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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뉴욕비평가협회상 촬영상
1921년 뉴욕, 세계1차 대전으로 폴란드에서 미국의 이모댁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려는 에바와 여동생. 하지만, 입국심사장에서부터 그들의 꿈은 산산조각이 난다. 동행한 여동생은 결핵으로 입국자체가 거부되고, 그녀마저도 얘기치 않은 사건으로 입국할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된다. 브루노라는 한 남성의 도움으로 간신히 미국땅을 밟게 되지만, 그녀의 머릿속은 갇힌 여동생을 구해내야 된다는 생각뿐이다. 포주처럼 구는 브루노가 제안한 일이 미치도록 싫지만 혈혈단신 미국땅에서 여동생을 구할 방법은 오직 돈으로만 가능하다는 것을 알게된 그녀는 그 제안을 수락한다. 하지만 이 만남은 돌이킬 수 없는 선택이 되고, 삶은 걷잡을 수 없이 흘러간다. 1921년,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뉴욕 엘리스섬에 도착한 여인 ‘에바’와 그녀를 버릴 수도 지킬 수도 없었던 두 남자 ‘브루노’와 ‘올란도’. 사랑할 수 없었던 시대에 만난 세 남녀의 운명을 그린 드라마이다. 영화는 절대적인 부를 누렸던 1920년대 미국,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많은 이민자들이 입국했던 실제 상황을 바탕으로 퇴폐적이라 부를 만큼 지나쳤던 1920년대의 화려함, 그 이면에 자리한 상처받고 시대적 한계를 벗어날 수 없었던 사람들의 실상을 마리옹 꼬띠아르, 호아킨 피닉스, 제레미 레너, 세 배우의 강렬한 연기로 고스란히 드러낸다.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과 더불어 현존하는 미국 최고의 감독으로 평가되는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작품이다. 또한 데이빗 핀처 감독의 <세븐>을 촬영했던 다리우스 콘쥐 촬영감독의 질감있는 영상은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밀도깊은 연출을 한층 풍부하게 만들어 준다. 칸영화제 공개 당시 "우리가 클래식이라 부르는 모든 요소를 갖춘 영화!"(Le Nouvel Observateur), "다른 영화를 작아지게 할 만큼 감정의 깊이와 순수성을 가진 영화! 감정의 모든 요소를 끝까지 밀어붙인 제임스 그레이 최고의 작품!”(Premiere) 등 연출력과 작품성에 관한 찬사를 받았다.[제임스 그레이 감독 인터뷰- THE INTERVIEW WITH THE DIRECTOR ]
<이민자>는 개인적인 영화인가?
이 영화는 아주 개인적이고 나의 가족과 관련도 많지만, 자전적인 이야기는 아니다. 본인의 삶에 대한 사실들을 언급하는 자전적 작품들과 달리, 영화가 다루는 문제나 정서를 잘 알고 깊이 이해하며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안다는 의미에서 개인적인 영화이다. 조부모님은 그 당시로 치면, 러시아인지 우크라이나인지에서 넘어오셨다. 우크라이나 키예프에서 그리 멀지 않은 오스트로폴이라는 곳이다. 할머니의 부모님은 백군(반볼셰비키군) 부대가 자행한 집단학살(유대인 대학살) 때 살해당하셨다. 1923년에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영화의 배경이 된 엘리스 섬을 거쳐 미국에 왔다.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레 엘리스 섬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그 이야기에 천착하게 되었다. 1988년, 그곳에 처음 갔을 때는 섬을 복원하기 전이었다. 마치 시간이 멈춘 것 같았다. 누가 쓰다 만 출입국 신고서가 바닥에 뒹굴고… 시대의 유령들이, 내 가족들의 유령들이 잔뜩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떠오른 이미지들을 그려보고 싶었다. 동시에 어머니 쪽은 증조부가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서 식당 ‘후르비츠’를 운영하며 온갖 고약한 인간들을 대하면서 살았다. 그 당시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그 지역 포주였던 맥스 호츠팀(Hochstim)이라는 인물을 발견했다. 그렇게 ‘브루노’가 엘리스 섬에 가서 입국을 거부당한 미혼 여성들을 모집한다는 설정을 만들었다. 조부모님이 동부 유럽에서 미국으로 왔을 때 느꼈을 비통한 심정과 결합하니 흥미로운 이야기가 되었다. 이민은 그야말로 열망과 불안과 앞일에 대한 엄청난 두려움이 뒤섞인 과정이었다.감독님의 러시아계 유대인 가족과 <이민자>의 에바의 큰 차이는 그녀가 폴란드 카톨릭교도라는 것이다. 왜 그렇게 바꿨나?
여러 가지 이유가 있다. 무엇보다도, ‘에바’가 유대인 이민자뿐인 로어 이스트 사이드에조차 섞이지 못하고 겉도는 인물이기를 바랐다. 그런 식으로도 들어맞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그렇게 잊혀지고 미움 받을 정도로 천하고 끔찍한 사람은 없다라는 생각을 이야기에 담고 싶었다. 아무리 나쁜 인간도 재고할 가치는 있다고 믿는다. 성 프란체스코의 사상에 가깝다. 고해 장면에서 특히 로베르 브레송과 <어느 시골 사제의 일기>를 생각했다. 뭔가 근엄하고 신화적이길 바랐던 것 같다. 그렇다고 이 영화를 브레송에 대한 오마주로 만든 것은 절대 아니다. 오페라와 멜로드라마의 전통에서 영감을 받기도 했다. 말하자면, 극대화된 감정과 극적 상황 속에서 크나큰 진실이 나온다. 그래서 영화에 푸치니, 구노, 바그너 곡을 삽입했다.처음으로 여주인공에 관한 이야기를 만든 것도 그 때문인가?
‘수녀 안젤리카’라는 푸치니의 오페레타에 관심이 많았다. 수녀인 여자에 관한 순수(pure) 멜로드라마로, 감정에 따라 행동하는 극대화된 극적 상황이다. 제대로 하면 거짓된 것이 없으므로 멜로드라마는 가장 아름다운 것이 된다. 그 작품을 만들 때 아티스트는 진실한 감정이라 전적으로 믿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윌리엄 프리드킨이 연출한 그 작품을 봤는데, 울고 말았다. <이민자>를 정말 그런 식으로 연출하고 싶었다. 서구문화에서 남성 등장인물이 지닐 만한 마초적 요소 말고, 여주인공을 통해 숭고한 감정을 뽑아낼 수 있었다. ‘에바’는 희생자인 동시에 본인의 운명을 주도한다. 어쨌든 그녀는 자신이 저지른 짓에 대해 죄책감을 느낀다. 강점이 많은 인물이다.마리옹 꼬띠아르를 염두에 두고 그 역할을 썼나?
그렇다. 사실 이전에 마리옹이 나온 영화를 본 게 없었는데, 그녀의 연인이기도 한 기욤 까네와 친해진 후에 자연스레 그녀를 알게 됐다. 기욤이랑 저녁을 먹으러 갔는데 마리옹이 같이 나왔다. 그녀의 얼굴을 보고 감탄했다. 칼 테오도르 드레이어 감독의 <잔 다르크의 수난>에 나온 르네 팔코네티가 떠올랐다. 이 여자는 아무 말을 안 해도 되겠구나 싶었다. 표정이 풍부해서 무성영화에 나와도 될 정도였다. 결국에는 엄청난 대사를 주긴 했다. 하지만 마리옹을 생각하며 각본을 썼다. 이민자에 관한 영화이고, 말 없이도 마음의 상태를 고스란히 전달할 것 같았다. 마리옹이 아니었다면 이 영화를 만들지 못했을 것이다. 그녀가 폴란드어를 하는 게 관건이었는데 아주 멋지게 해냈다. 이모 역을 한 여배우에게 마리옹의 폴란드어가 어떤지 물어본 적이 있다. 아주 잘하는데 독일 억양이 묻어난다고 했다. 마리옹에게 그대로 말했더니 알고 있다고 했다. ‘에바’가 독일과 폴란드 사이에 있는 실레지아 출신이라 의도적으로 그렇게 한 것이라고 했다. 그녀의 철두철미한 연기에 감탄했다.적대적인 사촌 관계인 호아킨 피닉스(브루노)와 제레미 레너(올란도)는 어떤가?
‘브루노’ 역 역시 호아킨을 염두에 두고 썼다. 호아킨과는 아주 잘 맞는다.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걸 언제나 잘 알아챈다. 대단한 배우라고 생각한다. 인물의 내면을 표현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이민자>에서는 변덕스럽고 종잡을 수 없는 캐릭터로 영화를 좌우하는데 아주 끔찍스러운 인간으로 나온다. 필사적으로 살아남으려 하고 사랑의 감정을 느끼기도 하지만 엉망이 된다. 그 역시 구원 받을 수 있다. ‘올란도’는 마술사로 로맨틱한 영웅이자 말썽꾼이 되길 바랐다. 다부지면서 고상하게 보여야 한다고 생각했다. 이 캐릭터는 마술사이자 멘탈리스트, 테드 안네만을 모델로 만들었다. 여러모로 놀라운 면이 있는 ‘올란도’ 역을 제레미는 제대로 파악했다. 공기보다 가볍지만 자기 파괴적인 부분도 있는 인물이자 늘 여기저기 방랑하는 떠돌이다. 제레미는 카메라 앞에서 굉장히 편안하고 매우 창의적이다. 개인적으로도 나는 그의 열혈 팬이다.‘올란도’가 엘리스 섬에서 이민자들 앞에서 마술을 하는 장면이 멋지다. 사전 조사를 해서 나온 장면인가?
물론이다. 실제로 이민자들 대상으로 강당에서 공연을 했었다. 댄스단의 모습들은 사진으로 남아있다. 위대한 오페라 가수(테너) 카루소도 진짜 거기서 공연을 했다. 최대한 진짜처럼 보이게 만들었다. 현대판 카루소라는 오페라 가수(성악가) 조셉 칼레야에게 그 역할을 해달라고 했다. 오페라풍 곡과 잘 맞는 것 같았다. 그 당시 엘리스 섬의 모습을 담은 영화가 없다는 걸 알고 깜짝 놀랐다. 복원 뒤에 촬영한 영화는 좀 있는데 과거 엘리스 섬의 모습을 되살리진 않았다. 코폴라 감독이 <대부 2>에서 한 것처럼 엘리아 카잔 감독이 <아메리카, 아메리카>에서 재현을 했는데, 두 감독 모두 엘리스 섬에서 촬영할 기회는 없었다. 유일무이한 기회가 되겠다는 생각에 최대한 정확하게 만들고자 했다. 관련 서적을 많이 읽었고 수많은 사진과 우리 집안의 관련 서류를 훑어봤다. 할아버지랑 엘리스 섬에 갔을 때 같이 투어를 하던 여자가 울고 있는 걸 봤다. 영어를 잘하진 않았는데 할아버지랑 얘기를 하게 됐고, 거기서 여동생과 헤어지게 된 사연을 들었다. 그 얘기를 영화의 바탕으로 삼으면 되겠다고 생각했다.<이민자>는 시각적으로 아주 근사하다.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쥐와는 어떻게 작업했나?
이야기의 오페라풍 특색을 살려 시각적 아름다움을 담아내고자 했다. 대단한 감성의 소유자 다리우스와는 작업하면서 아주 잘 맞았다. 1여년간 우린 친형제나 다름없이 지냈다. 함께 미술관에 다니면서 그림을 보았고 오토크롬판 20세기 초 컬러사진도 보았다. 건축가이자 디자이너인 카를로 몰리노가 찍은 1960년대 폴라로이드도 보았다. 채도와 농도 면에서 현대과학이 이룩한 것 중 오토크롬(판)에 가장 가까운 작품이었다. 세트의 어느 부분을 밝힐지 그 이유는 뭔지, 색조와 프레임 자체에 관해 얘기를 많이 나눴다. 이전 작품들은 사실적으로 만들려다 보니 항상 빛이 어디에서 들어오는지 살폈다. 이번에는 우화, 신화 같은 이야기를 전하고 싶어서 그 방식을 따르지 않았다.<이민자>가 어떤 면에서 우화적인가?
신화나 우화에 접근할 때 우리는 진실에 다가가려 한다. 사회에서 살아남아 제구실을 하려 한다는 것이다. ‘에바’는 천신만고 끝에 뭔가를 달성한다는 면에서 고전적 의미의 영웅이다. 브레송, 드레이어, 펠리니에게 아주 인상 깊었던 점은 기본에 충실 한다는 것이다. 이 세상에서 사람답게 살아가고자 애쓴다는 점에서 나는 지금 그 지점에 있다. <이민자>를 찍기 전에는 특정 장르가 아닌 영화를 만들 기회가 없었다. 장르를 벗어나, 오페라가 영화가 되는 나름의 장르성을 지닌 그런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왜 그렇게 멜로드라마에 끌리는가?
감정을 표출할 때는 그저 관객의 환심을 사기보다는 다음과 같은 것들을 고민해야 한다. 상황에 충실한가? 다시 말해서, 배우가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바를 이야기의 맥락이 제대로 받쳐주는가? 배우가 확신을 갖고 연기를 하는가, 아니면 시늉만 하는가? 배우가 캐릭터에 완전히 몰입하면 과장된 연기도 없고 절제된 연기도 없다. 진실 아니면 거짓뿐! 그것이 멜로드라마와 ‘멜로드라마 같은’의 차이다. 제대로만 하면 작위적이거나 억지스럽지 않다. 현대의 상호의존적 심리상태를 표현하려면 이런 멜로드라마의 개념으로 폭넓은 감정으로, 과감하게 영화를 만들어야 할 것 같았다. 두 인물이 결국은 서로를 필요로 하게 되는 그런 영화. 인생이란 항상 우리를 곤란한 상황으로 몰고 가는 것 같다. 이런 시나리오들이 비극으로 치닫긴 해도 확실히 좋은 이야기를 양산하기도 한다.여성의 관점을 구현하기 위해 그런 멜로드라마의 개념을 구축했나?
사실 오래 전부터, 특히 1930년대와 1940년대 미국 영화에서 여성의 이야기를 꾸준히 해왔다. 그 당시 여성에 대한 대우를 보면 여러 면에서 사회가 완전히 퇴보한 게 이상할 정도다. 그래도 가끔은 진전하기 위해 과거를 돌아보기도 한다. 베티 데이비스, 바바라 스탠윅, 그레타 가르보 같은 배우들을 생각하면서 말이다. 남자들보다는 ‘에바’의 캐릭터에 역점을 두는 게 중요할 듯했다. 남자들은 그녀에게 있어 종잡을 수 없는 존재인 듯해서 우리에게도 다소 막연하게 다가온다. 그녀가 제자리에 머무는 한, 그 누구도 진짜 믿지 못할 것이다. 내가 보기에도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막강한 캐릭터였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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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그레이(James Gray)
제임스 그레이는 동세대 감독 중에서 이례적으로 고전적인 서사를 고집하며, 유태인 가족이라는 한정된 소재에 매달려왔다. 하지만 단순한 이야기 안에서도 화면 전체에 숨막히는 억압과 운명론적 비애의 기운을 불어넣은 영화적 재능은 따를 자가 없다는 점에서 니콜라스 레이의 진정한 후예라 불릴 만하다. 가부장적 억압의 폭력성, 비극적 멜로드라마의 감수성이 공존하는 그의 영화는 질식 당한 청춘으로 등장하는 호아킨 피닉스의 명연기와 어울리면서 매번 절창을 빚어낸다. 미국에서는 상대적으로 저평가되어왔지만, 프랑스 평단과 칸영화제가 사랑하는 소수의 미국 감독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한때 화가를 꿈꾸기도 했던 제이스 그레이는 뉴욕 퀸즈에서 자랐고 USC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25세에 만든 데뷔작 <리틀 오데사>(1994, 한국에서는 <팀 로스의 비열한 거리>라는 제목의 VHS로만 소개)가 베니스영화제에서 은사자상을 받으면서 일약 차세대 거장으로 주목 받았다. 하스미 시게히코는 이 영화를 1990년대 최고의 데뷔작 가운데 하나로 꼽았다. 그레이는 흥행에서 매번 실패하면서 제작의 기회를 자주 얻지 못했다. 하지만 이후에 내놓은 <더 야드>(2000) <위 오운 더 나이트>(2007) <투 러버스>(2008)는 빠짐없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되었고, 올해 완성한 신작 <이민자> 역시 칸영화제의 환대를 받았다.포토+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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