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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이더> 특별강연 : 김성욱 평론가 2014-07-10(목)  - 시네마테크

7/10 <인사이더> 특별 강연

 

 

* 강연 : 김성욱 영화평론가

* 장소 :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이 날은 별도의 관객 및 진행자 질문 시간 없이 김성욱 평론가의 강연으로만 진행되었습니다.)

(<인사이더> 영화 내용이 상세하게 언급되어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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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욱) 저는 이 영화를 참 좋아합니다. 마이클 만을 대표하는 영화들이야 이 작품 말고도 무수히 많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특히 <인사이더>를 더 좋아하는 이유는, 등장 인물들이 각자 주어진 시스템 구조 안에서 스스로 그 압박감을 해결해 나가는 영화를 보면 자연스럽게 일정 부분에 대해 동조하게 되기 때문이죠. 이런 부분에서 특히 영화적 매력을 느끼는데... 실제로 우리 모두, 하고 싶은 대로만 하고 살 수는 없으니까요.

 

이번 강연에서는, 영화 제목 <인사이드>의 의미와 함께 연관 지어, 영화 속 중요한 몇 장면들을 다시 살펴보며 마이클 만의 연출 스타일을 이야기 해보기로 하겠습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심지어 마이클 만과 실제 사건의 주인공인 버그먼(알 파치노) 1960년대 위스콘신 대학 시절 동기입니다. 그래서 아마도 동시대의 혼란을 함께 겪어온 덕에 이후 사회의 부조리함을 고발하기 위한 행동에 있어 서로가 큰 요인이 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는 인사이더(Insider), 내부 고발자를 다루고 있습니다. 위건드(러셀 크로우)는 해고를 당하며 자신이 아웃사이더라고 생각했지만 결국은 큰 담배회사의 영역을 자유롭게 벗어날 수 없었던 인사이더였던 것이죠. 이 영화는 이렇게 내부와 외부의 충돌지점을 어떻게 만들어가고 있는가가 중점이 되는 영화며, 또한 저는 이 영화가 내러티브와 시각적 관계에 있어 굉장히 충돌적이고 부조화적이라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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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면부터 버그먼의 눈을 가린 천이 등장하는데, 이 영화에 대한 아무 사전 정보 없이 시작하면 그저 인질 같지만, 내러티브를 따라가다 보면 인물과 그에 따른 상황을 자연스레 파악하게 되죠. 이렇게 이 영화의 첫 시퀀스는 내러티브와 전혀 상관이 없다고도 할 수 있을 만큼 버그먼의 직업적 태도만을 보여주고 있는 것 뿐일 수도 있지만, 사실 모든 영화의 첫 시퀀스는 굉장히 큰 역할을 하거든요. 그래서 마이클 만의 의도가 더욱 이상하고 독특하다고 생각합니다.

 

다시 첫 시퀀스를 찬찬히 살펴보면, 천에 가려진 버그먼의 시선과 함께 바깥 장면을 교차해 보여주는데 사실 그 바깥 장면은 주인공의 실제 시선을 상당부분 벗어나 있습니다. 이런 식의 미스매치를 통해, 눈이 가려져 있어 아무것도 제대로 인지 할 수 없는 주인공의 혼란을 보여주기도 하고, 인간의 관점과 카메라의 관점을 충돌시켜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다음 장면에서 테러리스트와 버그먼이 만납니다. 특히 이 장면에서는 두 인물의 대칭적인 구조가 눈에 띱니다. 결정적이고 상세한 설명 대사가 없어도, 두 인물간의 합의가 이루어짐을 의미하기도 하죠. 영화를 자세히 보신 관객 분들은 나중에 등장하는 일식집 장면과 연결 지어 생각되셨는지 모르겠는데요. 언뜻 연결이 안 되는 듯하지만 이 두 장면은 구조적으로 큰 공통점이 있습니다. 테러리스트와 위건드는 버그먼에게 왜 자신이 인터뷰에 응해야 하는지에 관한 질문을 동일하게 던지고, 버그먼 또한 약속에 대해 믿음이 담긴 동일한 대답을 하죠. 내러티브는 연결되지 않지만 앞 뒤 장면 모두 구조적으로는 같은 형식을 띄고 있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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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테러범은 미국의 아웃사이더, 반면 위건드는 인사이더로서의 두 테러리즘을 상반되게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외부에서의 물리적 테러리즘과 사회내부의 숨겨진 압박에 의한 테러리즘을 보여주는 것이죠.

 


 

 

 

 

또한, 위건드의 시야로 투명한 유리벽을 통해 보여주는 건너편 연구실 파티 장면 또한 인사이더와 아웃사이더를 대비시켜 보여주고 있습니다. 퇴사자의 고독감과는 반대로 유리벽 건너편 상대들은 즐거워 보이죠. 와이건의 해고 사유가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이죠? 이를 어느 정도 짐작케 하는 직원들과의 간격과 절연되어진 관계를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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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에서는 특히 창문, , 벽 들이 많이 등장합니다. 자크 따띠의 <플레이타임>(1967)이 자연스레 떠오를 만큼. 자크 따띠는 유리벽을 통해 흥미로운 개그들을 만들어냈고, 마이클 만은 <인사이더>의 투명한 유리벽을 통해 인물의 고립성을 보여주었습니다. 위건드의 집에서도 창문과 거울은 계속해서 등장하는데, 가족내에서도 마찬가지로 소원한 관계와 커뮤니케이션의 단절이 드러나는 것이죠.

 

유리는 심지어 잘 깨집니다. 그리고 한 번 깨지면 돌이킬 수 없어요. 끝입니다. 이런 의미와 부합시켜, 마지막에 버그먼이 믿음이 한 번 깨지면 끝이라고 말하며 돌아서는 장면 역시 굉장히 멋지지만 그만큼 절망적인 의미가 담겨있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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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이 영화는 얼굴 근접 촬영 방식이 꽤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저는 거의, 카메라가 안경을 집중해서 찍는 것 같은 혹은 안경끼리 대화를 나누는 것 같은 느낌까지 들었는데유리벽처럼 주인공의 안경을 통과해 보여지는 굴곡진 배경들을 함께 보여주는 식의 장면 연출을 마이클 만은 상당히 재미있어 했던 것 같습니다.

 

또 한 가지 독특한 장면은 버그먼이 동료들과 밥 먹으러 나가는 회전문 씬인데, 인물들과 카메라가 회전문을 함께 통과하며 이상하게 찍혀있어요. 심지어 이 긴 영화에서 편집되었어도 흐름에 무리가 없었을만큼 내러티브적인 동기와는 전혀 상관없지만, 그래도 이 혼란스러운 이미지 효과가 이 영화의 전체적인 의미를 표현하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인사이드와 아웃사이드 사이의 혼란을 가중시키는 의미로 사용되었던 것이죠.

 

마이클 만의 영화에서는 바다 또한 자주 등장합니다. 마이클 만이 보여주는 바다는, 수평선의 경계를 넘어서기 위한 열망을 보여줍니다. 멜랑콜리한 측면이기도 하지만, 시선은 항상 바다 너머를 향해있지만 내성적으로 후퇴하는 인물의 절망적인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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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본인이 내부 고발자가 되어 이 버거운 전쟁의 승리를 이룬 버그먼은 마지막으로 방송국의 회전문을 나섭니다. 이 엔딩씬은 여러 가지를 생각하게 하지만, 관객분들 모두 오늘 알려드린 영화 각 장면의 부연설명들을 참조하여 각자 자유롭게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어서, 이 의미만은 남겨두고 이번 강연을 마칠까 합니다. 늦은 시간까지 함께해주신 관객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