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전당

이만희 감독의 작품세계는 어떤 한 가지 스타일이나 주제로 쉽게 정의 내릴 수 없다. 그만큼 그는 다양한 장르에서 다양한 소재들을 다양한 스타일로 다루어왔다. 뒤늦게 그의 작품세계를 접하는 관객의 입장에서 보자면 그의 영화세계는 파고 또 파도 그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샘과도 같다. <마의 계단>은 스릴러이자 공포물로서 이만희의 작품세계의 폭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준다. 이 작품은 전형적인 장르영화라는 틀로 병원이라는 근대적 공간에서 벌어지는 전근대적인 사건들을 그려냄으로써 어떻게 한 편의 상업영화가 시대와 조우하는지를 탁월하게 보여준다. 이 작품은 예술가라는 신화 속의 이만희가 아니라 대중들과 소통하는 영화를 정교하게 만들어내는 영화장인으로서의 이만희를 생생하게 느낄 기회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