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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호풍운> 릴레이토크(2) : 류승완 감독 2015-05-01(금)  - 시네마테크

5/1 <용호풍운>


* 게스트 : 류승완 감독

* 진행 : 허문영 프로그램 디렉터

* 장소 :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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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사실 이 영화는 홍콩영화 전성기에 많이 알려진 영화는 아니었죠. 당시 국내 개봉 영화 제목도 <미스터 갱>이라는 정체불명의 제목이었습니다. 아마 <영웅본색>(1986) 열풍 이후로 갱 영화들의 관심이 높아졌을 때라 그런 제목을 만든 것 같아요. 그리고 이 영화는 개봉 당시보다 재개봉관 동시상영 극장에서 관객들이 더 많았었던 것으로 기억하며, 특히 비디오 팬들이 많았던 걸로 기억합니다. 저도 중학생 때 서울 변두리의 한 동시상영관에서 이 영화를 봤던 기억이 납니다. 이 당시 홍콩 영화의 흐름은, 무술 영화가 주류였다가 성룡의 영화들로 옮겨가면서 서극을 필두로 홍콩 뉴웨이브 감독들이 등장하고 있었던 때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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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홍콩 뉴웨이브 영화의 촉매제가 됐던 영화는 아무래도 <영웅본색>이었던 것 같아요. 당시 <영웅본색>의 성공 이후 주윤발과 유덕화가 등장하는 정식 수입되지 않은 갱 영화들이 비디오가게에 엄청 많았거든요. 그냥 주윤발이 나오는 모든 영화는 영웅본색 시리즈 인 것처럼 한국에 카피되어 들어왔던 거죠. 그 때 제가 아는 한 친구는 <영웅본색>11탄 까지 봤다고도 했으니까요(웃음). 아마도 어느 비디오가게에선가 <용호풍운><영웅본색>7,8탄 정도로 나왔을 수도 있을겁니다. 그런데 보셔서 아시겠지만 임영동 감독의 스타일은 오우삼 감독과는 달리 좀 건조한 스타일이죠. 대중적으로 인기가 높은 스타일은 아니었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 영화는 나중에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의 <저수지의 개들>(1992)에 영향을 주었다는 것 때문에 가치가 더 높아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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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용호풍운>의 선글라스 끼고 4명이 걸어가는 장면도 사실 <저수지의 개들>에서 고스란히 나오는 장면이기도 하죠.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강도짓을 하러감에도 불구하고 누구나 다 주목할 수 있게 평범한 시민과는 다른 차림으로, 우리는 특별한 작업을 하러 간다는 것을 알 수 있도록 과시해 꾸몄다는 점입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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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심지어 형사에게도 바로 발각 될 정도죠(웃음). 그런데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홍콩을 보면 정말 악전고투 하면서 찍는구나 싶은 것이, 홍콩 거리에서 찍는 영화 장면들은 100퍼센트 통제가 안 되기 때문에 영화 장면을 보셔서 아시겠지만 뒤에서 시민들이 계속 쳐다보고 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배우들을 거리에 그냥 집어넣고 사실주의 영화인 듯 찍었어요. 어제 보신 <블리트>와 같이 좀 불균질하고 삐거덕거리지만, 그래서 이 영화가 갖는 개성적인 위치가 따로 있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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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방금 하신 말씀에 더 보태어, 류승완 감독님이 이번 기획전을 위해 작품을 선정하시면서 그 중에서도 <용호풍운>을 관객들과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누고 싶으셨던 이유는 무엇인가요?


(류승완) 저의 개인적인 취향과 욕심이기도 했는데, 이 시절의 홍콩 영화를 스크린으로 본다는 것 자체가 대단히 힘든 일이거든요. 이런 기회가 아니면 언제 이 영화를 다시 보랴 싶은 마음에, 그리고 이 영화는 DVD로도 갖고 있지 않아서 본지도 너무 오래됐고 해서 이 기회에 스크린으로 관객들과 함께 꼭 한 번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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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이 기획전 이름이 [류승완이 사랑한 형사영화]인데, 제 의도에 맞춘다면 정확하게는 류승완이 사랑한 영화 속 형사들이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선정한 이번 형사영화들은, 영화적인 가치를 우선시했기 보다는 영화 속 주인공들에 경도되고 매력을 느껴 선정한 것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영화도 보면 주인공이 너무 고생하잖아요. 그냥 내가 경찰이다 말하면 될 것 같은데 자꾸 말하는 타이밍을 놓치고, 정작 자기 정체성을 밝히게 되는 때는 오로지 죽음이 다가오는 마지막 순간 뿐인거죠. 이런 인물에 대한 매력이 저에게는 크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그리고 경찰 주윤발과 강도 이수현의 모습도 흥미롭고요. 특히 당시에 이수현이라는 배우는 홍콩 영화에서 경찰로 강한 이미지를 가진 배우였는데, 이 영화에서는 갱단으로 등장하거든요. 그런데 이후 오우삼 감독의 <첩혈쌍웅>(1989)에서 두 배우가 서로 반대의 역할로 재회를 합니다. 그것 또한 흥미로운 부분이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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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저는 이 영화가 중반까지 이렇게나 조용한 영화인지 오늘 다시 알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 영화는 모든 에너지가 후반부에 몰려있는 느낌이죠. 제가 임영동의 모든 영화를 보지는 않았지만, 그의 영화는 대부분 이런 식의 리듬이었던 것 같습니다. 매끄러운 흐름이 아니라 자신이 강조하고 싶었던 부분만을 부각시키는 식의. 또 하나 특히 이 영화의 빛나는 장면은 삼각구도 일 때 인 것 같아요. 국장과 이야기 할 때, 갱들과 겨룰 때, 여자 친구와 싸울 때도 항상 삼각구도가 형성 되죠. 그 때만해도 홍콩 영화에서는 쉽게 볼 수 없었던 대화구도였는데 이 지점도 독특했었던 것 같습니다. 사실 이 영화를 정할 때 처음부터 어떤 의도를 가진 것은 아니었는데, 확실히 제가 영화 속 주인공에 경도 되어서 영화들을 선택한 것이었구나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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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저는 홍콩영화 시대의 영화를 많이 보지 않은 편이고, 그나마 오우삼의 홍콩 누아르 시대 영화부터 본격적으로 보았다고 말씀드릴 수 있는데, 저도 이 영화를 예전에 비디오로 본 이후로 오늘 스크린으로는 처음 보게 되었습니다만 확실히 드는 생각은, 우리가 오우삼의 영화를 보며 찬탄했던 요소들 중의 상당수는 꼭 오우삼의 것이라기보다는 이 시대 홍콩 감독들이 공유하고 있던 것들이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긴 하더군요.




(관객) 감독님은 창작자로서 형사영화에 대한 갈증이 아직 남아있으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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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제가 사실 진짜로 좋아하는 영화들은 <리셀 웨폰>(1987), <비버리 힐스 캅>(1984) 과 같은 영화들인데 아무래도 영화의전당 상영리스트와는 좀 어울리지 않는다 싶어서 배제했던 건데요(웃음). 저는 그런 식의 터프하고 박력 있는 영화에 열광했지만, 정작 제가 영화를 만들면서는 어려서부터 열광했던 그런 영화를 아직까지 제대로 만들지 못했던 겁니다. 그러다가 <부당거래>(2010)를 준비하면서 친해진 형사들을 통해 직업적으로 재미있는 지점들과 매력을 많이 발견하게 되었어요. 이명세 감독님이 <인정사정 볼 것 없다>(1999) 연출하실 때 느끼신 점을 저도 알겠더라고요. 그리고 박중훈 선배가 말해줬는데, 미국 배우들 사이에서는 형사 역할을 하고도 오스카 상을 못 타면 바보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고 합니다. 오스카 상을 수상한 많은 배우들이 웬만해선 형사 역할을 한 번쯤은 다 해본 배우들이라는 거죠. 그만큼이나 형사 캐릭터가 연기 하기에 아주 좋은 요소를 갖추고 있다는 겁니다. 위험에 항시 노출되어 있고, 거리에 자유롭게 나올 수 있고. 이런 요소들이 배우가 연기하기에 아주 좋은 그릇이라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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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반기에 개봉할 저의 영화 <베테랑>의 출발은, <폴리스 스토리>처럼 경쾌하고 정의가 승리하는 식의 영화이고 싶다는 것이었는데, 그 부분은 이번 영화에서 많이 해소가 된 것 같습니다. 저도 영화를 만들면서 느낀겁니다만, 여전히 형사영화가 계속 만들어지고 있는 이유는 형사들의 모습 자체가 현실에서 찾기 힘든 판타지 같은 존재라서 인 것 같아요. 현실에서의 답답한 사건들을 영화에서는 어쨋거나 다 해내니까 말이죠. 어쩌면 대리만족의 욕망이 아닐까 생각도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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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다음주 토요일과 일요일 <대행동>(1988)<악질경찰>(1992) 상영과 함께 류승완 감독의 릴레이 토크가 남아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미리 광고 한 말씀 해주신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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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아 정말...(감탄) <악질경찰>은 정말 극강의 캐릭터가 등장하는 영화입니다. 보통 영화광들이 로버트 드 니로하비 케이틀을 많이들 비교 하시는데, 저는 드 니로 팬들에게는 미안하지만 하비 케이틀이 <악질경찰> 한 편 만으로도 한 수 위라고 생각합니다. 심지어 <하나비>(1997) <그 남자 흉폭하다>(1989)의 기타노 다케시 같은 캐릭터 정도는 순수하게 보일 지경이에요 <악질경찰>에 비하면. 아벨 페라라 감독이 영화를 찍고 싶은 욕망과 스트레스가 최고조에 이르렀을 때 만든 영화라 그 박력과 흥분은 정말 대단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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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행동>은 와... 정말 짱입니다. 정말 최고예요 (계속 감탄). 이 영화에는 감독이 세 명 올라가는데 굉장히 말썽이 많았던 프로덕션 이었나보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멋있는 영화입니다. 저는 <영웅본색>보다 사실 <대행동>을 더 좋아했습니다. 정말 이 두 편은 제가 자신 있게 추천하는 영화입니다. 다음주에도 많이들 보러 와주세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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