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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준상·정재영이 사랑한 영화들'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정재영 배우 2016-07-08(금)  - 시네마테크

정재영 GV 1-1


7/8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


* 게스트 정재영 화배우 

* 강   연허문영 영화의전당 프로그램디렉터 

* 장  소: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정재영 GV 1-2


(허문영) 이번에 두 분을 모시고 싶었던 건, 두 분이 약간 특별한 배우들이라 생각을 했습니다. 다른 어떤 배우들과도 다른 친근함, 이웃 같음, 물론 이 두 분은 2000년대 중반부터는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명배우로 이름을 올렸습니다만, 그것과는 별개로 특별한 친밀함이 있었고요. 가깝게 보고 싶다는 마음을 가지게 하는 분들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두 분이 어떤 영화를 좋아하는가, 그리고 어떤 감독을 좋아하는가, 어떤 배우를 좋아하는가에 대한 가벼운 수다를 나누고 싶다는 생각을 해왔습니다. 그런데 올해 여름이 와서야 기회를 갖게 됐습니다. 먼저, 이 영화를 좋아하는 영화 중 한 편으로 꼽았고, 이 영화에 대해서 얼마간 이야기를 나누게 되겠습니다만, 극장에서 본 건 처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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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 처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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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극장에서 본 소감 좀 얘기해 주실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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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사실 코엔 형제의 예전 영화를 다 보진 못했고, 몇 개 본 게 있는데요. 이게 개봉했을 당시에는 정보를 잘 몰라서 제목부터 그래서 노인들만 나오는 영화로 알고 (웃음) 잠깐 놓쳤었어요. 나중에 봤더니 너무 재밌게 봤어요. 오늘 큰 스크린으로 보니까 집에서 봤을 때보다 텍사스의 황량함이 훨씬 더 묻어나는 것 같아서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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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이 영화 처음 봤을 때 마음을 끄는 게 어떤 점이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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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물론 제가 배우니까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이, 다른 영화도 마찬가지지만 캐릭터죠. 특히 킬러로 나오는 바르뎀의 저 헤어스타일은 정말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웃음) 저런 역할이 주어진다면 꼭 한 번 해보고 싶어요. 너무 강렬했었고, 나머지 인물들도, 조그만 역할을 하시는 분들도 사실감이라고 해야 하나요. 그런 게 있어서 너무 좋았던 것 같아요. 여기 나오시는 분들 어떤 배역이라도 기회만 주어진다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내용보다도 캐릭터들이 너무나 확 다가왔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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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영화를 볼 때 어떤 편입니까? 우리야 관객으로서, 관객의 자리에서 영화를 보고 즐기고 재밌다, 재미없다, 좋다, 나쁘다고 이야기를 하는데요. 정재영 씨는 배우이기 때문에 머릿속에 두 갈래가 있지 않을까 싶거든요. 그냥 즐기기 위해서 보는 눈과 배우로서 보는 눈이 별도로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요. 평소에 영화를 볼 때는 어떤 편입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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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기본적으로는 즐기면서 보려고 하죠. 그런데 본능적으로 배우들을 좀 더 유심히 보는 것 같아요. 좀 더 디테일한 모습이라든지, 감정이라든지 주로 배우들을 쫓아가는 편이라 감정을 쫓아가다 보면 저런 식으로 표현하는구나, 또는 저렇게 표현할 줄 몰랐는데 저런 식으로 나를 설득하는구나 하는 그런 부분들을 많이, 일부러 보는 건 아닌데 자연스럽게 그렇게 보는 것 같아요. 이 영화도 그런 부분들이 제게 굉장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아요. 텍사스라 그런지, 제가 텍사스를 안 가봐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다들 느리잖아요. 말도, 행동도 느리고, 약간 허세도 있는 것 같고, 남자들이 특히요. 그런 부분들이 굉장히 인상 깊게 다가왔고, 다시 보니까 정말 멋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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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안톤 시거란 살인마를 연기한 하비에르 바르뎀에 대해 헤어스타일 말고, (관객 웃음) 이 장면의 표정이나 연기를 꼭 한 번 써먹고 싶거나 혹은 제일 강렬하게 느껴졌던 장면 같은 게 지금 혹시 머릿속에 떠오르는 게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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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그 표정이나 이런 건 거의, 그 사람 눈이 의도된 건지 모르지만, 약간 사시 같은 느낌이 들더라고요. 휙 쳐다볼 때도 이쪽 눈은 저길 쳐다보고 있는데, 저쪽 눈은 이쪽을 쳐다보고 있고요. 눈이 워낙 커서 그런 건지 눈밖에 안 보여요. 첫 장면부터 잡혀서 좀 이해가 안 가기는 해요. 사막 한복판에서 젊은 부보안관한테 잡혔잖아요. 왜 잡혔는지, 안 잡힐 사람 같은데. (웃음) 여하튼 설정 상 잡혔다가 빠져 나오는데, 기계체조를 했는지 요가를 했는지 뒤로 찬 수갑을 이렇게 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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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그게 되게 무섭죠. 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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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그게 좀 낑낑거리면서 해야 하는데, 너무 자연스럽게 빠져나와서 뒤에서 목을 조르죠. 처음 볼 때, 그 첫 번째 시퀀스에서 눈을 희번덕거려서 깜짝 놀랐어요. 처음 등장하자마자 이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인지시켜주는 그런 모습이 강렬했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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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제가 몇 가지 더 여쭙고, 질문을 받아서 얘기 나누는 시간을 갖도록 하겠습니다. 얘길 왔다 갔다 좀 하자면, 이번에 뽑아주신 영화들의 목록을 보면 유준상 씨와 확실히 많이 대비가 되는 것 같아요. 그렇죠? 느끼셨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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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사실 오해하실지 모르는데요. 저는 유쾌하고 SF 이런 거 좋아하는데요. 흥행 안 된 거 위주로 뽑아달라고 하셔서요.(웃음) 그렇게 해서 본 것 중에서, 또 안 본 걸 뽑을 순 없고, 본 것 중에서 인상 깊은 것들. 아까 저도 봤는데, 좀 다 우울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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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유준상 씨 목록에는 <인생은 아름다워> <러브레터> <토토의 천국> 이런 소년적이고, 아름다운 영화들인데, 여기 정재영 씨는 <미드나잇 익스프레스> 감옥에서 몇 십년간 고생하다가 탈출한 영화고요. <샤이닝>은 끔찍한 공포영화. 피가 막 복도로 막 흘러나오는 무시무시한 영화기도 하죠. <아들>은 혹시나 안 보신 분들을 위해서 제가 내용 설명을 피하겠지만, 굉장히 조용하지만 설정 자체는 끔찍한 설정입니다. , <용서받지 못한 자>도 창녀의 얼굴을 난자하는 장면으로 시작해서 수십 명이 죽어나가는 끔찍한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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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이상하게 그렇게 몰렸네요. 저도 <인생은 아름다워> 이런 거 넣었는데 다 빼시고.(웃음) 골고루 넣었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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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어쨌든 일부러 제가 그림을 맞추려고, 대조법을 위해서 그렇게 짠 건 아니고, 경향적으로 좀 어둡고 염세적이고 좀 우울한 영화가 많다는 느낌이 듭니다. 다른 한 가지는 당연히 배우로서는 배우가 돋보이고 캐릭터가 강렬한 영화들에 끌릴 거란 건 짐작할 수 있지만, 뽑아주신 영화들은 대부분 연출이 굉장히 강도가 높은 영화들입니다. 감독의 연출 스타일이 굉장히 강렬한 영화들이기도 합니다. 되게 완강하고 고집스러운 작가주의 계열의 영화들이죠.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잘 아시다시피 <용서받지 못한 자>에서 자기가 주연도 하고, 이야기도 거의 다 고치고, 사실은 거의 1인 독재적인 영화를 만드는 사람이죠. 코엔 형제는 말할 것도 없죠. 감독, 시나리오 그리고 유명한 건 이 사람들은 편집도 자기들이 합니다. 여기 편집자 이름이 나오긴 합니다만, 가명입니다. 가짜이고, 자기들이 직접 다 합니다. 그러니까 좀 가내수공업적인, 독재적인 자기의 연출적인 개성이 굉장히 강렬한 영화를 좋아한다는 그런 느낌이 좀 들었어요. 몰아세우려는 건 아니고, 본인이 생각하시기에, 뽑아주신 영화를 포함해서 어떤 영화들에 좀 마음이 끌리고 어떤 감독들이 좋은지 이야기를 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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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저는 사실 좀 잡식성이에요. 공교롭게 이렇게 꼽긴 했지만, 다 좋은 영화들이고요. 상업적인 영화들을 우선적으로 좀 좋아하고요. 내용적으로 특히 저는 약간 미래 이야기를 되게 좋아합니다. 가보지를 않았기 때문에요. SF물 같은 경우엔 개봉하면 꼭 찾아보는 편이고요. 1년에 몇 편 안 나오기 때문에요. , 그런 건 극장에서 안 보면 손해 보는 것 같고요. 하여튼 나름대로 감독님 취향도 있는 것 같아요. 취향에 따라서 보고요. 그때그때 정해진 취향은 없는 것 같고요. 저한테 좋은 영화, 와 닿는 영화들을 무작위로 보다가 좋은 게 걸리면 다행이고, 아니면 할 수 없는 거고요. 특별한 취향은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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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배우들은 어떤가요? 그러니까 특별히 이 배우를 보면 부럽다, 탐난다. 또는 훔치고 싶다, 저런 재능은 훔치고 싶다, 저런 외모를 훔치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배우들이 있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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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이 영화에서 나오는 바르뎀 같은 배우. 무서울 것 같기도 한데요. 사실 제가 옛날부터 제 외모가 너무 평범했던 게 불만이었어요. 주위에서 그런 지적도 많이 받았어요. 개성이 없다고요. 그래서 어렸을 때는 오디션을 보면 많이 떨어졌습니다. 우습게 생긴 것도 아니고, 잘 생긴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무섭게 생긴 것도 아니고요. 그래서 단역 오디션을 하면 붙은 적이 거의 없어요. 다 인맥으로 됐죠.(웃음) 그래서 그때 고민을 되게 많이 했는데요. 성형수술 같은 것도 생각해본 적 있었는데, 안 하길 잘했다고 생각해요. 지금에 와선 그런 생각이 들고요. 연기 잘 하시는 분들 보면 다 훔치고 싶어요. 저 헤어스타일을 어떻게 한 번.(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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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외모가 평범하다는 말은 조금 동의하기 힘들죠. 제가 정재영 씨 이름을 쳐서 검색을 해보니까 누가 이런 글을 올렸던데, 나보고 정재영 닮았다는데 이게 칭찬인가요, 욕인가요. 이런 글을 올린 사람이 있고, 그 밑에 댓글이 많진 않지만 칭찬이다, 아니다 논쟁을 벌이는 그런 게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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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봐요, 얼마나 평범하면 논쟁을 벌이고.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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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하비에르 바르뎀의 이 캐릭터 연기, 안톤 시거 연기를 좋아한다고 하셨는데, 비슷하지는 않지만 이런 계열의 강렬한 캐릭터를 연기한 적이 몇 번 있습니다. 정재영 씨는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96년이 데뷔작인가요? 근데 기록으로 보니까 90년에 <꼴찌부터 일등까지 우리반을 찾습니다>가 있던데, 그건 단역으로 출연했던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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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그거는 연극 했던 학생들을 뽑아서 잠깐 참여하는 식으로 해서 정식으로 했다기보다는 아르바이트 개념이었어요. 그때는 영화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없었던 때 같아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어떻게 보면 군대 갔다 와서 학교를 졸업하고, 그때부터 영화를, 그때가 <박봉곤 가출사건>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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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96년의 <박봉곤 가출사건>이 이를테면 영화 데뷔작이고, 이런저런 조연을 맡으면서 강한 인상을 남기다가 내일 상영하게 될 2004<아는 여자>. 그때부터 주로 주연을 맡게 됩니다. 그리고 제가 말씀드리려고 했던 2008년의 <이끼>에서의 이장 역을 맡았던 정재영 씨의 연기를 잊기 힘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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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그건 연기가 아니고 분장이.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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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그걸로 웬만한 상은 다 받았던 것 같은데, 꼭 그 연기가 아니라 본인이 맡았던 연기 중에서 조금, 내일 좀 더 많이 얘기를 하게 될 것 같기는 합니다만, 어쨌거나 오늘 바르뎀의 악역 연기 이야기가 나온 김에 좀 그런 강렬한 연기가 기억나는 게 있으시면 좀 얘기해 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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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제가 했던 거요? 그건 비교할 수 없죠. 그런 강렬한 연기를 한 적은 없고, 앞으로 하려고요. 열심히 해가지고요. 근데 <이끼> 할 때는 개인적으로는 처음으로 나이가 저보다 훨씬 많은 역할, 특수 분장까지 해야 하는 그런 역할을 하려니까 감이 안 오더라고요. 그래서 굉장히 고민을 많이 하다가 그냥 끝난 영화인 것 같아요. 되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힘들었다고 해야 하나요. 뭔가 누군가를 연구를 하거나 어떤 직업을 롤모델로 삼아서 보고 배우거나 이런 게 있어야 하는데, 이게 마음 따로 몸 따로 이렇게 노는 거죠. 뭔가 계속 그러고 다닐 수도 없고, 뭔가 너무나 지금 현재의 저와 캐릭터가 갭이 많다고 해야 하나요. 제 실제 모습이 만화 속 인물하고도 너무 많이 다르고요. 그래서 굉장히 힘들었던 작품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찍는 내내 좀 편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당연한 것 같기도 하고요. 하여튼 강렬한 연기는 이제 앞으로 하겠습니다. 제가 앞으로 보여드릴게요. (웃음 / 관객 박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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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GV 1-3


(허문영) 생각이 난 김에 한 가지만 더 여쭙고 싶은데. 약간 애매한 질문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배우들은 영화를 할 때마다 매번 다른 모습을 보여드려야 합니다. 그리고 정재영 씨 같이 굉장히 다양한 영화를 하시는 분들, 그러니까 아주 전형적인 장르영화, 그래서 약간 과장된 장르적 연기를 하거나 그냥 보통의 멜로드라마 같은 데서 절제된 연기를 하거나, 홍상수 감독 영화 같은 경우는 또 패턴이 다르죠. 그러니까 계속 다른 모드를 만들어내야 하죠. 실제로 그런 모드를 만들어내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하는데, 제가 정재영 씨를 보면 늘 신기하게 생각했던 것 중에 하나가, 제일 신기한 겁니다. 이 사람은 모드 전환을 특별히 하지 않는데, 왜 이렇게 다 어울리는가 하는 그런 생각이 좀 들었습니다. 예를 들면, 홍상수 감독 영화에 나왔던 다른 배우들 생각해보면, 다른 영화에 나오게 되면 바꾸기 위해 애를 쓰는 모습이 보입니다. 근데 정재영 씨를 보면, 어떤 영화에 나와도 특별히 의식적으로 뭔가 바꾸기 위해서 노력하지 않는데, 그렇게 의식적인 노력의 모습이 보이지 않는데 너무 자연스럽게 들어가 있다는 느낌을 주거든요. 그냥 보는 사람의 착각 같은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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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바꾸려고 했는데 못 바꾼 거죠. (관객 웃음) 근데 사실 저는 개인적으로 특별히 뭔가를 일부러 바꾸려고 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부류 중에 하나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이 배우가 어떤 모습으로, 여기 나오신 주요인물 세 분이 배역이 서로 바뀌었다고 해도 사실 크게 이상할 게 없을 정도로, 물론 헤어스타일은 좀 바꿔야겠지만(웃음), 거기 나온 상황이라든지 대사라든지 이런 것들이 다 캐릭터를 말해주고 있기 때문에 특별히 이렇게 나이 든 <이끼> 같은 이런 역할 빼놓고는 일부러 뭔가를 더 바꾸려 하는 순간 오히려 그게 더 넘쳐흐를 수 있거든요. 저도 개인적으로는 제가 찍은 영화를 거의 안 보는 편인데, 시사회를 할 때에 처음 보면서 항상 후회하는 부분이 뭔가 넘칠 때였던 것 같아요.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그 장면에서 뭔가 좀 더 바꾸고 좀 더 잘해보려고 했던 부분이 나중에 영화를 보면 항상 그 부분이 넘치는 것 같다는 그런 생각이 많이 들더라고요. 어떻게 하면 최대한 넘치지 않고, 뭔가 여백을 줄 수 있는가. 그게 훨씬 더 진실해 보이는데, 뭔가 진실을 강요하는 듯한 식으로 연기하는 저를 봤을 때 후회가 되는 부분이 있는 것 같아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또 실수를 하고 그러는데, 앞으로 점점 그걸 얼마나 줄이느냐의 싸움인 것 같아요. 앞으로도. (관객 박수) 박수 받을 건 아니고요.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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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본인의 연기에 관해서는 내일 좀 더 많은 말씀을 해주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고요. 오늘은 여러분의 질문을 조금씩 받아볼까요? 너무 사사로운 질문이 아니면 어떤 질문도 괜찮습니다. 그냥 소감을 말씀해주셔도 좋고, 애정을 표해주셔도 좋고요. 이 영화의 난해한 부분의 해석을 요구하셔도 아마 대답을 해주시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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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아니 근데 제가 선배님께 여쭤보고 싶은 게 관객들의 심정이기도 할 텐데, 이 영화 속의 시대적 배경 같은 걸 좀 설명해주실 수 있으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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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그러니까 이게 연도만 말하자면 정확히 1980년에 멕시코 접경지역인 텍사스의 삶입니다. 이 영화는 그런 삶을 사실적으로 그렸다고 보기는 힘듭니다. 코맥 맥카시가 쓴 원작 소설도 그러하고요. 사실적으로 그렸다고 보기는 그런데, 이 지역이 지금까지도 사실은 굉장히 골치 아픈 지역입니다. 멕시코는 여러분들도 잘 아시다시피 각종 마약 조직의 제국입니다. 카르텔이라는 이름을 가진 멕시코 마피아들이 멕시코 정부 조직까지, 어떻게 해볼 수 없을 정도로 멕시코의 여러 곳을 지배하고 있고요. 이 지배력이 접경지역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미국 국경의 연방정부군의 힘이 이쪽은 약합니다. 그래서 미국의 멕시코 접경지역은 치안 관리가 굉장히 어렵습니다. 그래서 이곳은 별도의 자경단이 있기도 합니다. 1980년은 사실상 현대인데도 미국의 연방, FBI, CIA 이런 게 전혀 모습이 드러나지 않죠. 현실적으로 그렇습니다. 현실적으로 연방의 힘이 잘 미치지 않아서 자경단이 조직되지 않으면 주민들의 삶이 위태로운 곳이기도 하고, 멕시코 쪽으로 넘어 오면, 특히 접경지역은 거의 무법지대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멕시코 지역에는 자경단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그래서 자경단과 카르텔이라는 마약 조직과 정부군, 3자가 끊임없이 갈등을 일으키고, 심지어 전쟁을 벌일 정도로 굉장히 불안정한 곳입니다. 그리고 멕시코와 미국이 엄연히 다른 나라이긴 하지만, 그런 분위기 같은 게 미국이 그렇게 수많은 총격 사건, 집단 총기난사가 일어나는데도 총기 소지에 대한 금지는 이 나라에서는 불가능합니다. 금지를 하는 순간 이 나라는 폭동이 일어날 겁니다. 근데 약간의 제한도 이 나라는 허용하지 못합니다. 그건 단지 총기업자들, 총기 기업들의 로비 때문에 그런 게 아니라 이 나라가 원래 가지고 있던 이런 자경단의 강력한 전통, 아무도 자기를 도와줄 수 없는 곳, 황야에 내버려진 사람들이 자기를 지키기 위해 싸워왔던 자경단의 전통, 정신 이런 것들이 미국의 총기 문제를 굉장히 어렵게 만드는 것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이런 인물이 있었느냐 하는 것을 떠나서 삶의 톤이나 삶의 어떤 정감, 정조는 이 영화에서 드러난 것과 그렇게 다른 것 같지는 않습니다. 최근의 다큐멘터리를 봐도 그런 생각이 듭니다. 혹시 말씀 여쭈실 분 있으시면 손 들어 주세요. 자유롭게 편하게 말씀하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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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GV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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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1) 오늘 제가 엄청 바빴습니다. 10분 늦었습니다. 두 시간이나 차를 타고 와서 보려니 힘드네요. 좋은 영화 추천해주셔서, 다시 봐도 좋은 영화입니다. 필름으로 보니까 더 좋은 것 같고요. 정말 좋았습니다. 그리고 정재영 씨 보기 위해서 제가 저희 집에 있는 전단지를 다 뒤졌습니다. 나중에 사인 해주셔야 합니다. <아는 여자>에요.

<아는 여자>를 보고, 우리 집사람도 그렇고 저도 그렇고, 정재영 씨가 각인이 됐습니다. 그 뒤에도 좋은 영화들 많이 봤고, 최근에 홍상수 영화에서도 좋은 연기 보여주셔서 좋았거든요. 아까 말씀 하셨을 때 바르뎀이 아주 강렬한 연기를 보인다는 데는 동감을 하고, 그쪽에 있는 분들도 모두 동감을 하는데요. 느낌은 강력하지만 상당히 자연스럽다. 어떻게 보면 그냥 지나가는 아저씨 느낌. 근데 정재영 씨도 그런 아저씨 같은 느낌이 있는 것 같습니다. 배우라고 하면 미남이고, 아니면 나와 거리감이 있다는 느낌이 있는데, 바르뎀이나 여기 나오는 다른 주연급 연기자들은 보면 상당히 친근감이 느껴지고, 일반인 같이 느껴지잖아요. 정재영 씨도 어떤 그런 분위기의 연기들이 저는 좋다고 생각하거든요. <이끼>의 강렬함보다도 홍상수 영화에 나오는 친근감이랄까 일반인 같은 느낌. 그런 캐릭터 구성을 어떻게 하시는지 궁금하고요. 허문영 평론가에게는 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는 제목이 항상 헷갈렸거든요. 왜 저렇게 지었을까. 노인들도 아니고요. 그래서 이게 어떤 상징, 제목이 의미하는 바가 조금 듣고 싶습니다. 오늘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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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 진짜 영화를 굉장히 많이 보시는 분이신 것 같아요. 그리고 되게 이 영화에 어울리시는데요. 한 번 하셔도 될 것 같아요.

진짜 맞는 말씀이신 것 같아요. 바르뎀이 굉장히 강렬하게 나오지만 이 사람이 강렬한 연기를 해서 강렬함이 나온다기보다는 그 자체에서, 그냥 어떤 사이코패스 킬러의 역할을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저 사람은 정말 저 사람 같은 거죠. 물론 다른 역할도 많이 했지만, 이 영화에서는 저 사람 같은 걸로밖에는 안 보이잖아요. 굉장히 평온하고, 되게 깔끔하고 꼼꼼하고 그런 디테일들이 이 사람을, 이 캐릭터를 자연스럽고 진짜처럼 만드는 것 같아요. 표정으로 만드는 게 아니라요. 하물며 저런 단발이라고 해야 되나요. 킬러면 상처 입고 그래야 하는데, 단발로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저렇게 무시무시하게 보인다는 건 그만큼 그 자체라는 것. 물론 감독님이 연출을 잘 하셨던 것도 있겠지만, 그 배우 스스로가 한 거죠. 저렇게 해야 되는 거죠, 연기를. 앞으로 저도 연기를 준비해 가지고요. 저런 건 안 되겠죠? (웃음) 안 될 것 같기도 하고요. 여하튼 그런 의미였던 것 같아요. 상대적으로 토미 리 존스 같은 사람들, 그의 연기를 너무 좋아하거든요, 어렸을 때부터. 젊었을 때부터 연기를 너무 잘하거든요.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만약에 역할을 바꿨다고 하더라도 그 분은 아마 그렇게 하셨을 거고요. 어떻게 보면 제목처럼 토미 리 존스가 어떤 화자인 거잖아요. 거기에 딱 맞게 캐릭터들, 연출력, 이런 것들이 너무 잘 살았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자연스러운 것들을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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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제목은 어떤 시에서 따온 건데, 제가 까먹었습니다. 나이가 들다 보니까요. 저 영화가 나왔을 때는 저도 막 자료를 뒤져서 기억을 했었는데요. 원래 구절은 ‘THAT IS NO COUNTRY FOR OLD MEN’인데, 앞의 THAT IS를 빼고 으로만 했고요. 사실 정확한 번역은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가 아니라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다라고 하는 게 사실 더 맞습니다. 없다는 것보다 이건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야라는 말입니다. 이 제목이 내용을 직접적으로 설명한다기보다는 보면 전부 다 비참하게 죽거나 아니면 병신이 되죠. 이런 끊임없는 불안 속에서 살 수밖에 없는 이 지역의 삶이기도 하고, 은유적으로는 이 시대, 동시대 전체적인 의미이기도 하고요. 그렇게 받아들이면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이건 노인을 위한 나라가 아니야에 담긴 이건이란 말은 단순히 지역만은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을 할 수 있습니다. 또 다른 질문 있으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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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2) 반갑습니다. 부산에서는 배우들을 보기 힘들지 않습니까? 그래서 개성파 배우이신 정재영 배우님을 만나게 된 걸 굉장히 반갑게 생각합니다. 저는 이런 시간이 있는 줄 몰랐고, 사회 보시는 분께도 고맙습니다. 저는 제목을 보고, 사실은 집사람과 그저께 약속을 하면서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라고 해서 제가 보시다시피 실버, 은퇴세대입니다. 그래서 은퇴세대를 위한 뭔가 어떤 느낌을 주는, 내가 앞으로 살아가는 데에 도움이 될 만한 그런 느낌이 올까 해서 왔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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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저랑 똑같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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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2) . 근데 결론은 제가 30년 전에 미국에 이민을 안 가길 잘했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들었고요. 세부적으로 생각하면 배우의 연기라든가 이런저런 부분들은 느낄 새도 없었는데요. 단지 한 가지, 제목과 우리가 느끼는 부분이 상반되는 부분이 있었는데요. 제일 궁금한 게 저는 처음에 이 사건을 목격한 주인공, 주인공 군에 속하는 처음 사건을 목격한 분 있지 않습니까. 그 분이 죽 줄거리를 이어가다가 마지막에 정리하는 장면이 그야말로 큰 결정적인 부분이 없이 끝나는 걸 보고서 뭔가 더 섬뜩한 그런 느낌을 받았는데요. 그런 부분들이 영화 제작하는 데 있어서 하나의 기법에 속하는 건지 그런 부분을 여쭙고 싶고요. 이 영화가 과연 무엇을 느끼게 하는 영화인가. 끔찍함 내지는 살인마의 무한한, 인간을 초월한 어떤 살인적인 이미지. 그런 것도 아닌 것 같고요. 뭘 관객한테 남겼는가 하는 걸 배우의 입장에서 어떻게 느끼셨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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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기법에 대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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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기법이 맞습니다. 이런 범죄 스릴러 영화라면 범죄 사건이 발생하고, 그걸 쫓는 형사가 있고, 마지막에 가서는 범인이 잡히는 게 일반적이고요. 가끔 사라지는 경우가 있죠. 그런데 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란 영화에서 황당한 점은 잡히기는커녕 만나지도 못합니다. 단서조차 잡지 못하죠. 그러니까 이 영화의 되게 이상한 점은 세 남자 주인공이 나오는데, 르웰린이 나오고, 안톤 시거가 나오고, 에드 톰 보안관, 이 세 남자가 한 화면에 한 번도 등장하지 않습니다. 전화통화만 한 번 한 적이 있죠. 근데 그만큼 이 영화는 보통의 범죄 스릴러 영화의 관습과는 완전히 반대되는 방식으로 찍혔다고 보시면 됩니다. 심지어 이 인물, 살인자라는 인물의 현실감, 대화를 나누죠. 유령 같은 사람이다. 실제로 존재하는지조차 확신하기 힘든, 존재감 자체가 너무나 압도적이라서 초현실적인 인물이기도 하고, 현실의 권력 수사망에 포착되지 않기 때문에 유령 같은 존재이기도 하고요. 이 영화의 포스터 기억나시죠? 텍사스의 사막을 안톤 시거의 눈이 이렇게 지켜보고 있습니다. 마치 이 땅은 그 시선, 그 악귀 같은 시선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다는 듯한 느낌의 포스터가 있습니다. 마지막은 결국 꿈 이야기로 끝낼 수밖에 없는 건 이 이야기를, 이 영화에서 등장한 사건을 현실적으로 다룰 수 있는 것으로 풀지 않겠다는 원작의 뜻이기도 하고, 동시에 감독의 뜻이기도 한 거죠. 그래서 꿈 이야기로 들어가는 겁니다. 현실로 나왔다가 다시 들어가 버리는 겁니다. 그런 기법이라고 생각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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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배우로서 봤을 때 뭘 느끼게 해주느냐고 질문하신 거죠? 굳이 살아가는 데 뭘 느끼게 하는지 묻는다면 돈이죠, . 남의 돈을 탐하지 말라.(웃음) 굳이 주제를 정하자면 그럴 수 있겠지만요, 교훈적인.

저는 이 영화가 너무 매력적이었던 거는, 오늘 두 번째 보면서 느낀 건데, 음악이 거의, 그 멕시칸들이 라이브로 하는 것 빼놓고는 음악이 전무하다시피 합니다. 사실 범죄 스릴러라 하면 음악과 효과음 같은 것들이 필수로 엄청나게 많이 나와야 되는데, 그런 거 하나 없죠. 안톤 시거가 쳐다만 봐도 죽이는 거 아냐? 죽이나, 안 죽이나. 그냥 걸어만 가도, 그 이상한 무기, 어디서 자기가 만든 무기인지 그게 너무 압도적이었고요. 그 세 인물 간에 아주 무슨 박진감 넘치는 그런 추격전이 있는 게 아니라, 그렇다고 음악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처음부터 끝까지 긴장감을 줄 수 있다는 게 놀라웠던 것 같아요. 더 무서웠던 거는 트레일러의 관리인인가요? 그 아주머니가 더 무서워요. 어디 갔냐고 했더니 일 나갔겠지, 어디서 일하냐고 하니까 알려줄 수 없다고 하죠. 그 분을 보면 알려줘야 될 것 같은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못 알려준다고 하죠. 근데 거기서 약간 갈등하잖아요. 저는 집에서 봤을 땐 저 물 내리는 소리를 못 들었거든요. 옆에서 물 내리는 소리가 나니까 포기하려다가 다시 한 번 돌아보죠. 아무튼 안톤 시거가 진 거죠. 그런 장면들이 너무 매력적이더라고요. 그런 분위기들, 아무 것도 아닌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계속 이렇게 긴장감을 줄 수 있구나 하는 부분에 대해서 많이 재미있었고 좋았던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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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f !supportEmptyParas]--> <!--[endif]-->정재영 GV 1-5


(관객3) 주제넘지만, 정재영 씨가 배경을 알고 싶다고 하셔서 제 나름대로 말씀드리면, 이게 2007년 작품으로 알고 있습니다. 1980년으로 나오잖아요. 80년도는 70년대가 마무리된 해잖아요. 카터 행정부라든지 지긋지긋한 베트남전 분위기가 완전히 끝나는 상황인데, 이 영화가 나온 2007년은 부시 행정부가 끝나는 마지막 임기고, 이라크 전쟁. 이 이라크 전쟁 때 베트남전 관련 영화라든지 회고가 굉장히 많이 나옵니다. 그때하고 너무 똑같다. 다 엉망진창이고, 되는 것도 하나도 없고, 정치도 개판이죠. 그런 거를 이 코엔 형제가 한 마디로 어떤 데자뷔를 보여줘야 하는데, 이라크전 영화를 가지고는 안 되겠다. 실제로 그 70년대는 베트남 패전 분위기 때문에 인간 소외라든지, 모래알 사회라든지, 사이코패스라든지, 성추행 문제가 미국에서 굉장히 난리를 칩니다. 그것들에 대한 여러 영화들이 있어요. 여기서도 하비에르 바르뎀이 그야말로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는 모르는 그런 사이코패스로 나오는 게 감독이 시대를 다루는 걸 보면서 역시 대단한 사람들이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질문은 금년에 대중적인 감독이나 배우들이 나오지만 의미 위주로 봐야 되는 영화들이 막 몰려나왔잖아요. <아가씨>라든지, <비밀은 없다>라든지, <곡성>이라든지요. 근데 좀 안타까운 게 많은 분들이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을 보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가지고요. 이런 경우에 배우들 같은 경우는 감독님들과 커뮤니케이션을 많이 하니까 전반적으로 어떤 말을 하고 싶은 영화라는 걸 더 잘 알지 않겠습니까? 그런 경험에 비추어서 어떤 메시지를 배우나 감독이 이런 의미를 담아서 봐주십시오하고 내놨는데, 사람들이 그런 얘기는 하지 않고, 어떤 지엽적이라든지 손가락 끝만 보는 반응이 압도적일 때에 배우로서는 어떤 기분이 드시는지 여쭙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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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그런 배경이 있었군요. 혹시 미국에서?, 알아보신 거라고 하신 거죠. 잘 들었습니다. 더 이해가 되는데요.

사실 영화를 만들 때, 어떻게 보면 사실 저는 배우이다 보니까 저도 사실 감독님의, 연출자의 의지라든지 이런 것들을 사실 다 알지는 못합니다. 제가 표현해야 하는 부분만, 제가 알아야 하는 부분만 아는 게 도움이 될 때도 더 많고요. 저는 개인적으로 그래요. 저도 영화에 참여하고, 관객으로서 영화를 보지만, 그 영화를 한 번 보고 그 영화가 뭘 얘기하려는지 다 안다면 그거 정말 대단한 거겠죠. 그 연출자가 대단한 건지 관객이 대단한 건지 모르겠지만요. , 너무 그거에 대해서 다 알려고 할 필요도 없는 것 같아요. 그거를 만약에 어느 정도 코드가 통한,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이론적으로 설명할 순 없지만 그런 게 통한다면 또 보고, 내가 영화가 좋다면 좀 더 알아본다든가 그럼으로써 영화를 만드는 사람과 관객이 조금씩 소통하는 거라고 보거든요. 굳이 이걸 막 머리 아프게, 영화관에 스트레스 풀려고 왔는데 막 고민하면서 영화를 본다든가 공부를 한다든가 이런 거는 사실 좀. 저는 영화가 공포가 되면 안 된다고 생각하거든요. 관객의 입장에서. 그럼 골치 아파지잖아요. 영화가 재미있는 게 아니라 자꾸 이해해야 되고, 자꾸 공부해야 되고, 복습하고 예습하고 다시 가서 봐야 되고요. 학생들은 그럴 필요가 있는데, 그거를 관객들이 느끼기에는 너무 힘들잖아요. 왜냐하면 너무 다양하잖아요. 초등학생부터 칠순, 팔순의 어르신까지 다 있는데, 어떻게 한 영화를 보고 똑같이 느끼겠어요. 배우 입장으로서는 여하튼 잘 봐주시면 너무 다행이지만, 너무 다들 재미없게 보시면 안타깝긴 하죠. 그래도 보시는 분들이 갑이시니까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만들려고 노력해야 하는 거죠. 안 통해도 어쩔 수 없다. 제 입장에서는 뭐 그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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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4) 먼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제가 배우님을 보러 울산에서 왔어요. 우선, 영화가 이렇게 무서운지 모르고 봤는데, 그 살인마가 올 때마다 귀를 막고 있었거든요. 총소리가 또 들릴까 봐서요. 제가 여쭙고 싶은 건 제가 영화를 깊게 보지는 못하지만, 이 주인공이 계속 돈을 뺏기지 않으려다가 결국은 죽음을 맞이하게 되잖아요. 제가 볼 때는 미련하게 느껴지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만약 정재영 배우님께서 이 주인공이셨으면 이 돈을 계속 가지고 있으셨을 것인지, 결국은 줬을 건지, 포기를 했을 것인지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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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저도 영화를 보면서 그런 생각을 했었어요. 저 사람 진짜 완전히 땡잡았다. 200만불인가 그렇죠. 100달러짜리로 200만 불이면 저 사람 정말 저런 행운이 찾아올 수 있을까. 나한테도 저런 행운이 올까. 그런데 순간적으로 드는 생각이 무서움이잖아요. 거기 막 시체들도 있고요. 그리고 다른 사람들이 쫓아오겠죠. 저 같으면, 저는 간이 좀 작아서 다 가져가진 않습니다. 돈을 밑에서 빼서 일곱 뭉치 정도만 가져가고, 거기다가 다른 걸 좀 채워 넣어요. 겉으로 봐서는 하나도 안 뺀 것처럼요. 저는 그 정도만 있어도 평생 행복할 것 같으니까요. 그걸 다 가져가면 진짜 쓰기도 힘들고요. 저도 그런 생각을 했는데, 나 같으면 이렇게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요. 사람마다 다르겠죠. 가져가는 액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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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 그렇게 구체적인 대안까지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은데, 그래도 아마 추적을 못 피할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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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일단 보면 꽉 차 있잖아요. 이걸 끝까지 열어봐야 밑에 돌이 있는지 알잖아요. 머리를 굉장히 많이.(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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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했구나 하는 그런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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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5) 안녕하세요. 일단 정재영 배우님께 많은 좋은 영화 추천해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고요. 일단 기회가 된다면 꼭 저 영화들 다 보고 싶습니다. 근데 아까 말씀해주신 것처럼 무서운 영화 많다고 들어서 몇 개 좀 피해야 될 것 같고요. 최대한 다 볼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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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이게 제일 무서운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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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 맞아요.


(관객6) 일단 말씀드리고 싶은 게 만약에 정재영 씨께서 이 세 배역을 모두 할 수 있는 기회가 왔을 때, 정말로 이 배역만큼은 꼭 하고 싶다는 배역이 있다면 하고 싶은 이유를 말씀해 주시고요. , 이 배역만은 정말 피하고 싶다고 하시면, 그 피하고 싶은 이유도 설명해 주시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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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저도 그런 생각을 해봤어요. 저도 이 세 인물, 사실은 세 인물 말고, 또 조수 하고, 그 인물들이 너무 매력적이어서요. 그 역할도 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요. 정확히 보면 네 인물, 우디 해럴슨까지 다섯 인물. 다 매력적이었는데, 사실은 딱 보면 단발머리의 사이코패스를 다 하고 싶다고 하겠지만, 굳이 그 역할이 아니더라도 이 세 인물, 네 인물을 사실은 다 하고 싶어요. 나한테 들어온 것도 아닌데 왜 이러지? (웃음) 한다면 다 할 용의가 있어요. 너무 다 다르게 느껴지는데, 저는 그런 게 연출자의 힘이 아닌가 생각을 해요. 만약에 세 인물이 다 비슷한 어떤 느낌을 받았다면 어떤 한 인물만 하고 싶을 텐데, 각자 나름대로 캐릭터를, 물론 강렬한 거는 킬러 역할이 강렬하겠지만요. 그 쫓기는 퇴역군인, 아까 말한 베트남 갔다 온 트레일러에 사는, 그리고 이 텍사스의 진짜 전통적인 남자 같기도 하고, 그렇다고 아주 나쁜 놈은 아닌 것 같기도 하고요. 물은 또 왜 떠서 가는지. 괜히 가서 긁어 부스럼 만들었는데, 저런 성격을 가지고 있는 인물도 굉장히 매력적이더라고요. 과하지도 않고, 덜하지도 않고요. 그래서 아까 처음에 말씀드린 것처럼 큰 역할이든 작은 역할이든 이 영화에서 나온 인물들은 어느 하나 버릴 게 없었던 것 같아요. 만약에 정 하기 싫다는 역할이 있다면 처음에 등장하는 그 분은 별로 하는 게 없어가지고 몸만 흔들고 목 졸림만 당했고요. 제가 그런 거 해봤는데 굉장히 힘들거든요. 그게 에너지 다 빼야 되거든요. 오히려 조르고 있는 사람은 덜 힘들어요. 너무 힘주면 안 되니까요. 졸림을 당하는 사람, 항상 리액션 하는 사람들이 굉장히 힘듭니다. 그 사람 때문에 진짜 목이 졸리는구나 하고 느끼는 거지, 조르는 사람 때문에 느껴지는 건 아니거든요. 그 역할만 빼고, 하는 거에 비해서 가성비가 떨어지니까요. 다 하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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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GV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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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7) 덕분에 영화 재밌게 봐서 너무 감사드리고요. 보통 이야기의 흐름에 반하는 경우가 되게 많은데, 뭔가 절대악이라고 볼 수 있는 킬러가 끝까지 살아남잖아요. 그런 게 어떻게 보면 요즘 세상에서도 뭔가 저희 서민들 눈에 절대악처럼 비춰질지 모르는 사람들이 끝까지 이렇게 저렇게 살아남는 걸 보는 것 같아서 답답한 마음이 들고, 아무도 해결을 하진 않잖아요. 근데 끝에 좀 되게 우연히 자동차 사고가 나면서 응징 비슷한 거를 받는 것으로 비춰질 수 있지만, 결국은 또 살아서 유유히 걸어서 퇴장을 하잖아요. 그거를 보면서 어딘가에서 응징을 받는다고 뭔가 해석하고 싶은 마음도 있고, 현실은 어쩔 수 없으니 그런 사람들이 끝까지 살아남는다고 해석되는 부분도 있거든요. 근데 배우님과 평론가님은 어떻게 해석이 되는지요. 그런 걸 바라보는 게 연출가의 의도일 수는 있지만, 어느 쪽이 좀 더 해석적으로 맞을지 생각하시는 게 있으시면 말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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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저는 뭐 해석까진 아니지만 저도 비슷한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그렇게 유유히 가는 모습도 그렇지만, 그 자전거 탄 애들이 아저씨 뼈 튀어나왔어요.’ 이러면서 그 살인마한테 두 번씩이나 얘기하잖아요. ‘, 아저씨 뼈 튀어나왔다니까요.’ 근데 그렇게 앉아 있잖아요. 그리고 애들이 막 동정하잖아요. 근데 그런 느낌이 굉장히 뭔가 정확히 말할 순 없지만, 뭔가 응징 받는 느낌도 받았고요. 근데 또 끝까지 묶어가지고 어딜 가는지 모르겠지만 막 눈치를 보면서 가잖아요. 역시 그래도 끈질기게 살아나는구나 하는 느낌도 받았고요. 그런 느낌을 받았던 것 같아요. 죽으면 이상할 것 같아요. 약간 재미없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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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 저도 그렇게 느꼈습니다. 이게 무슨 너무 이상한 살인마를 신비화하는 방식으로 그렸으면 재미없었을 것 같아요. 이 존재도 역시 우연한 사고로 중상을 입을 수 있고, 사람의 육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뼈가 튀어나오는 흉측한 모습을 보일 수도 있고요. 너무나 현실적인 어떤 존재로 보이기 때문에 더 스산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것 같아요. 그리고 말씀하셨던 것처럼 결국 또 그가 너무 강한 존재이기 때문에 다시 살아날 것이고요. 어떤 다른 사람들은 이 영화가 끝나고 나서도 이 사람이 또 등장해서 사람들이 죽어나갈 것 같은 느낌이 들지 않습니까. 그래서 스산하고 좀 염세적인 그런 결말이 아닌가. 다만 이걸 악을 신비화하고 신화화시켜서 폼을 잡는 것보다 이런 방식의 묘사가 훨씬 충격이 컸던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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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8) 일단 이런 자리 마련해주셔서 감사하고요. 저는 코엔 형제 영화를 어릴 때 <파고>를 처음 보고 정말 독특하다고 생각했어요. 그 뒤에 오늘 영화도 그렇고, 다른 영화들도 보면서 되게 특이하다고 생각했는데요. 어릴 때 찾아보고 코엔 형제가 어떤 사람인지 기억이 안 나가지고 워낙 특이하신 분인데, 그렇다고 대중적인 면도 아예 버리시지 않고 대중적인 인기도 많으신 분들이라서 이 분들 영화를, 코엔 형제에 대해서 한 번 다시 설명을 해주셨으면 해가지고요. 저도 기억이 잘 안 나가지고요. 형제라는 것밖에 모르거든요. (관객 웃음) 정재영 씨께도 여기 나온 영화들 말고 정말 추천 해주실만한 영화가 있는지도 여쭤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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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재영) 제가 어떻게 감히 영화를 추천하겠어요. 그냥 땡기시는 영화, 끌리는 영화. 다 다르거든요, 이게. 술 한 잔 먹고서 보는 영화. 밤늦게 보는 영화. 어떨 땐 호러 보고 싶고, 어떨 땐 되게 순수한 영화 보고 싶죠. 그런데 막 센 것들이 많으니까요. 저는 멜로는 많이 못 봤는데, 저는 추천하라 그러면 <첨밀밀>. 많이 보셨나? 다 보셨죠? 제가 그래요. (관객 웃음) 저는 <그래비티>라는 SF는 너무 좋아요. 저는 한 네 번 본 것 같아요. 근데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그리고 착한 영화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SF는 무조건 다 봅니다. 좋건 나쁘건요. 재난영화 무조건 콜입니다. 제작비 많이 들어간 영화. 그런 것들 되게 좋아하고요. 갑자기 또 추천을 하려니까 생각이 잘 안 나는데요. 땡기는 거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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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문영) 코엔 형제는 여기서 안 좋은 제 기억으로 말씀드리는 것보다 워낙 유명한 감독이고, 구글에 쳐보시면 아주 자세한 설명이 나와 있으니까 그걸 보시면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다만, 이 사람들의 영화가 가지고 있는, 동시대 어떤 다른 영화감독들과도 다른 차이점은 이 사람들의 영화는 사실적인 사건을 찍는 영화가 아닙니다. 철저히 영화광으로서 영화를 찍고, 그리고 영화에 담기는 내용도 사실적이라기보다는 우화나 신화적이거나, 그런 일종의 알레고리로서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입니다. 영화학자들이 굉장히 좋아하죠. 사실적인 사건을 다루는 것보다는 그런 우화, 신화, 알레고리, 이런 쪽이라 의미도 풍부하고 형식도 굉장히 다채로워서 학자들이 좋아하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장사는 잘 안 됩니다. 제일 장사가 잘된 건 <파고> 정도가 잘 됐고, 최근에 <인사이드 르윈>은 좀 잘 됐고요. 손해는 안 봅니다. 이 영화 같은 경우엔 제작비는 제 기억으론 한 2500만 불 정도, 우리 돈으로 250억 정도 들었는데요. 수익은 배 정도 났습니다. 250억이면 미국에서는 저예산에 속하는 영화인데, 어쨌든 알차게, 비싼 영화를 만들거나 대박을 터트리지는 않지만 어쨌든 알차게 꾸려나가는 아주 기특한 사람들입니다. 특히 이 영화가 약간 흥미로운 대목은 영화 자체가 흥미롭기보다는 아카데미는 이 정도의 비주류 영화에는 상을 잘 안 줍니다. 주류영화 중에서 제일 진지하거나 감동적이거나 잘 만들어진 영화에 상을 줍니다. 희한하게도 이 영화가 나왔던 때는 두 영화가 휩쓸었는데, 두 영화가 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없다><데어 윌 비 블러드>. 폴 토마스 앤더슨이 만든 영화죠. 그 두 영화가 아카데미를 휩씁니다. 이 영화가 작품상, 감독상을 받고, <데어 윌 비 블러드>가 다른 주요 상을 휩쓸었는데요. 두 영화 모두 마이너 영화입니다. 폴 토마스 앤더슨 영화도 마이너 영화고, 코엔 형제 영화도 마이너 영화인데, 마이너 영화 두 개가 그해 상을 독식한 특이한 사건도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