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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전당 포럼 좌담회 : 태그 갤러거 등 2014-09-13(토)  - 시네마테크

9/13 영화의전당 포럼- <아파치 요새> 특별 좌담회

 

 

* 참석 : 태그 갤러거 & 임재철 & 김성욱 & 허문영

* 통역 : 조영정 영화연구가

* 장소 :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존 포드 탄생 120주년 특별전과 함께 개최한 영화의전당 포럼 2014’에서는 현존하는 최고의 존 포드 전문가로 평가되는 태그 갤러거를 초청하여 첫 날 특별강연을 열고, 둘째 날 태그 갤러거와 국내 평론가들이 함께 참여하는 좌담회를 마련했다.

 


 

 

 

1

 

 

(허문영) 태그 갤러거씨는 존 포드 연구에 몰두하면서 존 포드에 관한 첫 저서를 발간했는데요. 그 때가 1986년입니다. 이 시기만 하더라도 인종주의자, 극우파, 군국주의자 등으로 악명 높은 감독이었는데, 갤러거씨의 저서는 그런 존 포드의 선입견과 오인 등을 불식시키는데 큰 기여를 했습니다. 자신의 저서가 존 포드에 대한 세상의 평가에 영향을 미친 것에 대해 실감 하시는지?

 

(태그 갤러거) 독자들이 책을 읽은 후의 반응을 제가 직접 확인 할 길은 없었기에, 제 스스로 실감할 수는 없었습니다만... 제가 이 책을 쓴 이유는 기본적으로 존 포드를 변론하기 위해서였고, 무모하게 감행되었던 그에 대한 공격으로부터 그를 보호하기 위한 이유로 책을 쓰기 시작했다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런 공격들 자체를 부인하고 존 포드를 새롭게 분석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덧붙이자면, 방금 함께 보신 <아파지 요새>는 존 포드를 싫어하는 이들이 군대를 지지하고 대령이 했던 거짓말을 수호하기 위한 영화였다고 하지만, 제가 생각했을 때는 이 영화를 통한 존 포드의 역할은 그저 전쟁 역사의 전설들을 탐험하기 위해서였다고 봅니다. 물론 존 포드를 싫어하는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다고 해도 그들의 마음을 바꾸기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결국 <아파치 요새>는 각자의 이해에 따른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2

 

 

(허문영) 이 좌담회에 참석하신 평론가분들 모두 존 포드에 관해 특별한 애호를 가지신 분들이기 때문에, 분명 '자기만의 존 포드 영화'라는 것이 있을 것 같습니다. 일반적인 평가는 높지 않았더라도 유난히 자신을 매혹시켰던 영화와 그 이유를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임재철) 제가 제일 싫어하는게 이런류의 질문입니다(웃음). 아무래도 영화는 완벽하게 객관적인 척도가 없는데다가, 상황에 따라 영화에 대한 느낌이 달라지기도 하고, 심지어 30년 전에 본 영화도 이제 와서 '아 그 때 영화가 걸작이었구나!' 생각이 들기도 해요. 그래서 저는 7-8년 전 부터 절대 이런 종류의 질문에 답변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게 제 신조 비슷하게 되어 버렸습니다. 하지만 굳이 꼭 대답을 해야 한다면, 순간 머리에 팍 떠오르는 건 있죠. 예를 들면 이번 영화의전당 '존 포드 탄생 120주년 특별전'의 상영작 리스트들을 쭉 살펴보니 '<모감보>가 왜 안 들어갔지?' 생각이 들더군요. 그때서야 저는 ‘아 내가 확실히 <모감보>를 좋아하긴 하는가보다...’ 라는 생각이 불현듯 들었습니다.

 

(김성욱) 저 같은 경우도 임재철씨와 비슷하게 어떤 영화를 언급해야 할까 머릿속에서 왔다갔다 하지만... 글쎄요... 이런 대답은 좀 어긋날 수도 있겠지만, 아직 보지 못한 존 포드의 영화? 라고 답을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웃음). 이에 덧붙이자면, 제 개인적으로 아버지 덕분에 존 포드 영화를 보게 되었기 때문에 아버지의 느낌에 대한 흥미 때문에라도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를 특별하게 기억하는 작품입니다. 그리고 서부 개척사 중 한 에피소드도, 짧지만 흥미롭게 보고 있습니다. 이 에피소드를 보면 어리고 철없는 아들이 전쟁을 겪고 돌아와 결국 마지막에는 어머니의 무덤을 마주하게 되는데요... 이 영화에 애착을 느끼는 이유는 영화를 하는 사람들이 사실 망나니 같은 면이 있어서, 그랬던 나의 모습을 반추하는 감정이 생겨서 그 영화가 좀 특별하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도노반의 산호초>가 기억납니다. 재작년 여름에 이 영화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틀었는데, 사람들이 이 영화를 보고 굉장히 싫어했어요. 하지만 저는 영화의 묘한 재미를 고심하며 봤고, 그런점에서 경멸하신 분들이 있다면 반면 저는 재밌게 봤었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태그 갤러거) 제가 늘 언급하는 열 편의 존 포드 영화가 있습니다. <역마차> <젊은 링컨>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 <미드웨이 해전> <왜건 마스터> <콰이어트 맨> <태양은 밝게 빛난다> <도노반의 산호초>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 <일곱 여인들>까지. 최근 사이트 앤 사운드(Sight & Sound, 영국 영화비평지)에서 존 포드 영화 설문조사가 있었는데, 저는 <역마차><나의 계곡은 푸르렀다> 중에서 고심 끝에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를 선택 했습니다. 하지만 앞서 평론가들께서 말씀하신 것과 같이 저 또한 내일이면 <역마차>로 마음을 바꿀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저는 존 포드가 앞서 언급한 열 편의 영화 중 단 한 편만 연출했었더라도, 그가 지금 만큼이나 어김없이 존경 받았을거라 생각합니다.

 

(허문영) 이번에 존 포드 탄생 120주년 특별전 상영작은 그냥 사실 제가 좋아하는 또는 보고 싶은 영화들을 그냥 뽑은 겁니다(웃음). 이 특별전을 준비하면서의 가장 큰 걱정은 이것이었습니다. 할리우드 고전기 거장의 회고전을 할 때는 객석이 텅텅 비는 경우가 사실 많습니다. 유럽 예술 영화의 감독들에 비해 할리우드 고전기의 영화들은 예술적으로 뭔가 미흡하다고 여기는 선입견이 있어서, 사실 존 포드 기획전을 준비 할 때 약간의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하지만 제 이런 걱정 보다는 많은 관객들이 보러 와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그런데 또 반면, 방금 말씀들을 듣고서 에이 그냥 전작전을 해버릴 걸하는 뼈저린 생각도 들었습니다(웃음). 평론가들께서 앞서 말씀하신 포함되지 않은 영화들은 언젠가 무슨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한 번 틀 수 있는 기회를 만들고 싶다는 의욕을 강하게 느낍니다.

 

 


 

 

 

(허문영) 이번 '존 포드 탄생 120주년 특별전'을 준비하면서 확인하게 된 선입견 하나가 있습니다. 기획전 준비하면서 보도자료를 냈는데, 이런 내용이었습니다. '존 포드는 서부극의 거장으로 알려져 있지만, 실은 서부극에 한정되지않는 영원한 영상 시인이다' 라고. 하지만 대부분의 보도 기사에는 '서부극의 거장이 찾아온다' '서부극을 만끽하라' 등의 제목이 주로 나왔습니다. 이 기획전의 의도 자체가 서부극 감독으로 한정되어진 존 포드를 재발견하고자 한 것이었는데, 이런 보도들을 보니, 기사들이 틀렸다는 의미가 아니라 서부극 감독으로서의 존 포드 이미지가 굉장히 강력했던 것이구나 라고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태그 갤러거 씨는 서부극에 관한 뛰어난 에세이를 쓰신 분이기도 한데, 존 포드 감독의 영화를 접하는데에 있어서 서부극이라는 틀 혹은 장르의 접근이 과연 유용한 것인가? 아니면 오히려 구속 또는 한계로 작용하는 것일까에 관한 말씀을 듣고 싶습니다.

 

(태그 갤러거) 저는 개인적으로는 존 포드를 서부 영화의 감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존 포드를 <나의 계곡은 푸르렀다> 와 같은 영화들과 더 연결시켜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존 포드는 사실 1926-39년에는 단 한 편의 서부 영화도 만들지 않았습니다. 그는 유니버설사에서 서부영화를 만들었습니다만, 폭스사로 옮긴 후 '잭'에서 '존'으로 이름을 바꾼 이후에는 더 이상 서부영화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극영화가 서부영화보다 훨씬 권위있는 영화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그가 다시 영화계에 돌아왔을 때에도 <내사랑 클레멘타인> <황야의 결투>를 만들 생각이 사실 별로 없었지만 폭스사와의 계약 의무 때문에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 이후에 본인 제작사에서 <도망자>를 만들었는데 실패하게 되면서, 할 수 없이 자금 확보를 위해 일련의 서부영화들을 만들었던 것이고, 그 중 하나가 오늘 보신 <아파치 요새>였으며 엄청난 제작비가 쓰였습니다. 이런 영화들을 만들었던 이유는 결국 1940년대 이후 <콰이어트 맨>을 만들기 위한 전초작업이자 그의 유일한 목적이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개인적으로 존 포드의 서부극도 좋아하지만 서부극 감독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