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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관객과의 대화 : 장률 감독 2014-06-17(화)  - 소극장

6/17 <경주> 관객과의 대화

 

 

* 게스트 : 장률 감독

* 진행 : 부산국제영화제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

* 장소 : 영화의전당 소극장

 

 

작년 12월 겨울 <풍경> GV 이후, 두 계절을 훌쩍 넘긴 약 6개월 만에 다시 영화의전당을 찾은 장률 감독. 당시 <풍경> GV 마지막 인사로 “‘장률식 멜로영화를 만드는 중이다.”라는 언급을 잠시 했었는데 그 때 그 영화가 바로 <경주>.

 

사실 이번 GV 일정이 급하게 결정 되었던지라, 행사 공지 시간이 부족해 관객 참여를 내심 걱정했지만, 놀랍게도 GV 당일 저녁 영화의전당 소극장의 거의 모든 좌석은 관객으로 이미 충분히 채워져 있었다

 


 

 

 

 

 

 

 

1

 

 

(김지석) 장률 감독님은 제가 몸담고 있는 부산국제영화제와의 인연도 아주 깊습니다. 감독님의 작품들은 저희 영화제를 통해 매번 소개되었고, <경주> 역시 저희 지원 제작 프로그램을 통해서 일부 제작되기도 했고요. 그 영화로 이렇게 다시 영화의전당에서 뵙게 되니 더욱 반갑습니다. 먼저 제가 몇 가지 질문 드리고, 관객분들 질문 이어서 받겠습니다.

 

이번 영화를 개봉 하시면서 아마 가장 많이 받은 질문 중 하나시겠지만, 이 자리 오신 관객분들께서도 역시 궁금해 하실 것 같아 다시 한 번 여쭤보겠습니다. 왜 하필 영화의 배경으로 경주를 선택하셨는지?

 

 

(장률) 저는 1995년에 한국을 처음 와봤습니다. 그때 서울과 대구를 거쳐, 동행했던 형님 두 분과 경주 관광을 왔어요. 대구에서 경주는 꽤 가깝죠. 그렇게 동행들과 경주를 갔고, 찻집에서 차를 마셨습니다. 이후 두 분은 모두 돌아가셨고, 그 중 한 분의 장례식 참석차 대구에 갔다가 충동적으로 경주로 내려가서 예전의 찻집을 찾았지만, 경주는 이미 많이 변해있었고 춘화는 없었습니다. 아마도 친한 형님들이 돌아가신 것과 짧았던 경주 여행의 기억이 복잡하게 얽혀진 감정으로 이 영화를 만들지 않았나 생각됩니다.

 

 

(김지석) 감독님께서 다른 인터뷰를 통해서, 경주는 죽음과 삶이 공존하는 독특한 느낌의 도시라 말씀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한국 사람들은 죽음과 좀 멀리하려는 경향이 있기에, 장 감독님이 경주를 바라보는 이런 시선이 좀 특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장률) 사실 다른 나라에도 왕릉은 있는데, 경주 만큼이나 무덤이 일상의 시민들과 가깝게 맞닿아 있는 곳은 어디에도 없다는 점이 특이했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수학 여행지를 경주로 간다는 점도 특별했어요. 실제로도 수학 여행지일뿐이었던 경주가, 이 영화를 본 후 다시 가보고 싶은 도시가 되었다.’는 관객들의 반응을 꽤 접할 수 있었습니다.

 

 

 

(김지석)  이번에는 배우들의 연기에 관한 질문을 좀 하고 싶습니다. 장률 감독님의 전작들에서는 대부분 비전문배우들과 작업을 하셨는데, 이번에는 신민아씨와 박해일씨를 비롯해 화려한 카메오들까지 등장 시키셨어요. 감독님의 폭넓은 인간관계에 또 한 번 놀랐습니다. (웃음) 특히 두 주연 배우의 연기에 대해, 두 배우가 마주하는 대화의 템포가 조금씩 늦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만, 제가 느끼는 이 낯선 감정이 굉장히 궁금합니다.

 

 

(장률) 말씀하신 그 낯선 느낌은 영화 속 인물로부터 출발합니다. 최현(박해일) 교수는 보통의 교수에 대한 편견과는 달리 좀 여유 있고 느릿한 편입니다. 찻집 여주인(신민아) 역시 조용한 찻집에서의 행동과 말들이 자연스럽게 느리죠. 이 두 사람은 아마도, 이 느린 리듬이 맞았기 때문에 서로 잘 통했던 것 같습니다.

 

 


 

2

 

 

 

 

 

 

 

 

(관객1) 저는 감독님께서 일반인들과 다르게 촬영 공간을 바라보는 시각이 특별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장률) 사실 슈퍼 앞 평상 자리를 섭외할 때 좀 힘들었어요. 우연히 발견한 곳인데, 이상하게 그 두 평상에 감정이 들어가더라고요. ‘여기 예전에도 두 남녀가 앉았을 것 같다...’는 막연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스태프들이 섭외하기 더 쉬운 장소들을 계속해서 제안했지만, 저는 고집을 부려 그 곳을 결국 선택했습니다. 이런식으로 저는, 느낌과 감정이 동하는 기준으로 촬영 장소를 정하는 것 같습니다.

 

 

 

(관객2) 감독님의 전작들과는 완전히 다른 느낌을 받았습니다.

 

 

(장률) 이번에 그런 질문을 꽤 많이 받았고 저 스스로도 되물었습니다. ‘내가 너무 변질 되지 않았는가?’ 하지만 사람은 계속해서 변하는 것 같습니다. 반면 변하지 않는다는 것도 맞습니다. 아무래도 제 이전 영화의 주제들이 무겁고 어두웠기 때문인 것 같은데, 사실 제 주변 지인들은 제게 그런 면도 있지만 <경주>같은 엉뚱한 면도 있다는 것을 다들 알고 있습니다. 물론 감독에게 일관성이라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은 반면 갇혀있다는 의미와도 같습니다. 감독은 용기를 가지고 눈치 보지 않고 넓은 세상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아직도 여전히 고민하고 방황하며 영화를 찍고 있습니다.

 

 

 

(관객3) 경주 지역 사투리가 원래 심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영화 속에서 배우들이 사투리를 쓰지 않고 표준어를 쓰도록 한 것은 특별한 의도셨는지?

 

 

(장률) 사실 사투리 때문에 고민도 많이 하고, 스태프들과 토론도 많이 했습니다만... 저는 사투리를 쓰는 것 보다 표준어를 씀으로써 경주를 꿈인지 현실인지 모를 좀 애매모호한 공간으로 표현하고 싶었습니다. ‘경주라는 공간이 주는 묘한 느낌이 가장 큰 영향을 미쳤는데, 실제로도 영화를 찍으면서 현장 스태프들 모두 꿈인가 현실인가 의아해 하며 촬영했어요. 그리고 영화를 찍는 동안 신기하게 현장에서도 경주 사투리가 잘 들리지 않더군요.

 

 

3

 

 

(관객4) 감독님과 최현 교수의 캐릭터상 특별한 연결고리가 있었을 것 같은데, 이와 관계지어 박해일 캐스팅을 하신건지 궁금합니다.

 

(장률) 어떤 영화도 감독의 정서는 항상 반영됩니다만, 저와 최현교수는 아주 다릅니다. 대신 실제로 현장에서 보니 박해일과 최현 교수가 닮은 점이 굉장히 많더군요. 그래서 결과적으로는 아주 완벽한 캐스팅 이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굳이 영화 속에서 저와 닮은 캐릭터를 꼽자면... 박교수? (관객웃음)

 

  

(관객5) 감독님 작품들 중에서 <두만강> <이리>, 그리고 이번 <경주> 까지... 지역이나 특별한 장소를 중심으로 한 영화를 많이 만드셨는데, 다음 작품으로는 부산? 낙동강? 초량? 같은 곳에서 작품을 만드시는 건 어떠신가요? (관객웃음)

 

 

(장률) . 그렇다면 다음 영화는 부산으로 합시다.(웃음)

 

 

(김지석) 사실 감독님께서는 부산에서 준비하고 계신 작품이 있습니다. 배경 중에 부산국제영화제가 나와야 된다고 해서 지금 일정을 맞춰 보고 있고요. 감독님의 다음 작품도 기대해 주십시요. 늦은 시간 함께 해주신 감독님과 관객여러분께 감사드리며, 이 시간 여기서 마치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