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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 부산국제영화제'특별강연 :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 2016-03-08(화)  - 시네마테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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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8  <살람시네마>


*강연: 부산국제영화제 김지석 수석 프로그래머

*장소: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이 작품은 1995년도 작품인데, 1995년은 어떤 해 이냐 하면 영화 탄생 100주년이 되는 해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영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들이 많이 만들어졌고, 행사도 많이 열렸습니다.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이 영화 탄생 100주년을 기념하는 작품으로 이 <살람 시네마>라는 작품을 만들었습니다. ‘살람이라는 것은 안녕하세요라는 뜻을 가진 페르시아어인데요, 이 작품은 신작을 만든다는 공고를 내고 1000명 정도 올 거라고 생각했는데 5000명 정도 몰린 거죠. 영화 시작 장면에서 사람들이 어마하게 몰려오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그중에서 오디션을 본 사람 중에 몇몇 장면을 모아서 이 작품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 작품이 재미있는 이유는 몇 가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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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이 작품이 그냥 오디션 안으로 유도하고 모아놓은 영화라기 보다 그 자체가 영화인 거죠. 오디션을 보러 온 사람들에게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이 뭐라고 하는가 하면, ‘지금 너는 영화를 찍었다라고 이야기하거든요. 여기서 오디션에 합격한 사람이 다음 영화에 출연을 하느냐 안 하느냐, 오디션에 합격했느냐 못했느냐가 아니라 그 사람들이 바로 이 영화의 주인공인거죠. 이런 생각을 한다는 것이 좀 놀랍죠. 쉽지 않은 생각인데 어떤 것은 평소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이 가지고 있는 영화에 대한 생각, 아이디어, 영화관과 굉장히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어떤 것인가 하면,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이 잘 아시겠지만 부인이 있고 딸 두명과 아들이 있습니다. 큰딸인 사미라가 중학교 때 아빠, 나 학교 안다닐래라고 했다고합니다. 그래서 왜 그러냐 했더니 자기는 지금 빨리 영화감독이 되고 싶은데 학교에서는 배울 것이 없다고 했다고 합니다. 여러분이라면 어떻게 하셨겠습니까?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은 며칠간 고민을 하다가 집에다 학교를 만들어 버리자고 결심했고, 모흐센 마흐말바프 영화학교를 만들게 되었습니다. 집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기 시작한 거죠. 두 딸뿐만 아니라 다른 학생들도 받아서 말이죠. 사밀라가 17세에 <사과>라는 영화를 만들었는데 칸영화제에 출품되었습니다. 동생 하나는 15세에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는데 베니스 영화제에 출품되었습니다. 어마한 집안인 거죠. 2000년에 칸영화제에서 21세기로 넘어가니까 영화에 대한 특별 세미나가 개최되었습니다. 놀랍게도 사밀라가 20세의 나이에 발제자로 나가게 됩니다. 거기서 21세기 영화에 대해 한 이야기가 한창 디지털 영화가 등장하기 시작하고 누구나가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때 사밀라의 이야기가 영화의 발전과정, 디지털로 변환되는 이 과정이 무엇하고 비슷하냐하면 민주주의의 발전과정과 비슷하다. 민주주의의 발전과정이라고 하는 것은 권력이 아주 극소수로 있다가 많은 사람들에게 나누어지는 과정, 이것이 민주주의다. 영화라고 하는 것은 그동안 장비, 예산 등의 문제로 특정인들만 만들다가 이제는 디지털 영화가 등장하면서 많은 사람들이 영화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그래서 “21세기 영화는 민주주의 발전과 길의 같이한다.”라고 했습니다. 이제 20세 되는 아이가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게 놀라운 거죠. 그런데 사밀라가 이런 생각을 가지게 되는 것은 당연히 아버지의 영향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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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도 마찬가지로 영화라는 것은 특정인만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일반 사람 누구나 다 같이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이거든요. 그래서 이를테면 이 영화 속에서 평범한 시민이 오디션을 보았는데 주인공이 될 수도 있는 것이고 어떤 이야기를 통해 영화를 풀어나갈 수도 있는 것입니다. 그런 개념을 이 영화 속에 담고 있는 거죠. 그것이 조금 더 발전하면 다음 영화가 나오는데요 이번 기획전에 상영이 되는 <순수의 순간>입니다. 제가 영국의 사이텔사운드라는 잡지에서 올 타임 베스트, 영화 역사상 가장 뛰어난 작품 투표 시 항상 넣는 작품인데 <순수의 순간>을 보면 영화에 출연하고 싶어 하는 연기자 지망생이 배역을 따게 되고 이야기를 끌어가는데 그 이야기를 누가 만들어 내는가 하면 연기 배우자 지망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에 맞춰 영화가 진행됩니다.

 

재미있는 것을 더 말씀드리면 이 작품을 보시면 얼굴이 굉장히 험상궂은 사람이 나오는데요, 무슨 역할을 하고 싶냐고 물어보니, 얼굴이 못생겼으니 악당 역할을 하고 싶다고 합니다. 그 사람이 다음 작품인 <순수의 순간>에도 나옵니다. 그래서 꼭 보시라고 말씀드리는 거죠. 중간에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을 돕다가 갑자기 나와서 눈물 연기를 보이는 나이 드신 분이 있죠. 그 분도 또 나옵니다.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영화 스텝들은 대게 보면 일인 다역을 하는데 이런 부분이 굉장히 자연스러운 문화입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1980년대 후반에서부터 90년대에 이르기까지 이란에서 굉장히 독특한 스타일의 영화가 많이 나오게 되는데, 이를테면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어린이 영화, 극영화와 다큐멘터리 영화가 섞여있는 영화 등이 이 시기에 많이 나왔습니다. 이 작품도 어떻게 보면 조금 전 말씀드린 작품의 출발선상에 있는 작품인데요, 100% 모든 게 다 다큐멘터리인가 하는 것에는 늘 의심의 여지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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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슷한 시기에 나왔던 작품 중에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클로잡>이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클로잡>이라는 영화는 어떤 젊은이가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을 사칭해서 돈을 뜯으려 하다 체포되어 감옥에 들어갔다 재판을 받고 나온 그 친구를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이 픽업해서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에게 데려가 사과를 하게 하는 내용의 영화인데, 예를 들어 다큐멘터리처럼 보이지만 대부분 재연 장면이기는 합니다. 어떤 장면은 100% 다큐멘터리 장면이라고 생각했는데 나중에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에게 들어보니 아니라는 겁니다. 그 정도로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가 이 시기에는 경계를 허무는 작업이 굉장히 발달했습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리얼리즘 계열의 극단을 달리는 작품이기 때문에, 이탈리안의 리얼리즘에 빗대어 이란의 네오리얼리즘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이탈리아의 리얼리즘이나, 이란의 리얼리즘은 전혀 성격이 다르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조금 전에 이즈음 어린이 영화도 많이 나왔다는 말씀을 드렸지만 생각을 해 보시면, 어린이영화에 출연한 어린이도 그렇고 그 시점에서 보면 연기자들 중에 소위 비전문배우가 굉장히 많습니다. 이것은 생각처럼 쉽지가 않습니다.

 

실제로 연출을 하는 감독의 입장에서 보게 되면 연기 경험이 없는 사람들을 데려다 자기가 원하는 연기를 뽑아낸다는 것이 굉장히 어렵습니다. 프로 배우들을 데려다 하는 것보다 더 어려운데 왜 유독 이란에서 이런 것들이 가능한가에 대해 의문이 드는 거죠. 제가 판단하기에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모흐센 마흐말바프와 같은 이란의 감독들이 굉장히 탁월한 심리학자라는 거죠. 이 비전공 배우들의 심리상태를 꿰뚫어보고 어떻게 연기를 이끌어내느냐 하는 능력이 굉장히 탁월합니다. 예를 들어 어린아이를 다룰 줄 아는 거죠. 어린아이들을 울게 하는 방법, 그들의 진심을 이끌어 내는 방법을 아는 거죠.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이 작품도 보게 되면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이 책상에 앉아서 오디션을 보러 온 사람과 끊임없이 심리적으로 대화를 주고받는 것이죠. 권력에 대한 이야기도 하고 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데, 오디션 받으러 왔던 여자를 앉히잖아요. 그러면서 그 여자에게 해보라고 하니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이 한 것과 똑같이 합니다. 이제 자기가 권력을 가진 거죠. 그래서 물어봅니다. “눈물을 흘린다는 것이 쉽지 않지, 그런데 너는 왜 나랑 똑같이 잔인하게 해?”라고 물어봅니다.


이러한 권력관계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하고 있는 거죠. 그런 점에서 보면 이작품이 굉장히 다중적인 이야기를 하고 있는 작품이고, 보시면 아시겠지만 제작비가 얼마나 들었겠습니까. 제작비와 상관없이 감독이 가지고 있는 영화관, 역량이 재미있는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이죠. 바로 이 시기가 이란 영화의 황금기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이 작품은 탄생 100주년 이후에도 어떤 영화의 기념비적인 시대를 이야기 할 때 빼놓지 않고 거론되는 그런 작품입니다. 최근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상황을 말씀드리면 안타깝게도 지금 이란에 살지 못하고 계십니다. 권력으로부터 억압을 받아 망명을 하셨습니다. 지금은 영국에서 작품 활동을 계속 이어가고 있습니다. 불행한 일이죠. 지금 이란의 경우 정권이 바뀌었습니다. 중도파로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예술가에 대한 탄압은 이어지고 있고, 이란으로 돌아갈 수 없는 상황입니다. 굉장히 아이러니한 일이죠.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이력을 보면 1979년에 이슬람 혁명이 일어나지 않았습니까. 그 전이 시야 정권 시절인데 청소년기의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은 당시 시야 정권에 저항을 하던 젊은이였습니다. 다음에 상영되는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의 <순수의 순간>이라는 작품은 실제로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이 젊었을 때 경찰을 찔러서 투옥되고 이슬람 혁명 이후에 풀려난 적이 있습니다. 그 실화를 바탕으로 만든 작품이 <순수의 순간>인데요,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이 경찰을 찌르고 감옥에 들어가서 수감생활을 하는 동안 깨달음이 있었습니다. 내가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경찰을 칼로 찔렀는데, 세상이라는 것은 폭력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문화로 세상을 바꾸고자 하는 생각이 들었고, 출고 후 글을 쓰고 영화도 만들고 하게 된 것입니다. 이슬람 혁명 이후 모흐센 마흐말바프 감독이 생각한 것은, 이제 사회에서 예술, 영화를 통해 사회를 변화 시킬 수 있겠군아하는 기대에 부풀어서 실제로 좋은 영화를 많이 만들었는데 시간이 지나고 진작 자기 자신은 다시 그 정치인들에 의해 탄압을 받고 조국을 떠나야 하는 상황이 생긴 거죠. 가슴 아픈 사연을 지닌 감독이고요, <순수의 순간>도 기회가 되시면 꼭 봐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