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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운 시선
영화로운 시선은 영화의 전당과 부산국제영화제의 협업으로 탄생한 '시민평론단'에게
영화에 관한 자유로운 비평글을 기고할 수 있도록 마련된 공간인데요.
부산 시민들이 영화 비평에 능동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여 활발한 문화적
담론을 형성하고자 합니다. 매월 개봉하는 대중영화와 한국독립영화를 바탕으로 게시되며,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다채로운 관점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 카르페 디엠!2023-01-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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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시인의 사회’의 부제목이라고도 할 수 있는 ‘카르페 디엠’이라는 말은 나에게 매번 용기를 준다. 그 양은 그 말을 받아들이는 그 당시의 나에 따라 다르겠지만.
나는 ‘카르페 디엠’이라는 말로 총 세 번의 용기를 얻었다. 그 말이 나에게 처음으로 용기를 줬을 때, 나는 대학입시를 준비하는 고등학교 3학년이었다. 반복적인 일상에 지친 나에게는, 아이들에게 공부를 강요하는 사회와 그런 사회를 만든 윗세대에 대한 비판이 담긴 책이 큰 위로와 공감을 불러냈다. 그 당시 나는 꿈을 꿀 시간과 기회조차 주지 않고 학업적인 공부만을 강요하는 책 속의 사회, 즉 우리 사회에 대해 불만이 많았다. 세상에 어떤 직업이 존재하고 그 직업들의 역할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상태에서 주어진 과정에 맞춰 일방적인 공부를 한다는 것이 나를 숨 막히게 했고 우리 사회의 교육제도가 무조건 잘못되었다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렇게 이 책은 나에게 공감하게 해주는 동시에 ‘아주 조금 엇나갈 수 있는 용기’ 또한 주었다. 공부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었던 그 당시의 나에게 ‘아주 조금 엇나감’은 ‘공부가 인생의 전부는 아니다.’라는 말을 곱씹어보는 정도뿐이었다. 이미 이런 사회에 맞춰 살아가고 있었고 대학입시가 코앞인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냥 살던 대로 살아가는 것뿐이었다. 하지만 그런 반복되는 재미없는 삶 속에서 ‘아주 조금 엇나갈 수 있는 용기’는 잠깐 쉬어갈 수 있는 빈틈을 만들어주었다. 그런대로 특별했고 만족스러웠다.
답답함만을 느끼게 하던 반복적인 삶의 결과는 참담했다. 3년 내내 준비하던 전공과는 전혀 다른 전공의 학교에만 합격했고 다른 선택이 없었기에 그렇게 난 대학교에 입학했다. 그래도 설레는 대학 생활을 기대하던 나에게 코로나바이러스로 인한 전면 비대면 수업은 절망적이었고 첫 시작의 열정과 의지 또한 줄어들었다. 그러던 중 필수교양과목의 영화비평문 과제로 ‘죽은 시인의 사회’를 영화로 다시 만나볼 수 있었다. 이미 겪은 한 번의 실패로 새로운 도전에 두려움이 있던 나였지만 ‘카르페 디엠’이라는 말은 역시나 또다시 나에게 용기를 주었다. 그 용기는 ‘도전할 수 있는 용기’였다. 대학입시 실패로 학벌에 대한 아쉬움이 있었던 나는 절망적이기만 했던 팬데믹시기를 기회로 삼아 편입에 도전하기로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혐오하던 세계에 또다시 제 발로 들어간 셈이었다. 그렇게 다시 반복적인 일상이 시작되었고 또다시 답답했고 자유롭지 못했다. ‘카르페 디엠’이라는 말로 용기를 얻어 행복한 결말만을 생각했고, 그 말의 본질과 내가 반복할 미래는 생각하지 못했던 것 같다. ‘현재를 즐겨라’라는 말은 매일의 현재를 즐기라는 의미였을 텐데, 나는 코로나와 학벌에 대한 당장의 아쉬운 감정으로만 섣부른 결정에 힘을 실은 것 같다. 이번 결과 역시 좋지 않았고 1년간의 고생이 한 줌의 재가 되어버린 상황이었지만 금방 극복했고 지금의 나는 그 도전과 경험을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두 번째의 실패 이후, 나는 ‘죽은 시인의 사회’라는 작품을 머릿속에 다시 꺼내보았다. 세 번째로 마주한 ‘카르페 디엠’은 나에게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주었다. 바로 ‘카르페 디엠’을 직접 실천할 용기. 나는 불확실한 진로에 대해 고민하고 하고 싶었던 것들을 경험하며 나 자신을 알아보는 시간을 갖기 위해 휴학을 결정했다. 몇 번의 실패를 겪고 시간은 시간대로 돈은 돈대로 쓴 나였지만 나의 미래가 여전히 기대되었고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 또한 여전했다. 실패를 겪으니 오히려 더이상 실패가 두렵지 않았고 나는 뭐든지 할 수 있고 도전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있었다. 그렇게 올해 1년 동안은 ‘카르페 디엠’을 실천했고 또 실천하는 중이었다. 어릴 적부터 꿈꿔오던 방송 관련 대외활동이나 아르바이트도 해보고 진로와 관련된 앱개발 스터디, IT 동아리에서 활동하기도 했으며 또 휴학 기간 동안 모은 돈으로 친구와의 해외여행도 준비 중이다. 내가 해보고 싶었던 모든 것을 직접 마주하고 경험하며 나 자신과 친해지는 중이다.
‘죽은 시인의 사회’는 그저 꿈을 꾸는 시간 없이 공부와 경쟁만을 강요하는 사회를 비판하는 작품이 아니라 내가 주체가 되어 나의 삶을 계획하고 살아갈 용기를 주는 작품인 것 같다. 나는 그렇게 느꼈고 받아들였다. 나는 ‘죽은 시인의 사회’와 함께 성장하고 있는 것 같다. 고등학교 때의 나는 공부만을 강요하고 경쟁을 유도하는 이 사회가 원망스럽기만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학교에서 배우는 공부는 어떤 분야의 전문적인 지식을 채우는 과정뿐만 아니라 우리의 과거를 알고 우리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 태도 등 이 세계에 적응하여 살아갈 지식과 힘을 주는 과정이라고도 생각한다. 꿈을 꿀 시간과 기회가 부족한 건 맞는 말이지만 현재의 교육과정이 불필요하고 쓸모없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학교에서 필수적으로 강조해야 할 부분은 진로에 관한 부분인 것 같다. 나의 미래를 생각해보며 꿈을 꾸고 그 꿈을 위해 주체적이고 열정적이게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 또한 여전히 나의 진로를 확실하게 정하지 못했고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지만 하고 싶은 일들이 있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도전하고 마주하며 매일 매시간 꿈을 꾸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그러나 그저 흘러가는 대로 되는 대로 사는 사람들을 나쁘게 보진 않는다. 그러한 자연스러움과 평온함이 그들 인생이 목표일 수도 있으니. 하지만 적어도 그런 삶을 선택하기 전에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가는 방법도 있다는 것을 인식하게 해주고 또 경험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해주는 것은 필수적이라고 생각한다. 그 후의 선택에 대한 결과는 자신이 책임지는 것이겠지만.
수동적이기보다는 주체적이고 자유롭게, 하고 싶은 모든 것은 직접 경험해보며 살고 싶은 나에게 ‘죽은 시인의 사회’는 그럴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실어주었고 예전이라면 생각지도 못할 다양하고 도전적인 생각과 행동을 하며 살아가는 현재의 삶은 꽤 만족스럽다. 물론 자신이 정한 목표를 위해 공부하는 학생들도 존재할 것이다. 그런 학생들은 목표를 이루길 응원하고 목표 없이 그저 정해진 대로 살아가는 학생들은 매번 나에게 용기를 준 이 작품을 꼭 한 번 경험해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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