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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회 런던국제영화제, 27회 스톡홀름 영화제 출품작
1945년 폴란드, 독일군이 떠나고 그 틈을 노린 소련군이 바르샤바 지역에 침투해 수녀들을 강간하고 약탈하는 비극적 사건이 벌어지게 된다. 전쟁이 끝나도 지울 수 없는 상처를 안은 수녀들은 임신한 사실이 당국에 밝혀질 것이 두려워 프랑스 적십자 출신의 의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이후 비밀리에 수녀원을 오가던 프랑스 의사는 임신한 수녀들에게 기적과 같은 희망이 되어 그들을 돕는다. 영화 <아뉴스 데이>는 프랑스 의사인 마들렌 폴리악의 실제 이야기를 담은 작품으로, 그녀의 노트를 발견한 조카 필립 매니알을 통해 70년 만에 세상에 밝혀졌다. <코코 샤넬>(2009)과 <투 마더스>(2013) 등 실화를 바탕으로 한 전작을 통해 연출력을 인정 받은 안느 퐁텐 감독의 최신작이다.
[Interview with 안느 퐁텐 감독]
Q. <아뉴스 데이>는 잘 알려지지 않은 1945년 폴란드에서 벌어진 실제 사건을 영화화했다.
영화에 등장하는 수녀들의 이야기는 굉장히 충격적이다. 영감을 준 프랑스 적십자 의사 ‘마들렌 폴리악’의 노트에 의하면 당시 수녀들 중 25명은 자신이 속해 있던 수녀원에서 강간을 당했고, 그 중에는 40번 연달아 당한 수녀들도 있었다고 한다. 20명은 죽임을 당했고 5명은 임신을 하게 된 이 비극적인 사건은 일부 역사가들이 이미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러시아 정부는 사건에 대해 거론하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또한, 당시 소련군들은 자신들이 비난 받을 만한 일을 저지른다고 생각하지 않았다. 전쟁 중 수고한 노력에 대해 상사들로부터 받는 보상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안타깝지만 이런 잔인한 행위는 여전히 널리 행해지고 있다. 전쟁 중인 나라에서는 이런 비인간적인 행위로 여성들이 아직도 희생되고 있다.
Q. 제작자 알트마이어 형제가 처음 이 프로젝트를 제안했을 때 어땠나?
이 이야기를 듣는 순간 완전히 빠져버렸다. 정확한 이유를 설명할 수는 없지만 강한 유대감을 느꼈다. 모성애와 믿음, 신앙에 대한 자문. 모두 이전부터 한 번쯤 다뤄보고 싶었던 주제들이었다. 참혹한 전쟁 속에서 여성들이 마주할 수 밖에 없었던 일들을 최대한 가까이 보고 싶었다. 말로는 형언할 수 없는 이 끔찍한 일들을 묘사하기 위해 말이다.
Q. 종교에 관한 주제는 익숙하게 느껴졌나?
어릴 적 카톨릭 집안에서 자랐고 이모 두 분 모두 수녀였기 때문에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 주제를 완벽하게 이해하지 않는 이상 작업을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해 수녀원의 삶을 직접 경험하기로 결정했다. 수녀의 일과와 하루의 리듬을 배우는 것이 연출에 있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영화의 배경인 베네딕트회 수녀원을 두 번이나 방문했다. 첫 번째는 참관인으로만 갔지만 두 번째에는 직접 수련에 참여하며 수녀의 삶을 확실히 경험했다.
Q. 함께 각색에 참여한 파스칼 보니체와는 두 번째 작품이다.
파스칼도 나와 마찬가지로 이 주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 그러나 우리는 최근 작품인 <마담 보바리>(2014)를 통해 서로가 좋은 시너지를 낸다는 것을 깨달았다. 우리는 두 개의 다른 세계를 서서히 융합시키는데 집중했다. 엄격한 공산주의자인 마틸드의 물질주의적인 세계, 그리고 전쟁으로 혼란에 휩싸인 폴란드 수녀들의 영적인 세계에 대해 말이다. 사회와 격리된 채 변화도 거부하고 드러내기를 두려워하는 이 수녀들에게 마틸드가 어떻게 다가갈 것인가? 누구든지 극한의 상황에 몰리게 되면 파괴적인 행동을 한다고 생각했고, 파스칼과 나는 이런 이념적인 질문을 품고 캐릭터 각각의 정신과 어두운 면들을 그리려 했다.
Q. 루 드 라쥬가 맡은 ‘마틸드’라는 인물은 굉장히 현대적인 모습을 지녔다.
그녀는 시대를 앞서나가는 인물이다. 그 당시 여자 의사는 굉장히 드물었다. 그녀는 갓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적십자에서 보조로 있었다. 어떻게 보면 이제 막 일을 시작한 단계일 것이다. 마틸드는 수녀들의 엄청난 비밀을 지켜주며 출산을 돕는다. 또한, 늦은 밤 수녀원에 가기 위해 소련군들의 바리케이드를 빠져나가 숲 속을 통과하는 등의 위험들을 감수한다. 그러던 중 소련군들로부터 위협을 당한 그녀는 이후 수녀들과 더 가까워지게 된다. 모든 과정을 통해 특정 종교는 없지만 신앙의 신비로움이 어떤 것인지를 얼핏 느끼게 된다.
Q. 임신한 수녀들이 제대로 된 치료도 받지 못한 채 비극적 사건을 은폐하려고만 하는 원장수녀의 태도를 통해 당신은 신앙이 탈선을 초래할 수 있다고 말하면서도 원장수녀를 판단하지 않는다.
이 영화는 우리 사회를 괴롭히는 것들에 대해 의문을 갖게 하고 근본주의가 무엇을 초래하는지를 보여준다. 모든 면에서 균형 잡힌 주인공을 구성하는 건 굉장히 힘든 일이다. 그녀의 행동을 누그러뜨리기보다는 내면의 동기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가 병을 얻어 베일을 벗은 채 침상에 누워 하나님께 도와달라 애원하는 모습은 희화화되기 쉬운데 아가타 쿠레샤와 같은 훌륭한 배우가 아니었다면 그리스의 비극을 연상시키는 이 원장수녀의 내면을 이렇게 깊이 표현할 수 없었을 것이다.
Q. 아가타 쿠레샤는 42살이다. 맡은 배역보다 훨씬 어리다. 그런 그녀에게 이 배역을 맡긴 이유가 무엇인가?
영화 <이다>(2013)에서 그녀는 압도적인 존재감을 드러낸다. 하지만 원장수녀 역할에 필요한 권위적인 모습을 표현하기엔 너무 어리지 않을까 우려도 있었지만 카메라 테스트를 제안한 건 그녀 본인이었다. 그녀는 민낯에 베일을 쓴 채 연기력 하나로 원장수녀의 모습을 완벽히 표현해냈다.
Q. 아가타 부젝에 대해서도 이야기해달라.
아가타 쿠레샤와 같이 아가타 부젝은 폴란드에서 굉장히 유명한 여배우다. 제이슨 스타뎀이 출연한 영화 <허밍버드>(2013)에서 그녀를 처음 발견하고는 매력적인 외모에 충격을 받았다. 심지어 영적인 느낌도 받았다. 크지쉬토프 자누쉬 감독의 추천도 있었다. 아가타 쿠레샤는 세련된 불어를 표현하기 위해 몇 달 간 쉬지 않고 노력했다. 매일 밤 촬영이 끝나면 우리 언어에 익숙해지고자 빅토르 위고의 소설을 읽었다.
Q. 마틸드 역을 맡은 루 드 라쥬에게 성인으로서의 첫 배역을 줬다.
영화 스토리 전체는 마틸드의 관점에서 그려진다. 수녀들의 세계로 관객을 이끄는 것도 마틸드며 거기에서 벌어지는 끔찍하고 상상도 못할 일들의 목격자이기도 하다. 무난한 성격일 순 없다. 그녀의 직업만 놓고 봐도 조금은 고집이 강한 성격이어야 했다. 멜라니 로랑 감독의 <숨 막히는>(2014)에서 루 드 라쥬는 인상 깊은 연기를 보여줬다. 그녀는 강하고 독특한 아름다움과 기품이 있다. 이런 기품, 약간의 고집, 신선함 그리고 숨겨둔 여린 모습들까지 모두 영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수녀원에서의 일들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느끼는 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했고, 그녀의 얼굴, 표정에서부터 뭔가가 시작된다는 것을 관객들로 하여금 느끼도록 하고 싶었다. 꼭 “그녀가 신앙을 갖게 되었구나”라고 생각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주인공이 경험하는 신앙적 자문과 이로 인해 생기는 작은 변화들을 느끼는 것이었다. 이런 혼돈 속에서 어떻게 삶의 의미를 이해할 수 있을까? 폴란드 수녀들은 지울 수 없는 상처와 고통으로부터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까? 시련을 이겨내게 해준 신앙을 과연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루 드 라쥬의 드라마틱한 통찰력은 매우 인상적이다. 그녀는 한계를 정해놓지 않는다. 마틸드처럼 용감하고 근면하다. 언어도 다른 상황에서 북부 폴란드 지역에서 폴란드 여배우들에 둘러싸여 지내는 것은 쉽지 않았을 것이다.
Q. 어떻게 이런 결말을 내리게 되었나?
모든 희망이 사라졌다고 느껴질 때 새로운 길을 개척한다는 건 관객들에게 일종의 충격을 주는 것 같다. 마틸드와 마리아 수녀가 새로운 길을 깨닫고 수녀들에게 전해주는 엔딩 장면은 우리에게 희망을 선사한다. 우리를 극도의 어둠으로 끌고 가는 이 이야기가 빛으로 끝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베트남에서 부모를 잃은 고아들을 위해 헌신하는 수녀들을 알고 있다. 그녀들은 전쟁 중 베트남 전국을 도보로 전진하며 수백 명의 고아들을 거뒀다. 나는 마리아가 마치 이 여인들과 같다고 생각했다.
Q. 이 영화는 독특한 리듬을 가지고 있다. 빠른 페이스로 지나가면서도 한편으로는 생각에 잠기게 만든다.
비극적 사건을 바탕으로 드라마틱한 긴장감을 유지하면서 수녀원만이 가진 고요하고 잔잔한 시간의 경과를 그려내고 싶었다. 시나리오를 쓰고 촬영을 하면서 두 가지를 모두 이뤄내기 위한 균형을 잡는 것이 굉장히 어려웠다. 내가 실제 수녀원에서 목격한 것들도 담아냈다.
Q. 임신한 수녀들이 진통을 느끼는 모습과 출산하는 장면은 마치 실제 상황 같다.
그 장면들은 실제 수녀원에서 촬영했다. 배우들은 과하지 않으면서 실제 눈 앞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연기했다. 마틸드에게 진료를 받는 모습부터 출산하는 과정까지 임신한 수녀들의 다양한 모습은 강한 인상을 남긴다. 마틸드가 진료할 때마다 행복하게 웃는 수녀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자신의 임신 사실을 강력하게 부인하다가 수도실 바닥에서 출산하게 되는 루드비카 수녀처럼 정신적 충격을 겪는 수녀들도 있다.
Q. <아뉴스 데이>는 폴란드에서 촬영했다. 촬영이 이뤄진 수녀원은 어땠나?
폴란드의 수녀원들은 영화 촬영을 흔쾌히 허용하지 않았다. 카롤린 샹페띠에 촬영감독이 뜰과 아치 길, 묘지만 남아있는 버려진 수녀원에 우리를 데리고 갔다. 2층 수도실은 파괴됐고 모든 것이 방치된 상태였다. 하지만 가장 적절한 위치였고 아치 길에 새로운 장소를 만드는 것을 구상했다. 양호실, 식당 그리고 작은 예배당. 사실 도박과도 같았지만 수녀원 담당 신부님은 우리의 촬영을 지지해줬다. 카롤린과 나는 폴란드 제작진들에게 알랭 카발리에 감독의 <성녀 테레사>(1986)와 로베르 브레송 감독의 <죄악의 천사들>(1943) 등 급진적인 영화들을 보여줬다. 우리는 벤치 하나부터 의자까지 모두 함께 골랐다. 단지 장식용으로 놓여있던 물건은 하나도 없었다.
Q. 카롤린 샹페띠에 촬영감독과 함께하는 세 번째 작품이다.
우리의 첫 작품인 <드라이 클리닝>(1997)을 시작으로 1996년부터 함께 했다. 카롤린은 급진적인 주제를 다룰 때 더욱 훌륭한 감독이기에 <아뉴스 데이> 속 빈틈없는 영상미를 기대할 수 있었다. 영화에서 촬영 감독의 헌신은 그 어느 배우 못지 않다. 그가 이 영화를 위해 엄청난 열정을 쏟을 것을 알고 있었다. 우리는 촬영에 들어가기 훨씬 전부터 작업을 시작했고 굉장히 가깝게 일했다. 함께 도해법을 연구했고 색깔에 대한 공부도 철두철미하게 했다. 관객들로 하여금 마치 숨과 움직임을 불어넣은 하나의 그림 속에 있는 인상을 주고 싶었고 이탈리아 르네상스 시절의 아기 예수와 성모 마리아를 염두에 두었다. 공기마저도 손에 닿을 듯한 느낌 말이다.
Q. 영화의 4분의 1은 폴란드어로 진행된다. 배우들과 일하면서 언어의 장벽은 어떻게 극복했나?
물론 통역가가 있었지만 매번 통역이 왔다 갔다 하면 녹초가 되기 때문에 우리는 주로 영어로 소통했다. 촬영하기 한달 전부터 진행한 리허설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했다. 연극에서 하듯 리얼한 리허설이었다. 배우들이 영화의 상황과 외부적인 환경까지 모두 본인의 것으로 만드는 데 도움이 됐다.
Q. 성가들을 제외한 나머지 음악이 인상적이다.
<아뉴스 데이>는 전통적인 영화 음악이 어울리지 않는 영화라는 것을 깨달았다. 종교적 성가 외에도 작은 장엄 미사에서 로시니의 피아노 협주곡, 핸델의 건반악기 조곡, 그리고 내가 굉장히 좋아하는 현대 작곡가 막스 리히터의 악곡 등이 담겼다. 그레고리 헤젤의 독창 음악은 전반적인 연속성을 보장하는데 매우 적합했다. 나는 이레나 수녀가 의사를 찾아 숲 속을 헤집고 다닐 때 들려오는 숨소리에 강렬한 힘이 있다고 생각했다. 관객들은 그녀가 눈 덮인 시골길을 지나기 위해 애쓰는 그 순간에 그녀와 함께 있는 기분일 것이다.
Q. 지난 3년이라는 기간 동안 도리스 레싱의 단편 소설을 개작한 <투 마더스>(2013)와 귀스타브 플로베르의 소설을 개작한 <마담 보바리>(2014), 그리고 현재 실화를 바탕으로 <아뉴스 데이>를 만들었다. 이렇게 계속 실화 또는 원작을 바탕으로 한 작업에 열중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어쩌면 일상 생활은 더 이상 내게 흥미롭지 않을 수도 있다. 내가 몰두할 수 있는 새로운 이야기를 항상 구상해야 한다. 하루는 한 형제님께 신앙에 대해 물었을 때, 그가 “믿음을 굳이 찾아 다니지 않아도 된다. 그것은 늘 당신 안에 있으니까”라고 대답했다. 그의 답이 매우 명쾌하게 들렸다. 실제로 나는 내가 일하는 방식에 늘 믿음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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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느 퐁텐(Anne Fontaine)
배우로 데뷔한 이후 첫 장편 <연애는 대게 비극으로 끝난다>(1993)를 통해 프랑스의 독창적이고 재능 있는 영화 감독에게 주어지는 ‘장비고 상’을 수상하며 감독으로서 이름을 알린 안느 퐁텐은 <드라이 클리닝>(1997)으로 베니스영화제 각본상까지 수상하였다. 이후, <코코 샤넬>(2009)과 <투 마더스>(2013), <마담 보바리>(2014) 등 실화 또는 원작을 재해석하며 탄탄한 각본과 섬세하고 우아한 연출력을 동시에 인정 받은 그녀는 2016년 <아뉴스 데이>를 연출하였다. 그녀의 차기작은 <마빈>(2017)으로 <뱅 갱: 모던 러브 스토리>(2016)의 피네건 올드필드와 <다가오는 것들>(2016)의 이자벨 위페르가 출연할 예정이다.포토+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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