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의 전당

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사이트정보
home  > 영화  > 부대행사

부대행사

'존 포드'특별전Ⅱ 특별강연(1) : 임재철 영화평론가 2015-07-16(목)  - 시네마테크

1


7/16 <도노반의 산호초>


* 강연 : 임재철 영화평론가

* 장소 :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2

<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는 존 포드 영화 역사상 거의 완벽한 실내극입니다. 또 플래쉬백이죠. 거의 완벽한 스튜디오 안에서 찍은 실내극이라는 점, 그리고 이야기 전개가 최대한 리얼타임에 가깝게 전개를 시키고 있다는 점, 일종의 퍼포먼스 영화라고 말을 붙이자면 그렇게 받아들이는데요. 모뉴먼트 밸리가 등장하지 않습니다. 연극 무대 같은 심플한 세팅이 있고 그 세팅 안에서 배우들이 뭔가 동작을 하게 합니다. 그걸 카메라로 찍습니다. 그건 가장 순수한 퍼포먼스 형태의 영화예요. 단순하게 보이지 않는 이유는 말하자면 당대 최고의 스타 존 웨인과 제임스 스튜어트가 나오기 때문에 그런 측면이 안 보이는 것도 있습니다


제가 왜 전작인<리버티 밸런스를 쏜 사나이> 이야기를 많이 하냐면 이 영화가 가지고 있는 실험적인 측면들이 존 포드 본인도 하고 나서 다시 쉬고 싶다. 그것이 굉장한 텐션을 요구하는 작업은 맞습니다. 굉장히 고도의 에너지를 소모한 작업을 한 다음에 내가 휴가를 가고 싶다는 마음에서 영화다. 이렇게 봅니다




3


도노반의 산호초를 실제로 존 포드 본인이 쉬고 싶어서. 쉬고 싶을 때 이 사람이 어떻게 하냐면 이 영화에도 나옵니다만. 존 포드가 1930년대 후반에 요트를 사요. 요트 이름이 아라너(Araner) 인데 아라너는 무슨 얘기냐면 아란 사람이라는 뜻이에요. 아란은 아일랜드의 섬 이름이며 존 포드의 어머니가 아란 섬 출신이에요. 아라너라는 요트는 존 포드에게 감독으로서 성공했다는 프로스티지를 표현하는 것이고 실제로 친한 사람들과 배를 타고 나갔죠. "가장 편히 갈 수 있는 데가 하와이니까 휴가를 가서 하와이에 가서 영화를 하나 만들지" 이런 기획으로 시작을 했죠.


5


존 포드의 옛날 영화에 비해서 훨씬 더 현장성이 많은 영화. 현장성이 많다는 건 즉흥성이 많다는 겁니다. 시나리오 초안은 있었는데 작가가, 그 날 촬영 분을 그 전날 쓰는 방식으로 만들었다고 합니다. 존 포드는 50년 동안 영화를 만들었고 그 전에 워낙 심한 텐션을 요구했던 영화를 끝내서 그런 건지, 존 포드 영화중에서도 가벼운 영화다 그렇게들 봐요. 항상 아이리쉬의 문제가 나오고, 항상 레이시즘에 관련된 문제들이 나와요. 이 영화도 이야기를 끌고 가는 축은 결국은 인종주의예요. 딸에게 자기 아버지가 미개인이랑 애를 셋 이나 낳았다는 걸 숨기자. 그게 이 영화의 메인 플롯이에요. 더 구체적으로 얘기하면 인종 간 교배예요. 존 포드가 성장하던 시대에는 본인은 미국인이라고 생각하고 싶어도 주변에서 그렇게 안 봅니다. 존 포드는 미국 뉴욕 메인주에서 태어났죠. 아일랜드에 대해서는 부모님에게 들은 것, 주변 사람들에 보고 들은 것이 대부분인데. 본인도, 나도 결국은 미국인이 아닌 것 같아. 라는 생각이 있었던 거죠. 그래서 아일랜드 이야기가 계속 나오는 거고. 왜 보스턴이 많이 등장하냐면 미국에 대해 조금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미국에서 아이리쉬의 비율이 가장 높은 곳이 보스턴입니다.


존 포드 영화중 도노반의 산호초는 굉장히 예외적인 영화예요. 자신이 다른 마이너리티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다는 얘기를 합니다. 어떻게 보면 할레아칼라라는 섬이 존 포드 본인의 파라다이스라고 볼 수도 있습니다. 이 할레아칼라 라는 섬은 굉장히 멀티컬츄럴한 섬이다. 여러 컬쳐가 서열이 정해져 있다고 하면. 사실 미국식 멀티컬츄럴리즘의 가장 큰 단점은 누가 봐도 서열이 있어요. 엄밀히 말하면. 그냥 말만 멀티예요. 애초에 2차 대전에 참전했던 도노반이 미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남태평양의 작은 섬에서 왜 살기로 마음을 먹었을까. 미국을 떠나서 정착한 곳이 남태평양의 섬이라는 것. 인종 문제의 완벽한 해답이라는 건 없는데 그 해답을 찾기 위한. 사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소박한 해결책일 수도 있는데. 이 정도 작은 규모의 섬이라면 인종 문제라는 게 큰 갈등이 없을 수도 있죠. 전통적인 게 들어있고 거기에 새로운 것들이 들아와서 갈등을 빚어지는 얘기도 아닙니다. 그냥 얹혀 있어요. 그냥 얹혀 있고 그 사이에 긴장이나 텐션도 전혀 생기지 않아요.




4



1917년에 영화를 만들기 시작해서 영화감독이 돼서 최소한 15년 정도를 사운드가 없이 무성영화를 만들었던 사람입니다. 그런 사람들이 갖고 있는 굉장한 숏의 강도라고나 할까. 그런 게 있어요. 무성영화에서 경력을 오래 쌓았던 감독들은 기본적인 것 중에 하나가 카메라를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자주 움직이려고 하지 않습니다. 무성영화에서부터 영화를 했던 사람들이 특징이 가급적이면 뭔가 확실한, 본인 스스로가 정당화할 만한 게 있지 않는 한은 카메라를 별로 움직이질 않아요. 카메라를 많이 못 움직이는데 모션을 보여준다. 그게 운동감이라는 겁니다. 고정 숏에서 어떻게 운동감을 만들어내는지 유심히 한번 보세요. 그게 위대한 감독과 아닌 감독의 차이입니다. 아멜리아가 아라너호를 타고 할레아칼라섬에 도착을 했어요. 신발을 먼저 던집니다. 존 웨인이 이제 받기는 받으면서 존 웨인은 본인대로 좀 어처구니가 없죠. 뒤로 돌아서 엉덩이를 대고 다리를 뻗으라고 말해요. 떨어지자마자 아라너호에 타고 있던 원주민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바다로 뛰어내려요. 그래서 물보라가 치죠. 파문이 생깁니다. 화면에 물보라를 내기 위해서 일부러 떨어뜨렸다고 보시면 돼요. 이게 물보라가 번지는 효과가 만들어내는 운동감이 필요했기 때문에 그런 상황을 설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