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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로코> 특별강연 : 김성욱 평론가 2014-05-07(수)  - 시네마테크

 

5/7 <모로코> 특별 강연 



* 강연 : 김성욱 영화평론가

* 장소 :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1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에서는 4월 30일 부터 할리우드 황금기의 명장 '조셉 폰 스턴버그 회고전'이 진행되고 있다. 할리우드 황금기에 빛과 그림자의 마술사로 불린 조셉 폰 스턴버그 감독(Josef von Sternberg, 1894~1969)은 강렬한 표현주의적 영상미와 폭발적인 정념의 멜로드라마로 20세기 영화를 빛낸 거장. 특히 거만하고 관능적인 마를렌느 디트리히20세기 최고의 여배우 중 하나로 등극시키며 영화광뿐만 아니라 수많은 관객을 매료시켰었는데, 이번 회고전을 기념해 5월7일 김성욱 영화평론가를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로 초청, 스턴버그와 디트리히의 아름다운 합작 <모로코>의 특별 강연을 부탁드렸다.

 

 

 

 

 (이 날은 별도의 관객 및 진행자 질문 시간 없이 김성욱 평론가의 강연으로만 진행되었습니다.)

 (<모로코> 관람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자세한 영화 내용이 생략되어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김성욱) 조셉 폰 스턴버그의 <모로코>라는 작품을 저는 2010년도 스턴버그&디트리히 특별전을 통해 봤었습니다. 그러다가 이번에 영화의전당 회고전 소식을 듣고 서울시네마테크에서도 함께 할 수 있었으면 했으나, 결과적으로는 그러질 못해 무척이나 아쉬웠습니다. 오늘도 강의 시간에 맞춰 내려오느라, <모로코>의 후반부 장면만을 스크린으로 겨우 보게 되었네요.

 

조셉 폰 스턴버그의 작가 스타일을 하나로 규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제 개인적으로는 생각하기 때문에, 우선은 이번에 함께 보신 <모로코>를 중심으로 강연을 해볼까합니다.

 

우선 마를렌느 디트리히가 정말 멋있죠. 저는 완전히 몰입해서 봤었습니다. 이 영화의 초기 장면 퍼포먼스는 물론이고, 남자들을 뿌리치는 제스쳐들이 굉장히 멋져요. 자태도 이름답고, 얼굴도 아름답고... 그리고 엔딩이 아주 멋집니다. 아마도 저런 결말을 예상한 관객들이 거의 없었을 거예요. 이런 여러 가지 의미로 <모로코>가 저는 특히 기억에 오래도록 남았고, 아 물론 솔직히 디트리히에 대한 남성적 욕망도 포함되었겠죠.

 

그래서 <모로코>를 통해 여배우에 대한 패티시즘에 대해 조금 더 다른 시각으로 이야기를 해보고자 하는데요, 극 중 캐릭터인 에이미 졸리와 이 역할을 연기한 배우 마를렌느 디트리히를 향한 단순한 패티시즘이 아니라, 자본주의 사회와 할리우드의 상업적 스타 시스템을 함께 생각해보겠습니다.

 

이 영화는 할리우드 시스템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스턴버그의 노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그는 꿈같은 음영술과 장식적인 데코레이션을 특징으로 내세웠는데, 특히 <모로코><마카오> 등의 작품에서 알 수 있듯이 영화적 배경 자체가 미국을 벗어난 것들이 꽤 있습니다. 마치 환상처럼. 그리고, 디트리히의 모호한 전체성을 아주 강력하게 어필했죠. 디트리히는 비도덕적이지만 모호한 성정체성과 바로크적인 미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런 면에서 스턴버그의 영화는 그 당시 의견이 반으로 갈렸습니다. 남근적인 판타지의 목적으로 억압된 여성성을 그려낸다는 의견과, 반면 디트리히를 통해 여성의 우월함을 보여준다는 그 반대의 의견이 있었어요.

 

사실 <모로코>는 할리우드에서 스턴버그의 이름으로 가장 먼저 소개되었고, 이 전에 만든 <푸른천사>가 그 이후에 공개 되었습니다. 여기서 바로 할리우드 시스템이 제대로 작용을 한건데요. 할리우드 파라마운트사에서 여배우의 새로운 등장에 심혈을 기울이던 때, 솔직히 <푸른천사> 에서의 디트리히 모습과 <모로코>에서의 디트리히 모습이 꽤 달랐거든요. 미국 대중이 원하는 몸매와 제스쳐는 <모로코>가 더 가까웠던 거죠. 그래서 정확한 계산하에 미국 대공황기에 <모로코>를 시작점으로 그녀를 할리우드 스타로 등극시켰던 겁니다. 그 시기에 스턴버그와 디트리히의 조합은 굉장히 흥미롭고 탁월했던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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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이제, 앞서 말씀드린 이 영화의 초기 캬바레 장면 퍼포먼스에 대해 좀 더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캬바레에서의 두 번의 화려한 퍼포먼스는 디트리히 에게도 스턴버그 에게도 영화사의 한 스타일을 대표하는 역사적인 명장면이 되었습니다.

 

먼저, 남장 여자 퍼포먼스는 남성적인 상징물(턱시도)을 걸친 여성의 모습이었죠. 이 여성의 도전은 성 역할을 넘어서고자 하는 남성과의 동등함에 대한 도전이기도 하고요. 또 다른 방면으로는, 여성은 제복이 없다... 그러니까 다른식으로 말하면 유니폼에 제약 받지 않고 다양한 모습을 보여줄 수 있다는 여성의 자유로운 상징성을 드러내기도 합니다. 그 중 가장 아름다운 제스쳐는, 바로 디트리히의 느릿한 걸음이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남자는 거들떠보지도 않고 여자에게 돌연 키스를 하죠. 대중들의 일반적인 기대를 깨는 놀라운 행동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런 행동들은 반대로, 디트리히 그녀를 바라보는 남성적 응시를 이미테이션 하는 부분이라고도 해석됩니다.

 

그리고, 남자가 옷을 잡을 때 빤히 쳐다보다가 조용히 뿌리치는 장면! 저는 이렇게 아름다운 장면을 본 적이 없습니다. 아마도 이런 제스쳐들은 무성영화로부터의 기원이 없었다면 아마 영원히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모로코>의 남장 여자 퍼포먼스가, 느릿한 제스쳐를 가장 아름답게 표현한 장면 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번째 퍼포먼스는 사과를 파는 겁니다. 실제로 성경속에서의 사과의 의미는 아담이 죄를 짓게 만든 매개체지만, 그녀가 이 공연에서 부르는 노래의 가사에서는 이와 반대로 사과가 쾌락의 시작이라 의미하죠. 첫 퍼포먼스와는 달리 여성적인 매력을 제대로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거의 매춘과도 같다고 할까요. 자본주의적이면서 패티시즘적인 면이 강한 퍼포먼스입니다.

 

이렇게 그녀의 두 퍼포먼스는 다른 방향이지만 결국 시대적 도덕성에 벗어나 있었습니다. 이렇게 스턴버그의 영화는 종속적인 지점에서 계속해서 벗어나려 애썼는데, 그 방법이 첫 번째 퍼포먼스처럼 숭고하게 넘어서거나, 반면 두 번째 퍼포먼스처럼 퇴행하는 상반된 방향을 지향했던 거죠.

 

 

부산에 사시는 분들은 정말 행운이신겁니다. 조셉 폰 스턴버그의 작품들을 이렇게 한꺼번에 만나실 수 있으니까요.

많은 관객분들께서 이번 기회를 통해 스턴버그의 영화적 시스템을 꼭 느껴보셨으면 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