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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팻시티> 내가 사랑한 영화들 : 카세 료 2015-05-02(토)  - 시네마테크

5/2 (1) <팻 시티> : 내가 사랑한 영화들

 

* 게스트 : 배우 카세 료

* 진행 : 정한석 영화평론가

* 장소 :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1 

(정한석) 오늘은 배우 카세 료를, 배우가 아닌 굉장한 시네필로서 이 자리에 모셨습니다. 오늘 거론 될 영화들도 미리 카세 료 씨의 베스트 리스트를 청해서 받았던 것들이고 그것들을 바탕으로 이루어질 예정입니다. 오늘 함께 보신 <팻 시티>도 마찬가지로 카세 료 씨가 추천해주신 영화입니다. 그럼 우선, 이 영화의 매혹을 어떻게 왜 느끼셨는지부터 여쭤볼까요?

 

(카세료) <팻 시티>는 제가 지난번에 서울에 왔을 때 정한석 평론가로부터 추천을 받고 보았던 영화입니다. 그 때 영화가 정말 좋았다고 생각해서 이번에 영화의전당 관객 여러분들과 함께 보고 싶어서 추천하게 되었습니다.

 

(정한석) 첨언하자면, 카세 료 씨의 독특한 친교 방법이 하나가 있는데요. 카세 료 씨는 주변의 지인들에게 메일을 보낼 때 자신이 좋아하는 영화의 트레일러나 음악을 보내주는 굉장히 섬세한 성향의 사람입니다. 어느 날 제가 일 때문에 메일을 보냈는데 카세 료 씨로부터 답장이 왔어요. 거기에 <배드 컴퍼니>(1972)라는 영화의 트레일러가 함께 들어있었습니다. 그걸 보고나니 제 머릿속에 문득 떠오른 영화가 바로 <팻 시티> 였습니다. <배드 컴퍼니>와 같은 해에 만들어졌고, 심지어 제프 브리지스라는 동일한 배우가 출연한 영화가 바로 <팻 시티> 였기에 추천을 드렸던 영화입니다.

 

(정한석) 제가 알기로 카세 료 씨는 <팻 시티>의 라스트씬을 굉장히 좋아하신 걸로 알고 있습니다. 어떤 점이 특히 매혹적이었는지 말씀해주실 수 있을까요?

 

(카세료) 젊은 시절의 제프 브리지스의 연기를 평소에 좋아했고, 특히 저에게는 <팻 시티>의 라스트씬이 충격적이었다고 할까요? 한 마디로 표현하기는 힘든 것 같지만 라스트씬에서 말 없이 커피를 마시는 일상으로 끝나는 엔딩이 아름다운 기억으로 남아있습니다. 특히 커피숍에 들어가기 전에 복서 스테이시 키치가 제프 브리지스를 마주치고 함께 커피를 마시러 들어가게 되는데, 은퇴 후 재기를 꿈꾸는 복서의 노력과는 달리 다시 좌절을 맛보게 되는 현실을 함께 이야기 하며 묵묵히 커피를 마시는 라스트씬 한 컷 한 컷이 정말 좋습니다.

 



 

 

2

 

(정한석) 1970년대 초반 당대의 영화들 중에 카세 료 씨가 좋아하는 영화가 또 한 편 있는데, 바로 <대야망>(1973) 이라는 영화입니다. 못 보신 분들 많으시죠? 카세 료 씨의 시네필로서의 영화 세계는 이제부터 시작입니다(웃음). 이렇게 의외로 스포츠를 하는 주인공을 소재로 한 영화들을 좋아하신다고 들었는데 근작으로 예를 들면 <머니볼>(2011)도 상당히 좋아 하신다고 했죠. 미안합니다만 보기에는 운동을 그렇게 썩 잘 할 것 같지는 않은데요(웃음). 그런데 어디선가 읽은 내용인데 대학교 때 윈드서핑도 하셨다더라고요. 역시 믿어지진 않습니다만(웃음), 잘 하시는 운동이나 운동에 대한 타고난 감각 같은 것이 있으신가요?

 

(카세료) 이래보여도 생각보다 스포츠를 잘 하는 편입니다(웃음). 대학 때는 지금보다 16kg정도 몸무게가 더 나갔을 때라 지금과 같은 외모도 아니었습니다. 저는 스포츠 영화를 좋아한다기 보다는, 보통 우리들이 세상에서 살아가다보면 스포츠의 가치관에 의해서 지배당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영화에 더욱 관심을 갖는 것 같습니다. 최대한의 노력을 통해 이기고 지는 결과가 뚜렷이 드러나는 것들이 그런 예라고 하겠습니다. <록키>(1976) 같은 영화도 마찬가지입니다. 노력을 무한 반복한 끝에 맺는 결과를 보면 굉장히 후련하게 느껴집니다. 제 자신도 인생에서 그런 것들을 생각해보면 노력해도 이길 수 없을 때가 있으며, 꿈을 중도에 포기하게 되는 경우가 사실은 더 많은데... 그러니까 사실 승자가 더 많지 않은 세상인데 왜 이기는 영화를 더 많이 찍는 것일까에 대해 데뷔 초기에 많이 고민했었던 것 같습니다. 제 자신 역시 스스로 스포츠를 통해 연습을 하고 경기를 하고 승리도 경험해 봤지만 그 순간은 기쁘더라도 지나고나면 별거 아니더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반면에 저는 스포츠를 통해 승부 이외의 부분에서 나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 더 재미있다고 생각합니다.

 



 

  3

 

(정한석) 카세 료 씨께서 이 시간을 위해 사전에 뽑아주신 영화들 중에 몇 가지 맥락을 발견할 수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청춘 영화 혹은 성장 영화제 대한 남다른 관심이었습니다. 소마이 신지 감독의 <태풍클럽>(1985) 이라는 영화도 리스트에 포함 되어 있었는데, 이 영화는 제가 본 성장 영화중에 가장 철학적인 영화 중 한 편 이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영화는 십대 후반의 소년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 에드워드 양의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1991) 이라는 영화가 있었습니다. 그밖에도 끌레어 드니 감독의 (1994) 이라는 영화도 마찬가지인데, 이 모든 영화 속 인물들의 나이대가 저는 굉장히 흥미로웠습니다. 혹시 이런 청춘들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가 따로 있습니까?

 

(카세료) 자기 스스로를 아직 제대로 컨트롤 할 수 없는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청춘들이 저의 관심을 유독 끌었던 것 같습니다. 제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부분들을 그런 영화들을 통해 볼 수 있어서 좋아합니다. 영화 속에서 그런 에너지들이 해방 되는 것을 보면 제 마음이 움직이는 것을 느낍니다. 예전에 정한석 기자와 메일을 주고받았을 때, 영화에서 요구 되는 것 중에 가장 중요한 부분이 바로 해방 되는 것이라고 했던 내용도 마침 떠오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