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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분> 관객과의 대화 : 이용승 감독 2014-06-28(토)  - 소극장

6/28 <10> 관객과의 대화

 

 

* 게스트 : 이용승 감독

* 진행 : 강소원 영화평론가

* 장소 : 영화의전당 소극장

 

 

(영화의 중요 내용 및 결말이 일부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1

 

 

(강소원) 얼마 전 상하이영화제에서도 심사위원상을 수상하셨죠. 축하드립니다. 이 영화는 워낙 수상 내역이 어마어마해서 제가 좀 적어왔어요. 먼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국제영화평론가 협회상과 KNN관객상을 받으셨고, 홍콩국제영화제에서도 국제비평가협회상을 받으셨고요. 브졸국제아시아영화제에서도 장편영화대상인 황금수레바퀴상을 받으셨어요. 이외에도 베를린영화제, 피렌체한국영화제에서도 초청 받으셨고. 이렇게 세계의 많은 관객들과 만나고 여기 부산까지 오셨습니다. 그런데 영화를 보니 아무래도 감독님께서 직장 경험이 있으신 것 같은데요?

 

(이용승) 네 영상자료원 2년제 계약직으로 있었습니다. 영화 속 이야기가 실제 제 이야기는 아니지만, 제가 직접 경험한 직장 생활의 분위기는 영화 속에 많이 담아내려고 했습니다.

 

(강소원) 직장 생활이 많이 힘드셨나요? 이곳이 공식적인 자리는 아니니까요 편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웃음)

 

(이용승) 사실 저는 재밌었거든요. 2년 근무하는 동안 영화 하지 말고 취업을 할까도 생각 했을만큼요. 그런데, 기간 만료로 떠날 때의 착잡함이... 뭐랄까, 직장속성코스를 경험하는 그런 느낌이 들었습니다. 정규직 제안도 있었는데, 그 땐 이미 영화에 대한 결심이 굳어서 별로 관심이 없었습니다.

 

 


 

 

 

 

 

 

(강소원) 마지막 장면에서 저는 주인공이 떠나겠다고 결정 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만... 우선 저는 10분이라는 한정 된 시간에 주인공에 대한 배려가 전혀 느껴지지 않아 기분이 확 상했었거든요.

 

(이용승) 저는 반대로 강호찬이 남았을거라 생각해서 이 영화를 찍긴 했습니다. 저야 실제로 직장을 떠난 입장이지만, 강호찬은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해요. 물론 처해진 분위기는 찝찝하지만, 가족과 관계된 경제적 상황들이 강호찬을 남도록 하지 않았을까 생각됩니다.

 

(강소원) 듣고보니, 저는 아직까지 살면서 직장에 대한 경험과 목표가 없었기 때문에 그런 결말을 생각 했던 것 같네요.

 

(이용승) 말씀처럼 실제로도, 이 영화를 찍으면서 현장 스태프들의 공감을 사는 것이 처음에 가장 힘들었어요. 사무실 장면을 5회차 쯤 부터 들어갔는데, 스태프들이 그제서야 설득이 좀 되었던 것 같아요. 영화의 거의 70퍼센트가 사무실 신인데, 자유직 사람들에게 이 영화를 설득시키긴 힘들지 않았었나 싶기는 합니다.

 

 

 

(강소원) 영화 중간에 반복되는 대사들이 꽤 있는데, 호찬에 대해 사람들이 진지하다고 말하는 장면에서 이 진지하다는 말을 동시대에서는 아무래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는데, 이 부분도 의도 하신건지?

 

(이용승) 제가 사실 남들에게 잘 하는 말이긴 합니다. 좀 비아냥 거리듯이...(관객 웃음) 그래서 저의 미안한 마음도 포함 된 대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관객1) 영화에 음악이 거의 사용되지 않은 것 같았습니다.

 

(이용승) 시나리오 구상 때 부터 현실과 영화 사이에 이 작품이 있길 바랐어요. 그래서 굳이 음악을 쓰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했습니다. 대신 몇몇 중요한 장면들, 예를 들어 엔딩에 나온 초침 소리처럼 조금씩의 긴장감을 위한 음향 효과들은 다양하게 썼습니다. 이런 의미로 과한 음악은 영화의 집중을 방해한다고 생각했고, 결과적으로는 그 결정이 맞았다고 생각합니다.

 

 

 

(관객2)  여자친구가 사무실에 놀러오는 장면과, 회식 자리에서 회를 치는 주방 장면의 의미를 알고 싶습니다.

 

(이용승) 우선 여자친구가 사무실에 놀러오는 장면은 먼저 주인공에게 여자친구가 있다는 정보를 주기 위한 구실, 그리고 직장 사람들의 위치와 성향에 대한 설명을 하기위한, 제가 특히 좋아하는 장면입니다.

 

(강소원) 또한 입사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직장 사람들의 캐릭터들을 다 파악하고 있었던 주인공의 모습도 함께 보였던 장면이었죠.

 

(이용승) 회식 자리의 음식점 주방에서 회 치는 장면은, 사실 이 영화의 유일한 주인공 시점샷입니다. 필름이 끊긴 상태를 보여주기는 것이기도 한데요. 사실 제가 2년 계약 끝난 후 환송회 때 필름이 끊겨서 어느 국도에 떨어져 있었거든요.(관객 웃음) 그런 기억들과 함께 이런식의 필름 끊긴 생뚱맞은 느낌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4

 

 

(관객3) 그렇다면 영화에 빗대어, 감독님의 다음 작품은 처해진 감독님의 현실에 따라 어떻게 진행 될까요?

 

(이용승) 앞으로도 저는, 물론 각 예산에 맞는 전략이 필요하겠지만 늘 해왔던 것처럼 과감하게 나갈 것 같아요.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나아가다 보면 또 다른 방법이 생기더라고요. 앞으로 어떤 영화를 만들지, 또 영화를 할지 그만둘지는 모르지만 어떤 상황이든 그냥 과감하게 밀고 나갈 것 같습니다.

 

 

 

(강소원) 마지막으로 다음 계획과 소감 부탁드립니다.

 

(이용승) 상업영화 준비를 5개월 정도 하다가 결국 나왔어요.(웃음) 이후 지금은 <10> 보다 규모가 조금 더 큰 공포심리 영화를 내년쯤에 보여드리려고 합니다.

 

국내 관객을 이렇게 만난 자리가 이번이 겨우 두 번째입니다. 사실 <10> 국내 관객 스코어는 별로였거든요. 극장 잡기도 힘들었고 마케팅 비용도 적었고. 실제로 한국 관객들을 많이 만나고 싶었는데... 그래서 이번에 부산에 오는 동안 많이 행복했어요.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때만 하더라도 긍정적인 많은 생각이 들었는데, 막상 개봉을 하고 나니 생각이 바뀌더라고요. ‘그저 나만 행복하려고 이 영화를 만든 것일까...’ 그래서 이런 관객과의 시간을 통해 관객 여러분들께 제 생각을 많이 들려드리고 싶었습니다. 이렇게 와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