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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정지에는 펑정지에다> 큐레이팅 및 특별강연:김재환 큐레이터 2016-05-12(목)  - 인디플러스 영화의전당

펑정지에는 펑정지에다 강연 01


5/12 <펑정지에는 펑정지에다> 

* 강  연 : 김재환 큐레이터

* 장  소 : 인디플러스 영화의전당 



펑정지에는 기본적으로 아주 지금 잘 팔리는 중국 현대 미술 작가 중 한명입니다. 보통 백만 달러 클럽이라고 하는 데, 기본 한 점이 10억을 넘어가는 중국의 작가 군이 있습니다. 거기에 들어가는 후발주자죠. 1968년생이거든요. 그렇게 나이가 많지 않죠. 보통 우리가 아는 작가들은 1950년대에서 60년대 초반의 분로 유에민준이라든지 장샤오강같은 분들이 유명하죠. 1980-90년대에 활동한 사람들이고 펑정지에는 2000년대 초반부터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했어요. 우리나라에서는 2002,3년부터 소개가 되었고 부산 같은 경우도 온천장 수가화랑 이라는 곳에서 개인전을 했어요. 그때만 하더라도 그렇게 잘나가는 작가는 아니었어요. 2004년 당시 친구와 전시를 보러갔었는데, 별로 유명하지 않았으니까..작품 참 이상하게 생겼다며, 친구가 요즘 중국 뜬다던데... 저거 하나 사면 괜찮지 않을까? 했지만 저는 이 작가는 아닌 것 같다며 그냥 갔었습니다. 요즘도 그 친구를 만나는데 한 번씩 이야기를 합니다. 네가 그때 사지 말라 해서 안사고 후회했다며, 작품가격이 당시 작은 것은 100만원 이면 살 수 있었어요. 지금은 요구하는 게 아무리 못해도 2,3천만원정도 하는 거죠. 2004년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유명세를 타서 작품이 팔리기 시작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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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인물 3, 무대에서 젊은 여성 2명 총 5명이 나옵니다. 여자 주인공 윤주는 작가에게 예술적 영감을 주는 대상입니다. 예술적 영감을 주는 대상이라는 것이 내가 어떤 그림을 그려야할지 라는 주제일수도 있고, 아니면 관객의 반응 일수도 있어요. 내가 어떻게 하면 그림을 그려서 작가로 성공할 것인지에 대한 욕망의 표출이기도 하죠. 내가 작품을 제작하는 동기부여가 되는 모든 것이 투사되어있는 존재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다시 한 번 상기를 해보시면 초반의 이 여성 인물은 스쳐지나가는 존재로 등장하다가 나타나더라도 잡히지 않는 존재였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대화를 하는 존재로 바뀝니다. 심지어는 이 대상 자체가 한순간 주인공이 되어 뛰어다니는 장면이 나온단 말이죠. 주도적인 주체인물로 변환되는 과정을 거칩니다. 예술가 펑정지에가 생산해 내야 될, 창조해 내야 될 동기가 구체화 되고 있다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또 한명의 남자가 등장합니다. 서장원이라는 배우이고, 민병훈 감독과 영화를 같이 제작을 몇 번했던 배우입니다. 저 주로 펑정지에의 욕망을 표출하는 인물이기도 하고 영화제작상의 한계 상으로 치면 촬영하기가 좀 애매하거나 시간이 안 맞아서 등장한 인물인 것 같다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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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정지에는 펑정지에다 강연 02



여기서 보면 채널이 두 개로 나뉘어져있죠. 영화의 3분의1 정도가 2채널로 등장하게 됩니다. 최근에 상업영화에서도 많이 쓰이는 기법이기도 하죠. 한순간에 양쪽의 긴박한 상황을 다 보여주기 위해서, 카메라를 여러 군데 찍어서 보통 그것을 편집해서 1채널로 빠르게 보여주는데 작년에 개봉했던 영화중에 이런 역동적인 기법을 썼던 작품이 <내부자들>에서도 그런 장면이 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렇게 되면 시점의 변화가 생기는 거죠. 영화에서는 그런 것을 잘 쓰지 않았어요. 영화라는 것은 하나의 카메라니까요. 카메라는 사진기와 동일하죠. 하나의 시선으로만 보게 되어있어요. 선 원근법에 의해 한 개의 시선으로만 보는 거죠. 아주 전통적인 재현방식인데, 두 개를 동시에 보여준다는 것은 일반영화에서는 잘 상상이 안 되죠. 재현이나 몰입도가 떨어지게 되거든요. 2채널로 간다는 것은 기본적인 영상기법을 파괴하는 방법이고, 사실 이게 비디오아트에서 잘 쓰이는 기법이에요. 어떤 다른 시각을 동시에 보여주고 하나의 시선으로 전체화면을 꽉 채워서 우리에게 몰입감을 주는 대서 일정정도 거리두기를 하는 방식으로 2채널을 많이 사용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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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정지에는 펑정지에다 강연 03


또 한 가지는 펑정지에가 재현하고 있는 여성의 눈을 보셨죠. 펑정지에가 재현하는 여성의 눈이 오른쪽, 왼쪽 각각 다른 쪽을 보고 있습니다. 이것을 보통 외사시라고 하죠. 다 같이 보지 않고 양쪽으로 눈이 벌어지는 거죠. 사람의 눈 자체가 원래 두 개인데 우리는 항상 하나의 화면을 봐요. 두 개의 눈을 통해 하나를 집중적으로 보게 되어있단 말이죠. 우리가 옛날에 원시적으로 살 때나 감각을 가장극대화 할 때는 두 눈을 따로 사용합니다. 옛날 무술영화를 보면 그런 훈련을 시키는데요, 양쪽에서 공격을 하는 거죠. 양쪽 눈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 두 개의 시선으로 보는 거죠. 두 개의 시선으로 세상을 보면 많이 달라집니다. 조금 전 여러분과 함께 영화를 볼 때, 그런 방식으로 영화를 보려고 해봤거든요. 나뉘어져있는 장면을 다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한쪽을 먼저 보고 반대편을 보게 됩니다. 저는 중간에 초점을 맞춰서 눈을 벌여보려고 했더니 생각보다 잘 안되더라고요. 민병훈 감독님이 의도한 것은 펑정지에 자체가 외사시를 가지고 있는 인물을 그리기 때문에 그런 것들과 연결해서 2채널을 쓰신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했습니다. 다음 장면은 2채널인데 재밌게도 한쪽은 당겨져 있고, 한쪽은 멀리가 있습니다. 줌인아웃이 달라요. 벌어져있죠. 외사시를 좀 더 극대화해서 보여주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같은 공간에서 찍는데 다른 시간에 촬영이 된 것을 한 화면에 동시에 보내는 방식, 그러니까 현장에서 보통은 돈이 많고, 배우가 있으면 카메라가 몇 대 있고 특정 부분을 제외하고 동시에 찍어 편집을 하게 되는데, 자막을 빨리 보신 분들은 아실 수 있으시겠지만 촬영을 민병훈 감독님 혼자 하셨습니다. 한 사람을 열심히 찍고 끝나고 또 다른 사람 그 자리에서 다른 각도로 찍어 합치게 되는 거죠. 같은 공간이지만 다른 시간에 있는 것을 계속 쓰게 되는 거였고, 그러면서 시선이 다른 것을 계속 보여주는 거죠. 결국 사실은 이 영화 자체만 이야기하자면 펑정지에라는 인물과 펑정지에의 숨겨진 욕망, 다른 인격을 가진 존재가 지속적으로 뭔가를 찾고 있는 거죠. 계속 찾고 갈구를 하는데 그 상징으로서 등장하는 게 여성인거고, 그 여성은 펑정지에라는 실존 인물에게는 예술적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존재로 등장하게 되고, 페르소나에게는 실제 애인과 같은 존재로 등장하게 되죠. 현실적인 욕망의 대상, 성적욕구의 대상으로 등장 하는 모습도 살짝살짝 보입니다. 그런 식으로 구성되어있고, 그것들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거죠. 사실 아주 단순한 이야기 인데, 그것을 1시간 정도 밀고 나가서 힘들어 질 수 밖에 없는 것 같아요. 우리가 조금 이기적인 관점, 관객의 입장에서 본다면 앞의 40분을 10분으로 축약하고 뒷부분을 붙이면 딱 맞겠다는 생각, 20분이면 아주 재밌게 볼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웃음) 저는 개인적으로 뒷부분을 아주 재밌게 봤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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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정지에는 실제로 그림을 그릴 때 대단히 많은 고민을 했던 사람입니다. 우리는 유명해 졌다고만 알지만 이 사람은 1968년에 태어나 70,80년대 중,고등학교를 다니게 되잖아요. 1980년대 중국이라는 나라는 격동의 시기인거죠. 천안문사태도 일어났던 시기고, 마오쩌뚱에서 새로운 인물로 넘어가는 시기기도 하고요. 1990년대에 들어가면 한국도 그렇듯이 중국 같은 경우도 자본주의가 급속도로 들어오면서 대중문화가 어마한 파급력을 가지고 퍼져나가는 시기였던 것이죠. 그 시기에 작업을 했기 때문에 무엇을 그려야할까. 무엇을 그리고 무엇을 말해야 할까 고민을 했던 그런 작가인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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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작품이 전형적인 지금 우리가 알고 있는 펑정지에 작품입니다. 붉은색이 주로 되어있죠. 그리고 눈은 청색 계열이고요. 중국 예술계에서 보통 쓰는 색이 붉은색, 녹색계열을 이 두 개를 주로 쓰게 됩니다. 이 영화에 등장하는 대부분의 컬러화면에서의 색이 붉은색과 청색이었어요. 영화를 보면서 영화를 나타내는 모는 배경이 펑정지에의 그림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리고 재미있는 것은, 마지막에 가면 흑백화면이 등장하는데, 의도는 잘 모르겠지만 제 느낌에는 제일 마지막 딱 한번 현실이 드러나는 순간이 아닌가. 컬러의 색상이 영화에 다 묻어 있는데 결국 펑정지에 예술세계 안에서 놀고 있었다는 느낌이 들고, 흑백이 오히려 실제 현실 속 우리의 모습이 아니었나 생각을 했습니다. 배경은 없고 인물에 집중되어있는 그림이고 아주 진한 화장을 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매혹적인 여성 같지만 사실은 외사시를 하고 있기 때문에 약간 혐오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그런데 어떤 묘한 매력을 가지고 있어요. 여성의 매력에 대한 표현인데 매력적이지만 혐오스럽기도 하고 가까이 가기에도 힘들 것 같고, 하지만 계속 보게 만드는 치명적인 매력은 아니지만 뭔가 섹시한데 내거하기엔 부담스러운 그런 느낌이 든다는 거죠. (웃음) 펑정지에가 자본주의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그런 것이었습니다. 사회주의에서 자본주의의 경제 시스템이 도입되고 대중문화가 급속도로 들어오는 시점에 대중문화의 발달에 의해 벌어지는 많은 향락들을 어떻게 볼 것인가. 이런 부분이 여성의 모습에서 드러났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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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정지에는 펑정지에다 강연 04


펑정지에의 부작이죠. 여성의 이미지 보단 앞선 시대의 그림인데, 결혼식 기념사진을 희화해서 그린 그림입니다. 결혼이라는 것은 기뻐서 하는 것이고 결혼 자체를 하기 위해서 저 사람과 나는 아주 친분을 쌓고 평생을 살고 싶다고 생각 드는 대상과 결혼을 하는 거잖아요. 벌써 그 애정과 관계의 깊이는 그 누구보다도 돈독한 거죠. 그런데 기념촬영이라는 공간에 들어가면 사진사가 웨딩촬영을 위해 세팅해 놓은 곳에서 촬영이 되고, 되게 어색한 형태의 촬영이 이루어지게 되죠. 그 모습이 되게 웃겼나봐요. 예전에는 중국에서 볼 수 없던 풍경이었던 거죠. 그런 식으로 정형화되어있는 상업시스템 속에서 결혼식 사진을 찍고, 앨범을 만들어서 보관을 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것이 아니었는데 그런 것을 보게 된 거죠. 현실의 부분, 세상이 바뀌는 현실에서 이상하게 봤던 것들을 그림으로 그리기 시작한 것이죠. 중국 작가들은 아주 비판적인 형태의 그림은 그리지 않아요. 그렇지만 그 그림 속에는 많은 이야기들을 담고 있죠. 그렇기 때문에 서부 유럽에서도 중국작가의 그림을 많이 사는 것 같아요. 중위적이거나 다의적인 것을 담고 있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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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정지에는 펑정지에다 강연 05


이 그림은 좀 더 적난하게 드러나는데요, 여성의 나체. 가녀리지만 섹시한 이미지인데, 여성인줄 알았는데 남자의 성기가 달려있습니다. 머리는 엄청 큽니다. 위협적인 형태를 갖추기 위해 들고 있는 것이 물총입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한꺼번에 나타나 있는 거죠. 펑정지에는 계속 인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인물의 형태나 모습을 변형하면서 느껴지는 감정이 그 세대 시대에서 만났던 감정과 연결시키는 작업을 계속 하고 있습니다. 이 그림을 보고 정보가 아예 없잖아요. 중국의 누구그림인지도 모르고 그림만 딱 봤다고 했을 때, 이상한 그림이네, 머리 큰 여자로 유추되는 근데 성기가 달려있고 트렌스인가 라는 등의 생각을 하실 텐데요. 이것이 중국의 문화나 중국의 급속한 자본주의화에 대한 비판이나 냉소나 영세적 시선이 들어가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은 안 들잖아요. 사실 미술이라는 것은 기본정보가 들어오지 않으면 이해가 어렵습니다. 그런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민병훈 감독이 만든 갤러리 필름이라는 것이 배경지식이 없으면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과 같은 맥락에 놓여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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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정지에는 펑정지에다 강연 06


펑정지에의 작품 중 가장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을 드러낸 작품 중 하나라고 생각되는데요, 여성의 나신인대 애매합니다. 점박이가 있는 거죠. 얼핏 봐도 피부가 정상이 아닌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피부라는 것은 겉이고, 내부에 있는 것이 감춰져 있는 것이기도 하고요, 육체라는 것 자체가 정신의 껍데기라는 표현을 쓰기도 합니다. 하지만 사실 육체는 정신을 담고 있는 것이고 피부라는 것은 우리 신체 내부에 문제가 있으면 즉각적으로 반응해서 흔적을 드러내 주거나 증세를 드러내주는 흔적이자 기호죠. 피부의 변화라는 것은 몸에 문제가 있다는 신호이기도 한 겁니다. 피부를 저런 식으로 반점화 시켜서 비정상적인 인물을 만들어 냈다는 것은, 저 존재 자체가 문제가 있다는 것을 드러낸 것이죠.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듯이 펑정지에는 여성으로 의인화된 신체 자체를 변화하는 중국사회를 드러내는 것이었기 때문에 저 그림이야 말로 중국의 병폐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그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