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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카피하다> 특별강연 : 배우 문소리 2014-01-16(목)  - 시네마테크

1/17 <사랑을 카피하다> 특별강연

 

* 참석 게스트 : 배우 문소리

* 진행 : 허문영 프로그램 디렉터

* 장소 :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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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전당 [3인의 여배우] 기획전을 통해 프랑스 최고의 세 여배우를 소개하면서, 그렇다면 한국에는 그녀들에 견줄만한 동시대 여배우는 없는 것일까?를 고민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여배우가 바로 문소리였다. <박하사탕>의 첫사랑 순임, <오아시스>의 뇌성마비 장애인 한공주, <바람난 가족의 발칙한 유부녀 호정,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의 고군분투 핸드볼 선수 미숙, <하하하>의 매력적인 관광해설가 성옥까지... 연기의 스펙트럼이 무궁무진한 팔방미인 그녀.

 

지난 116일 저녁, 배우 문소리는 남편인 장준환(<화이><지구를 지켜라>연출) 감독과 다정하게 팔짱을 끼고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수수께끼 같은 멜로 <사랑을 카피하다>를 관객들과 함께 보기 위해 시네마테크관에 등장했다.

 

우리는 항상 그녀에게 강하고 용기 있는 역할을 쉽게 기대하지만, 과연 실제로 우리 사회는 여배우들의 그런 용기와 모험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있는 것일까? <사랑을 카피하다>의 여주인공 줄리엣 비노쉬를 스크린으로 마주하며, 과연 여배우 문소리는 어떤 마음을 품었을지... 대한민국에서 여배우로 살아간다는 것, 그 솔직한 마음을 관객들과 공유했던 시간이 아래에 간략히 정리되어 있다.



 

(허문영) 우선 방금 <사랑을 카피하다>를 관객들과 함께 보셨는데영화 소감부터 간단히 여쭤보겠습니다.


(문소리) ... 하필 남편과 같이 와서 이 영화를 보는 바람에...(객석 웃음) 

우리도 15년 쯤 지나면 정말 저렇게 되는 걸까? 와 같은 복잡한 생각들이 계속 겹쳐졌어요. 엔딩을 보니 한숨만 더해지고...(웃음)


(허문영) 그렇다면, 함께 이 영화를 보신 (남편)장준환 감독님의 소감도 궁금해집니다.


(멀리 객석에서, 장준환 감독) (하아...) 복잡했습니다. (객석 웃음)


(허문영) 여배우의 입장에서, 줄리엣 비노쉬(<사랑을 카피하다>여주인공)에 대한 인상이나 느낌은 과연 어떤지? 아무래도 다른 나라 여배우들보다 프랑스 여배우는 좀 더 특별한 아우리가 느껴지지 않나요?


(문소리) 네 맞아요. 굉장히 도전적이라는 느낌. 이전 작 <나쁜 피> <퐁네프의 연인들> <데미지> 등의 작품들을 통해서 아픔을 두려워하지 않는 강한 정신을 느낄 수 있었고, 최근 <코스모 폴리스>에서의 파격적인 연기까지! 줄리엣 비노쉬는 항상 자유분방한데다 여러 분야에 재주도 많고 호기심도 많은 배우 같아요.

 



 

(허문영) 네 그렇죠. 줄리엣 비노쉬와 더불어 또 한 명의 프랑스 대표 여배우인 이자벨 위페르’. 이 두 분은 특히 여배우라는 단어 하나로만 정의하기에 분명 한계가 느껴진달까요. 모험가의 느낌도 들고요. 문소리씨와 함께 작업했었던 이자벨 위페르와 연기했을 때의 느낌은 어떠셨나요? (문소리는 2011, 홍상수 감독 작품 <다른나라에서> 에서 이자벨 위페르와 함께 출연한 적이 있다.)

 

(문소리) 홍상수 감독님 연출 방식 중 또 하나의 독특한 점은, 배우 소장 의상들 중에서 극중 의상을 고르신다는 점이거든요. 그래서 이자벨 위페르도 옷을 많이 가져오셨죠. 특히 허름한 의상 위주로(웃음). 근데 의상 피팅 할 때 보통의 배우들은 옷 갈아입으러 화장실이나 탈의실을 왔다갔다 하잖아요. 근데 그 분은 그냥 감독과 스태프들 앞에서 갈아입어요, 속옷만 걸치고. 환자가 병원에서 진찰 받을 때 아무렇지 않게 상의를 탈의하는 것처럼, 그녀도 배우로서 옷을 갈아입는 작업이 전혀 부끄러울 것이 없었던거죠. 그 때, ‘... 이것이 바로 파리구나, 파리지엥이구나...’ 라는 느낌이 확 들더라구요. 이렇게 그녀는, 세월이 흘러도 마모되지 않는 배우 열정이 대단한 분이었어요. 사실 저는 배우로서 긴 시간을 보내고 나이가 들어가면 점점 내 뾰족한 모서리를 깎고 다듬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주변에서도 항상 그렇게 저를 타일러왔는데, 위페르를 보면서 내가 왜 굳이 그래야 하는걸까? 라고 다시 생각하게 됐어요특히 나이가 들수록 사람들은 스스로를 잘 바꾸려 하지 않는데, 신기하게 이자벨 위페르와 줄리엣 비노쉬의 필모그래피는 끊임없이 업데이트 되고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활동 중에 아이를 낳고 키우는 엄마의 역할 또한 놓치지 않은 걸 보면 정말 대단해요


(허문영) 참고로, 줄리엣 비노쉬는 첫 아이 임신 때 영화 세 편을 찍었다고 하죠.(웃음)


(문소리) 아니, 임신중에도 작품이 그렇게 많이 들어온단 말이에요? (객석 웃음저도 한 편 찍었었지만, 남편인 장감독님께서 제 걱정을 많이 하시긴 했죠.


(허문영) 비노쉬는 심지어 결혼도 하지 않은 상태에서 당당하게 아이를 낳고 키웠다 하니... 이런 점만 보더라도, 타인의 눈치를 보며 한국에서 딴따라를 한다는 건 참 어려운 일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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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줄리엣 비노쉬는 광적인 모험가 같습니다. 연기의 넓은 스펙트럼 이외에도 그림, 전시, 공연 등 다방면에서 활발한 예술활동을 하고 있죠. 그렇다면 과연, 한국에서 여배우로 살면서, 이처럼 도전’ ‘모험이라는 단어가 과연 어울릴 수 있을까요?


(문소리) 제가 사실 이렇게 보여도 겁이 참 많거든요. 일 저지르고 나서 걱정도 많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에게 용감한 배우라고 많은 분들이 말씀해주세요. 하지만 그 말이 정말, 허문영 선생님께서 방금 말씀하신대로 한국 여배우에게 합당한 말인가에 대해서는 참 여러 가지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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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1) 배우로서, 연기를 할 때의 느낌이 과연 어떠신가요?


(문소리) 미시적으로 보면... 작품을 하는 동안 캐릭터의 상황을 다 써버리고, 그렇게 작품이 다 끝나면 그냥 아무 느낌이 없어요. 거시적으로 보면... 외로운 느낌과 좀 비슷하달까요. 내 가진 모든 것이 다 빠져나가는 느낌. 누군가가 나를 한 번도 가지 않은 곳 혹은 전혀 모르는 곳에 혼자 빠트려놓았는데, 그 안에서 나 혼자 살아 나와야 하는거예요. 그런 과정들이 참 외로워요.

 

 

(관객2) 배우로서, 저 장면은 꼭 연기해보고 싶다라는 것이 있으신가요?


(문소리)  이젠 그런 생각 전혀 안해요, 아니면 질투가 나서 견딜 수가 없거든요. 영화 보는 동안 만큼은 그저 관객으로 느끼고 배우기만 할 뿐, 그런 생각은 절대 안하려고 해요. 그래도... 강렬한 사랑 이야기는,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은 후에 더 하고 싶어졌어요. 어릴 땐 멜로 영화에서의 사랑이라는 감정에 별 흥미가 없었거든요. 그런데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아이를 낳고 가정을 이루다보니, 삶 중에 사랑이 제일이라는 걸 몸과 마음으로 느끼게 된거죠. 그래서 그 이후로는 사랑 이야기를 더 나이 들기 전에 해보고 싶다... 라는 바램은 있어요.

 

 

(문소리) 마지막으로, 이 사회가 과연 여배우의 용기와 모험을 응원 할 수 있는 사회인가... 유독 가족적인 사회 분위기가 여배우로서는 가끔 힘들고 한계가 느껴져서, 남자 배우로 태어났으면 좀 더 자유로웠을 텐데... 라는 생각도 하지만 (웃음) 지금 저의 배우 삶 자체가 저에게는 충분히 행복한 삶이라고 생각합니다.

 

(허문영) 1990년대 이후 한국영화의 거의 모든 중요한 장면에는 문소리씨가 있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죠. 문소리씨야말로 자기 자신을 위해 늘 싸우고 있는 여배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2월 개봉을 앞두고 있는 <관능의 법칙>과 그 이후의 다양한 활동에도 관객 여러분들의 많은 응원 부탁드리며 이번 행사를 마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