이의 눈동자를. 술로 인해 스스로를 피폐하게 만들고 가장 가깝고 원하는 사람을 걱정과 불안, 미운 말들의 고통 속으로 빠트리고 있다는 것을 건우는 심각하게 인지했습니다.

    오랫동안 건우는 재이를 보살펴 주었고 재이는 술로도 해결되지 않는 갖가지 두려움의 늪에 서 벗어나는 방법을 몰랐습니다. 맞아요. 재이와 건우는 둘 다 약하고 여리고 무엇보다 ‘동시에’ 아팠습니다.

    그럼에도 힘을 내어 이별을 고한 것은 건우입니다. 건우가 용기를 냈습니다. 어렵고 무거웠던 관계를 건우가 먼저 힘내어 질긴 인연을 끝내고자 했습니다. 이것은 마치 건우가 선사한 마지막 선물, 즉 재이와 건우의 기나긴 이별이 아니라 마치 둘의 시작인 것 같았습니다. 이 관계의 끝은 서로가 온전히 자신을 지키고 만족할 때 ‘행복할 때’ 시작되어야만 한다고 건우가 울부짖는 심정으로 말했다고 재이는 생각하고 그 이별을 토 달지 않고 받아들였습니다.

    7년의 ‘우리’ 후, ‘혼자’인 제가 이 영화를 세상에 내보였습니다. 이별 후 그가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나는 이 영화를 보는 게 조금 그래.” 저는 그 마음을 충분히 잘 알기에 아마 도 그는 이 영화가 개봉을 하더라도 보지 않을 것이란 걸 압니다.그는 늘 말했습니다. 그 사람의 말과 행동이 곧 그 사람을 판단할 수 있는 근거라고.

    하지만 저는 늘 말했습니다. 말과 행동으로 표현할 수 없는 사람도 있다고. 내가 그런 사람이라고. 삐뚤어진 나의 말과 행동으로 깡그리 유지영이란 사람을 평가하고 판단하는 것이 야속했습니다. 더욱이 그는 자주 우리는 다르다고 말했습니다. 그건 가시처럼 아픈 말이었습니다. 그런 제가 이 영화를 세상에 내어 놓았습니다.

    그가 바랐던, 내가 나이고 당신이 당신일 때 온전히 우리가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 믿으며 저는 이 영화의 결말을 의심의 여지없이 지었습니다. 저는 그를 응원하고 있어요. 그도 저를 응원하고 있을 거라는 것을 저는 압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여러분들은 모두가 한 때 누군가의 사랑의 대상이었고, 사랑의 주체였으며 사랑한 이를 떠나보낸 기억을 떠올리며 결국 다르다는 것이 틀리다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모진 시기와 풍파가 관계를 휘두를 수 있다는 것을. 무엇보다 그것이 어떤 이유가 되었든 고통스러운 시절을 거쳐 우리는 한 발짝 세상으로 나서고 또 한 발짝 좋은 사람이 되는 길로 가고 있는 것임을 저보다는 덜 아프고 덜 외롭게 받아들이시길 원합니다.

    저는 이 영화를 통해 자아실현, 남녀의 공존, 결혼, 출산과 육아, 경단녀 등 많은 것들을 담아냈습니다. 그러나 본질은 이 모든 양분법 사이에서 흔들거리며 경계를 딛고 선 모든 분들에게 우리는 따지고 보면 혼자가 아니라고, 우리를 받쳐주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있었고 그들과 함께여서 존재했으며 앞으로도 어떤 형태이든 사람과 사람이 만나 온전한 내가 되고 네가 되는 이 세상을 또 뚜벅뚜벅 살아갈 것이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재이는 파도 소리가 들리는 작은 자기만의 공간으로 글을 쓰기 위해 이동하였습니다. 더 이상 누구도 의지할 곳 없는 곳에서 재이는 글을 쓰며 이 영화가 끝이 납니다. 그런데 저는 이것이 재이의 마지막이라 생각지 않습니다. 재이가 글을 쓰고 또 앞으로 겪게 될 수많은 일들을 저는 누구보다 궁금하고 기대하며 여러분들과 함께 응원합니다.

    또한 제가 겪었던 힘든 시간과 이 영화가 상영이 될 때마다 겪게 될, 떠오르는 지난 인연을 감내하게 하는 관객 여러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미리 전하고 싶습니다.

    소중한 관객 여러분.

    영화 친구이자 동료인 여러분들과 제 사적인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부끄러운 한 편 제 마음이 전해지길 바라며-많은 것들이 우리의 잘못으로 생겨난 일이기보다 그럴 수 있었던 일이 일어나버렸다는 것. 그리고 우리는 씩씩하게도 살아낼 거라는 것을 믿어요. 그러니 자책하지 마세요. 그 대신 자신을 많이 사랑해 주세요. ‘나의 피투성이 연인’이 여러분의 마음속 누구 하나 있다면 그것은 얼마나 고맙고 특별한 일인가요? 문득문득 그가 떠오를 때 저릿한 가슴도 우리가 살아있어 느낄 감각이고 그가 있어 힘을 내보고 싶어진다면 우린 참 다행이 아닌가요?

    유지영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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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지영 감독 사진

    유지영(YOO ji-young)
    1984년생. 홍익대 영상영화과를 졸업했으며, 한국영화아카데미 30기로 입학했다. 2011년 <고백>이라는 작품으로 전주국제영화제 단편경재부분 감독상, 제13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어느날 갑자기>는 다섯번째 연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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