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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보다 해몽> 시네클럽 : 이광국 감독 2015-02-26(목)  - 소극장

2/26 <꿈보다 해몽>

 

* 게스트 : 이광국 감독

* 진행 : 이승진 영화의전당 영화기획팀장

* 장소 : 영화의전당 소극장

 

 

(영화의 주요 내용 및 결말이 일부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1

 


 

 

(관객1) 영화 속 등장 인물 중 형사의 누나 달력에 체크 되어 있는 날짜와, 그 누나가 죽기로 결심한 날짜, 여주인공이 대기실에서 달력을 본 날짜가 27일 이던데... 그 날짜에 대한 특별한 의미가 있나요?

 

(이광국) 27일 이라는 숫자 자체가 특별한 의미를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특정한 하루가 필요했던 것 같아요. 우리는 모두 같은 시공간을 살고 있지만, 개개인은 우리가 정말 같은 시공간에 있는 것일까 의심스러울 정도로 너무나 다른 경험을 하며 살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날짜가 누군가에게는 죽음을,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시작을 의미하는 것 처럼 각자에게 같은 하루가 다른 식으로 작용하는 게 흥미롭다고 생각해서 임의로 동일한 날짜 하나를 지정했습니다.

 

여주인공이 분장실에서 거울 너머로 보는 27일은, 동화 거울 나라의 앨리스의 앨리스가 거울 너머의 세상으로 건너가 모험을 겪고 다시 거울 밖으로 나오는 큰 틀을 갖고 있는데, 이 영화 역시 여배우가 극장 밖을 나와 다양한 경험을 하고 다시 극장으로 돌아오는 동일한 틀을 가진 것을 표현한 것입니다. 이 분장실 장면을 통해 거울(극장) 너머 겪은 것들을 회상하는 느낌을 주는 것과 동시에, 형사 누나의 죽음과는 반대로 여배우에게 새로운 시작을 부여하는 식으로 27일 이라는 날짜를 지정하게 된 것 입니다.

 

 

 

(관객2) 저는 이렇게 소소한 느낌의 영화들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제가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그런지 당연히 형사와 여배우의 로맨스가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갑자기 전 남자친구가 나타나는 바람에... 결국 뭔가 찝찝한 결말이 아니었나 싶은데요...(관객웃음) 이런 결말에 대한 감독님의 특별한 의도와, 그리고 유준상씨께서 열연한 수상한 느낌의 형사 캐릭터도 궁금합니다.

 

(이광국) 꿈은 나의 무의식중에서 잠결에 불쑥불쑥 튀어 나오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 여주인공의 주된 고민들 혹은 소원들이 꿈으로 변형되어 나온다는 생각으로, 진심은 아니었는데 상황이 힘들어 매몰차게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전 남자친구에 대한 걱정들이 항상 마음속에 남아 있었을 것 같았고, 그런 걱정들이 꿈으로 변형되어 나올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당연히 저는 엔딩에 전 남자친구를 다시 만나게 해주는 것이 맞다고 생각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시나리오를 쓸 때부터 형사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이어서 다들 이 커플의 로맨스를 기대 할 거라 예상하긴 했어요. 실제로 극장 앞에서 기다리는 남자가 형사일 줄 알았다는 관객분들 말씀도 많이 들었고요. 하지만 오히려 당연히 남자친구가 찾아왔겠지 라고 예상하게끔 했다면 영화의 재미가 덜하지 않았을까 싶어서, 결과적으로는 관객들에게 이런식의 반전 같은 기대감을 심어준 것이 더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 영화에서 형사역을 맡은 유준상씨의 역할은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이상한 세계로 안내하는 시계토끼와 같다고 보시면 되는데, 그래서 이 캐릭터 자체는 좀 비현실적이기도 합니다. 형사라는 직업을 굳이 택한 이유는, 형사는 어디서든 낯선 사람에게 말 걸기 가장 좋은 직업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형사의 일이 몇몇 단서들을 가지고 논리적으로 추리하고 접근하여 사건에 대한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 내잖아요. 그런 직업적인 과정들이 꿈을 해몽하는 과정과 좀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이 형사는 안타깝게도 정작 자신의 직업(형사)에서는 전혀 재능을 발휘하지 못하고 엉뚱하게도 꿈해몽에 재능이 있죠. 이 상황이 현실이라면 정말 안타깝고 비극적이겠지만, 또 이 상황을 멀리서 바라보게 되면 그 가운데서도 이렇게 코미디 요소를 발견하게 되므로 형사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된 것 같습니다.

 


 

 

 

 2

 

(이승진) 감독님의 영화 전작부터 이 영화까지 쭉 살펴보면 전체적으로 이야기들이 굉장히 쓰라린 면이 많은 것 같은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 속 음악들은 이런 쓰라린 부분을 잊고 혼동하게 만드는 특별한 면이 있는 것 같습니다.

 

(이광국) 사실 제 영화 속 인물들이 처한 상황을 보면 굉장히 힘들고 우울하죠. 하지만 약간 이건 제 기질인 것 같기도 한데, 저는 우선 내용이 무겁고 어둡다고 해서 진지하게 영화를 끌고 가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내용이 무거움에도 불구하고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싶었기에 영화의 톤은 그나마 명랑하게 갔던 것 같아요. 음악의 사용도 그런 기준에 맞춰진 것 같습니다. 직설적으로 힘든 걸 보기보다는 조금만 멀리서 바라보면, 힘든 상황이지만 그래도 좀 더 세상을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이 들어서인 것 같습니다.

 

 

 

(이승진) 감독님의 장편 연출작 두 편 모두 해외 영화제에 초청을 많이 받으셨습니다. 국내 반응들과는 달리 해외에서의 반응들 중 좀 특별했던 기억이 있으신지?

 

(이광국) 해외에서도 비슷한 반응으로 제 영화를 편하게 보시긴 했지만, 그 중 인상 남았던 질문 중 하나가 있습니다. 연세가 좀 있으신 외국 관객분이셨는데, 이 영화에서 한국적인 것이 무엇인지 물으셨어요. 저야 원래 한국 사람이니까 한국적인 것에 대해 특별한 인식을 하지 않고 만들었지만, 이 질문을 받고서 곰곰이 생각을 해봤더니... 우리나라가 자살률이 세계 1등을 다툴 정도로 높잖아요. 어쩌다 보니 저의 전작도 그렇고 이번 작품도 그렇고 자살의 소재가 포함되어 있다고 얘길 했더니, 그렇다면 왜 유독 한국은 자살률이 높은가 물으시길래, 제 생각에는 6.25 전쟁 후 급속도로 경제가 성장하면서 모든 가치의 기준이 돈에 맞추어 진 것 같다고 답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사람들 모두 진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잃어버리게 된 것 같고,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이 무슨 고민을 하는지 살피지 못한 채 내 눈앞에 급급한 것만 보고 살다 보니까 점점 개인들이 소통하지 못해 고립되어 극단적인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닐까 이런 식으로 답변 했던 것 같습니다.

 


 

 

3

 

 

(관객3이광국 감독님은 홍상수 감독님의 조연출로 오랫동안 활동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그런 영향 때문인지 홍상수 감독님 영화스타일과 이광국 감독님 영화스타일이 계속 비교를 받는 것 같은데, 홍상수 감독과는 이런 점이 확실히 다르다 하는 부분이 있으신지? 그리고 홍상수 감독님과 함께 현장에 있으시면서, 홍상수 감독님의 숨겨진 비리? 같은 것들이 있으셨다면?(관객 웃음)

 

 

(이광국) 첫 영화 만들 때부터 인터뷰나 GV에서 항상 따라다닌 질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홍상수 감독님과 비교 되는 것 자체가 사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홍상수 감독님은 거장이시잖아요. 저는 이제 막 두 편의 영화를 찍은 신인 감독이고요. 비교 자체가 제 입장에서는 그저 영광입니다. 우선 저는 홍상수 감독님 작품의 조감독을 하는 내내 감독님 옆에서 영화 찍으시는 걸 쭉 지켜봤고 좋은 영향들을 많이 받았다고 생각하거든요. 글 쓰시는 거나 배우들 만나시는 거나... 그러다보니 제 영화 만들 때 굳이 그런 지점에 대해서 크게 신경 쓰거나 걱정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물론 비슷하다고 느껴지는 부분들은 아무래도 두 사람의 취향이 비슷하기 때문인 것 같기도 합니다. 다만 오히려 제가 괜히 감독님께 폐를 끼치는 건 아닌가 생각하죠.

 

어떤 분들은 이런 얘기 많이 들어서 싫지 않냐 하시지만 저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은 없습니다. 저는 영화를 시작하면서 홍상수 감독님을 만난 전후가 가장 큰 전환점이었습니다. 아마 제가 홍상수 감독님을 그 때 만나지 않았다면 영화를 접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만큼 홍상수 감독님은 제게 중요한 분이시고, 영화 스타일이 같고 다르고의 문제는 제가 계속 영화를 만들어나가다 보면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그 차이를 느끼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조감독 시절에 홍상수 감독님의 비리 같은 건 없었고(웃음), 그냥 저는 재미있었어요 정말로. <극장전> 부터 감독님과 처음으로 같이 작업을 시작했는데 출근하는 매일 아침이 항상 즐거웠어요. 오늘은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까? 그 때 생각을 하면 지금도 기분이 좋아요. 그래서 저는 감독님께 누를 끼치지 않도록 좋은 영화를 계속해서 많이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