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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램별 상영시간표

12월 한국고전영화정기상영회

2009-12-09(수) ~ 2009-12-09(수)


12월 한국고전영화 정기상영회 + 영화 사랑방
상영작_ <만추>(1981, 김수용)
일 시_ 2009년 12월 9일(수) 저녁 7시 30분

관람료_ 무료(선착순 입장)
추천_ 허은희 교수(동의대학교 영화학과)
* 이 영화를 추천하며 - 허은희

늦가을, 찬바람이 찡하게 울리고 간 코끝을 부비며 눈치 안보고 훌쩍여도 좋을 만큼 맵고 서러운 가을이 되면 항상 떠오르는 것들이 있다. 패티김의 노래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과 이효석의 수필 “낙엽을 태우며”, 그리고 영화 <만추(晩秋)>.
김지헌의 시나리오 <만추>는 지금까지 네 명의 감독에 의해 영화로 만들어졌다. 지금은 전설로 남아버린 1966년 이만희 감독의 영화 <만추>를 시작으로, 그것을 보고 감동한 사이토 고이치 감독이 1972년 일본에서 리메이크한 <약속>, 1975년 제작된 김기영 감독의 <육체의 약속>과 1981년 작품인 김수용 감독의 <만추>에 이르기까지 네 편의 작품들은 모두 늦은 가을의 풍경 속에 이루어질 수 없어 절박하고 서글픈 남녀의 사랑이야기를 봉인해 놓았다. 그리고 28여 년이 지난 2009년 현재 미국의 시애틀에서 김태용 감독이 또 다른 ‘만추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문학작품이 아닌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이렇듯 시공을 초월한 채 시대를 대표하는 감독들에 의해 새롭게 창작되는 경우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다.
12월의 어느 수요일 우리가 만나게 될 김수용 감독의 <만추>는 이만희 감독의 <만추>가 지닌 느낌을 가장 충실하게 보전하면서도 그 위에 대중성과 김수용 감독 특유의 예술적 자의식을 반영한 걸작 중의 하나로 전해진다.
이 가을의 끝, 가을을 남기고 떠난 사람이 그리워 흘리는 눈물을 향기로운 꿈으로 기억하는 패티김의 낭만적 정서도, 가을은 생활의 시절이므로 다 타버린 낙엽의 재를, 그 꿈의 시체를 땅 속 깊이 묻고 생활의 자세로 돌아서지 않으면 안 된다는 이효석의 현실적 다짐도 모두, “사랑에 배신당했다고 그 사람이 죽이고 싶도록 미웠다면 그건 이미 사랑이 아닌 거야.”라고 외치는 <만추>의 혜림 앞에서 잊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