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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40회 토론토국제영화제 초청작
눈 내리는 겨울 저녁 전도유망한 작가 토마스는 차를 운전하고 가던 중 비극적인 사고를 경험한다. 사고의 중심에서 죄책감에 시달리는 토마스는 사건으로부터 멀어져가는 시간만큼 비극을 대한 그의 태도도 점차 이성적으로 변해간다. 영화는 불의의 사고로 어쩔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 가해자와 피해자 가족의 10여년의 삶을 압축적으로 풀어내며, 충격을 대하는 방식이 놓인 입장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음을 말한다. 최근 다큐멘터리 작업에 치중해 오던 뉴 저먼 시네마의 후발 주자로 독일 영화계의 대부격인 빔 벤더스 감독이 모처럼만에 장편극영화로 돌아왔다. 한 인터뷰를 통해 이미지 생산자에서 이야기전달자로 돌아서겠다는 그의 변신의 변처럼 이 작품에서 내러티브를 이미지에 의미를 부여해 나가는 방식을 채택한다. 제임스 프랑코의 열연은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더불어 훌륭한 조화를 이룬다.[ INTERVIEW 빔 벤더스 감독]
몇 년 전 선댄스에서 시나리오 작가 비에른 올라프 요한슨에게 차기작의 대본을 보내달라고 했던 건, 아마도 종종 그래왔듯이 젊은 영화인에 대한 격려 차원이었을 것 같다.
그렇다. 요한슨이 정말로 나를 위해 글을 쓸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당시 상을 받았던 시나리오는 나중에 <노웨어 맨>이라는 아주 훌륭한 제목의 영화로 만들어졌는데, 그 해 읽었던 모든 대본 중에 단연 최고였다. 물론 그렇기에 “다음 작품 대본은 꼭 나한테 보내줘!”라고 말했던 거겠지만 말이다. 3년 후, 대본 하나가 우편으로 도착했을 땐 완전히 까맣게 잊어버리고 있었다. 하지만 물론 금세 기억했다. <에브리띵 윌 비 파인>의 초고가 너무나도 마음에 들어서 프로듀서 기안-피에로 린겔에게 곧바로 전달했고, 함께 시나리오 계약을 맺기로 결정했다.주인공 토마스라는 인물을 설명하자면?
토마스는 다소 내향적인 인물이다. 매우 창의적인 사람이자 미스터리한 인물이다. 종종 사람들은 작가의 삶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그들은 비밀을 간직하는데, 실은 거의 그렇게 하도록 강요 받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단어로, 외롭고 불가사의한 언어와의 작업으로 풀어내기에, 만남과 대화에서 그 어떤 것도 낭비할 수 없다. 피터 한트케와 폴 오스터, 마이클 온다체와 샘 셰퍼드는 모두 내가 알고 지낸 작가들이다. 하지만 그들이 작업을 진행하는 방식은 너무나도 내향적이고 외롭게 느껴져서 여전히 그들 주변에는 신비한 분위기가 감도는 것 같다. 토마스 역시 이런 종류의 수수께끼 같은 인물 중 하나다. 비극적 사건이 일어났고 자신에게 일어난 모든 일들을 혼자 간직하고 있다가 오직 자신이 쓰는 책 안에 풀어놓은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관객들은 수동적인 남자만 바라보면서 2시간을 낭비하고 싶지는 않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토마스가 상황을 헤쳐 나가며 느끼는 진실된 감정이 관객에게도 전해졌으면 했다. 이 부분은 제임스 프랑코를 캐스팅하면서 완전히 해결되었는데, 제임스가 연기하는 토마스는 너무나도 투명해서 속을 다 들여다 볼 수 있을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3D 효과를 통해서도 토마스라는 인물에 더욱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었다. 또한, 토마스가 살면서 만나게 된 여성들과의 관계 속에서 그가 어떤 사람인지 조금 더 드러나도록, 혹은 때에 따라, 드러나지 않도록 했다.토마스 캐릭터에 스스로를 반영했는가?
창작과 현실의 문제를 대할 때 느끼는 양심의 가책 부분은 그렇다. 하지만 토마스는 너무나도 분명하게 허구의 인물이며, 그렇기에 내가 외부 관찰자의 입장을 취할 수 있다는 점이 시나리오가 그토록 마음에 들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나의 어떤 부분이 반영되기는 했지만 어느 정도는 거리를 유지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아마도 <도시의 앨리스>에서 루디거 보글러가 연기한 필립 윈터나 <시간의 흐름 속에서>의 두 영웅들과 <길의 왕> 브루노, 아니면 <팔레르모 슈팅>의 사진작가가 오히려 나와 더 비슷할 것이다.3D 효과 덕분에 배우들은 굉장한 존재감을 갖게 됐다. 캐스팅 및 배우들과의 작업에 3D 효과가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미쳤나?
배우들에게 3D는 엄청난 도전이었다. 왜냐하면 3D 카메라는 정말로 모든 것을 보고 알아차리기 때문이다. 그 어떤 무엇도 카메라의 독수리 같은 시야를 피할 수 없었다. 카메라는 총 2대였는데, 마치 엄청난 파워를 뿜어내는 듯 했다. 정말 예리하고 사실적인 표현이 가능했다! 카메라 앞의 모든 것을 포착해 버린다. 아주 조그마한 과장까지도 인정사정 없이 포착해낼 수 있는 3D 카메라는 배우들로 하여금 연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저 존재하도록 만든다. 그렇기에 나는 자기만의 강력하고도 자연스러운 존재감을 지닌 배우를 캐스팅하고자 각별한 노력을 기울였다. 제임스 프랑코는 연기에 있어서 굉장한 미니멀리스트로, 가끔은 아주 약간의 힌트만 던져도 금세 자신의 연기를 제어하는 능력이 있다. 샬롯 갱스부르는 역할에 빠져드는 동시에 여전히 자기자신으로 남아, 자신의 모든 것을, 자신의 영혼까지도 표현해내는 묘한 재능이 있다. 그렇기에 그녀가 케이트인 것이다. 레이첼 맥아담스의 경우, 그녀가 맡아 온 모든 역할에서 한껏 뿜어져 나오는 놀라울 정도로 긍정적인 에너지 때문에 캐스팅하게 되었다. 촬영 중에는 배우들에게 카메라 앞에서 무언가를 보여주려고 하지 말고 그저 자기 모습 그대로 존재하라고 디렉션을 줬다. 때때로 인물들이 좀 더 진짜 같고 마치 헐벗은 것처럼 표현될 수 있도록 같은 장면을 반복하기도 했다.
3D 촬영 과정에서 느꼈던 것은?
훌륭한 배우가 되는 비결은 자신의 모든 영혼을 담아, 어떤 역할을 맡더라도 언제나 자신의 모습 그대로를 드러내는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 3D 작업을 할 때는 이러한 부분이 매우 중요한데, 거대한 안경으로 사물을 들여다보는 기분이 들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좀 더 명확하게 드러난다. 만약 배우들이 연기하는 척한다면 즉시 알아차릴 수 있게 된다. 이와 동시에 배우의 존재감은 폭발적으로 커진다. 정말 이상한 것은, 내가 지금까지 본 모든 3D영화는 극 중 인물들이나 연기를 보여주는 배우들에 관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모두 효과나 액션, 모험, 코미디에 관한 것이었고, 대부분의 경우 거대한 연재만화를 보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하지만 3D에는 분명 사물과 사람들을 도드라지게 하는 능력이 있고, 그렇기에 배우들이 카메라 앞에서 훨씬 더 미스터리한 인물이 될 수 있는, 전에 없이 놀라운 기회를 선사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영화에 참여한 모든 배우들은 이러한 기회를 십분 활용하였다. 하지만 나는 마치 깜깜한 밤에 어떤 장치도 없이 하늘을 날아가는 듯한 기분이었다. 참고할 만한 그 어떤 사례도 없었기 때문이다.레이첼 맥아담스는 모든 장면이 워낙 준비가 잘 되어 있어서 어디에 서고 걷고 앉아야 하는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고 하는데, 어떤 의미로 한 말인가? 부피가 큰 3D 카메라로 작업할 때의 제약이 마치 해방감처럼 느껴졌다는 게 아이러니하지 않은가?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하다. 3D 작업을 할 때 감독은 촬영 장소에 대해 더 잘 파악하고 있어야 한다. 배우들과 마찬가지로 장소 역시 더욱더 존재감 있고 날카롭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어디에 위치해야 하는지, 카메라는 주변의 장소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인물과 공간을 어떻게 포착해낼 것인지, 매우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3D 카메라와 공간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아주 오랜 시간을 촬영 준비에 쏟았는데, 처음엔 나 혼자, 그 후에는 스토리보드 작가와 프로덕션 디자이너, 마지막으로 촬영 감독과 함께 상의하며 준비해 나갔다. 여태껏 작업했던 그 어떤 작품에서도 이번만큼 오랫동안 촬영지에 머문 적은 없었다. 영화를 촬영했던 장소에서 사실상 2년을 보냈다. 겨울, 가을, 봄, 여름을 지나, 결국에는 촬영지 곳곳을 샅샅이 파악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매 쇼트마다 카메라가 어디 놓아져야 할지 거의 자동으로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게 되면 배우들의 행동과 움직임까지 모든 것이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마련이다. 실제로 배우들은 굉장한 해방감을 느낄 수 있을지도 모른다.영화에 중요한 영감을 주었던 화가 와이어스에 대해서 이야기해줄 수 있는가?
미국인 앤드루 와이어스는 유럽에서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의 작품을 한 점이라도 가지고 있는 미술관은 유럽에 아마 없을 것이다. 와이어스를 접하게 된 것은 책 한 권 때문이었는데, 나는 그 책이 너무나 마음에 들었다. 빛과 장소를 사랑하는 화가가 있다니! 와이어스는 펜실베니아에 있는 자신의 스튜디오로부터 1.6km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사물을 그리는 데에만 전념했다. 결코 여행을 떠나지 않았고, 이웃들, 부엌, 동물들, 나무들, 스튜디오 등 자신의 주변에서 발견할 수 있는 것만을 그림으로 그렸다. 여름에는 메인 주 해변으로 가서 그곳에서도 자기 주변에 있는 것을 그렸다. 그 책에 따르면 와이어스는 겨울에도 여름에도 빛에 매혹됐으며, 20세기의 그 어떤 화가도 따라잡을 수 없는 단순명료하고 즉흥적인 화법을 선보였다고 한다. 사진에서는 아마 이것을 ‘스냅샷’이라 부를 것이다. 겨울을 배경으로 하는 이번 영화를 위해 자료를 모으기 시작했을 당시에 눈을 그림으로 제대로 표현할 수 있는 내가 아는 화가는 딱 한 명뿐이고 그게 바로 앤드루 와이어스라는 걸 깨달았다. 그래서 그의 그림을 좀 더 주의 깊게 공부하기 시작했고 와이어스는 이 영화가 나아갈 방향을 제시해줬다. 단순히 그가 눈을 소재로 하는 그림을 그렸기 때문이 아니다. 그의 그림에는 햇빛도 담겨 있다. 저 멀리 해변이 늘어져 있는 텅빈 풍경과 창문을 통해 그곳으로 향하는 길을 볼 수 있는 아주 놀라운 그림이 한 점 있다. 탁 트인 창문, 그게 다인 그림 말이다. 하지만 그 그림 속에는 커튼을 흔드는 산들바람이 있다. 커튼은 마치 떠다니는 것만 같고, 바라볼 때마다 그 모양이 변하고 있는 듯한 기분이 든다. 아마 어떤 누군가가 많은 시간을 들여 이 커튼을 그렸겠구나 하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것이다. 어떤 면에서 와이어스의 그림은 내게 오즈 야스지로의 영화와 같다. 미니멀리스트적이고 축소되어 있으며 헌신적이고 또 단순하다. 각각의 이미지를 통해 두 사람 모두 현실을 초월하고 사물을 승화시킨다. 우리 미술팀은 와이어스의 색깔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였고, 촬영감독 브누아 드비는 와이어스가 빛을 쓰는 방식을 참조했다.기존의 음악을 삽입했던 많은 작품들과 다르게, 이번 영화는 알렉상드르 데스플라가 작곡한 곡을 삽입했다. 어떤 식으로 음악에 접근했나?
사실 처음부터 교향악적인 음악이 어울린다고 생각했고, 기존의 음악 소스는 최대한 배제하고자 했다. (그렉 브라운의 곡은 자동차 라디오에서 그리고 나중에 케이트의 부엌에서 흘러나온다. 그렉 브라운의 딸 피에타 브라운이 부른 곡 역시 라디오에서 흘러 나온다. 추가로 패트릭 왓슨의 콘서트 장면도 나온다). <미국인 친구>나 <베를린 천사의 시>를 포함한 다른 극영화에서도 교향악을 쓴 적 있었다. 보통 노래를 사용할 때 그렇듯 음악은 어디까지나 스토리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므로 오케스트라 곡 자체가 크게 주의를 끌지는 않았으면 했다. 이와 더불어 가끔씩은 주크박스나 라디오, 카페나 공공장소의 스피커 등에서 음악이 흘러나와 영화 속 이야기의 일부가 되도록 설정했다.촬영감독 브누와 드비와 작업하는 경험은 어땠는가?
브누와가 참여한 작품으로는 가스파 노에의 <돌이킬 수 없는>과 <엔터 더 보이드>, 이렇게 두 작품만 알고 있었다. 이 영화들은 매우 대담하고 탁월한 방식으로 촬영됐는데, 카메라를 갖고 어디까지 세상을 탐구해볼 수 있을까 하는 자신감이 느껴지기도 했다. 당시, 라이언 고슬링의 연출 데뷔작을 촬영 중이었던 브누와를 만나러 디트로이트로 향했다. 그곳에서 브누와가 촬영하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었다. 브누아가 어떻게 빛을 활용하는지 그 소년 같은 열정으로 어떻게 세트 전체를 고루고루 살피는지를 봤다. 나는 브누와가 작업하는 방식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모든 쇼트에 주의를 기울이는 모습이 좋았다. 처음 본 순간 내 사람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거다. 디트로이트에서 하루 정도를 함께 보내게 됐는데 정신 없는 도시를 차로 이동하며 많은 대화를 나눌 수 있었다. 브누아도 나도 사진 찍는 것을 좋아해서 우리 사이에 공통점이 많다고 느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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빔 벤더스(Wim Wenders)
1945년 뒤셀도르프에서 출생한 빔 벤더스는 뮌헨의 영화TV학교에서 수학하였다. 영화평론가로 활동하다가 1974년 자신의 프로덕션을 설립하였다. 뉴 저먼 시네마의 대표적인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1984년 [파리, 텍사스]로 칸느영화제 황금종려상을 수상했으며 1987년 [베를린 천사의 시]로 역시 칸느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한 바 있다. 작품으로는 장편 데뷔작 [페널티킥을 맞은 골키퍼의 불안](1971)를 비롯, [시간의 흐름 속으로](1976), [사물의 상태](1982), [이 세상 끝까지](1991), [멀고도 가까운](1993), [스크라다 노프스키 형제들](1995), [폭력의 끝](1997),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1999), [밀리언 달러 호텔](2000) 등이 있다. 최근작으로는 [텐 미니츠 올더-트럼펫](2002], [더 블루스-소울 오브 맨](2003) [풍요의 땅](2004) 등이 있다. 2000년 [밀리언 달러 호텔], 2004년 [풍요의 땅]이 부산영화제에 초청됐다.포토+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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