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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리트> 릴레이토크(1) : 류승완 감독 2015-04-30(목)  - 시네마테크

4/30 <블리트>


* 게스트 : 류승완 감독

* 진행 : 허문영 프로그램 디렉터

* 장소 :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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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류승완 감독님이 그동안 자신이 사랑한 영화를 관객들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눈 적은 꽤 됩니다만, 이번과 같이 기획전 하나 전체를 직접 프로그래밍 하고 관객과 만나는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고, 부산시네마테크 창립 이래로도 이런 방식의 기획전은 처음인 것 같습니다. 작년에 마이클 만 & 데이비드 핀처기획전 당시 방문해 주셨을 때, 내년 <베테랑> 개봉 할 때쯤 이런 기획전을 해보면 좋겠다 감독님께서 직접 제안을 해주셔서 흔쾌히 저희도 받아들여 오늘의 이 시간을 갖게 되었는데요, 바로 그 첫 시간을 맞으신 류승완 객원 프로그래머의 소감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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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저는 영화감독이 되지 못했다면, 아마도 시네마테크의 프로그래머를 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영화를 매일 보고 소개할 수 있을 거라는 나만의 꿈에 부푼 착각 때문이죠.(웃음) 저로서는 지금이 굉장히 영광스러운 순간입니다. 사실은 개봉 예정인 형사영화 <베테랑> 흥행에 도움 좀 되게 해보려고 이 프로그램을 그 때 제가 제안했던 것이었거든요. 그런데 결국 개봉 일정이 연기되면서 타이밍이 좀 어긋났지만... 그래도 <블리트>를 스크린으로 오늘에서야 처음 보고 나니, 아 이거 안했으면 큰일 날 뻔 했구나 생각이 들면서 지금 기분이 정말 좋습니다. 그리고 이 기획전을 흔쾌히 허락해주신 영화의전당 측에도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마음 같아서는 이 기획전의 모든 상영작 GV를 하고 싶은데, 사실은 좀 더 하겠다고도 했어요. 근데 이쪽에서 귀찮아하시는 것 같아가지고(웃음). 처음에 제가 허문영 디렉터께 보내드린 리스트가 서른 편이 넘었죠? 리스트 받으신 이후로 더 야위신 것 같아요(웃음). 그리고 사실은 홍콩영화 수입이 되게 어려운 걸 알고 있거든요. 그런데도 제가 좀 우겼어요 <용호풍운><대행동>은 꼭 틀고 싶다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힘들게 상영하게 해주셔서 정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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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감독님이 말씀하신 영화들 중에서 관객과의 대화를 위한 첫 영화로 <블리트>를 꼽으신 이유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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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 제가 넘겨드린 형사영화 리스트에서도 <블리트>가 상위에 있었는데요. 사실 저는 이 영화가 영화적으로 완벽하다는 생각은 안 들어요. 촬영도 마음에 안 들고, 인물과 풍광이 어정쩡하게 담기기도 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나 박력이 넘쳐요. 제가 이 영화를 아주 어릴 때 처음 TV에서 본 후 지금까지 은근히 다양한 영향을 받은 것 같은데, 예를 들면 제가 터틀넥 티셔츠를 즐겨 입거든요. 근데 그것도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 영화의 영향이에요. 스티븐 맥퀸의 터틀넥이 너무 멋있어서. 또 이번에 개봉할 <베테랑>에서도 유아인이 몰고 다니는 차를 머스탱으로 결정했을 정도로 <블리트>는 저의 오랜 취향을 많이 만들어주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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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 영화는 에너지와 박력이 넘치는 반면 영화 자체는 아주 조용합니다. 지금 만약 이런 식으로 영화를 만든다면 관객들이 사운드가 이상하다며 극장에 항의 할 정도일 만큼 위험한 시도였을거예요. 이처럼 저 당시의 시대가 만들어낸 분위기 같은 것들이 굉장히 매력적인 영화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저는 이 영화를 오늘 처음 스크린으로 보면서, 지금도 약간 소름이 돋는데...! 샌프란시스코에서 차 질주 할 때 아 이래서 롤러코스터라고 하는구나!’ 했던 것이, 여러분들도 보셨지만 그 장면 아주 짜릿하죠? 저 장면을 DVD나 블루레이로 보면 이런 느낌이 전혀 안 들거든요. 그런데 스크린으로 보니 마치 4D를 보는 것 같았던 거죠. 이렇게 새로운 경험을 하고나니 오늘부로 이 영화가 더욱 좋아지네요(웃음).


(허문영) <블리트>는 자동차 추격씬이 기술적 조건이 완비되어있는 시기가 아니었던 1968년에 만들어진 영화였습니다. 실제로도 화려하다 세련됐다 라는 느낌은 전혀 없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장면이 분명히 빛나긴 하는데 왜 이렇게 빛나지? 라고 의문이 들 정도입니다.


(류승완) 일단, 본격적인 추격전이 시작되면서 다른 사운드들이 다 빠지잖아요. 요즘 같았으면 그런 장면에 음악이 우당탕탕 등장 했을텐데, <블리트>는 오로지 엔진소리만 딱 남아서 음악적인 리듬을 만들어냅니다. 온전히 차에 집중을 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심지어 추격전의 쇼트의 길이가 굉장히 길어요. 요즘 액션 장면들처럼 빠르고 현란한 편집으로 관객을 혼란시키는 것이 아니라 온전히 이 장면에 집중하고 온전히 체험하게 만드는 것이 이 영화의 가장 큰 힘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리고 리허설 하면서 생긴 타이어 자국들도 굉장히 많이 보이고, 심지어 차들이 충돌 하면서 카메라가 망가져 생긴 NG컷들도 영화 속에 들어가 있는데, 이런 식의 리얼한 차 액션을 구사하기 위해 샌프란시스코를 로케이션으로 정하지 않았나 예상합니다. 특히 샌프란시스코는 차가 점핑하기 좋은 질주 장면을 위한 로케이션으로 많이 활용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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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블리트> 속 자동차 추격씬이 영화 전체의 거의 11분 정도 되는 길이인데, 촬영 당시에 샌프란시스코에서 3주 동안 필요한 모든 길을 다 막아놓고 찍었다고 합니다. 물론 지금은 절대 불가능한 경우지만, 이 때만해도 샌프란시스코에서 영화를 찍는 경우가 드물었기 때문에 시에서 샌프란시스코를 로케이션으로 많이 사용하게끔 하기 위한 의도로 <블리트> 팀에게 3주간 마음 놓고 샌프란시스코를 이용하게 한 것이죠. 아시다시피 주인공 역을 맡은 스티븐 맥퀸도 레이싱 광이었고, 피터 예이츠 감독과 프로듀서도 역시 레이서 광이었는데, 특히 감독은 직접 레이싱을 했음은 물론 레이싱 팀 매니져까지도 했었다고 합니다. 또한 사실 이 영화를 연출하게 된 계기도, 감독 본인이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이 원작을 스티브 맥퀸이 먼저 산 다음에 이 영화를 잘 찍을 사람은 피터 예이츠밖에 없다고 발탁을 당한 경우라고 하네요. 들어보시면 스티브 맥퀸도 보통은 아닌 느낌이 들죠? 물론 모든 장면을 본인이 직접 다 촬영 한 것은 아니고, 당시 가장 유능했던 스턴트맨과 절반 정도 액션 분량을 나누어 촬영을 했다고 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비행기 밑으로 직접 뛰어 들어가는 정신 나간 짓을, 보통의 배우라면 하지 않았을텐데 말이죠. (웃음)




(류승완) 저는 이 영화의 또 하나 독특한 점이, 쫓고 쫓기는 과정을 세밀하게 찍었다는 점인 것 같아요. 굉장히 심플한 스토리를 세밀하게 추적하면서 따라가다 보니까 거대한 무언가를 다룬 것 같은 느낌을 주죠. 형사영화라고 하는 것들의 매력은 바로 이런 것인 것 같아요. 이명세 감독님이 추구하셨던 형사영화의 지점도 그랬던 것 같은데, 형사의 집요함과 영화를 만드는 사람의 집요함이라는 공통 분모가 모여서 이런 식의 놀라운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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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덜컥 거리는 부분도 많다고 생각해요. 특히 저는 아직도 몇 번을 봐도 이해가 안 가는게, 두 인물이 바뀌었다는 결정적인 단서를 도대체 어디서 알게 된 거지? 싶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사의 궤적을 쫓아가다보면 결국 하나씩 해결이 되어가죠. 아주 뻔한 방식을 피하고 오로지 직진하면서, 영화적인 쓸데없는 장치를 다 빼버리고 심플한 사실주의를 선택했기 때문에 이 영화가 훨씬 더 강력한 힘을 갖게 된 것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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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저도 이 영화를 볼 때 이 영화를 쫓아가기가 힘들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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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완그러니까요 누가 말 좀 해줬으면 좋겠는데 전체적으로 캐릭터들이 말을 안 해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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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그렇죠. 보통의 영화들은 중간쯤에 이야기를 확 풀어주는데, 이 영화는 계속 풀어주지 않은 상태에서 끝까지 가잖아요. 이 방식이, 보는 사람한테는 이런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사실 이 상황은 블리트 말고는 그 누구도 정확히 모르잖아요. 무엇이 문제인지, 누구를 쫓아야 하는지. 그렇게 때문에 그가 쫓아갈 때 우리도 그냥 계속 따라가는 수밖에 없는 것이죠. 영화 속 다른 등장인물들처럼 우리 역시 모르는 상태로 계속 바라보고 있기 때문에, 그것이 불러일으키는 이상한 긴장감이 따로 있는 것 같습니다.


(류승완) 그래서 저는 이 영화의 제목이 왜 <블리트>인지 이유를 이번에 정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이 영화는 사건을 쫓아가면 실패 할 수밖에 없는 영화인 것 같아요. ‘블리트라는 인물을 따라 가야하는 것이죠. 이 영화는 온전히 인물의 영화다! 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