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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행사

<대행동> 릴레이토크(4) : 류승완 감독 2015-05-10(일)  - 시네마테크

5/10 <대행동>

 

* 게스트 : 류승완 감독

* 진행 : 허문영 프로그램 디렉터

* 장소 :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1

 

(허문영) 류승완 감독님이 이전에 소개 해 주신 세 편 <블리트>, <용호풍운>, <악질경찰>의 영화 속 형사 캐릭터가 유독 특별해 보였던 반면, 이 영화 만큼은 그런 면에서는 좀 다르다고 말씀하셨습니다. 그렇다면 이 영화의 남다른 매력은 무엇입니까?

 

(류승완) 앞서 제가 GV 한 영화들과 지금 영화 <대행동>을 비교해보면 아시겠지만, 이 영화는 이번 기획전에서 소개해드린 영화 중에 가장 형사영화의 기본 형식과 구조를 따르고 있는, 소위 형사 액션 영화라고 하면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모두 등장하는 영화라고 말씀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요. 아무도 넘볼 수 없는 악당이 있고, 서두 사건이 결국 메인 사건으로 연결이 되고, 형사들과의 의리와 내부의 배신, 조직의 갈등 같은 것들... 허문영 디렉터께서 좀전에 말씀하신 것처럼 너무 빠른 속도로 영화가 진행되다보니 뭔가 감흥을 느낄 여유 조차 별로 없죠. 물론 앞서 소개해드린 영화들 <블리트>, <용호풍운>, <악질경찰>의 형사 캐릭터들에 비해 이 영화에 등장하는 형사들이 상대적으로 매력이 덜해 보인다는 것 뿐이지, 사실 저는 이 영화에서 청청패션의 김양화Andrew Kam를 정말 좋아하거든요. 김양화는 원래 쿵푸 연기를 하던 배우였는데, 많이 알려지지 않은 가운데서도 이 영화에서 독특한 매력을 발산했어요 

 

(허문영) 이 영화는 두기봉 감독의 초기작에 속하는 영화입니다. 두기봉 감독은 사실 80년대 말에서 90년대 초반까지만 하더라도 홍콩 느와르에서 앞서 언급되는 이름은 아니었죠. 오우삼, 서극, 임영동 등의 감독들이 주류일 때였는데, 두기봉의 이름이 특별하게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것은 사실 유럽에서부터였습니다. <미션>(1999)이 영화광들에게 깊은 감명을 주면서 그 영화가 프랑스 영화잡지의 표지에까지 등장하기도 했죠. 그러면서 이 세상의 모든 중요한 국제영화제들이 두기봉 감독의 영화들을 경쟁적으로 모셔가기 시작했습니다. 물론 그 사이에 걸작들도 많이 탄생했습니다. 저도 이 영화를 오랜만에 봤더니 <미션> 이후 두기봉 감독 출세작들의 특징 중 하나인 '캐릭터 앙상블'이 돋보이는 구조가 이 영화에서도 보인다는 것을 발견 할 수 있었는데요. 사실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한 인물에 집중하지 않고 캐릭터나 팀의 앙상블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쉽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특히 이 영화에서처럼 4명의 인물을 골고루 움직이려면 연출상으로는 굉장히 어려운 점이 많을 것 같거든요.

 

(류승완) 두기봉 감독은 남자들 사이의 우정을 그리는 방식이 오우삼 감독과는 좀 다릅니다. 오우삼의 남자들 사이에는 소위 요즘 브로맨스라고 말하는 끈적한 느낌들이 기본적으로 있는데, 두기봉 감독 남자들 사이에는 반면 유머들이 있어요. 그리고 액션을 진행 시키면서 관계를 유지시켜 나가죠. 두기봉 감독 사이에 발생하는 우정은, 대화를 통해 발생하기 보다는 어떤 행동을 취할 때 더 두각을 나타내는 것 같아요. 또 한 가지 그런 면에서는, 두기봉 감독이 캐스팅 단계부터 애초에 너무 두드러지는 스타를 기용하지 않는 것 또한 그런 이유 때문인 것 같아요. 당대 최고의 인물이 등장하면 영화의 모든 에너지를 흡수해 버리니까.

 

두기봉 감독이 영화를 만드는 방식을 보면 그 만의 공동체성이 있어 보이거든요. 꾸준히 기용하는 배우들, 스태프를 배우로 등장 시키거나 항상 같은 스태프들과 작업을 하는 식의. 이런 것들을 보면 두기봉 감독이 만들어내는 하모니는 이런 시스템 구축부터 뿌리가 된 것 같기도 하고요. 물론 이것이 <대행동>의 기획 의도와 직접적인 연관은 없었겠지만, 팀플레이가 중심이 된 갱들이 출연하는 형사 느와르 영화들을 만들고자 한 시점에 두기봉 감독의 이런 성향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서 이 영화가 탄생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관객) 한국영화계에 에너지 넘치는 영화들이 다양하게 등장하는 황금시대가 다시 올까요?

 

(류승완) 일단,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입니다. 그건 누구도 알 수 없죠. 1997년 홍콩 반환 시기만 하더라도 홍콩 영화라는 것이 이제는 역사 속으로 사라질 것이라고 다들 예상했었거든요. 하지만 여전히 홍콩에서는 예전의 산업적 규모만큼의 영화들은 아니지만 처음의 예측과는 달리 끊임없이 훌륭한 홍콩 영화를 만들어오고 있거든요. 그러니까 한국영화 역시 다양한 예측이 난무 하고 있지만, 그런 것들은 결국 의미 없는 말잔치일 뿐이라고 생각해요. <명량>도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지만 약 1700만 명의 관객을 끌어 모았고, <변호인> 역시 마찬가지로 흥행을 그렇게나 할 거라고 영화 산업 쪽에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거든요.

 

영화라는 것은 그런거예요. 도박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쇼비즈니스 업계에서는 더욱 말들이 많을 수 밖에 없죠. 하지만 이 산업 안에서는 여러분들이 밖에서 듣는 이야기들과는 또 다른 흐름이 분명히 있어요. 물론 대기업 및 대형 투자사의 자본이 들어오던 초기에 한국영화계의 위기가 오기도 했었지만, 그 위기를 3-4년 겪으면서 대기업도 진화가 됐거든요. 그래서 지금은 또 달라요. 물론 영화제작을 위한 사전 재단은 굉장히 피곤한 작업이지만, 주류 영화들은 어느 정도의 그런 방식이 필요하다고도 생각해요. 1000만 관객을 위한 영화를 만들 때, 그에 따른 어마어마한 예산에 따른 자본을 회수하려면 일부 상업적 방식에 따라갈 수 밖에 없는 구조인 것입니다. 어쨋든 영화 산업은 변수도 많고 너무 복잡해서 직접 들어와서 보지 못하면 알 수 없는 것들이 너무나 많아요.

 

(허문영) 저도 역시 한국 영화계의 몰락이라는 식의 진단에는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1990년대 한국영화 르네상스를 이끌었던 주역은 사실 프로듀서였다는 것입니다. 뛰어난 역량을 가진 감독들은 늘 있습니다만 그 재능을 발굴하고 이 세상에 소개시켜 주는 역할이 바로 책임 프로듀서인데, 2000년대 중반부터는 심재명, 차승재, 김미희 등 당대를 이끌었던 프로듀서들과 투자자들과의 위계가 뒤바뀌어버린 것이죠. 2005년 전까지는 이런 프로듀서들에게 투자자가 줄을 섰는데, 2005년 부터는 유명 프로듀서들조차도 투자자들에게 간청하는 입장이 되어버린 것입니다. <지구를 지켜라> <8월의 크리스마스> <플란다스의 개> 등 도전적인 데뷔작을 만드는데 큰 역할을 했던 중요한 사람들이 바로 그 때의 프로듀서들이었는데, 이제는 그런 예비 감독들을 만나더라도 강해진 투자자가 실험적인 데뷔작을 만드는 것을 잘 허용하지 않기 때문에, 프로듀서들이 발굴에 대한 보장을 해줄 수가 없게 된 것이죠. 그 점이 가장 크게 달라진 점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그래서 2005년 이후 감독들의 데뷔작들은 호러 아니면 스릴러가 되었습니다. 호러는 특정 시즌에 최소한의 일정 관객을 무조건 확보 할 수 있고 2차 부가판권 시장에서도 고정 팬들이 있기 때문에 가장 안정적인 장르거든요. <건축학개론>을 만든 이용주 감독의 경우도 데뷔작이 <불신지옥> 이었듯이 말입니다. 물론 이처럼 정말 재능이 있는 감독이라면 이런 과정을 거쳐서라도 지속적으로 영화를 만들어 갈 수도 있겠지만, 호러 데뷔작의 성과가 좋지 않았을 경우의 감독은 잠재적인 다른 재능을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길을 잃을 가능성이 많습니다. 사실 <플라다스의 개>만 하더라도 봉준호 감독의 재능은 다들 알고 있었지만 이 정도 만큼의 성취를 이룰거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습니다. 이렇게 잠재적 재능을 개화 시킬 수 있는 프로듀서의 입지 저하는 돌이킬 수 없는 추세가 된 것 만은 확실합니다.

 

대신에 지금 확실히 달라진 점은, 누구나 다 영화를 찍지 않습니까? 그만큼 영화라는 매체에 모두가 가까워져 있고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전보다 훨씬 더 많은 창작의 계기들이 주어져 있고, 영화적 재능을 어릴 때부터 키울 수 있는 기회들이 좀 더 많아졌다는 것입니다. 상대적으로 영화산업 안으로 들어갈 수 있는 관문은 좁아졌더라도 창작의 기회는 이전보다 훨씬 더 넓어졌으므로, 그 점에서는 또 다른 가능성이 열려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

 

(허문영) 오늘이 이 기획전에서 감독님과 만나는 마지막 시간입니다. 다음은 아마도 감독님이 만드신 <베테랑>과 함께 만나게 될 것 같습니다만, <베테랑>에 대한 짧은 소개 부탁드립니다.

 

(류승완) 형사가 주인공으로 등장하고요. <부당거래>의 반댓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자기가 맡은 임무를 열심히 수행하는 형사로 등장하는 배우 황정민씨와 망나니 재벌 3세로 등장하는 배우 유아인씨가 주인공입니다. 악행을 저지르는 재벌 한 명에게 집중되는 어벤져스!(웃음) 재벌의 악행을 어떻게 돌파하는가가 관건인 영화입니다. 실제로 형사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리얼하게 만든 영화인데, 굉장히 통쾌하고 즐거운 영화가 될겁니다.

 

(허문영) 오늘 제가 기사를 검색하다가, 이상한 기사가 떠서 한 번 들어가봤습니다(웃음). 관객 1000명을 대상으로 올해 개봉하는 영화 중 가장 믿고 볼만한 감독의 영화가 무엇인지 설문 조사를 했는데, 3위가 박찬욱 감독의 <아가씨>, 2위가 최동훈 감독의 <암살자>, 1위가 바로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 이었습니다. (관객 박수) 정말 깜짝 놀랐습니다(웃음).

 

(류승완) 안그래도 저희 집사람하고도 한참 얘기했어요. 왜 이런 결과가 나왔지? 하면서(웃음). 한 번도 1등 해본 적이 없는데 전 얼마나 놀랐겠어요(웃음). 이런 결과가 나온 것은 아마도... 봉준호 감독의 차기작이 발표되지 않았기 때문에 나온 결과 인 것 같고(웃음), 아마 황정민 배우와 유아인 배우에 대한 기대와 인지도 때문인 것 같아요. 저는 사실 반짝 1등 보다 오래 가는 3등을 더 선호하는 사람입니다(웃음).

 

(허문영) 이번 [류승완이 사랑한 형사영화], 시네마테크 부산으로서는 처음 시도하는 특별한 기획전이었는데 마지막 소감 말씀 부탁드립니다.

 

(류승완) 제가 좋아하는 영화를 프로그래밍 해서 기획전을 여는 것 자체가 굉장히 영광스러운 경험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한 게 별로 없고 다른 분들이 많이 고생해주신 덕이죠. 특히 <블리트>를 이번에 스크린으로 보면서 자동차 추격 장면의 놀라움을 체험 할 수 있어 좋았어요. 그래서 영화는 역시 스크린으로 봐야하는구나 다시 한 번 깨달을 수 있었고, <용호풍운><대행동>을 보면서는 제 어린 시절로 다시 돌아가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이런 기회를 주신 영화의전당에 다시 한 번 감사드리고, 앞으로 또 이런 기회가 생겨 더 좋은 영화를 함께 보고 여러분들과 즐거운 대화 나눌 수 있기를 바랍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