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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브의 모든 것> 특별강연 : 한창호 평론가 2014-06-11(수)  - 시네마테크

6/11 <이브에 대한 모든 것> 특별 강연

 

 

* 강연 : 한창호 영화평론가

* 장소 :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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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날은 별도의 관객 및 진행자 질문 시간 없이 한창호 평론가의 강연으로만 진행되었습니다.)

 (내용에 <이브에 대한 모든 것>의 엔딩과 관련한 언급이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한창호) 지금 함께 보신 <이브에 대한 모든 것>은 한창 할리우드 영화 제작 시스템의 변화가 일던 1950년대에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특히 1950년대에는 TV 보급까지 본격화 되어 기존의 영화제작 시스템이 점차 퇴색 되어버리고 있던 때였거든요. 이 영화는 맨케비츠의 정점을 이룬 작품이자 할리우드 고전기를 대표하는 걸작입니다. 대사가 많은 것은 물론 대사 자체에도 장식적인 요소들이 넘치는 이 연극적인 영화 스타일에 아마 많은 관객분들께서는 특별한 인상을 가지셨을텐데요. 이렇게 맨케비츠의 영화는, 고전 할리우드의 상업적인 시스템에서 만들어졌음에도 불구하고 현대적인 미학이 돋보였던 것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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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첫 장면에 사라 시돈스시상식이라고 나오죠? 여주인공 이브가 상을 받게 되는 시상식인데요. 지금 보시는 그림의 주인공이 바로 사라 시돈스입니다 사라 시돈스18세기 계몽주의 시절, 셰익스피어 연극의 전문 여배우로 활약을 펼친 인물이었습니다. 이와 연결지어 영화 속 시상식 역시, 대체로 남성주의적인 성향이 강했던 당시 분위기와는 다르게 클라이맥스로 여배우가 최고의 상을 받게 되죠. 그래서 이 시상식 장면은 여러 의미로 예술계의 여성 파워를 강조한 특별한 장면이라 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맨케비츠의 영화들은 여성중심적인 성향이 강했던 것을 확인 할 수 있습니다.

 

맨케비츠는 흔히 고전 영화들에 등장했던 여리고 순종적인 여성 보다는, 주장과 열정이 강하고 야망 있는 여성상을 그려내는데 탁월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캐릭터가 방금 함께 보신 영화 속의 두 여주인공들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실제로도 마고 역의 '베티 데이비스'는 남자 영화인들과 거의 수평적인 위치에 있거나 그 이상의 위치에 있는 여배우긴 했습니다만. (웃음)

 

이 영화처럼 여성 캐릭터가 뚜렷이 강조된 맨케비츠의 또 다른 작품으로는, 이번 기획전 상영작에도 포함 되어 있는 <유령과 뮤어부인>이 있습니다. 자기 삶을 스스로 주도적으로 살고 싶어하는 미망인이 주인공인 이 영화는, <이브의 모든 것>의 여성들에 비하면 덜 와일드 하지만, 맨케비츠의 초기작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캐릭터가 두드러져 있다는 것이 특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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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맨케비츠의 영화들 속 이야기는 단순합니다. <이브의 모든 것>도 야망이 큰 여인이 어떻게 해서든지 결국에는 정상에 올라가는 이야기인데, 맨케비츠는 이렇게 간단한 이야기를 굉장히 재미있게 말 할 줄 아는 달변가였던거죠. 그리고 그는, 물론 이번 기획전 타이틀에도 나와 있지만 플래시백에 대한 기발한 사용’ 하나만큼은, 영화인들 누구도 충분히 인정하는 부분일겁니다.

 

사실 당시의 제작자들은 맨케비츠의 플래시백 연출 방식을 좋아하지는 않았습니다. 일반 관객들은 그저 시간순대로 흘러가는 단순한 이야기를 더 쉽게 받아들이고 더 좋아했기 때문입니다. 관객이 영화를 보는동안 머리가 복잡해지거나 혼란스러워지는 것을 원하진 않았을테니까요. 하지만 영화 중간에 과거로 갔더라도 결국은 다시 현재의 시점으로 돌아왔기 때문에 사실 명확히 따지면 시간의 흐름이 뒤죽박죽이진 않았거든요. 그래서 이 플래시백 기법이야말로 맨케비츠 특유의 화법이었던 것입니다.

 


 

 

 

 

 

 

 

 

그리고 이 영화는, 내레이션 인물들이 계속해서 바뀌는 것 또한 특징인데, 보통은 내레이션을 시작한 한 명의 인물이 마지막까지 직접 결과를 정리하며 사건을 마무리 짓지만, 특이하게도 <이브의 모든 것> 시작했던 내레이터가 어느 순간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다른 내레이터가 등장하는 형식입니다. 이 영화는 한 길로 쭉 선행하지 않고 내레이터의 입장에 따라 다양한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거죠. 수동적으로 시간의 흐름에 따라가는 영화들과는 달리 관객을 끊임없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입니다.

 

또한 그 당시에는 내레이션 역시 말하는 주체가 거의 남성이었습니다. 남자의 내레이션에 여자는 그저 각 장면에서 액션을 취할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맨케비츠의 영화에서는 내레이션도 여자가 주체가 되었습니다. 이 영화와 더불어 <세 아내에게 온 편지> 에서도 맨케비츠가 여성 내레이터를 탁월하게 사용했던 것을 알 수 있으실 겁니다. 

 

맨케비츠 영화의 또 다른 특징은 계급에 대한 인식의 틀을 깼다는 겁니다. 보통, 계급과 명성이 높은 사람이 악역을 맡고 가진 것 없는 낮은 계급의 사람이 선하고 나약한 역할을 맡는 식의 익숙한 계급별 캐릭터의 특징을 과감히 깬거죠. 이런식의 캐릭터의 변화가 두드러진 또 다른 그의 작품으로는 <지난 여름 갑자기><발자국> 등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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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브의 모든 것>으로 돌아와서,

 

이 영화의 명장면은 빌의 귀환 파티라고 저는 생각하는데요. 이브는 바로 이 파티 때 부터 본심을 드러내기 시작합니다. 빌이 할리우드에서 돌아와서도 마고를 먼저 만나지 않고 이브와 20분이 넘도록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거나, 카렌에게 배역을 자연스럽게 청탁하는 등 지금까지와는 좀 다른 이브의 행동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는 지점이입니다. 마고 역시 이브에 대한 의심을 강력하게 표현하기 시작하고요.

 

또 하나의 명장면을 꼽자면 역시 엔딩입니다. 시상식이 끝난 후 호텔에, 불현듯 한 여자가 나타납니다. 바로 또 다른 '이브'. 특히 거울의 반사 효과로 수많은 이브가 표현된 마지막 장면은 할리우드 영화사에서 손꼽는 명장면이기도 합니다.  

 

이렇게, 맨케비츠는 할리우드의 상업시스템의 틀 안에 있었지만, 할리우드 스타 시스템을 회의적인 시선으로 바라봤던 감독인데요. 그의 이런 생각들이 그의 작품들에 고스란히 담겨있다는 것을 여기 계신 관객분들 모두 이번 맨케비츠 기획전을 통해 직접 발견하실 수 있었을 겁니다.

 

제 말솜씨가 맨케비츠만큼 명변이지 못해 죄송하네요. 더 재밌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드렸으면 좋았을텐데요. 아무쪼록 이렇게 늦은 시간까지 함께 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