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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대행사

<스틸 플라워> 관객과의 대화:박석영감독,정하담배우 2016-04-19(화)  - 소극장

스틸플라워 GV 01



4/19 <스틸 플라워>


* 게스트 : 박석영 감독, 정하담 배우

* 진   행 : 이승진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팀 팀장

* 장   소 : 영화의전당 소극장



(이승진) 제가 이 영화를 보면서 여러 가지 생각들이 교차를 했는데, 네 가지 단어들이 떠올랐던 것 같습니다. , , 그리고 돈, 4가지가 제일 먼저 떠올랐습니다. 이 네 가지 단어가 지금 살고 있는 직장인들이 살아가는 고단함들 먹고 살기위해 바동거리는데 이것이 더 처절하게 눈앞에 하담이라는 인물을 통해 들어나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감독님께서 생각하시는 하담이 서있는 이 땅 안에서, 하담이라는 존재는 어떤 것인지 여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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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영) 왜 이렇게 어려운 질문을 저한테 던지시면...(웃음) 저는 이 땅이라고 말씀드리면 이 땅은 매우 척박하고 사막 같은 느낌이며, 그것은 어떤 정치색이나 이러한 것들 때문이라기보다는 개인이 스스로 뿌리가 없다고 느끼고 내가 어디로 향해야하는지 잘 알 수 없고 내가 그나마 최소한으로 할 수 있는 건, 나의 먹을 것을 내가 버는 것 그리고 남한테 최소한 폐는 끼치지 않고 살겠다는 정도의 생각. 아주 기초적인 것들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이 사회라는 어떤 공기는 우리가 이랏샤이마세같은 말들을 매우 세련되게 해주기를 원한다는 거죠. 그러니까 그들의 원칙과 기준이라고 느껴지는데 그것은 회사마다 다르고 사람마다 다르고 크기마다 다르고. 그것을 잘 맞춰내 주지 못 한 다고해서 이 사람은 존재, 생존에 대한 이토록이나 깊은 고민을 해야 하는가 라는 면. 하담이가 맞닥뜨리는 세상은 제 입장에서 어떤 것인가 하면 저는 리얼리티를 표현하기 위해서, 현실감을 표현하기 위해서 이렇게 답답하고 자기표현을 잘 하지 않고, 만나는 사람마다 극악스럽게 한 것이라기보다 현실감이 중요했던 게 아니라 우리가 느끼는 삶에 대한 감정적인 리얼리티가 중요하다고 생각한 거예요. 극단적인 형태로만 표현 될 수 있는 우리의 어떤 모습. 왜냐하면 저는 하담이라는 캐릭터를 우리의 모든 외로움과 쓸쓸함을 견뎌 내보자는 사람들의 일종의 대속자처럼... 너무 거창하게 이야기 할 수 있는 것이지만 이 친구가 걸어가는 길 안에서 우리들을 다 발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고 저 스스로도 그랬고요. 그런데 그 이슈는 뭐냐 하면 그렇게 고행의 고난의 외로움에 아무도 나를 확인해 주지 않는 과정을 같이 걸어감에도 불구하고 이 친구가 사랑하게 된, 사랑에 빠진 탭댄스같은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무엇 때문에도 이 친구는 비바람을 맞으며 자신을 다독거릴 수 있다면 그것은 우리가 인간으로서 첫 번째 자립을 시작할 수 있는 어떤 단계라고 느꼈고 실제로 이 캐릭터가 겪어가는 모든 과정은 일종의 시지프스의 신화에서 시지프스가 끊임없이 돌을 올리고 있으나 그런 인생의 허무감에 알레고리로 보통 이해할 수 있지만 저는 거꾸로 이 안이 궁금했던 거고 매우 쓸모없어 보이고 거부를 당하는 과정들 가운데에서도 약간 좋아하는 것 때문에 계속 웃으려고 노력할 수 있고, 살아남으려고 할 수 있다면 그건 매우 가치 있는 인간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매우 어려운 질문에 매우 어이없는 방식으로 답하고 있습니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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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진) 아까 몸이라는 이야기를 잠시 말씀드렸는데, ‘하담이라는 배우는 어떻게 보면 사람과 소통하는 방식은 몸으로 하는데, 영화 속에서 사람과 사람이 접촉하는 방식은 또 다른 충돌을 계속 야기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 보면 저희들 소통 방식에 대한 문제인 것 같기도 하고요. 몸은 오롯이 다른 사람과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그게 충돌로 자꾸 대조지어지는 것들은 감독님께서 의도한 어떤 방식이 있으신 건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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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영) 이 안에서 끊임없이 어떤 충돌이 야기되는 지점을 생각해 보시면 이 친구가 세워놓은 원칙들 때문이에요. 예를 들면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노동한 돈은 반드시 받는다. 밤에는 꼭 씻는다. 기본적으로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면서, 거짓을 말하지 않으면서 내 삶을 유지하고 싶다. 같은 태도들 이런 태도를 가지고 있는 것은 너무나 자연스럽고 명확한 것이죠. 그리고 이런 사람들은 믿을 만하잖아요. 그런데 그걸 아무도 알아보지 못하는 것이죠. 왜냐하면 우리는 사람을 평가할 때 내가 이해하는 방식의 음색을 요구하기 때문에...“이랏샤이마셍~”이라고 외쳐줘야 하는 거죠. 왜냐하면 그것이 사회를 안다고 생각할 테니까요. 저는 여기서 야기되는 충돌은 하담이라는 사람이 말로서 자기라는 사람을 잘 표현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충돌이라기보다는 상대편들이 이 사람을 다른 방식으로 받아주거나 또 한 번 더 물어볼 생각이 없는 거죠. 자기가 이해하는 세상 정도가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하고 인간의 전부라고 생각 하니까 그런 면의 충돌이라고 느끼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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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진) 저는 연기하시는 분들에게서 제일 좋은 연기를 봤다고 느낄 때가 몸으로 그 감정들이 느껴질 때 였던 것 같습니다. 대부분의 영화의 클로즈업에서 보여지는 것들은 대사를 통해서 그 감정들을 끌어내는 방식을 많이 취하고 있는데 이 영화에서는 하담씨의 몸을 통해서 많은 감정들을 느끼게 되었던 것 같아요. 하담씨에게 여쭙고 싶은 것은 어떻게 보면 감독님의 지도 아니면 연기방식에 대한 디렉션이 사실 모호한 단어들로 점철되어서 오히려 연기하는데 더 힘들지 않았을 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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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담) 감독님이 그런 모호한 단어들로 이야기 하셨을 때 사실 저는 모호하다고 느껴지지 못할 만큼 설득이 되고 공감하는 부분이 있었고 그래서 사실은 별 문제가 없이 잘 찍을 수 있을 줄 알았어요. 왜냐하면 <들꽃>이라는 작품을 전에도 했기 때문에 <들꽃>을 찍을 때 문제없이 쭉 흘러갈 수 있어서 감독님이랑 사전에 방금 이야기하신 이야기를 쭉 들었을 때도 저도 나아가서 이야기 할 수 있었던 게 있어서 그 단단한 마음 감독님이 이야기하신 원칙을 가지고 있는 아이로 있으면 그게 카메라에 당연히 담겨서 제가 어떻게 몸을 굳이 쓰지 않더라도 몸에서 퍼져나가서 몸에 담길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영화의 처음 15분이 뒷모습과 거의 뒷옆모습만 찍잖아요. 영화 초반에 얼굴을 거의 찍지 않으니까 제가 어떤 마음을 가지고 있다 고해도 몸으로 퍼져나갈 시간이 없어서일 수도 있고, 전혀 그렇게 느껴지지가 않더라고요. 캐리어를 끌고 가는 뒷모습에서 이 아이가 이런 원칙을 가지고 있는 아이인지 다른 사람과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아이라는 느낌이 전혀 안 들어서 그 친구의 걸음걸이 같은 것을 의식적으로 만들었어요. 처음 모니터를 했을 때 정말 아무것도 있지 않다는 느낌이 들어서 걸음걸이 같은 것은 말씀하신 몸의 움직임을 찾기 위해 거리에서 오래 산아이면 발이 살짝 얼어 있는 느낌, 동상이 약간 걸려있는 느낌은 어떨까. 그래서 발에 붕대를 감아서 제가 의식적이지 않게 할 수 있을 정도로 걸어보기도 하고, 말씀하신 것처럼 몸으로 말을 하는 아이라는 것을 그때 느꼈던 것 같고, 그게 잡히고 난 다음부터는 마음은 이미 차있었던 상태였기 때문에 어렵지 않을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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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플라워 GV 02



(이승진) 하담씨의 몸의 연기만큼 눈빛이 주는 강렬함 들이 이 영화에서 관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지 않는가하고 생각합니다. 그런 말씀을 하시는 걸 보면 감독님이 직접 연기에 대한 이야기를 하진 않으셨지만 본인이 나름대로 애드리브를 해서 만드신 것도 많이 있으실 거라고 생각하는데요, 그런 장면을 설명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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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담) 이 영화의 시나리오의 형태에 대해서 이야기를 드려야 할 것 같아요. 어떤 게 애드리브이고 이렇게 이야기할 수가 없었던 게 감독님과 같이 작업하는 방식이 시나리오가 있지만 이건 좀 시처럼 써져있었어요. 이 여자아이가 걷고, 집을 찾고, 그리고 이랏샤이마세아저씨를 만나고..이런 식으로 써져있었고 그리고 구체적으로 이랏샤이마세아저씨에게 쫓겨나고 이런 장면이 담겨 있다기 보다 그 씬의 정서가 담겨있는 형태로 시나리오가 쓰여 있었어요. 매 씬들이 그게 되게 산문작품처럼 시나리오가 아니라 그 작품을 보고나서도 이 <스틸 플라워>를 보고 느꼈던 감정을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완성된 작품 같았거든요. 그 형태가 디테일한 부분을 표현하는 건 아니었기 때문에 걸음걸이라던 지 이런 것들을 찾아가면서 실제로 제 신발이 떨어져서 본드로 붙이는 게 생기고, “립밤을 바른다이런 건 장면에 들어가기 전 하담이가 할 수 있는 치장이 무엇이 있을까라는 식으로 감독님이 이야기 하시면 스텝들도 나름 생각을 하고 저도 생각을 하고 이런 식으로 찾아가면서 작업이 되었기 때문에 어디까지가 애드리브라고 할 수 있을지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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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진) 하담씨 이야기를 들어보면 감독님의 연기지도는 그런 방식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영화 속의 하담이라는 인물의 캐릭터를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기존 영화 배역도 정하담이라는 이름 그대로 사용하는 것처럼 정하담씨가 가지고 있는 본인의 캐릭터 안에서 끄집어내는 방식으로 연출을 하시지 않으셨는가라는 것이 저의 생각인데 감독님 어떠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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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영) 저는 정하담이라는 캐릭터로서의 인간이 여기 있다고 하면 저도 여기 있는 것이고 배우도 여기 있는 것입니다. 이 친구가 저의 생각에 맞추는 것이 아니라 이 아이디어한 무엇을 찾기 위한 최선의 방법이 있는 것이고 저는 영화적으로 같이 스텝들과 공감하는 입장에서 이 아이를 찾아내는 과정들이 있는 것이고, 이 과정에 같이 체험한 경험들만 담겨있는 것이죠. 그래서 저는 아까 애드리브나 어떤 방식을 이야기 하더라도 대부분의 격정적인 순간은 딱 한번밖에 안 찍어요. 마지막에 싸우는 장면들은 실제로도 마지막에 촬영한 것이기도 했는데 그때 정하담 배우와 최문수 배우 그리고 촬영감독 한명만 들어가 있고 저는 밖에서 담배를 피우고 있었습니다. 저는 그 스크리너를 확인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배우를 끝까지 믿어요. 저의 힘이 있다면 그거에요. 이 친구들이 저에게 맞추려고 했다기보다 영화를 믿고 이 캐릭터를 믿고 간거에요. 저는 그 믿음만이 만들어 낼 수 있었던 방법이었던 것 같아요. 정확하게 한번만 찍어 우린 이게 마지막이야. 모든 순간을 운명적으로 만드는 방식으로 매씬을 촬영했어요. 그렇다면 그 안에 있는 것이 과연 애드리브나 인프로바이제이션같은 일종의 배우의 해석과 재기발람함과 연결되는 것인가. 저는 잘 모르겠어요. 그들이 캐릭터와 자신을 구분하지 못하는 지경에서 찾아낸 것이라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그 정도로 스스로 그 순간에 탁 던져지면 그 속에서 잡을 수 있는 건 재주도 연기도 심지어 언어도 아니기 때문에. 마지막에 최문수 선배와 거의 12030초에 걸치는 씬을 딱 한번 찍는데 거기 어떤 타이밍에 어떤 템포와 시점에 왜를 외치며 어떻게 하고 싶냐고 외치며.. 저는 이런 이야기를 한마디도 상의하지 않았어요. 이건 배우의 결정이고 배우가 옳다고 믿는 것에 대한 결정이었어요. 저는 언제나 이런 방식으로 찍는 이유가 제 머릿속에 그림을 믿지 않아요. 대부분 후지다고 생각해요. 머릿속에 시나리오를 러프하게 써놓는 이유도 그래요. 내가 쓴건 다 후져, 하지만 난 그냥 그림자 정도를 봤고 배우와 함께 찾아가다보면 훨씬 특별한 순간들이 나타날 거다. 이 영화의 50%이상이 시나리오에 없는 장면이 꽤 많습니다. 처음에 15분 동안 걷는 건 아예 없었어요. 그리고 정하담배우가 가지고 있는 어떤 특질적인 기질적인 배우의 특성에 무언가 기댔는가. 그건 구분할 수 없는 단계인 것 같아요. 제가 처음 작업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제가 정하담 배우가 가지고 있는 외면적인 특징이나 혹은 이 친구가 <들꽃>에서 보여주었던 일반배우들이 소화해 낼 수 없는 거리의 시간을 실제로 거리에 살아가는 아이를 표현하기 위해서 한 달 동안, 거지 옷을 입고 스스로 그 마음을 입으려고 돌아다녔던 제가 느끼기에는 매우 헌신적인 인간이에요. 그리고 내가 잘 할 수 있나? 되게 불안해한다는 것. 그러니까 헌신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저는 무엇을 시켜도 같이, 그래서 이 영화를 찍을 때 다른 사람을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죠. 감독이 배우의 모든 것을 알아서 이런 측면을 사용하고 사용해서 이런 어떤 무언가를 찾아낸다. 저의 작업방식은 그렇지 않았던 것 같아요. 저보다 나은 인간이라고 믿을 수밖에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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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진) 결정을 자꾸 배우보고 하라고 하면 배우는 사실 갑갑한 부분도 많지 않을까 생각이 됩니다. 실례가 맞는지 모르겠는데 제 7살짜리 아이에게 뭘 할 때마다 네가 결정을 해서 답을 달라고 하면 애가 짜증을 냅니다. 어떨 때는 결정을 스스로 내릴 수 있는 지점에서 내리는 것은 후회 없는 판단이 될 수도 있지만, 때로는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를 때 내 결정에 무조건 매달려야 된다고 하면 오히려 어려울 수 있다고 생각되는데요, 그런 점에서 감독님이 미우셨던 적은 없으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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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담) 사실 <스틸 플라워>를 찍으면서 감독님을 이렇게 끝나고 나서 잘 볼지 몰랐어요.(웃음) 서로 사이가 너무 안 좋았었어요. 영화를 찍으면서 거의 평소에는 말을 안 하다가 촬영장에 가면 항상 트러블이 있는데, 말씀하신 것처럼 역동적인 장면 횟집에서 싸우거나, 전집에서 마지막에 다툰다거나 이런 것을 찍을 때가 아니라 방안에서 혼자 있는 장면을 찍을 때 항상 심하게 트러블이 있었어요. 역동적인 장면은 어찌됐든 배우와 배우가 만들어 가는 장면이고 구체적으로 감독님이 대본에 쓰셨던 장면인 것인데, 저 혼자 나오는 그런 장면은 감독님이 말씀하신대로 저에게 결정하라는 부분이 있어서 저는 확신이 없었던 적도 많이 있었어요. 예를 들어 씻는다는 장면이 있으면 어떻게 씻을지를 제가 다 했는데 감독님이 아니라고 하시면 저는 그 순간에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그런 것들이 쌓이다보니 마지막 즈음에는 저도 그런 고집 같은 것이 생기더라고요. 방안에서 지친 장면이야. 그런데 지친 사람 같지 않아. 이런 걸로 2-3시간 싸우면서 찍게 되는 거죠. 그러면서 실제로 지치게 될 정도로, 그래서 제가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영화를 찍으면서 한 번도 없었고, 나한테 어떤 <들꽃>이라는 영화를 통해서 감독님에게 감사한 부분이 크게 있었던 부분을 잃어버렸구나 생각할 정도로 그런 게 있었어요. 그런데 영화를 보고나서는 그게 잘 담긴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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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틸플라워 GV 03



(관객1) 정하담 배우님이 말씀 하신 부분에 대해 감독님께서도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실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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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석영) 저는 단 한순간도 미워하지 않았습니다.(웃음) 힘들었던 건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저도 잘 모르기 때문에 예를 들어 지침 같은 것으로 연기해야 된다 라고 하면, 이 친구의 지침은 하루의 지침이 아니잖아요. 고단한 십 수 년에 걸친 그 삶의 지침인데 저는 가장 어려운 연기가 지침으로 좀 느껴지는 것 같아요. 배우한테 거리를 10년 동안 떠돌다가 겨우 집을 찾았어요. 어떻게 등을 뉘일 것 같아요? 질문은 할 수 있지만 저도 뭔지 잘 모르겠는거에요. 하지만 보면 알 것 같기는해. 이런 이상한 생각을 하고 있는 거죠. 실제로는 서로 지치는 지경에까지 가서 어쩌면 서로 지쳐서 그렇게 느꼈을지도 모르지만 그렇게까지 지침을 찾아보고 싶어서 그런거고 저와 같이 견뎌준거죠. 그런 면에서 전사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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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2) 정하담 배우님이 되게 헌신적으로 배역에 몰입하기 위해 길거리를 해메고 하는 시간도 있었다고 하셨는데 하담이처럼 철저한 아이가 그렇게 강한 내면을 가지려면 굉장히 방어적이고 외롭고 캐릭터 연기를 하다보면 벗어나기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런 점이 있으셨는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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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하담) 저는 이 캐릭터가 표현하려고 하던 것이 있었어요. 시나리오를 보고 생각했던 완벽한 하담, 저의 그게 있어서 계속 근접하려고 노력하는 느낌이 훨씬 컸었던 것 같아요. 이 사람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이런 느낌보다는 좀 가까이 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매씬 매순간 회차마다 가기 전에 긴장하고 계속 되새겨서 생각했었기 때문에 이 강인한, 단단한 인물 이것을 말씀하셨던 것처럼 쉽지 않았지만 하담을 지키는 가장 큰 방식은 사람과 관계를 맺지 않는 것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해요. 자신을 지키기 위해서 관계를 맺지 않으려고 하는 결정이라고 이해를 해서 저는 실제로 살아가면서 관계를 안 맺으면서 살 수가 없으니까 많이 영향이 있게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이렇게 살 수 있으면 좋겠다는 느낌은 오히려 있었었지만 저한테 오히려 그게 삶에 흔들리거나 하지는 않았었던 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