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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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행사

<만찬> 시네클럽 : 김동현 감독 2014-01-23(목)  - 소극장

1/23 <만찬> 시네클럽 



* 참석 게스트 : <만찬> 김동현 감독

* 진행 : 허문영 프로그램 디렉터

* 장소 : 영화의전당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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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제 18회 부산국제영화제가 폐막작으로 <만찬>을 선택한 것은, 아시아 최고의 영화제로서 새로운 본보기를 보여줌과 동시에, 한국 독립영화에 대한 자신감과 비젼을 알리기 위함이었다. ‘가족멜로드라마의 새로운 고전’이라 호평 받고 있는 <만찬>.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은 물론이고 한 집에 사는 가족들까지도 다 같이 모여 밥 한 끼 먹기도 힘든 요즘, 다가오는 설 연휴에는 온 가족이 함께 따뜻한 집에서 맛있는 만찬을 꼭 즐기시기를 바라며.  


1월 23일 저녁 7시, <만찬> 개봉일이라 더욱 바빴을텐데도 먼 부산까지 내려와 영화의전당 관객들과 반갑게 만났던 김동현 감독. 관객 모두를 당황케 했을만큼 시원시원하고 뚝심 있었던 감독의 솔직한 답변들을 일부 정리했다.  




(<만찬> 관람에 방해가 될 수 있는, 자세한 영화 내용과 관련된 질문 및 답변이 생략되어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허문영) 관객분들께서 기억하실지 모르겠지만, 배용균 감독이라고 영화계의 전설 같은 분이 계십니다. 배용균 감독님은 혼자서 연출 각본 등등 영화 한 편을 다 만드는 스타일인데, 1989년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과 1995년 <검으나 땅에 희나 백성> 이렇게 단 두 편의 걸작을 남기고 사라지셨죠. 한국 영화사에서 신비에 가까운 인물입니다. 여기 계신 김동현 감독께서 배용균 감독과 함께 그 시절 조감독으로 함께 작업하셨고요. 김동현 감독은 첫 작품 <상어>와 다음 <처음 만난 사람들>에 이어 이번 <만찬>이 세 번째 장편입니다. 저는 서독제(서울독립영화제) 개막작으로 <상어>를 보고서 그 작품을 참 좋아하게 됐습니다만, 상징적인 의미가 컸던 첫 작품을 보면서 배용균 감독님과 같은 방향을 지향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상어> 이후의 두 번째, 세 번째 작품에서는 상징주의 보다는 사실주의적인 방법론에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드는데,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인지.  


(김동현) 저는 감독에게 있어서 ‘첫 번째 장편이 중요한 이유’가, 첫 장편 영화 속에 앞으로 가야 할 영화적 인생이 모두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상어>는 오로지 내가 만들고 싶었던 영화였고, 지금도 제 영화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상어>예요. 세 편 모두 제작 지원을 받아 만들었는데, 사실 <상어> 같은 영화는 제작지원이 힘들더군요. 그래서 이후부터는 좀 타협을 해서, 제 성향을 완전히 반영 할 수만은 없는 작품을 계속 내놓게 되었네요(웃음). 이제 다시 내 자리를 찾아야겠다는 생각은 듭니다만, 그래도 사실주의적인 면이 강한 두 번째 세 번째 영화도 결국은 내 안에서 나온 것이니까요(웃음).    


(허문영) 이렇게 솔직히 대답하실 줄은...당황스럽습니다(관객 웃음). 그럼 얼른 다음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만찬>은 인물 중심의 작품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배경과 미학에 더 비중을 두게 되는 시네마스코프 (2.35:1) 비율을 사용하신 이유가 참 궁금했습니다. (*시네마스코프(2.35:1) - 표준규격 필름인 1:1.33과 비교하여 가로의 비율이 훨씬 넓은 와이드 스크린 사이즈)


(김동현) 아... 허문영 영화평론가께서는 역시 예리하시군요. 이 질문은 처음 받는 겁니다만, 핑계를 대자면... 선택의 시간이 부족했어요. 유행을 좀 따라가보자 하는 마음도 약간 있었고요. 말씀하신대로 인물 중심의 영화인데다가, 영화 배경 대부분이 집 내부인데도 말이죠. 그걸 또 알아보시고 딱 캐치(catch) 하시네요. 네! 미스(miss)를 인정합니다(웃음). 아, 또 너무 솔직해서 당황스러우신가요?(관객 웃음)


(허문영) 의도치 않게 이상한 분위기로 계속 흘러가네요...(웃음) 하지만 저는 반면에, 시네마스코프 비율 때문에 가족의 일원이 사라지는 빈 공간, 혹은 불균형의 느낌이 더 강조되어 좋았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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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영화 속의 큰 사건 이후, ‘과연 도대체 이게 수습 될 수 있는 상황인가?’에 대해 저를 포함해 아마 관객 모두가 걱정 할 수 밖에 없었던 영화인 것 같습니다. 굉장히 마음 졸이면서 영화를 끝까지 봤는데, 특히 결말을 많이 고민하신 것 같습니다만. 


(김동현) 생각보다 결말 고민은 많이 하지 않았습니다. 글을 쓸 때부터 시작과 끝의 그림은 이미 그려져 있었으니까요. 제가 원래 시나리오 쓰는 스타일이 좀 그런 편입니다. 처음과 끝이 정해진 상태에서 중간 이야기들이 끼어들어가는 방식이죠. 말씀하신대로 <만찬>은 분명히 장르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많이 낯설어해요. 다음 장면이 도저히 상상이 안 간다는 반응도 많았고요. 그런데 사실 그런 낯선 반응이, 제가 시나리오를 쓰는 진짜 방향이기도 합니다.    




(관객1) 영화의 흐름이 비극적입니다만, 그렇다면 감독님께서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도 그러하신지?  


(김동현) 실제로도 저는 상당부분 비극적인 시각으로 세상을 봅니다만, 그렇다고 해서 낙관의 끈을 절대 놓지는 않습니다. 영화 이야기에 몰입하다 보면, 이게 바로 ‘나’라는 생각을 많이 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나 스스로의 희망을 절대 꺾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그러더군요. <만찬>은 비극적인데 희망적이라고. 저는 그 표현이 이 영화와 가장 잘 맞는 것 같습니다. 이 영화가 전적으로 비극적이라는 말에는, 저는 동의할 수 없어요.    




(관객2) 거의 대부분의 배우들이 낯선 얼굴들입니다만, 연기가 아주 자연스러웠습니다.  


(김동현) 거의 오디션을 통해 뽑은 배우들입니다. 오디션을 볼 때 저는, 스태프들에 대한 불편한 의식 없이 자기한테 주어진 연기만 다 하고 훅 나가버리는, 즉 자기세계를 뚜렷하게 가진 배우들은 절대 놓치지 않아요. 그런 배우들은 정신없이 빠르게 돌아가는 현장 속에서도 그 현장에서 혼자 알아서 감정 잡고 바로 몰입하거든요. 한 명 한 명 다 제가 캐스팅 했는데, 아무래도 영화를 찍으면서 많이 가르치게 되죠. 정의갑(남자 주인공 ‘인철’ 역)씨는 저희가 결국 오디션 때 남자 주인공을 찾지 못하고, 주변의 추천을 받아 캐스팅 한 경우입니다. 그런데 정의갑씨는, 연기를 다 발산해버리는 버릇을 가진 TV 드라마 배우였기 때문에, 그걸 억누르는 부분을 많이 가르쳤어요. 처음엔 많이 어려워하다가 4-5회차 촬영쯤 돼서야 진가를 보이더군요. 그 땐 스태프들도 모두 박수치면서 칭찬 많이 했었어요. 영화 찍는 동안은, 우리 배우들 연기력에 대해 별 생각이 없었는데, 영화가 소개되고 나서 제3자들로부터 배우 칭찬을 계속 받다 보니, 그제서야 알겠더군요. 감사했습니다.   




(관객3) <만찬> 영화 타이틀은 어떻게 결정하게 되신건가요?


(김동현) 처음 이 영화의 제목은 <엄마의 햄버거> 였어요. 저는 지금 부모님과 따로 살고 있습니다만, 어느 날 동생이 전화가 와서는 70대이신 우리 아버지께서 집에 햄버거를 사오셨대요, 아주 많이. 그게 아주 크게 인상에 남아서 이 시나리오를 쓰게 되었습니다. 그러다가 배우들과 대본 리딩을 하고 촬영 준비를 하는 과정에서 ‘만찬 회상씬을 집어넣자’라는 이야기가 나왔던건데, 막상 편집이 끝나고 보니 만찬 씬이 클라이맥스더라고요. 그래서 제목이 <만찬>이 된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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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마지막으로, 차기작에 대한 힌트 좀 주신다면? 


(김동현) 제 장편 데뷔작 <상어>에 덧붙여 말씀드리는게 좋을 것 같네요. 얼마전부터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영화를 최근작부터 시작해 초기작까지 연대를 거꾸로 해 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신기한 점이, 그의 첫 장편 〈누가 내 방문을 두드리는가?> 그 한 편에 그가 지금까지 만들어왔던 영화가 다 들어가 있더군요.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홍상수 감독도 그런 말을 했었죠. 자신이 맨 처음 미국에서 만든 단편에 지금이 다 들어가 있었더라고. <상어>를 만든 이후에 저도, 첫 작품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게 됐거든요. 이건 마치 사람의 본성과도 같은건데, 그 본성에 대한 탐구를 확장시켜 제가 정말 하고 싶은 이야기를 만들고 싶습니다. 각자 인간의 고유한 본성과 그것들의 부딪힘. 그것이, 감독으로서 저의 평생 주제인 것 같아요. 아마 그런 흐름의 영화를 만들게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