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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행사

<산다> 시네클럽 : 박정범 감독 2015-05-29(금)  - 소극장

5/29 <산다>


* 게스트 : 박정범 감독, 배우 박명훈

* 진행 : 이승진 영화의전당 영화기획팀장

* 장소 : 영화의전당 소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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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진) 박정범 감독님은 관객분들께 <125 전승철>(2008), <무산일기>(2010)등의 작품들로 잘 알려져 있는 분이십니다. 그리고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하신 배우 박명훈 님은 아마 다른 영화 속에서는 잘 뵙지 못 하셨을텐데, 주로 <사랑했던 놈, 사랑하는 놈, 상관없는 놈>,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지하철 1호선> 등의 연극과 뮤지컬에서 많이 활동하신 분입니다. 우선 감독님께 이 영화를 만드신 계기부터 들어보겠습니다.

 

(박정범) 가까운 친구가 세상을 떠났었고, 1년 후에 또 한 명의 친구가 우울증으로 자살을 했었는데... 그 계기가 바로 <산다>의 시작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처음 이 이야기는 제가 죽음을 결심한 친구를 잡아주지 못한 것에 대한 미안함으로 쓰기 시작했는데, 그 이야기를 5년에 걸쳐 고치다 보니 지금의 내러티브로 바뀌었습니다만... 왜 이 이야기를 만든 것인가에 대해 제 스스로 고민을 많이 했습니다. 제 나이가 40이지만 저는 아직도 산다는 것에 대해 정확히 알지 못하고, 우리는 왜 항상 행복하기 위해 무언가를 빼앗아가며 선과 악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것인지 등의 고민에 대한 이야기를 만들고 싶었습니다.

 

(이승진) 박명훈 배우께서는 이 영화에 어떤 계기로 합류하게 되셨는지?

 

(박명훈) 감독님을 몇 년 전에 우연한 자리에서 만나게 되었는데, 혹시 시간 되실 때 대학로에 제 연극을 한 번 보러 오시면 좋겠다고 말씀 드렸는데 흔쾌히 보러 와주셨고, 시간이 흐른 후에 <산다>에 캐스팅을 해주셔서 이번 작품에 이렇게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이승진) 영화 속에서는 감독님이 덩치도 아주 커 보이시고 눈빛도 강렬 하셨어서, 실제로 뵈면 굉장히 긴장 될 거라고 생각했습니다만... 실제로 오늘 뵈니까 체구도 작으시고 소박함이 오히려 느껴질 정도인데요.(웃음) 박명훈 배우님은 감독님을 처음 만났을 때 인상이 어떠셨나요?


 

(박명훈) 사실은 제가 감독님보다 한 살 많습니다. 사실 이 나이쯤 되면 한 살 차이 정도는 거의 친구라고 봐도 무방합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를 굉장히 예의 있게 잘 대해 주셨어요. 그래서 왜 그러셨나 했더니 영화 안에서 많이 때리려고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관객웃음). 감독님은 처음부터 워낙 가족처럼 잘 대해 주셔서 편하게 작업 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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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진) 얼마 전 신문에서 읽었던 것 같은데, 영화 <산다> 속 캐릭터들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서 촬영 기간 동안에 배우 이승연 씨(누나 역)에게는 현장 스태프들도 모두 말도 못 걸게 하셨다고 하더라고요. 배우가 무척 물론 힘들었을거라고 생각되는데, 그렇다면 박명훈 배우께서는 이 자리를 빌려 현장에서의 감독님 악행(?)에 대해 고발할 것은 없으신지?(웃음)

 

(박명훈) 여러분들도 오늘 느끼셨겠지만 감독님이 굉장히 진지해보이시잖아요. 실제로 진지하신 면도 있고, 또 술 드시면 귀여운 면도 있으세요(웃음). 하지만 현장에서는 솔직히 배우 입장에서 보면, 진짜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것 같은 정도의 굉장한 고집이...(관객웃음) 강원도에서 3개월 동안 함께 동고동락 하면서 <산다> 촬영을 하는 동안은 제가 서울에서 알던 감독님이 아니었거든요. 사람이 확 바뀌니까 저도 그때부터 겁을 좀 먹고 작업을 했었는데...(웃음) 하지만 감독님이 항상 제게, “형은 박명훈 이잖아. 형이 못할 것이 뭐있냐.” 라고 힘을 주는 말을 해주셔서 강원도 촬영동안 힘을 내서 연기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현장에서는 누구도 말을 걸 수 없을 만큼 굉장한 에너지와 카리스마를 갖고 계시지만, 이 분이 절대 화가 나서 그런 것이 아니라 그저 영화에 대해서 계속 생각하고 계셨던 건데... 그 부분에 대해 오해를 하고 다들 겁을 먹은 것 같습니다.(웃음) 함께 출연했던 아역 배우도 계속 무서웠다고...(웃음)

 

(박정범) 저도 그걸 나중에서야 알았어요. 영화 끝날 때쯤에 햇빛(조카 역)이에게 내가 정말 무섭니?” 물어봤더니, 감독님 정말 무섭다고...(웃음) 그렇게 까지 하려고 했던 건 아닌데...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저희 영화가 콘티가 없었어요. 제 머릿속에만 그림이 그려져 있었으니까, 현장에서 액션을 외치는 순간부터 저는 한 테이크 한 테이크 찍으면서 내가 틀렸다는 걸 인정하고 또는 포기하기도 하면서 그 안에서 접점을 찾는 과정을 이번 영화작업을 통해 새롭게 겪었던 것이죠. 그러다보니 제 머리에서 멘붕이 오는 거예요. 왜냐하면 내 그림은 오로지 이거 하나밖에 없는데, 그것이 현장에서 안 나올 경우 플랜 B가 없는 것이었던거죠. 그러다보니 차선책을 혼자 고민하게 되면서 계속 그런 분위기가 만들어졌던 것 같아요. 근데 그게 또 좋은 점은 인상을 쓰고 있으면 제가 굉장히 고뇌하는 지식인처럼 보인다는 거예요, 가만히 있으면 그냥 노동자처럼 보이는데(관객웃음). 그래서 그런 식으로 일주일 정도 촬영하고 있으면, 스태프와 배우들이 다들 자기가 잘못했다고 생각하고 각자 알아서 눈치 보면서 각자 위치에서 굉장히 열심히 했었습니다(웃음).

 


 

(이승진) 감독님은 관객들이 이 영화에서 어떤 특정한 장면들에 대해서는 이렇게 이해를 해줬으면 좋겠다싶은 부분이 특별히 있으신지?

 

(박정범) 이 영화는 정철이라는 인물과 그를 둘러싼 당위성의 충돌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정철이는 주어진 삶 안에서 그저 살기 위해 악행을 저지를 수 밖에 없다고 스스로를 정당하게 여기지만 결국은 어느 순간 깨닫게 됩니다. 남의 문짝을 떼어서 자신의 집을 세우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요. 남의 행복을 빼앗아서 내 행복을 찾는 것은 나쁜 짓이었구나 생각하게 되는. 가로등 하나를 달았다고 해서 물론 일상이 갑자기 바뀌지는 않겠지만, 그 이후에 문짝을 다시 달며 반성을 하는 그 순간이 저한테는 기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사실은 이게 4시간 반 짜리 영화인데요. 뒤에 1시간 50분이 더 있습니다만, 여기까지 만으로도 충분히 하나의 이야기가 완성 되었다고 전주국제영화제측에서 말씀하셔서 영화관 개봉을 위해 이 정도로 끝냈습니다.(웃음) 먼 훗날 제가 계속해서 이렇게 영화를 만들고 있을 수 있다면 그 때는 감독판 4시간 반 짜리 <산다>도 제대로 상영을 하고 싶습니다.

 

(이승진) 4시간 반짜리 감독판 영화를 저희 영화의전당에서도 꼭 틀고 싶습니다.(웃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