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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행사

<원나잇 온리> 시네클럽 : 김조광수,김태용 감독 2014-07-31(목)  - 소극장

7/31 <원나잇 온리>

 

 

* 게스트 : 김조광수, 김태용 감독

* 진행 : 조종국 씨네21 편집위원

* 장소 : 영화의전당 소극장

 

 

(<원나잇 온리> 영화 내용이 일부 언급되어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원나잇 온리>는 김태용 감독의 <밤벌레> 김조광수 감독의 <하룻밤> 이라는 두 작품을 모은 옴니버스 형식의 퀴어 영화다. 그래서 원래 예정되어 있었던 김조광수 감독 외에도 특별히 김태용 감독까지 깜짝 방문, 결국 7월 31일 저녁 <원나잇 온리> 관객들은 운 좋게도 두 감독을 모두 영화의전당에서 만날 수 있었다. 아직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편견과 주변의 차가운 시선은 여전하지만, 그래도 그들의 삶에 행복은 분명히 존재하고 있다. 언제나 유쾌하고 발랄한 김조광수 감독의 삶, 그리고 그를 꼭 빼닮은 그의 영화처럼.    

 


 

 

1

 

 

(조종국) 먼저 이 영화를 연출하신 계기부터 두 감독님께 각자 여쭤보겠습니다.

 

(김태용) 기존에 나왔던 퀴어 영화에 대한 일종의 저항 또는 반항? 같은 느낌으로 만들었고,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이 없는 퀴어 영화인 동시에 그들 안에서의 계급과 욕망, 먹고 먹히는 관계들에 대해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김조광수) 저는 우연한 기회에 김태용 감독 연출작 <밤벌레>를 먼저 봤어요. 2012년 이맘 때 부천국제영화제에서였는, 영화가 너무 좋은거예요. 사실 그 전에 김태용 감독과는 독립영화를 함께 만들어 보자 했다가 실패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때 마음의 빚 같은 것이 남아 있었거든요. 그래서 제가 직접 나서서 많은 관객들에게 소개하고 싶어 서울 몇몇 극장에 제안을 했지만, 아무래도 저예산 중단편 독립영화다 보니 쉽게 상영 허가를 받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다가 한 극장에서 그럼 네가(김조광수) 하나 더 찍어서 함께 붙여 옴니버스 형식으로 상영하면 어떻겠냐?’ 제안을 하신거죠그렇다면 <밤벌레>와 비슷한 느낌으로 가는 것이 옴니버스 구성상 좋을테니, 저도 정체성의 고민은 없는 20대 초반의 게이들, 왜 게이인지에 대한 심각한 고민이 아닌 그저 게이로 잘 살고 싶은 소도시 친구들을 이야기 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지난 스무 살 시절에 사랑하고 싶었지만, 또 해피엔딩을 꿈꾸었지만 그럴 수 없었던 저의 몇 가지 이야기를 사람들에게 해보면 어떨까 생각했어요. 동성애 영화지만 이성애자들과도 함께, 사랑을 통과하는 스무 살 시절을 공감하고 싶어 <하룻밤>을 만들어봤습니다.

 


 

 

 

 

(관객1) 이제는 동성애 코드를, 독립영화는 물론 메이저 상업 영화에서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게 된 것 같습니다. 이런 현상을 탈남근화가 이루어지고 있다는 의미로 감히 해석해도 될지?

 

(김조광수)  ‘탈남근화라고 언급할 정도라고는 생각하진 않지만, 어쨌든 남성성이 지배했던 가부장적 사회구조가 서서히 균열을 보이고 있다는 점은 맞는 것 같습니다. 남성성에 반대되는 여성성 혹은 남성성을 갖지 않아 보이는 남성들을 적극적으로 등장시키는 대중문화에 대해서는 앞서 말씀하신 부분과 맥락이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전에는 동성애를, 금기의 의미로서 반전을 주는 충격의 효과로 사용했다면 요즘은 대중들에게 점점 자연스레 수용되어지고 있는 것 같아요. 또한 앞으로는 퀴어 영화가, 다양성을 인정하는 현대 분위기에 발맞춰 새로운 장르로 떠오를 수 있지 않을까도 기대해 봅니다.

 

(관객2) 김태용 감독님의 <밤벌레>가 몇 년 전에 만드신 영화라는 걸 방금 말씀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영화가 좀 짧아서 아쉽기도 하고 이후의 이야기도 굉장히 궁금합니다. 이 영화를 좀 더 긴 장편으로 만드실 계획은 있으신지? 그리고, 두 주연배우 다 굉장히 멋있으시던데(웃음) 두 분 요즘 뭐하고 계세요?(관중웃음)

 

(김태용)  이 영화를 만든지 벌써 3년이 다 되어가네요. 저는 이 영화를 통해서 주인공 한재 에게 큰 벌을 주고 싶다는 마음이었어요. 결말에 이르러 그 친구가 게이었다 아니었다를 떠나, 무너진 자신의 인간성으로 인해 고통스러워하며 끝나길 바랐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사실은 제 생각보다는 길게 나온 영화인데요. (실제 러닝타임 33) 그런데 영화를 다 만들고 나서 보니 조금 더 욕심내서 한재의 가정사나 훈의 개인사 등 생략 되었던 부분을 추가해 60-70분짜리 장편 영화로 만들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은 들었습니다. 하지만 결말 이후는 사실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 같아요. 아참 그리고 마지막으로 덧붙여, 제 연출 의도를 잘 이해하고 연기 해주었던 두 친구는 사실 요즘 휴식기입니다만... 다른 감독님들께서 좀 불러주셨으면...(관중웃음)

 

(관객3) 고 김광석씨의 잊어야 하는 마음으로 라는 노래를 거의 테마곡 처럼 영화 속에 반복해 사용하신 특별한 이유가 있으신지?

 

(김조광수) 주인공 근호는 스무 살, 준은 서른두 살. 띠 동갑에 심지어 준은 유부남이잖아요. 이 두 사람이 과연 어떤 점이 통해야 금방 친숙해 질 수 있을까 고민한 끝에, 음악이 가장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렇게 고민하다가 슈스케(슈퍼스타 K)에서 로이킴이 이 노래를 부르는 것을 보고, 그렇다면 슈스케를 볼 정도의 젊은 아이면 아마도 김광석을 관심 있게 찾아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겁니다. 저 또한 고 김광석씨의 음악을 좋아하다보니 이 영화와 어울리는 곡을 자연스레 고르게 된 거고요. 김광석씨의 목소리를 그대로 싣고 싶었지만 저작권과 관련된 인적권료 등의 비용 문제로 인해, 김광석씨를 대신하여 홍대의 유명한 원 펀치가 부른 잊어야 하는 마음으로 버전을 쓰게 되었습니다.

 


 

 

 

 

 

 

 

2

 

(조종국) <원나잇 온리> 국내 관객 행사 다니시면서 가장 많이 받으신 질문은 무엇인가요?

 

(김조광수) 엔딩 질문이 많았어요. 두 주인공이 이후 어떻게 되었는지... 저는 이후에 다시 찾아갔을 것 같다고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데, 관객분들 대부분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자기가 근호라면 절대 찾아가지 않겠다고. 근데 이 영화는 사실 제 이야기입니다. 무작정 바다 보고 싶었던 어느 날 우연히 어떤 남자를 만났는데, 그 남자가 출장 중이라고 해서 포항, 경주, 부산까지 같이 갔었어요. 그런데 서울로 올라오는 길 톨게이트에서 자기가 유부남이라는거예요. 너무 화가 났어요. 나 자신도 밉고 그 사람도 밉고. 그런데 이상하게 자꾸 생각이 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실제로 찾아간 적이 있거든요.(웃음) 그래서 당연히 저는 근호도 그랬을거라 생각했는데...

 

(조종국) 찾아가기만 했어요? 아님 가서 만났어요?

 

(김조광수) 못 만났죠. 사실 그 사람이 어디 사는지도 정확히 몰랐거든요. 대신 처음 만났던 동네를 배회하면 그 어딘가에서 만나지 않을까 싶었는데.

 

(조종국) 그게 몇 살 때 일인가요?

 

(김조광수) 20대 후반쯤이었던 것 같아요. 제가 그렇게도 무모한 짓을 한 적이 있어요.(웃음) 근데 관객은 아무도 그렇게 생각하시지 않으셨더라고요.

 


 

 

 

 

(관객4) 보통의 퀴어 영화보다 김조광수 감독님의 퀴어 영화를 좋아하는 이유는 영화 분위기가 밝기 때문입니다. 기존의 퀴어 영화는 대부분 늘 무거웠거든요. 김조광수 감독님의 영화는 반면 사랑이라는 감정에 유쾌하게 접근하기 때문에 좋은 것 같습니다.

 

(김조광수) 퀴어 영화를 진지하게 접근하시는 감독님들과 그 영화들에 대해, 그런 방법으로 고민을 하는 것을 잘못 되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그 분들은 그 분들 나름대로 이야기 하는 방식인 것이고, 저는 그저 저와 비슷한 영화를 만드는 것이죠. 그래야 만드는 과정도 재미있고 좀 더 잘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제 성향과 비슷한 밝고 명랑한 영화들이 주로 나오는 것 같습니다. 그러기 위해서 조연이 그런 역할들을 잘 맡아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동성애자들의 사회적 현실은 여전히 힘들고 어렵지만, 그렇다고 해서 365일 내내 우울하고 괴롭진 않거든요. 하지만 영화가 전체적으로 모두 밝을 수는 없기에, 주인공은 기본적으로 감정의 변화를 진지하게 잡고 대신 주변부를 통해 유쾌한 장면들을 보여드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해 앞으로도 그렇게 영화를 만들 예정입니다. 이번에는 사실 이전보다 좀 더 진지하게 영화를 만들어보려고 했는데, 작업 하다 보니 또 제 성격을 닮아 발랄하고 코믹하게 완성되더라고요. 물론 제 영화들에 대해서 진지하지 않고 가볍기만 하다고 말하시는 분들도 많아요. 저 자체가 엉뚱하고 밝은 면이 많아서기도 하지만, 그러다 점점 연출가로서의 주제의식을 가지고서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감독으로 나아갈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조종국)  아마 김조광수 감독님께서 기억하실지는 모르겠습니다만...  10년 전 쯤이죠. 감독님께서 <와니와 준하>(2001)  제작하셨을 때, ‘왜 항상 감독들만 인터뷰를 하는지, 감독들만큼이나 제작자들도 할 말이 얼마나 많은데 라는 말씀을 저에게 하신 적이 있거든요.(웃음) 자기 이야기를 자기도 해보고 싶다는 말을 10여 년 전에 하신거죠. 현재는 제작도 하시고 감독도 하고 계신데, 두 역할에 대한 차이를 좀 말씀해주신다면?

 

(김조광수) 제작자로 일을 하다보면 좀 이런 감정들이 생겨요. 돈을 끌어오고 캐스팅 하고 시나리오 개발하고...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서 짠! 하고 영화가 나오면 정작 아무도 제작자에 대해서는 기억을 하지 않더라고요. 예전에 제작자로서 <질투는 나의 힘>(2002)으로 부산국제영화제 초청 받아 왔을 때, 그 당시 프로그래머셨던 이용관 현 부산국제영화제 위원장님께서 관객과의 대화 행사에 저도 나오라고 하시더라고요. 근데 결국 제작자에게는 아무도 질문을 하지 않았습니다.(관객 웃음) 30분을 그냥 서 있다가 나왔어요. 그 때 아쉬움을 많이 느꼈거든요. 그런데 신기하게도 감독이 되어 그 자리에 서니 영화에 대한 질문들을 직접 많이들 하시는겁니다. 그런 과정들이 저는, 영화를 만든 이후에 느낄 수 있는 특별한 즐거움 인 것 같아요. 지금은 <조선 명탐정 2>를 제작중인데, 정작 촬영장에 가면 제작자는 딱히 할 게 없습니다. 그렇다고 제작자의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압력 같이 들릴까봐, 현장에서 영화에 대한 언급도 제대로 못하고. 그나마 잡다한 일이라도 찾아서 좀 하려고 하면 제작자가 왜 이런 일 까지 하냐며 다들 불편해하니까 결국은 재미가 없는거에요. 그래서 '역시 감독 일이 재밌어!' 라고 생각했습니다. '빨리 내 영화 촬영해야지!' 라고 다짐하고서, 현재는 다음 영화의 캐스팅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