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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조구치 겐지 60주기 특별전' <오하루의 일생>: 오승욱 영화감독 2016-05-27(금)  - 시네마테크

오하루의 일생 01


5/27 <오하루의 일생> 


* 강  연 : 오승욱 영화감독

* 장  소 :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미조구치의 영화를 보면서 감독의 입장에서 좀 보자면요. 여배우의 움직임이 굉장히 놀랍다는 생각을 했어요. 지금 이 여배우(다나카 키누요) 이름은 제가 잘 모르는데, 걸음걸이 하나하나, 그 다음에 눈을 들어서 치켜떴다가 다시 또 고개를 숙이거나 이럴 때의 모든 행동들, 그 다음에 그때의 눈빛 하나, 또는 고개를 살짝 외로 돌리거나 손이 올라갔다 내려가거나 이런 모든 것들이 다 이 여자의 감정을 표현하는 어떤 것에서 정말 이 영화가 뭐라고 할까요. 걸작, 또는 굉장히 우아하고 격조 있는 영화다. 사람을, 삶을, 그러니까 이 주인공은 굉장히 고통스러운 삶을 살고 있지만, 그것이 표현되는 방식은 상당히 격이 있지 않는가. 그리고 인간에 대한 어떤, 어느 정도의 예의를 지켜가려는 감독의 어떤 그런 생각들이 보이지 않나. 그런 생각들을 계속하면서 봤어요. 여러분들은 또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저는 이 영화도 그렇지만 <우게츠 이야기> <산쇼다유> <수치의 거리(적선지대)> 이런 모든 영화에서 미조구치 겐지 감독이 여배우와 일하는 방식에 대해서 흥미가 생기고, 그래서 이 감독이 만든 30년대 영화들이나 아니면 40년대 영화들에서 여배우들과 일하는 방식들, 이런 것들에 대해서 좀 보고 싶더라고요. 사실 영화를 보면 감독이 배우를 어떻게 생각하고, 배우에게서 무엇을 찾아내려고 하는지 이런 것들에 대해서 굉장히 중요한 단서들이 좀 보이는데요. 이 영화를 보면서 생각한 건 뭐냐면, 계속 여배우들을 기다려주지 않았을까. 여배우에게서 뭐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주지 않았을까. 그 다음에 여배우가 움직이거나 하는 동작 하나하나들에서 그걸 빼라 그러거나 그건 하지 말라고 하거나 하는 말들을 안 하지 않았을까. 저는 그냥 어쨌든 영화를 보면서 상상의 나래를 펴는 거니까요. 그런 생각들을 좀 했었어요


여러분들이 본 장면 중에서 굉장히 기억나실 수 있는 게 맨 마지막 거의 라스트에 가서 그 사람들이, 승려들이, 승려라고 하긴 그렇고, 수행자들인가요? 수행자들이 있는 곳을 갈 때 카메라도 이 여자를 따라서 이렇게 움직여 주면서 처음에는 데리고 온 그 늙은이 하나만 보여주다가 그 늙은이가 주인공을 데려가면서 저쪽에 수행자들, 제자들인 것 같아요. 그 사람들이 전부 보일 때에 이 여주인공이 하는 행동들, 그 다음에 돈을 받았을 때, 돈을 받고서 이렇게 고맙다는 어떤 표현인가요? 이렇게 한 다음에 눈을 슬쩍 뜨고 다시 내리고 하는 그런 표정 하나하나들이, 그 다음에 나갔다가 다시 들어와서 고양이 흉내를 내잖아요. 전 옛날에는 저 장면을 굉장하게 보지 않았는데, 요번에는 너무 너무 굉장하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저는 이제 이게 배우면서 하는 거란 생각이, 아니 배웠다고 생각했는데, 저도 좀 잘 몰랐어요. 이런 것들에 대해서, 그리고 그런 것들에 눈여겨보지도 못했고요. 그랬는데 재작년에 전도연 씨랑 일하면서 그 여배우가 하는 행동들, 물론 남자 배우도 그렇겠지만, 배우가 하는 행동들에서 그 조그만 눈썹 하나의 떨림, 그 다음에 동공의 움직임, 또는 시선을 어디다 두느냐, 이런 것들이 그 여배우가 시나리오를 이해하고 주인공을 이해하고, 그래서 주인공이 되어서 그것 하나하나 움직이는 어떤 것들인데요. 그것들이 정말 되게 놀랍다. 전도연 씨를 보면서 굉장히 놀랍다는 생각을 했었거든요. 저것들을 잡아내지 못한다면 이건 어마어마한 죄를 짓는 거라고 생각이 들어서 저는 그 여배우의 어떤 손짓, 눈빛, 그런 어떤 것들을 어떻게 하면 제대로 좀 담아낼 수 있을까. 그것들을 많이 좀 고민을 하면서 했었는데요. 미조구치 겐지의 영화를 보다 보면, 미조구치 영화에 출연하는 모든 여배우들이 그런 제스처들을 너무 잘 살리고, 너무 잘하는 걸 보면서 저 미조구친 겐지 감독은 정말로 대단하다는 생각을 저는 했었어요. 그러니까 특히 남성들보다 여성들을 표현할 때에 그것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 영화 말고 <수치의 거리(적선지대)>라는 영화가 있는데,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영화예요. 그 영화에서 그 쿄 마치코. 그 여자가 처음 윤락가에 들어와서 자기가 일해야 하는 뭐랄까요? 매춘부 집이라고 해야 하나요? 거기에 들어왔을 때 이 여자가 하는 행동들이 있거든요. 이 여자가 들어오자마자, 그 조개, 그러니까 비너스의 탄생인가요? 그걸 아주 싸구려로 모방해 놓은 무대가 있는데, 거기에 조개가 큰 게 있는데, 거기에 쿄 마치코가 탁 올라서더니 춤을 싹 춰요. 그러더니 이게 비너스의 탄생인가?’ 뭐 이렇게 말하는데, 쿄 마치코란 여자가 등장해서 1분도 안 됐는데, 그녀가 어떤 여자인가 하는 그런 것들이, 캐릭터들이 한 번에 탁 표현되는 거예요. 그것뿐만이 아니라 <수치의 거리(적선지대)>에는 수많은 매춘부들이 나오는데, 그녀들 하나하나가 어떤 이력을 갖고 있고,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하는 것들을 많이 보여주지도 않으면서 그것들에 대해서 보다 보면 ! 저 여자는, 저 여자는이런 식으로 보게 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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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미조구치 겐지 감독이 여성들을 묘사하는 것에서 굉장한 장점 중에, 가장 훌륭한 점 중에 하나가 뭐냐면 이게 아주 잘못하면 신파, 또는 감상주의로 흐를 수 있는데, 이 사람이 굉장히 이야기를 표현하는 방식이 하드하다고 해야 하나요? 어떻게 보면 잔인하다고 해야 하나요? 어떻게 보면 잔혹하죠. 절대로 그 카메라를 어느 정도 거리 이상을 가주지 않더라고요. 거의 마지막, 클라이맥스 부분에 가서 이 주인공이 샤미센을 타면서 노래를 하다가 아들이 지나가는 걸 보잖아요. 가마로 아들이 지나가는 걸 보고서 다시 이렇게 돌아와서 우는 장면이 있는데, 몸을 정말 동그랗게, 동그랗게 말고서 추워서, 추위나 마음 아픈 것들 때문에 동그랗게 말고서 그 다음에 몸을 자꾸만 움직여서 자기 뒷모습과 발, 엉덩이와 버선발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는데요. 거기서 웬만하면 그냥 카메라가 들어와 준다든지 아니면 이쪽으로 가서 이 여자 우는 장면이라도 좀 보여준다든지 하려고 하는 유혹을 저 같으면 받을 것 같아요. 저 같으면. 여기에서는 관객들이 좀 울고 이러면 돈도 좀 벌 것이고, 돈이 또 그렇다고 벌 수 있는 것 아니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이 영화 보고 좀 울고 나면 영화 좋다고 그러는 분들도 많으니까요. 그런 유혹이 저 같으면 있을 것 같은데, 정말 이 미조구치 감독은 안 가대요. 딱 그 자리에서 멈춰 서서 이 여자의 어떤 동그랗게 말린 몸만 잡더라고요. 저는 그게 훨씬 더 좋았어요. 이 감독이 갖고 있는 자기 주인공에 대한 존경? 존경 같아요. 그리고 자기가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나는 지금 이 영화를 통해서 어떤 이야기를 하고 있구나 하는 걸 굉장히 많이 생각하는 감독이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니까 한 여성이 이렇게 몰락하고, 비참한 어떤 지경까지 빠지는 영화를 찍고 있기 때문에 이 여성에 대해서, 이 여성이 이렇게 절망 속에 빠져서 멀리 지나가는 아들을 보고서는 그 아들을 아들이라 부르지 못하고 다시 돌아와서 그 추운 겨울에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을 때 그 얼굴을, 당사자인 이 주인공은, 오하루죠. 사람들한테 보여주고 싶을까요? 지나가는 사람들이든, 누구한테든, 저는 아무한테도, 아니 하늘한테도 보여주고 싶지 않을 거라고 생각을 했는데, 그렇게 보여주기 싫어한다면 감독 같은 경우에는 그 얼굴을 보여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근데 이 영화에서는 정말 그 어떤 장면에서도 그렇게 주인공 자체, 주인공이 내가 지금 이렇게 고통스러워하거나 내가 슬퍼하거나 내가 마음 아파하거나 이래서 남한테 정말 보이고 싶지 않은 그때의 얼굴을 이 감독은 절대 보여주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이 양반이 대단하구나 그런 생각을 했어요. 지금 너무 재미없는 얘기만 하나요? 하여튼 그런 어떤 것에서 저는 이 미조구치 겐지 감독이란 사람이 대단하고 존경스럽다는 생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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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승욱 감독


사실 미조구치 겐지 감독은 영화 잘 만드는 사람치고, 다 그런 건 아니지만 현장에서 아주 엄격하고 무서웠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현장에서 좀 인정도 없었고, 유명한 일화들이 몇 개가 있는데요. 30년대에 영화를 찍을 때, 이 양반이 화가 지망생이었고, 그림을 그렸어요. 항상 친구들한테나 사람들한테 미조구치 겐지 감독이 자신은 그림 그리는 사람으로 태어난 사람이라고 말을 했다고 해요. 나는 화가다, 그리고 그것이 영화로 옮겨 온 것이다. 그런 말을 했다고 하는데, 그래서 미술에 관해서는 굉장히 엄격했다고 그래요. 어떤 얘기가 있냐면 중세 시대극인데, 탁자가 있었대요. 그런데 미조구치 겐지 감독이 이렇게 와서 탁자를 내려다보더래요. 촬영이 아직 시작을 안 했는데, 그러니까 스태프들이 안절부절이죠. 그런데 웃는 얼굴로 보고 있는 게 아니라 굉장히 찡그리면서 탁자를 보고 있으니까 미술 스태프나 연출부나 난리가 났죠, 이 탁자를 되게 싫어하시구나 하고. 근데 말을 안 한 대요. 말을 안 하고 가만히 탁자만 노려보고 있는 거죠. 그러니까 감독님 이거 바꿀까요, 그래도 가만히 있대요. 그러면 큰일이라면서 탁자를 바꾸는 거죠. 그리고 다음 탁자를 갖고 와도 가만히 있대요. 이것도 아닌가 보다 하고 또 바꾸고 또 가만히 있대요. 바꾸고, 바꾸고 그러고 한 서너 번, 다섯 번 바꾸다가 이제 탁자가 없는 거예요. 이거 어떻게 하지, 큰일 났다 하고 그냥 처음 것 갖다 놓자 하고, 처음 것 갖다 놓으니까 그제서야 이거야그랬다고 하더라고요. 근데 그거는 속이거나 스태프들을 농락하거나 그런 게 아니라 준비되거나 모든 것들 중에서 자기는 다음 촬영할 것, 그 다음에 촬영할 이 무대에서 이 탁자를 놓고서 여러 것들이 있는 걸 다 보고, 또 볼 시간 동안 내가 찍을 어떤 것들에 대해서 계속 고민하고 있는 시간을 버는 것도 있는 것 같아요. 하여튼 속인 건 절대 아닌 것 같고, 다 돌고 돌아서 보면 이게 제일 낫구나 해서 그럴 수도 있는 것 같고, 여러 가지가 이유가 있는 것 같은데요. 하여튼 <우게츠 이야기>를 찍을 땐 거기서 도공이 주인공으로 나오는데, 거기서 도공이 도자기를 만들고 이런 장면들이 나오는데요. 하도 이 미조구치 겐지 감독이 미술에 대한 식견도 높고 대단한 사람이다 보니까 미술부에서 아예 최고급 도자기를 가져다 놨다고 하더라고요. 그러니까 미조구치 겐지 감독이 탁 보고는 이건 이 마을에 쓰는 게 아니다라고 해서 촬영하고 있을 당시에 근처 지방에 있었던 도공들, 그러니까 시골 마을 도공들이 만든 그 도자기를 갖고 오라고 해서 찍었다는 얘기도 있고요. 시나리오를 쓸 때도 이분은 이제 오늘 봤던 이 시나리오 작가(요다 요시타카)하고 계속 많이 일을 한 것 같은데요. 처음에 시나리오가 나오면 말을 안 한대요. 시나리오 작가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에요. 말을 안 하면은 그거는 돌아버려요. 말을 안 한 대요. 그럼 다시 또 갖고 와서 조금 더 잘 고쳐 쓰고, 또 그래도 또 말을 안 한 대요. 한 대여섯 번, 계속 고쳐 쓰고 고쳐 쓰고 그럴 때 말을 안 하다가 어느 정도 되면 좀 비슷해졌다고 그렇게 말을 했다는데요. 시나리오 작가 입장에서는 죽을 맛이었겠죠. 근데 하여튼 간에 이 무서움은 어떻게 보면 폭군 같은 일면도 있는 거라는 생각이 좀 들어요. 좋은 영화가 폭군 같은 감독한테서만 항상 나오는 건 아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기 집념이 강한 그런 사람이 좋은 영화를 찍는다는 생각이 들긴 해요. 하여튼 간에 이 미조구치 겐지 감독은 30년대, 40년대를 거치면서 현장에서 무서운 사람으로 좀 유명했다고 그러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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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처음에 미조구치 겐지 감독의 영화를 봤을 때, <우게츠 이야기>를 처음 봤는데, 굉장히 깜짝 놀랐었어요. 이 롱테이크를 보고서 이거는 무슨 종류의 롱테이크인가. 처음에 제가 영화 공부한다고 이렇게 저렇게 비디오를 빌려보고 할 때 거기에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롱테이크도 있고, 여러 감독들의, 미클로스 얀초의 롱테이크도 있고, 수많은 감독들의 롱테이크들이 있는데, 또 그 당시에 배창호 감독님의 <황진이>의 롱테이크도 있었고요. 여러 가지 롱테이크들이 있었는데, 원 신 원 컷이라고 하나요. 이 사람이 하는 <우게츠 이야기>에서의 롱테이크가 제가 봤던 롱테이크 중에 가장 매혹적인 롱테이크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 다음에 잊어버렸죠. 잊어버렸는데, 얼마 전에 <우게츠 이야기> 하고를 쭉 이렇게 보면, 근데 미조구치 겐지에 관한 책들이 거의 없어요. 대한민국에 나온 책들이 없는데요. 좀 더 나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는데, 그 책들하고 이렇게 보다 보니까 이 사람이 그림을 그렸구나. 옛날 그림들은 두루마기에다가 이렇게 하는데요. 이건 사토 다다오가 한 말인데요. 두루마기를 죽 펼치듯이 카메라를 트래킹하면서 이렇게 간다는 얘기를 하는데, 그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같은 동양 사람으로 호금전이라는 홍콩 감독이 있는데요. 호금전의 트래킹 롱테이크와 미조구치 겐지의 트래킹 롱테이크는 굉장히 달라요. 호금전의 롱테이크들은 굉장히 역동적이고, 배우들이 무술을 하면서 서로 부딪치고, 낙엽이 날아다니고, 바람이 불고, 칼들이 부딪치고, 이것들을 쭉 따라 가면서 그들의 어떤 기운들과 이런 것들을 갖다가 담는데요. 그걸 뭐라 그래요? 그 이런 표현, 제가 좀 말을 막하고 또 헛소리 하는 거 아시죠? 서울 분들, 저쪽 시네마테크에서는 유명해요, 그러기로. 그러니까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마시고요.(웃음) 그 마치 중국 경극에서 말이에요. 이렇게 주인공이 서 가지고 창을 들고서 챙챙 하면서 확 돌아요. 한 열 바퀴 돌면 십 년이 지나는 것처럼 그렇게 되는 거 있잖아요. 확 돌고 그러면 십년이 지났고, 세상이 어떻게 변했다는 걸 그런 식으로 보여주는데, 이런 어떤 트래킹 숏이 그런 어떤 느낌들을 좀 받아요. 경극에서 온 그런 몸동작들, 이것들이 활달하게 움직이는 이 에너지들을 담아 가는 그런 것들로 보이는데요. 이 미조구치 겐지는 사토 다다오가 한 얘긴데, 정말 맞다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건 근데 사토 다다오의 얘기를 그냥 제가 맞다 생각하는 건데, 여러분들은 다시 한 번 고민을 해보세요. 영화를 보면서 아냐, 쟤오승욱 말이나 오승욱이 인용한 사토 다다오란 일본 유명한 평론가의 말, 그것만 맞는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셔도 되니까요. 하여튼 간에 사토 다다오가 한 말은 뭐냐면 그 일본 춤이 있잖아요. 이렇게 움직이잖아요. 이 트래킹 숏을 이렇게 하면서 가장 결정적인 순간이라고 그러대요. 그러니까 노나 이런 데서 노래를 하거나 이러이러해서 어떤 결정적인 순간에 그 몸동작이 보여지는 걸 강조하는 것처럼 이 트래킹 숏이 어떤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을 해내고, 그러고 그 결정적인 순간이 사라지면 다시 또 이완, 그러니까 뭐 쉬었다가 다시 또 결정적인 순간을 포착을 해내고, 또 다시 결정적인 순간들을 찾아나가는 이런 어떤 유장한 그런 어떤 롱테이크란 얘기를 하는데, 맞다는 생각이 좀 들더라고요. <황진이>라는 배창호 감독의 영화에서도 이거와 거의 비슷한 롱테이크들을 보여주는데, 카메라가 이렇게 트래킹 해서 훑고 가다가 순간적으로 굉장히 밝은 어떤 장면들이 등장하고, 그 다음에 또 옆으로 가면 이것들은 사라져 버리고 다시 또 새로운 어떤 것들이 등장하고, 이것들이 마치 춤을 추듯이 춤을 출 때에 정지됐다가 긴장을 했다가 풀었다가 뭐 이런 것 같은 그런 느낌을 준다. 그런 사토 다다오 평론가의 말이 있었는데, 그것도 정말 그럴 수 있겠구나, 맞구나 그런 생각들이 들어요. 이 영화에서 여러분들이 기억하실지 모르겠는데요. 오하루 가족들이 고향에서 쫓겨나는 장면이 있는데, 어두운 저녁이죠. 다 실루엣으로 보이는데, 이렇게 다리 위로 친척들, 관리들 그리고 오하루 가족들이 쭉 걸어가는 장면이 있어요. 기억나세요? 다리 위에서요. 그럼 카메라가 이걸 트래킹해서 가죠. 그러면서 여기서 관리가 잠깐 멈춰 서라, 친척들이 따라오는 건 여기까지다라고 말을 하면 이 사람들이 멈춰요. 그리고 관리들도 멈추면 이 오하루 가족은 화면 밖으로 프레임 아웃돼서 화면에서 사라져 버리고, 그러면 카메라는 크레인 다운을 하는 거죠. 크레인 다운을 하면서 이 다리 아래에 있던 공간 사이로 저쪽 뚝방 위로 걸어가는 이 사람들을 포착하잖아요. 이런 것들이 나는 여기에서 가면서 멈춰라, 너희들은 따라가면 안 된다고 할 때, 이렇게 결정적인 것들이 빠져나가고, 그 다음에 또 다시 결정적인 걸 찾아가고, 이런 식으로 어떤 것들이 좀 리드미컬하게 움직이는 것 아닐까, 뭐 이런 식으로 생각을 좀 해봤어요.


오하루의 일생 02


사실 롱테이크 쓰면 대한민국에서는 역적이죠. (웃음) 큰일 나요. 근데 뭐 그런 건 있어요. 이 미조구치 감독이 그 베니스 수상, 뭐 그 전이겠죠. 전후의 일본 최고의 감독이니까요. 일본 최고의 감독이기 때문에 어느 정도는 최고의 대우를 해줬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한 신을 하루 종일 찍을 수 있는 그런 걸 갖고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다 되는 건 아니겠지만요. 그 다음에 다이에이 영화사 사장이 이 양반이 <라쇼몽>으로 베니스영화제에서 상을 타면서 이 상이라는 것에 대해 맛을 들이고서 미조구치 겐지와 되게 친한 친구 사이였대요. 그래서 미조구치 겐지 당신이 상 좀 타 와그랬다고도 하는데, 그랬다고 그래서 그렇게 자유로운 것도 아니었어요. <우게츠 이야기>에서 몇몇 장면, 라스트 같은 경우에 미조구치 겐지는 훨씬 더 절망적인 라스트를 만들고 싶어 하고, 좀 더 파멸적이고 이런 걸 하려고 했는데, 이 사장이 미조구치 겐지한테 그렇게 하면 안 된다면서 말 타고 개선장군처럼 오는 장면도 있어야 하고, 그 다음에 둘이서 만나는 장면도 좀 있어야 좀 보지 이렇게 막 막장 끝으로 가면 이 영화 이거 어떻게 보냐 그래서 그런 요구도 좀 들어주고 그랬다고 그러더라고요. 어떤 감독도, 아무리 세계적인 감독이 되더라도 이 자본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감독은 없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하여튼 이 말년, 50년대의 미조구치 겐지 감독은 뭐 하고 싶은 대로까지는 아니겠지만 많은 배려를 받았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산쇼다유> 같은 경우 보면 거의 전체가 영화가 지옥이더라고요. 여러분들이 보시더라도 이 영화도 사실 지옥 아닙니까? 끔찍한 세상 아닙니까? 그 당시에 1950년대에 한국전쟁이 일어나고 일본 경제가 굉장히 호황기에 들어서서 전부 다 일본이 낙원이 될 수 있다고, 2의 미국이 될 수 있다고 다들 붕 떠 있을 때 이런 영화들, <산쇼다유>나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는 게 정말 악취미란 생각도 들긴 하지만, 저는 그런 생각도 좀 들어요. 이 사람이 일본이란 나라가 전쟁과 전쟁이 끝난 다음에 한국전쟁 특수로 인해서 여기서 지금 제2의 미국이 되고 있는 발돋움이죠. 이때에 이 사람은 일본의 끔찍한 모습들을 보고, 그것들을 영화로 만든 게 아닌가. 항상 이 사람은 시대와 동떨어진 영화를 만든다. 이런 영화가 52, 53, 54년과 무슨 관계가 있느냐 이런 얘기를 비판으로 많이 들었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일본이란 나라가 대단한 나라가 된다고 다들 믿고 있을 무렵에 어떻게 보면 좀 분탕질하는 걸까요. 아냐, 일본이란 나라는 이래, 이랬던. ‘지금도 이런 야만은 계속 있는 거야<수치의 거리(적선지대)>라는 영화를 통해선 아예 매춘금지법이 시행 되느냐 마느냐 하는 그 상황, 그때 그 시기를 딱 포착해서 매춘부들 이야기를 가지고 일본이라는 나라가 얼마나 끔찍한 나라이고 지옥 같은 곳인가를 여성들을 통해서 보여줬었거든요. 저는 그런 점에서 미조구치 겐지 감독을 굉장히 존경을 하고요. 지금 대한민국에서 여성들에 대한 혐오 같은 것들로 굉장히, 저는 참 또 하나의 끔찍함이라는 생각도 드는데요. 여성분들 입장에서 이 영화가 여성만 너무 당하고 이러니까 너무 불편하고 힘들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여성분들 입장에서는 이 영화가 어떻게 보면 환영받지 못한 영화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을 좀 했어요. 그런데 어떻게 또 보셨을지는 모르겠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저 같은 경우에도 항상 그것에서 자유롭지 못하고, 제가 만든 <킬리만자로> 같은 경우에는 여성들이 굉장히 싫어하는 영화 중에 하나였고, 그 다음에 <무뢰한>도 굉장히 많은 여성분들이 싫어하고, 그런 흉포한 영화들을 만드는 사람이긴 한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저는 생각하는 게 뭐냐면 이런 흉포한 남자들이 등장하고, 여기에서 등장하는 남자들 다 비겁하고, 정말 비겁하고, 그 다음에 되게 인색하지 않아요? 너무 인색한 이런 끔찍한 남자들, 비열하고 이런 남자들을 그리고, 그 안에서 이 여성이 그런 세계 속에서, 그런 남성들의 세계 속에서 이 여성이 어떻게 하면 자기의 존엄성을 잃지 않겠느냐, 존엄성을 잃지 않으려고 계속 노력을 하는가 하는 그런 것들. 그 다음에 이 감독이 그 존엄성을 좀 발견해 주려고, 발견하고 싶어서, 발견을 하는 그런 것들이 좀 있다고 생각을 하거든요. 그래서 여성분들은 어떻게 봤을까 하는 걸 좀 묻고 싶고, 얘기를 듣고 싶은 그런 생각이 들어요. 저는 여기서 거의 마지막에 나한상들 있는 거기에서 오하루가 숨을 쉴 때에 오하루 뒤에서 햇살이 들어와서 오하루 입김이 계속 나오거든요. 저는 그게 되게 감동적이더라고요. 이렇게 끔찍한 시궁창 같은 곳으로 계속 내몰려서 계속 끔찍한 삶을 살아왔는데, 이 여자의 얼굴에 햇살이 이렇게 비치면서 입김이 이렇게 나오면서 나도 사람이고, 사람답게 대접을 내가 못 받고 살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사람이라는 것을 입김으로 좀 웅변적으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 같다는 과대망상을 좀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