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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희야> 관객과의 대화 : 정주리 감독 2014-06-27(금)  - 소극장

6/27 <도희야> 관객과의 대화

 

 

* 게스트 : 정주리 감독

* 진행 : <이방인들> 최용석 감독

* 장소 : 영화의전당 소극장

 

 

 

(영화의 중요 내용 및 결말이 일부 포함되어 있음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1

 

 

(최용석) 안녕하세요. 부산에서 영화를 만들고 있는 최용석입니다. 정주리 감독님은 서울에서 이제 막 도착하셨죠? 우선 먼 길 오신 감독님께 큰 박수 부탁드립니다.(관객 박수) 이번에 <도희야>를 부산에서 상영하시고, 또 영화의전당도 처음이신데소감 한 마디 먼저 부탁드리겠습니다.

 

(정주리) 사실 지금 이 곳이 전국에서 유일하게 <도희야>를 상영하고 있는 곳이더라고요. 그래서 저도 극장에서 마지막으로 이 영화를 오늘 볼 수 있어서 감회가 새로웠습니다.

 

 

(최용석) <도희야>가 올해 칸에서 초청 받아 상영됐는데, 한국과의 반응이나 분위기가 많이 달랐는지요? 저는 칸을 한 번도 못 가봐서...(관객 웃음)

 

(정주리) 저도 해외도 처음 가보는 것이었고, 그렇게 큰 영화제를 간 것도 처음이었습니다. 그런데 사실 딱 도착해서 보니 남해안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느낌이 들긴 했습니다.(웃음) <도희야>가 일반 공개 상영 된 것은 칸이 처음이었고, 그래서 과연 관객들이 공감할 수 있을까 걱정을 많이 했지만 의외로 반응은 좋아서 다행이었습니다. 그리고 국내와의 반응이 크게 다르지는 않았습니다. 대신 도희가 개그맨 흉내 내는 장면은 역시 공감을 하지 못하시더라구요.(웃음)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 역시 특별히 부정적인 반응은 없었고, 두 주인공의 흐름을 따라 영화를 모두 잘 이해해 주셔서 좋았습니다.

 

 

(최용석) 칸에서 특별한 에피소드는 없으셨나요? 파티에서 유명한 배우를 봤다거나...(관객 웃음)

 

(정주리) 저도 많이 기대했지만, 일정이 워낙 바빠서 그럴 여유가 없었다는 것이 지금도 아쉽습니다. 대신, 한 가지 에피소드라고 한다면... 다르덴 형제 영화도 처음 공개 된 곳이고, 켄 로치 영화도 보고싶었고, 그래서 상영 일정에 맞춰 줄 서서 피디님이랑 극장을 들어가려는데... 입장을 저지당했어요. 복장이 불량하다고...(웃음) 그래서 당장 가까운 옷가게에 들어가서 가장 싼 원피스를 얼른 사입고 들어가려고 했더니, 이번에는 신발이 문제라고 해서... 다시 구두를 사 신고 들어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최용석) 이런 소재의 영화를 만들게 되신 동기가 따로 있으신가요?

 

(정주리) 장편 시나리오를 써야겠다 무작정 결심하고서, 항상 우화같은 소재 하나를 품고 있었는데 그 이야기를 중심으로 시나리오를 준비하기 시작했어요. 그 우화란, 주인에게 예쁨받던 고양이가 있었는데, 어느 날 새로운 고양이가 나타나자 주인의 관심이 점점 멀어지는 거죠. 그래서 고양이는 주인 구두안에 쥐를 잡아 넣어놔요. 그랬더니 주인이 기겁해서 고양이를 엄청 때리거든요. 그런데 그 다음 날 봤더니 껍질이 벗겨진 쥐가 구두안에 들어가 있었던 거예요. 고양이는 그저 주인으로부터 사랑을 되찾고 싶어서 자신이 가장 아끼는 먹이를 주인에게 준 것이었고, 그래도 주인이 싫어하자 ‘아...주인이 쥐를 먹기가 힘든가보다싶어 껍질까지 벗겨 다시 구두 안에 넣어놓은 것이었는데 말이죠. 우리야 제 3자라서 이해가 되지만, 주인의 입장에서는 과연 이 고양이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에서 시작된 시나리오입니다.

 

(최용석) 그러니까 주인은 영남’, 고양이는 도희’. 그렇게 은유적으로 풀었군요.

 

(정주리) 네 그렇죠.

 

 

2

 

 

(최용석) <도희야>에서는 동성애와 폭력이 사건의 중심이 됩니다. 이 두 이질적인 코드를 어떻게 접목시킬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정주리) 영남 역시 도희 만큼이나 외로움을 품고 살았고, 도희가 당한 신체적 폭력 만큼이나 영남 또한 다른 형식이지만 동성애와 관련한 사회적 차별과 심적 폭력을 당했을 겁니다. 서로 다른 의미의 폭력이겠지만 그래서 두 여인의 외로움을 표현할 수 있는 최적의 요건이라 생각했습니다.

 

 

(최용석) 미성년자를 향한 폭력과 또 그에 따른 어른들의 외면으로 아이들이 상처받고, 그런 사건들의 고발로 인해 관객이 위로 받는 영화들이 요즘 다수라면, 이 영화는 소녀가 어떻게든지 살아보려고 처절하게 버티는 부분들이 다른 영화들과 다르게 인상 깊었습니다.

 

(정주리) 마지막 결정과 행동을 할 수 밖에 없었던 도희의 상황은 영화을 만드는 입장에서는 필수였어요. 또한 도희의 그런 행동이 결국은 영남의 결정을 바꾸었기 때문에 역시 큰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3 

 

(최용석) 이번에 좋은 배우들과 함께 작업하셨는데, 특히 고통스럽고 힘든 연기를 해야했던 김새론 양에게 어떤 식의 연기 디렉팅을 하셨는지?

 

 

(정주리) 김새론 양은 엄청 똑똑한 친구고, 타고난 배우 같아요. 연기를 한다는 것, 연기를 통해 무언가를 이룬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잘 아는 친구고 이 역할이 얼마나 힘든지 시나리오만 보고도 알았던 것 같아요. 그래서 사실 한 번 거절도 했었지만, 촬영 크랭크인에 다다라 결국 수락하면서 험난할 역경도 어느 정도 예상 했던 것 같아요. 우선 저는 도희의 상황을 이야기 해주면서 작업했어요. 마지막 도희의 행동이 나오기 까지 계속 대화하면서 작업을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본인이 연기를 아주 잘 했었던거죠.

 


 

 

 

 

(관객1)선도희라는 이름을 어떻게 짓게 되신건지?

 

(정주리) 제가 영상학부를 나왔는데 그 때 졸업 작품의 주인공 이름도 도희 였어요. 왜 그랬을까 더 멀리 생각해보니 중학교 2학년 때 친구 이름이 선도희였는데 사실 이 계기와는 아무 상관이 없거든요. 그저 기억에 남았던건데, 아무래도 그 때 더 친해지지 못해 아쉬워서 그런 걸까요?(웃음)

 

(최용석) 사실 감독들이 의외로 이름 짓는데 큰 의미를 갖고 있지는 않죠. 그냥 주변사람들 중에 문득 생각나는 이름들 그냥 막 가져다 쓰거든요.(웃음)

 

(정주리) 네 맞아요. 그런데 또 붙여놓고 보니 도희가 잘 맞는 것 같고.

 

 

 

 

(관객2) 영화의 시선이 영남인 것 같은데, 정작 영남의 감정은 영화속에서 거의 표출되지 않았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영남의 감정 표출이 왜 적었나요?

 

(정주리) 극 중 영남은 만으로 서른 넷 인데요. 경찰대 졸업하고 지금 경감 위치니까 젊은 나이지만 꽤 높은 관직에 올라있는거죠. 경찰대 다닐 때도 이 경찰 조직에서도 많은 남자들 틈에서 감정이 많이 무뎌진 여성이었을 것이고, 또한 정체성으로 인해 서울에서 큰 폭풍을 맞고 내려왔고... 그런 환경과 상황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던 영남이라고 생각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 또한 영남의 답답함을 의도한 것이기도 하고요. 취조 장면에서도, 마지막 존엄성 하나만은 잃고 싶지 않았던 영남의 그 답답한 강직함을 관객들이 함께 느끼시길 바랐습니다.

 

 

(관객3) 제가 생각하기에 이 영화는 도희가 괴물이 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도희는 과연, 영남을 통해 괴물을 벗어나게 될까요?

 

(정주리) 관객들이 많이 궁금해 하시는 부분 이지만, 감독의 입장으로는 그 부분까지 제가 결정 지어 말씀 드려서는 안 된다고 생각해요. 물론 열린 결말의 특정한 방향을 위해 애써 보여드린 부분도 있지만, 관객분들께서 이 부분 만큼은 자유롭게 생각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다만 꼭 보여드리고 싶었던 것은 이제까지는 늘 떠나기만 했던 영남이 이제는 같이 가기로 결심했다는 것입니다.

 


 

 

 

(최용석) 마지막으로 감독님 인사 부탁드립니다.

 

(정주리) <도희야> 마지막 상영 기회에 이렇게 불러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영화의전당 정말 좋네요. 스크린도 크고. 저는 단편영화로 부산국제영화제에 처음 왔었는데 그 때 정말 좋았어요. 기억이 아직까지도 또렷한데, 그 이후 처음으로 이렇게 오게 되어 스스로도 감개무량 합니다. 이 자리에 와주신 관객분들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