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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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풍경> 시네클럽 : 장률 감독 2013-12-13(금)  - 소극장

12/13 <풍경> 시네클럽 



* 참석 게스트 : 장률 감독

* 진행 : 허문영 프로그램 디렉터

* 장소 : 영화의전당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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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들어 가장 유난한 강추위가 사흘째 계속되던 지난 금요일 저녁. 영화의전당 소극장은 두툼한 옷차림의 관객들로 차근차근 채워지기 시작했다. 90분 동안 꿈을 꾸는 듯한 느낌의 다큐멘터리 <풍경>의 상영이 끝나자, 곧이어 허문영 프로그램 디렉터의 사회로 장률 감독과의 시네클럽이 이어졌다.

 

중국 영화감독이자 재중 한인 3세인 장률 감독은 <당시>(2003), <망종>(2005), <이리>(2008), <두만강>(2009) 등으로 뛰어난 연출력을 인정받은 아시아의 대표 시네아스트. 중국과 한국을 오가며 꾸준히 영화 작업을 해오다, 약 2년 전부터는 한국의 대학교에서 영화를 가르치기 시작하면서 한국에 정착해 살고 있다. 이번에 개봉한 <풍경>은 장률 감독의 첫 번째 다큐멘터리다.

 

이번 <풍경> 시네클럽은, 평소 관객과의 대화 시간과는 조금 다르게 영화의 의미에 대한 질문보다는 관객 모두가 각자의 느낌을 공유하는 시간으로 꾸며져 더욱 흥미로웠으며, 이와 더불어 장률 감독 특유의 꼼꼼하고 배려 가득한 답변들 또한 현장 분위기를 더욱 훈훈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주 노동자들에게 장률 감독 본인만의 방식으로 따뜻한 위로를 전한 영화<풍경>에 관한 숨겨진 이야기, 12월 13일 저녁 영화의전당 <풍경> 시네클럽 시간을 아래에 간략히 추려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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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14명 이주 노동자에 대한 ‘꿈’을 묻고 대답을 듣는 내용이 주였는데, 제목은 의외로 <풍경> 입니다. 제목을 그렇게 정하신 이유가 따로 있으신가요?


(장률) <풍경> 전의 영화들은 찍는 도중에 제목을 고민하고 지었는데, 이번엔 유일하게 영화 찍기 전에 제목을 먼저 정했습니다. 이 작품은 전주국제영화제 삼인삼색 단편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진행 상황상 가제로 먼저 지어야 하기도 했었지만, 또 다른 이유 하나는 이주 노동자들의 공간 속 풍경들과 꿈 속 풍경들의 상호관계를 좀 더 멋지게 보이도록 하고 싶어서였던 것 같습니다.



 

(허문영) 왜 하필 "(잠결에) 어떤 ‘꿈’을 꾸었는지?" 가 유일한 질문이 되었습니까?


(장률) 어릴 때 부터 '미래에 어떤 꿈을 이루고 싶은가?'에 대한 질문들이 저는 너무 싫었습니다. 그런데 자다가 꾼 꿈 이야기를 물어보니 다들 재미있어 하더군요. 우선 반감이 전혀 없었고, 웃으면서 인터뷰를 시작할 수 있었죠. 자다가 꾼 ‘꿈’에 대해 누구도 크게 의미를 가질 필요도 없고, 거짓말 할 필요도 없이 편하게 진정성을 담아낼 수 있을거라 생각해서 이렇게 질문을 하게됐습니다.

 



(허문영) 각 출연자들의 사연에 대한 드라마틱한 접근이 전혀 없는데, 의도한 것인지?


(장률) 처음부터 그랬던 건 아니고... 다큐는 사실 하나하나 모든 게 궁금해서 접근하는 거잖아요. 그러다가 문득, 질문하는 자와 답하는 자의 관계를 생각하게 됐는데, 최대한 그들이 힘들고 불편하지 않길 바라게 됐습니다. 처음엔 그 곳의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인터뷰와 촬영을 거절 당했는데, 가만히 보니 거기서 이미 몇 십 명의 감독들이 이주노동자 및 고용주들을 중심으로 한 다큐를 찍고 있더군요. 내 영화는 항쟁과 고발의 다큐가 아니라고 했지만 의심은 계속됐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공간 속 모든 사람들의 동의를 받고 찍겠다 약속 하고서, 우리는 유일하게 질문이 하나다! 라고 했더니 그제서야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웃으며 의심을 버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이후에야 수월하게 접근 할 수 있었죠. 다큐도 결국은 소통인데, 그 진실 된 방법을 고민하다보니 자연스럽게 나온 결과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허문영) 핸드헬드 촬영이 주를 이루고 있는데, 그 카메라의 움직임이 좀 특별합니다. 촬영자의 걸음걸이까지 모두 표현 되었다고 설명할 수 있을 것 같은데... 혹시 이 부분 또한 의도한 것인지?


(장률) 네 맞습니다. 주인공들이 꾼 꿈들에 한 걸음 한 걸음 더 가깝게 다가가는 느낌을 살려보고자, 카메라 팀에게 그렇게 지시한 것입니다. 현실을 찍고 있지만 몽환적인 접근을 위하여 의도적으로 그런 방법을 사용한거죠. 저 역시 찍는 동안에도 꿈을 꾸고 있다는 느낌을 받으며 작업했습니다.

 




(관객) 코끼리가 등장하는 장면과 제주도를 가는 장면이 굉장히 인상 깊었습니다.


(장률) 그들이 꾼 꿈에 내가 직접 들어가는 느낌으로 찍게 된 중요한 장면들입니다. 영화 속 ‘그’는 제주도에 가보지도 않았는데 제주도에 대한 막연한 꿈을 꾸었고, 그렇다면 그가 꾼 꿈 속의 풍경과 실제 제주도는 어떻게 다를까? 라는 생각으로 충동적으로 제주도로 떠났던거죠. 코끼리 역시, 15년 넘게 고향을 떠났던 (영화 속 또 다른 출연자) ‘그’에게 코끼리에 대한 의미가 얼마나 클지, 또한 고향의 코끼리도 그를 아마 그리워하고 있지 않을까 라는 생각에 진짜 코끼리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우리속에 갇혀있는 동물원 코끼리는 찍기 싫었고, 여기저기 찾다보니 제주도에 제가 원하는 느낌의 코끼리가 있다고 해서 때마침 좋은 기회라 생각하고 겸사겸사 제주도로 갔습니다. 이런 방법으로 조금이나마 그들에게 위로가 되게 하려고 영화 속에 넣은 장면들입니다.


(허문영) 저는 다큐멘터리가 출연자들을 이런 방식으로 위로할 수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놀랐습니다. 감독님의 답변 또한 정말 감동적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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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 이 작품에 출연한 이주 노동자들이 모두 이 영화를 봤다면, 반응은 어땠는지요?


(장률) 이제 막 개봉을 했기 때문에, 안 그래도 영화를 다 같이 볼 기회를 찾고 있습니다만 서로 시간을 다 맞출 수는 없을 것 같아서 언제든 그 분들이 극장에 와서 이 영화를 볼 수 있도록 할 참입니다. 하지만 그것보다도, 워낙 바쁘게 사는 사람들이라 차라리 우리가 그 공간에 가서 영화를 상영하면 어떨까 하는 계획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그들의 반응이 물론 기대되죠.그런데 아마 지루해 할 수도 있을겁니다. (전체 웃음)

 



(관객) 마지막에, 카메라가 길을 거칠게 달리고 하늘을 향하는 장면에 대한 의도를 듣고 싶습니다.


(장률) 마지막씬은 사실 편집 때 까지 고민했습니다. 이런식의 엔딩이 아니면 영화적으로는 더 깔끔 하겠다 생각했지만, "내가 깔끔하게 찍는 걸 계산할 만큼 그렇게 잘난 감독인가?" 라는 생각에 모두 관뒀습니다. 이방인들은 타지에서 아주 작은 일에도 긴장하게 되거든요. 그런 긴장속의 숨소리와 카메라를 들고 달릴 때의 거친 숨소리의 합을 맞춰 같이 가보고 싶었습니다. 사실 엔딩도 100% 계획했던 모습은 아닙니다. 완전히 드러누워 하늘을 바라보게끔 연출하고 싶었지만,그럴 수 없는 현장 상황 때문에 결국 그냥 앉았다가 눕는 시선으로 바꾸게 된 거죠. 어쨋든 결국 엔딩은 제 고집에 의한 것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