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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운드의 이방인> 시네클럽 : 김명준 감독 2015-04-01(수)  - 소극장

4/1 <그라운드의 이방인>

 

 

* 게스트 : 김명준 감독

* 진행 : 이승진 영화의전당 영화기획팀장

* 장소 : 영화의전당 소극장

 

 

1

 


 

 

 

 

(이승진) 이 다큐멘터리가 만들어진 과정이 궁금합니다.

 

(김명준) 이 영화는 <우리학교>(2006)를 만든 후 2010년에 조은성 프로듀서가 제게 가지고 온 프로젝트였습니다. 이 프로듀서가 야구를 굉장히 좋아하셨는데 이 이야기가 야구 소재니까 흥미가 생겼던거죠. 그래서 인디스토리 독립 영화사 대표에게 제안을 했더니, 그 대표님도 야구를 굉장히 좋아하셨던 데다가 마침 또 재일동포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니까 그렇다면 김명준 감독(본인)에게 조언을 구해봐라 하셨대요. 그래서 서너번 상담? 정도 해드리다가 덜컥 제가 연출을 맡게 된 겁니다. 가장 흥미로웠던 것은 중년들의 열아홉 살 청춘시절 이야기라는 것이었는데, <우리학교>에서 고3 학생들이 조국 방문의 목적으로 북한을 방문하거든요. 12년 넘게 교과서로만 봐 오던 조국을 직접 대면한 아이들이 많이 설레고 감동 받았던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또렷이 남아있는데... 그렇다면 우리학교가 아닌 다른 재일동포 아이들은 그 때 어땠을까? 하는 궁금증이 남아 있었는데 때마침 이 아이템이 들어왔던 거죠. 다만 두려웠던 것은 야구 이야기라는 것이었습니다. 저도 부산 출신이긴 합니다만 부산사람들은 마치 습관처럼 당연하고 자연스럽게 야구를 즐기잖아요. 그런데 저는 매번 챙겨서 본다기 보다는 그냥 자이언츠가 이기면 좋은 정도였거든요. 그런데 이 영화를 시작하려면 야구하는 사람들 인터뷰도 해야 할테고, 그런데 나는 야구를 잘 알지 못하니까 두렵기도 했던거죠. 그렇게 주저주저 하다가 결국에는, ‘야구는 지금부터 더 좋아하면 되지!’라는 생각에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것 같습니다.

 

(이승진) 그럼 지금은 야구 좋아하시나요?

 

(김명준) , 아까도 지하철에서 경기 보고 올 때만 해도 자이언츠가 2:0으로 이기고 있었습니다. (웃음)

 


 

 

 

 

(이승진) 감독님이 만드신 다큐멘터리들에게서 가장 중요한 지점은 진정성인 것 같습니다. 쉽게 다가가기 힘들 수도 있는 인물들이 낯선 카메라 앞에서 마음을 열 수 있도록 하는 감독님만의 노하우가 있으신지?

 

(김명준) 첫 인상이 좋잖아요.(웃음) 제가 되게 편한 얼굴이잖아요 동네에서 쉽게 보던 얼굴처럼 생겼고.(웃음) 재일동포들은 90퍼센트가 남쪽이 고향이고 그 중 70퍼센트는 경상도가 고향이거든요. 그래서 조선학교를 다닌 재일동포들은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분들의 말은 이해를 잘 하시는데 서울여성 말투(?)는 잘 이해를 못하겠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쓰는 사투리가 그런 면에서 친근감을 주는데 한 몫 한 것 같고, 또 하나는 제 체구가 작아서 부담스럽지 않은 것도 있고. 먹을 것 가리지 않고 주는대로 잘 먹고.(웃음)

 

(이승진) 옆에서 감독님과 대화를 해보니, 상대방 눈을 바라보면서 내 얘기를 들어달라고 눈으로 말씀 하시는 것이 느껴지거든요. 이것이야말로 감독님이 출연자들과 진정으로 대화하는 방법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김명준) (웃음) 그런 것 보다는, 우선 이 영화를 준비하면서 1년 정도 취재와는 별개로 야구 공부를 열심히 했어요. 제가 진정으로 야구를 좋아하고 알아야 이들과 대화할 수 있잖아요. 그리고 재일동포들의 마음을 존중해주는 자세가 기본적으로 필요했던 것 같습니다. 결국은 진심어린 노력과 시간 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승진) 조선학교 후원 시민 단체인 몽당연필에서 감독님이 사무총장으로 자리하고 계시는데, ‘몽당연필(www.mongdang.org)’에 대해 간단히 소개를 해주신다면?

 

(김명준) 2011년 일본 지진 후, 동포들의 지진 피해 상황을 한국 사회에 적극적으로 알리고 조선학교의 아이들을 지원하자라는 취지로 시작한 프로젝트였는데, 1년 정도 매월 공연을 해서 27000만원 정도 모아 4개의 피해 학교에 지원을 할 수 있었습니다. 이후 이 프로젝트는 끝내려고 했으나 권해효 대표께서 이 단체를 지속시키자는 제안을 했었고 재일동포들도 그걸 원하시고 해서, 정식으로 서울시 비영리 단체로 등록을 하고 CMS 후원을 받으며 1년에 꼭 한 번씩은 일본에 가서 재일동포들을 위한 위문 공연을 하고 학교를 방문해 학생들과 좋은 시간을 보내고 옵니다. 홍대 근처 조그마한 카페도 운영하고 있으니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2

 

 

(관객1) 극영화와는 다른 다큐멘터리만의 연출 방법이 궁금합니다.

 

(김명준) 그 방법은 감독님들마다 다르시겠지만, 저의 경우는 우선 주인공들을 만나기 전에 미리 공부를 좀 많이 하고 연구하는 편입니다. 내가 미리 알고 카메라를 들이대느냐, 모르고 들이대느냐는 확실히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주인공들을 처음 대면할 때부터 카메라를 들지는 않고, 그 전에 많은 만남을 통해 대화를 하면서 저의 진심을 보여주고 저 역시 그들을 좀 파악한 후에 촬영을 본격적으로 시작합니다. 왜냐하면, 다른 다큐멘터리를 보면 다 만들어놓고도 본인 또는 주변인들의 반대로 개봉을 못하거나 소송 당하는 경우를 많이 봤거든요. 제 영화의 경우도 1년간 공들여 촬영했던 주인공이 이후에 출연을 거절해서 연출 방향을 바꾸기도 했었고요. 그래서 찍을 때 정말 잘 해야겠구나 생각했습니다. 다큐멘터리가 그런 면에서는 정말 어렵고 힘들고 짜증나요.(웃음)

 

(이승진) (웃음) 그럼 감독님은 솔직히 다큐멘터리가 좋으세요 극영화가 좋으세요?

 

(김명준) 그런 면에서는 극영화가 좋은 것 같습니다.(웃음) 다큐멘터리는 현실을 살아가는 사람들을 주인공으로 해야 하잖아요. 자신의 삶에 카메라를 비추는 것은, 어찌됐든 그 사람은 카메라 앞에서 연기를 하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보는 사람들은 있는 그대로라고 판단하시는데 전혀 그렇지 않다는 거죠. 카메라가 있음으로 해서 있는 그대로라는 것은 성립이 안되요 사실. 카메라는 감독의 눈이기도 하고, 특히 편집을 통해 감독의 세계관이 고스란히 반영되죠. 반면 극영화는 애초에 만들어진 것이라서 악인도 부조리도 자유롭게 표현 할 수 있죠. 하지만 다큐멘터리는 그런 면에서 제약이 많습니다. 굉장히 어려워요. 영화로 공개되는 순간 그 사람은 변함의 여지가 없는 악인으로 찍힐 수도 있는 것이거든요. 그런 것까지 고려하지 않으면 안 되고, 그렇기 때문에 더 조심해야 하고, 그렇기 때문에 찍히는 사람이 정확히 제 의도를 알아야 해요. 그런데 그러다보면 극영화가 절대 보여줄 수 없는 연기가 나오기도 합니다. 카메라가 있기 때문에 울컥하는 순간들이 도리어 생기기도 하는거죠. 카메라 덕분에 오로지 자신 하나만을 위해 무대가 만들어진 것이고, 그러다보면 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게 되는 결정적인 순간도 찾아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