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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컴플리트 언노운>, 살아있는 전설의 시작2025-0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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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플리트 언노운>, 살아있는 전설의 시작
김경욱(영화평론가)
1941년에 태어난 밥 딜런은 83세의 나이에도 여전히 현역으로 활동 중이다. 2023년에는 40번째 스튜디오 앨범 『그림자 왕국』을 발표했으며, 공식 홈페이지에는 올해 9월까지 라이브 공연 투어 일정이 빽빽하게 올라와 있다. 대중 음악가로서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은 ‘살아있는 전설’이라는 명성에 걸맞게 그를 다룬 영화가 지금까지 4편에 이른다. 첫 번째는 1967년, D. A. 펜네베이커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돌아보지마라 (Don't Look Back)>이다. 이 영화는 밥 딜런의 1965년 영국 투어를 따라다니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다이렉트 시네마’ 스타일로 기록했다. 두 번째는 2005년, 밥 딜런의 열렬한 팬으로 알려진 마틴 스코세이지가 연출한 다큐멘터리 <노 디렉션 홈: 밥 딜런>이다. 상영시간 3시간 28분에 이르는 이 영화는 1961년부터 1966년까지, 싱어송라이터 밥 딜런을 기록한 온갖 푸티지를 모조리 긁어모아 감각적인 편집을 통해 그의 출발과 성장 과정을 생생하게 담아냈다. 세 번째는 2007년, 극영화 <아임 낫 데어>이다. 토드 헤인즈는 팔색조처럼 변화무쌍하고 다채로운 밥 딜런을 표현하기 위해 6명의 배우가 각각 다른 시대의 밥 딜런을 연기하는 파격적인 연출을 했다. 그 가운데 ‘여배우’ 케이트 블란쳇은 1960년대 초반의 밥 딜런을 연기해 크게 화제가 되었다. 네 번째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과 남우주연상 등 모두 8개 후보에 오른 제임스 맨골드의 <컴플리트 언노운>이다.
밥 딜런을 다룬 네 번째 영화임에도 ‘컴플리트 언노운’이라는 제목이 붙은 이유는 그가 아무리 많이 탐구해도 여전히 새로운 면모가 발견되는 신비한 인물이라는 의미일까? 일라이자 왈드가 2015년에 집필한 전기 『딜런, 전자기타로 가다(Dylan Goes Electric!)』를 원작으로 한 이 영화는 1961년, 스무 살의 밥 딜런(티모시 샬라메)이 숭배하는 포크 가수 우디 거스리를 만나려고 무작정 뉴욕에 도착한 장면으로 시작한다. 우디 거스리는 병으로 입원한 상태인데, 밥 딜런은 그곳에서 유명 포크 가수 피트 시거(에드워드 노튼)를 만나게 되고 무대에 설 기회를 잡게 된다. 싱어송라이터로서 점점 이름이 알려지는 가운데, 딜런은 두 명의 여성을 만나 사랑에 빠진다. 1960년대를 풍미한 포크의 여왕이자 노래하는 인권운동가로 평가받는 조안 바에즈(모니카 바바로)와 그림 공부를 하던 실비 루소(실제 인물의 이름은 수즈 로톨로). 딜런은 이 두 여성을 오가며 갈등을 빚기도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도 작곡하고 노래하고 공연하는 일은 맹렬하게 계속된다. 그래서 티모시 샬라메가 직접 부르는 초기 밥 딜런의 노래를 충분히 즐길 수 있다.
딜런이 활동을 시작했던 때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로큰롤이 대중을 휘어잡던 시대였다. 로큰롤을 유치하고 경박하다며 경멸하는 포크 팬들에게 포크는 영혼을 울리는 깊이 있는 순결한 음악이었다. 따라서 포크 팬들에게 딜런은 혜성 같이 등장해 위기의 포크를 구원해 줄 영웅이었다. 로큰롤의 경멸과 포크의 숭배 사이에 어떤 접점도 없어 보이는 상황이었지만, 딜런은 자신의 음악이 한계에 머물지 않고 계속 앞으로 나아가려면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포크 팬들의 기대를 완전히 저버리게 된다면 나락에 빠지게 될 위험이 있음에도 딜런은 전자기타를 들고 드럼과 베이스 등 밴드를 결성해 뉴포트 포크 페스티벌의 무대에 선다. 딜런이 전자기타로 록을 연주하기 시작하자 당황한 청중들은 크게 술렁이며 배신자라는 의미로 “(예수를 팔아먹은) 유다!”라고 소리친다. 그러나 딜런은 “난 믿지 않아, 거짓말쟁이!”라고 태연하게 대답한 다음 더 요란하게 공연을 계속하고 새로운 장을 열어젖힌다(그런데 록의 역사상 가장 유명한 공연으로 손꼽히는 이 사건이 벌어진 건 1966년 5월 17일, 영국 맨체스터의 프리 트레이드 홀에서였다).
영화는 1966년, 딜런이 여전히 병원에 있는 우디 거스리를 찾아가 작별 인사를 하고 오토바이를 타고 혼자 떠나가는 장면으로 끝난다. 이러한 결말은 딜런이 포크와 결별하고 록의 세계로 전진하는 새로운 출발을 의미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딜런의 일생에 좀더 관심이 있는 관객이라면 이 장면에서 딜런이 죽을 뻔한 1966년 7월 29일의 오토바이 사고를 떠올렸을 것이다. 아무튼 딜런은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왔고 지금까지 거의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고 끊임없이 앞으로 나아가는 여정을 계속해왔다.
중학교 때 ‘One More Cup of Coffee’라는 노래로 처음 알게 된 밥 딜런이 이토록 오랫동안 함께 나이를 먹어가게 될 줄은 미처 예상하지 못했다. 앞으로도 오랫동안 ‘한 곡 더!(One More Song!)’라고 외칠 수 있었으면 좋겠다.
P.S.: 극영화 <컴플리트 언노운>과 다큐 영화 <노 디렉션 홈: 밥 딜런>은 딜런에 대해 다루는 시기가 거의 겹친다. 두 편의 영화를 함께 본다면, 극화된 딜런과 실제의 딜런을 비교하며 흥미로운 시간을 보내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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