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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셔틀콕> 관객과의 대화 : 이유빈 감독 2014-06-28(토)  - 소극장

6/28 <셔틀콕> 관객과의 대화

 

 

* 게스트 : 이유빈 감독

* 진행 : 영화기획팀 홍은미

* 장소 : 영화의전당 소극장

 

 

(영화의 중요 내용 및 결말이 일부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1

 

 

(홍은미) <셔틀콕>은 수상도 많이 했었고 동시기 <한공주>와 함께 많은 주목을 받았던 영화입니다. 이 영화를 만드신 계기부터 우선 여쭤볼까요?

 

(이유빈) 서른이 되기 전에 인생의 승부를 걸고자, 절박함 속에 준비하게 된 영화입니다. 그 당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스태프로 일을 했었는데 영화 만드는 만큼이나 영화제 업무들도 힘들더라고요. 그 때 아... 영화 만드는 것만, 나만, 힘든 것이 아니었구나 생각했고 그래서 영화를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저에게는 <셔틀콕> 속 민주가 영화같은 느낌이에요. 끝까지 잡을 수 없는 꿈 같은. 대신 은호는 마지막 희망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홍은미) 앞에서, 노래 가사에서 이 영화의 모티브를 얻으셨다고 하셨는데, 그 노래는 무엇이었나요?

 

(이유빈) 외국 인디 뮤지션인데, 트레일러에서 사는 미국 40대 무직자가 어느 날 TV를 보고 있는데 K마트 장면에서 와이프를 보았다는 가사로 시작해요. 결국 희망도 사랑도 다 잃었다는 내용이었는데 그 절박한 가사에서 모티브를 얻었습니다. 그래서 사실은 원래 극 중 연령대를, 노래 주인공처럼 40대 정도로 비슷하게 맞추었다가, 다시 연령대에 변화를 주어야겠다고 결정해 지금의 이 영화가 나오게 되었습니다.

 


 

 

 

 

 

 

 

(홍은미) 이 영화는 성장영화와 로드무비라는 큰 틀을 갖고 있다고 말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성장영화와 로드무비 둘 다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의외로 끈끈한 가족관계를 다루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 가족구성을 어떻게 이루게 되었는지가 궁금합니다.

 

(이유빈) 사실, 이 영화가 만들어지고 난 후의 해석이 여러가지가 나왔고 영화평을 통해 다양한 분석들을 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우선 드립니다. 이 영화는 사실 철저한 기획영화로 모든 구성이 짜여진 겁니다. 그런 흐름 속에 자연스럽게 저의 진정성이 배어들게 된 것 같고요. 처음에는 정확히 로드무비로 시작했고, 그 설정을 위한 관계를 맞추어나가면서 여기까지 오게 된 겁니다.

 

 

(홍은미) <셔틀콕> 제목에 다양한 의미가 부여되어 있습니다만, 실제로도 배드민턴은 혼자서는 절대 할 수 없고, 또 셔틀콕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는 것 등의 의미를 염두해 두고서 이 영화를 만드신건지?

 

(이유빈 사실 <셔틀콕>이 원제가 아니고, 원래는 <로드무비>라고 제목을 정해놓고 시작한건데... 물론 서브 스토리 중 캐릭터 설정 중에서 배드민턴 선수가 있었던 것은 맞아요. 그런데 찍고나서 보니 역으로 이번 제목에 대한 의미를 찾을 수 있더라고요.

 


 

2

 

(홍은미) 배우들의 연기가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역할을 했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여성감독과 남자배우 사이에서의 대화를 어떻게 이끌어 가셨는지 궁금합니다.

 

(이유빈) 사실은 영화가 만들어지고 난 후에야 둘이서 90프로 정도 대화가 이루어졌어요.(웃음) 주승씨가 워낙 말도 적은데다 군복무 중이었는데, 군대 제대일 몇 일 남기고 겨우 수소문 한 끝에 싸이월드에 쪽지 남겨서 답변을 받고, 면회 가서 시나리오를 주는 방식으로 주승씨와 이 영화를 시작한거죠. 나중에 들어보니, 보초 설 때 제가 준 시나리오로 후임과 대사 연습도 하고 그랬다더라고요.(웃음) 타이밍이 좋았던 것 같아요. 군복무 2년 동안 연기에 목말라있던 친구였기 때문에 그래서 더 큰 시너지 효과가 생긴 것이 아닐까. 심지어 운전면허증도 촬영 3일 전에 땄거든요. 그래서 영화 속에 보이는 그 불안한 운전 솜씨도 진짜입니다. 아역 역시 주승씨를 친형처럼 잘 따랐고요.

 

촬영 방식이, 배우 스태프 다 합쳐 12명이서 3주 동안 두 차에 촬영 장비 다 싣고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찍었으니... 뭐랄까, 소풍 나온 듯한 환경 덕분에 원래 역량의 200퍼센트가 모두 나왔던 것 같아요. 사실 아역의 마지막 우는 장면도 걱정을 많이 했는데, 어린아이라서 그런지 주승이 형이라는 진심으로 순수하게 당시 감정을 잘 쏟았던 것 같습니다.

 

 


 

 

(관객1) 어린 남동생에게 여성적인 성향의 설정이 필요했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이유빈) 요즘 10대 사이에서는 어른 보다 더 호모포비아적 성향이 심하기도 하고, 또 민재의 입장에서 은호의 그런 성향이 저 남동생을 더 떨쳐내고 싶은 짐으로 과하게 설정하기 위함이었기도 했지만, 저는 은호의 여성적인 면이 민재를 결국에는 감싸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을 했어요. 누나처럼 엄마처럼. 다른 관객과의 대화중에서 어떤 분이 이 설정에 대해 아주 적절한 비유를 들어주셨는데요, ‘이 영화는 민재가 주인공이지만 민재를 둘러싼 여자들의 이야기라고 말씀해주신 분도 계세요.

 

 

(관객2) 여행 중에 죽은 동물들이 자주 등장하는데 그 의미는 무엇인가요?

 

(이유빈) 사실 열일곱 도시 남자아이들은 겉으로만 센척하잖아요. 하지만 익숙한 공간을 벗어나면 긴장감도 더해지고 낯설어하게 되는 상황을 표현하고 싶었어요. 도시를 조금만 벗어나면 로드킬이나 닭을 죽이는 장면은 쉽게 볼 수 있는데, 도시에서는 흔히 접할 수 없는 불편한 장면들로 익숙하지 않은 심리를 보여준겁니다. 물론 대부분의 장면들은 설정한 것이지만, 실제로 촬영 중 각 공간에서 느낀 것들을 자연스레 넣기도 했어요.

 

 

(관객3) 고속도로를 차로 달릴 때 인피니트의 추격자’ 노래가 나오던데, 누나를 찾아가는 주인공들의 상황에 맞게 일부러 그 노래를 설정하신건가요?

 

(이유빈) 그 장면에 시끄러운 음악이 필요했는데, 또 제가 개인적으로 인피니트와 비스트를 좋아하거든요. 그런데 인피니트의 노래 리듬이 영화에 잘 맞는데다 의미까지 잘 맞아 떨어지더라고요.

 


 

 

 

 

 

 

 

(홍은미) 로드무비의 특성상, 그 때 그 때 상황 속 찬스 덕분에 잘 찍을 수 있었던 장면이 있으셨을 것 같습니다. 제작비 5000만원으로 절대 화재 장면이나 소방차 섭외 같은 건 감당할 수가 없거든요.(웃음)

 

(이유빈) 네 말씀하신대로 화재 장면 역시 우연히 발견하게 된 상황에서 찍게 된 찬스장면입니다. 홈마트 신 촬영 후 그 주변에서 화재가 났길래 급하게 카메라와 배우만 데리고 가서 얼른 찍었는데, 나중에서야 그 상황을 직접 겪으시는 분들은 그 고통이 얼마나 컸을지에 관해 반면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홍은미) 아무래도 제작비 규모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었던 상황들이 많이 발생하지만, 반면에 그런 것들이야말로 로드무비 촬영의 남다른 묘미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관객4) 영화에서 이 부분 만큼은 확실히 이유빈에 대한 아우라를 느낄 수 있다, 하는 장면이 있으신지?

 

(이유빈) 제 스스로 쾌감을 느낀 시그니처 장면은 민재가 은주를 대면하는 초반 장면이었던 것 같아요. 그 장면이 찍히던 순간에 이 장면이 내가 이 영화를 찍는 이유구나!’ 라고 느낀 것 같아요.

 

 

(홍은미) 마지막으로 이후 계획과 소감 여쭤보겠습니다.

 

(이유빈) 저 스스로도 이 영화로 한 단계 더 어른이 된 것 같아요. 저 포함, 배우와 스태프들에게도 역시 부끄럽지 않은 소중한 작품이 된 것 같아 다행이고 또 감사합니다. 아직은 제가 감독으로 불리기에는 여러모로 많이 부족하기에, 다음 두 번째 작품이 그래서 더 어려울 수도 있지만, 좀 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열어두고 후회하지 않는 작품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토요일 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