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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74회 칸영화제 심사위원상, 제57회 시카고국제영화제 골드휴고상, 제42회 런던 비평가 협회상 영국여우주연상 수상

  
  

  어느 고요한 새벽, 알 수 없는 ‘쿵’ 소리에 제시카는 잠에서 깬다. 낯설기도 익숙하기도 한 이 소리는 그녀의 삶을 깊이 파고든다. 소리의 근원을 찾기 위해 여정을 떠난 제시카는 잔잔히 흐르는 계곡과 나뭇잎을 스치는 바람 소리로 가득한 숲속에서 모든 것을 기억하는 한 남자 에르난을 만난다

  
  

  
  

  [ INTERVIEW-아피찻퐁 위라세타쿤 ]

  
  

  Q. 콜롬비아에서 얻은 영감

  지난 10년간은 콜롬비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냈습니다. 오랜 시간 흥미롭게 생각해온 소재를 다시금 떠오르게 했고, 이로 인해 <메모리아>를 기획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영화의 배경으로 보고타와 피자오 두 도시를 선택했습니다. 보고타와 달리 작고 정서적으로 예민한 피자오를 계속 찾게 되었습니다. 보고타에서 300Km 떨어진 곳에 있으며, 자유당이 보수당의 폭력을 피해 처음으로 정착한 곳입니다. 산의 일부를 관통하는 ‘라 리네아’라는 터널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완공된다면 아마 라틴 아메리카에서 두 번째로 긴 터널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수년간 이 공사는 지질학적/공학적으로 많은 어려움을 겪어왔고, 완공의 꿈을 이루기는 힘들어 보였습니다. 그들이 다이너마이트를 이용해 산에 구멍을 뚫는데, 이는 제시카가 듣는 쿵 소리와 함께 마치 숨겨진 기억을 찾기 위해 누군가의 머릿속을 파고들려는 발상으로 이어졌습니다.

  
  

  Q. 전문 배우들과 함께 진행한 경험. 

  저는 전문 배우와 비전문 배우를 구별하지 않습니다. 배우들과 함께 영화를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할애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죠. 대본 읽기와 즉흥 연기를 통해 배우와 유대감을 쌓아갔습니다. 배우들은 등장 인물의 배경과 동기, 심리 분석을 깊이 파고들지 않는 접근법을 매우 신선하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대본으로 봤을 땐 영화에 대한 막연한 느낌밖에 없죠. 감사하게도 틸다 스윈튼과 잔느 발리바, 다니엘 히메네스 등 완벽한 배우들과 함께 할 수 있었습니다. 모든 배우들은 타지에서 촬영하는 동안 내면의 멜랑콜리함에 이끌렸습니다. 낯선 타지에서 촬영을 하며 느낀 고향에 대한 향수 때문이었습니다.  배우들의 제각기 다른 리듬과 태국에 익숙했던 감독의 리듬이 혼합되며, 영화는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보적인 혼성 동물로 탄생할 수 있었습니다.

  
  

  Q. 틸다 스윈튼과의 작업

  틸다의 열정과 그녀의 우아한 유머를 존경합니다. 그녀에게 대본을 보냈을 때 영화 자체를 바꾸려 하지 않고, 제시카에 대해 어떻게 느꼈는지에 대한 의견과 함께 이야기가 부드럽게 전개될 수 있도록 만들어주었습니다. 리허설과 제작 과정에서 세부 교정 작업이 진행될 예정이었기에 사전에 많은 이야기를 나누지는 않았습니다. 틸다는 배우의 위치가 스태프나 협력자와 같다고 말했습니다. 그리고 그녀와 작업을 하며 그 말의 의미를 차츰 깨달았습니다. 촬영을 하는 동안 다른 배우들뿐만 아니라 카메라, 조명, 세트 등과 모두 유기적으로 연결되었습니다. 구성이 복잡한 장면은 끊임없이 촬영을 반복했고, 스태프들과 논의를 거쳐 수정해 나갔습니다. 또한, 틸다는 제시된 콘티에서 마치 환영을 만들어 내듯 새로운 장면을 연출해 냈습니다. 함께 만들어낸 영화가 생생히 살아나는 것을 보고 거의 눈물을 흘릴 뻔했습니다. 

  
  

  Q. 쿵 소리

  몇 달 동안 새벽에 듣던 소리입니다. 국내외 어디에 있던 머릿속에서 일어나는 소리였습니다. 폭발성머리증후군으로 알려진 이 증상은 콜롬비아에서 머물던 시간과 뗄 수 없는 관계가 있습니다. 이때 듣던 소리와 콜롬비아에서의 여행이 제시카라는 캐릭터를 형성하는 근간이 되었습니다. 제시카라는 이름은 제가 가장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인 자크 투르뇌 감독의 <나는 좀비와 함께 걸었다>(1943)에서 밤에 혼수 상태로 부두교의 북소리에 이끌려 걷기 시작하는 제시카 홀랜드에서 오마주하였습니다. 

  
  

  쿵 소리는 자연 재해, 폭죽, 총성 등 국가적인 트라우마와 관련된 폭발과 같은 다양한 소리를 의미할 수 있습니다. 진동이나 파동 같은 소리의 물리적인 측면에 관심이 생겼습니다. 기억이라는 개념과 그것을 표현해내는 방식 사이에 어떤 관련성을 찾을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수세기에 걸친 사람들의 기억이 콜롬비아 산의 굴곡과 개울가의 물줄기로 그리고 뇌의 주름이나 음파의 곡선으로 연상되었습니다. 이때 쿵 소리와 함께 오는 공허함과 침묵도 중요하게 생각되었습니다. 소유하는 것, 소유했던 것을 내려 놓고, 자아가 사라졌을 때 우린 무의 상태를 마주합니다.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는 다시 말해 자유를 의미합니다. 아마도 이것이 제시카에게 모든 것에 대한 해답이었다고 생각합니다.

  
  

  Q. 고고학의 관점, 과거와 현재의 관점

  <메모리아>는 개인적이거나 집단적인 기억이 얽혀 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제시카는 텅 빈 모습으로 깨어나 사람과 장소에 대한 기억을 흡수해 나갑니다. 무의 정령인 상태인 거죠. 그녀는 또한 증폭기 (에르난이 말했듯이, 안테나)와도 같습니다. 구멍 난 두개골을 통해 모든 것이 비워져 나갑니다. 이 인류의 흔적은 깊은 산속에 남아, 그 안에 차곡차곡 기억을 새겨 나갑니다. 제시카는 이 기억의 층을 따라 추적하고 수집하기 위해 우아하고 느린 걸음으로 차근차근 걸어 나갑니다. 그리고 개울가에 앉아 귀를 기울이죠. 그리고 마침내 저녁 공기 중에 흩어지는 전파처럼 서서히 사라져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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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피찻퐁 위라세타쿤(Apichatpong Weerasethakul)
  아피찻퐁 위라세타쿤 감독은 1970년 방콕 출생이다. 태국 북동부에 위치한 콘켄에서 자라난 그는 콘켄 대학에서 건축학을 공부하고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영화를 전공했다. 1990년대 초부터 영화연출과 비디오 작업을 시작한 그는 태국의 엄격한 스튜디오 시스템 밖에서 활동하는 몇 안 되는 영화감독 중 한 명이며 1999년에 설립한 영화사 킥 더 머신에서 실험영화와 독립영화를 제작하며 활발한 활동을 해오고 있다. 아핏차퐁 감독이 연출한 모든 영화는 세계 주요 영화제의 주목을 받고 있으며 2004년에는 부산국제영화제 심사위원으로 한국을 방문한 바 있다. 그는 지금까지 우리에게 알려진 4편의 장편영화 이외에 15여편의 단편영화를 연출하였으며, 여러 편의 비디오 작품으로 20여 회의 전시회에 참가한 바 있다. 그의 첫 장편데뷔작인 다큐멘터리 [정오의 낯선 물체]는 필름 코멘트와 빌리지 보이스가 선정한 2000년 최고의 영화 중 하나로 선정되었으며 이 작품으로 2001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우석상을 수상했다. 그 후 연출한 [친애하는 당신]은 2002년 칸 영화제 주목할만한 시선 부문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테살로니카 영화제, 도쿄 필름엑스, 부에노스 아이레스 영화제, 싱가포르 영화제, 로테르담 영화제 등 해외 유명 영화제의 주요 상을 휩쓸었다 . 2003년에는 태국의 비디오 아티스트인 미셀 샤오와나사이와 함께 세 번째 장편 영화 [비밀요원 철고양이의 모험]을 연출하였고 이 작품은 2004년 전주국제영화제 경쟁부문인 디지털 스펙트럼 섹션에서 상영되었다. 그의 최신작인 [열대병]은 태국영화 최초로 2004 칸 영화제 경쟁부문에 선정되어 심사위원상을 수상하였으며 그 후 도쿄 필름엑스에서 그랑프리를 수상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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