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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사들> 관객과의 대화 : 김지곤 감독 2014-12-19(금)  - 소극장

12/19 <악사들>

 

* 게스트 : 김지곤 감독

* 진행 : 최용석 감독

* 장소 : 영화의전당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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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석) 부산에서 가장 활발하게 활동 중이고, 지금은 부산을 넘어 전국에서 본인의 작품을 소개하며 활동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악사들> 김지곤 감독님을 소개합니다. 가장 먼저, 나이도 어리신(?) 분이 어르신들 영화 <악사들>을 만드신 계기부터 여쭤보고 싶습니다.

 

(김지곤) 영화 속 마지막 인터뷰 하셨던 도병찬 선생님과 원래 친분이 있었어요. 같은 동네에 계셨던지라 라이브 클럽에 술 마시고 음악 들으러 함께 자주 갔는데, 어느 날 선생님께서 제게 악사들 이야기를 들려주시며 다큐멘터리 제안을 하셨어요. 아무래도 저는 <할매> 다큐 시리즈를 작업하는 도중이라 다른 감독을 추천 해달라고 하셨는데, 이야기를 듣고 나니 제가 직접 만들고 싶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하고 싶다고 말씀드렸더니 저를 당장 차에 태워서 악사 몇 분들을 소개해 주시려고 두 세 군데 데려가 주셨어요.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출연자의 동의가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본인의 삶을 계속 카메라에 보여줘야 하니까 대부분 탐탁지 않아 하시고 부담스러워 하셨죠. 그러다가 부전악기상가의 부산 팝앤재즈 빅밴드연습실을 소개시켜 주셔서 갔는데, 그 조그만 골방에 스무 분 정도 모여서 연습을 하고 계셨어요. 바로 거기서 혜광스님, 이승호 선생님, 이현행 선생님을 만나고 20114월부터 촬영을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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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1) 감독님이 선호하시는 롱테이크를 많이 배재하신 부분에 있어서, 촬영하실 때나 편집하실 때 힘들지는 않으셨는지?

 

(김지곤) 일단 롱테이크를 줄였다고는 말했지만 사실 알고 보면 여전히 많거든요.(웃음) 그중에서도 연주 장면은 제가 욕심내서 프레임을 공연 무대라 생각하고 배경을 많이 사용하며 롱테이크로 많이 갔어요. 특히 선생님들은 공연 때 연주만 하시지 주변 분위기와 자신이 어떻게 관객들에게 비춰지는지를 전혀 보지 못하시잖아요. 그래서 당신들이 공연하실 때의 주변 모습들을 고정된 프레임 안에서 있는 그대로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그러고나서 마지막 편집 때 PD, 이 영화를 정식 개봉 할 것인가 아니면 감독 의도대로 완성시켜 영화제에 소개하고 마무리 지을 것인가 고민했는데... 선생님들은 확실히 개봉을 하길 원하셨고, 그래서 저는 한치의 고민도 없이 선생님들의 요구에 맞춰 개봉을 결정했습니다. “그렇다면 개봉에 맞춰서 재편집 해야지!” 라는 PD의 결정으로 막바지 이틀 동안 밤새워서 지금 보신 <악사들>을 완성하게 되었습니다. 어쨌든 다큐멘터리는 감독의 의도 보다는 출연자들의 요구사항들을 들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관객2) 영화 결말에 이르러 주인공들은 현재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굉장히 만족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비춰졌는데, 반면 이 다큐멘터리 앞부분에서는 주인공들의 과거 힘들었던 모습이 꽤 두드러졌습니다. 이런 극적 결말을 의도하신건지 아니면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것인지?

 

(김지곤) 주인공들의 지금 삶을 행복하다고 봐주신 부분에 대해서는 우선 감사드립니다. 하지만 사실 금전적인 부분에서 특히 여유롭고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계시는 상황들은 아닙니다. 지금도 빚을 갚기 위해 밤에 생업을 따로 하고 계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시고요. 그저 이 다큐멘터리를 과거부터 자연스럽게 구성하다보니 이런 흐름으로 마무리 된 것 같아요. 특히 대한민국에서는 사람들이 지금 현재 무엇을 하고 있는가만 보고 과거에도 당연히 그랬을거라고 생각하잖아요. 저 역시도 그렇게 생각했었고요. 특히 저도 카메라 들기 전에는 전혀 모르다가, 홍어집 라이브 장면을 찍던 도중에 문득 주변을 봤더니 연주를 정면으로 보고 있는 사람은 저밖에 없더군요. 보통 다들 라이브 클럽 같은 곳에 가면 같이 온 사람들끼리 이야기 하고 술만 마시고 공연 끝나면 박수만 칠 뿐이잖아요. 그 때 조감독과 함께 그 상황을 보면서 눈물을 좀 흘렸어요. 스스로를 많이 반성했습니다. 저 분들은 이 곳을 항상 무대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연습해서 저기 서 계시는 것일텐데... 그분들은 사실 지금으로 따지자면 홍대 인디밴드와 같아요. 과거부터 자신의 음악을 소신 있고 멋지게 해 오신 분들이죠. 현재는 비록 이런 위치지만 과거에는 분명히 빛났다는 면을 좀 더 보여주려고 과거 이야기를 집어넣은 것이기도 합니다.

 

 

(최용석) 반면 제가 봤을 땐 확실히 일반 다큐멘터리들에 비해 극적인 부분이 많이 억제 된 것 같다고 느꼈습니다.

 

(김지곤) 그렇죠. 특히 주인공들 사생활 부분에서 과거에 힘들고 드라마틱한 부분이 보신 것 보다 더 많았거든요. 하지만 선생님들께서 빼달라고 하셔서 다 뺐습니다.(웃음) 전문용어들이 하도 많이 나와서...(웃음) 아 이러다 청소년 관람불가 나오겠다 싶어가지고...(웃음) 그래서 누군가가 감독판 <악사들> 다시 만들어달라고 하셨는데, 그 정도까지 확장시키기엔 관객 스코어가...(웃음)

 

(최용석) 관객 스코어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 그래도 현재 전국관객 1200명이 넘죠? 이 관객 스코어는 아마도 제가 알기로는 부산다큐멘터리 역사상 가장 높은 스코어 아닌가요?

 

(김지곤) 다큐멘터리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가 흥행중인 가운데서 그나마 틈새시장을 노려 성공하지 않았나 생각해봅니다.(웃음)

 


 

 

3 

(관객3)  감독님께서는 이렇게 <할매><악사들> 다큐멘터리처럼 소외 된 인물들을 자주 다루시는 것 같은데, 차기작도 이런 방향으로 계속 작업하실 건지? 아니면 오늘 직접 감독님을 뵈니 상당히 위트도 있으시고 다방면으로 잠재력을 가지신 것 같은데 기존의 스타일을 탈피해서 다른 작업을 하실 계획은 없으신지?

 

(김지곤) 내년에는, 제가 6년째 작업 중인 <할매> 연작 다큐를 제대로 마무리 지을 예정입니다. 다음으로는 베트남 전쟁 관련 다큐를 준비 중인데... 아버지께서 참전용사시거든요. 그래서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전쟁과 관련한 기존과는 조금 다른 시선의 이야기를 하고 싶은데, 아버지께서 아직 준비가 안 되신 것 같습니다. 또 코미디 극영화도 해보고 싶어서 함께 준비하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다큐멘터리는 장기간 진행되는 프로젝트라 동시에 여러개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