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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세계영화사의 위대한 유산, 월드시네마 2024

[시네마테크] 세계영화사의 위대한 유산, 월드시네마 2024

World Cinema XXI

2024-05-09(목) ~ 2024-06-12(수)

2024.5.9.(목) ~ 5.15.(수) & 5.26.(일) ~ 6.12.(수)

(매주 월요일 상영 없음)



상영작 (29편 / 단편 7편 포함)


초현실의 빛, 거장들의 판타지아 (15편)

불가사리 (1928, 만 레이) / 아침의 유령 (1928, 한스 리히터)

음식 (1992, 얀 슈반크마예르) / 리빙 스틸 라이프 (2012, 베르트랑 만디코)

내 꿈의 땅 (2012, 얀 곤잘레즈) (이상 단편 5편)

꿈은 돈으로 살 수 있다 (1947, 한스 리히터) / 마카리오 (1960, 로베르토 가발돈)

데이지즈 (1966, 베라 치틸로바) / 고토, 사랑의 섬 (1969, 발레리안 보로브지크)

지킬 박사와 미스 오스본의 기이한 사건 (1981, 발레리안 보로브지크)

악마 (1972, 안제이 줄랍스키) / 그랑 뷔페 (1973, 마르코 페레리)

자유의 환영 (1974, 루이스 브뉘엘) / 이층에서 들려오는 노래 (2000, 로이 안데르손)

스위트 이스트 (2023, 숀 프라이스 윌리엄스)


발견과 재발견: 모독된 낙원 (8편)

동료애 (1931, 게오르그 빌헬름 파브스트) / 나이트 게임 (1966, 마이 제털링)

걸스 (1968, 마이 제털링) / 라 세실리아 (1975, 장-루이 코몰리)

바람의 체스 (1976, 모하마드 레자 아슬라니) / 코뮌 (2000, 피터 왓킨스)

에이지 오브 패닉 (2013, 쥐스틴 트리에) / 여기가 천국 (2019, 엘리아 술레이만)


포커스 온 테렌스 데이비스 (6편)

먼 목소리, 조용한 삶 (1988, 테렌스 데이비스) / 흘러가는 시간 (2023, 테렌스 데이비스) (단편)

긴 하루의 끝 (1992, 테렌스 데이비스) / 선셋 송 (2015, 테렌스 데이비스)

베네딕션 (2021, 테렌스 데이비스) / 그러나 왜? (2021, 테렌스 데이비스) (단편)


장소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요금
일반 7,000원 / 유료회원, 청소년(대학생 포함) 5,000원 / 우대(조조, 경로 등) 4,000원
주최
(재)영화의전당
후원
주한프랑스대사관 문화과
상영문의
051-780-6000(대표), 051-780-6080(영화관)

섹션: 포커스 온 테렌스 데이비스 - 초청 강연

강연_ 송경원 (영화평론가, 영화 주간지 『씨네21』 편집장)

일정_ 6.1.(토) 16:00 <먼 목소리, 조용한 삶 + 흘러가는 시간 + 그러나 왜?> 상영 후



섹션: 초현실의 빛 & 발견과 재발견 - 시네도슨트 영화해설

상영 후 해설_

김은정 (영화평론가)

김필남 (영화평론가)

이지행 (영화연구자)

전은정 (부산여성영화제 프로그래머)



* 행사 일정 등은 사정에 의해 변경, 취소될 수 있습니다.




세계영화사의 위대한 유산, 월드시네마 2024

‘세계영화사의 위대한 유산, 월드시네마 2024’는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의 연례 기획전입니다. 고전과 미지의 걸작선인 이 봄의 축제는 지난 21년간 이어져 왔습니다. 올해에는 세 가지 섹션으로 마련되어 시네필을 기다립니다.


‘초현실의 빛: 거장들의 판타지아’는 초현실주의의 진수를 보여 주거나 위대한 판타지아의 본령을 고수해 온 대표작을 불러내는 자리입니다. 이 섹션으로 들어가는 입구에는 단편 걸작선을 준비했습니다. 만 레이의 경이로운 <불가사리>를 시작으로, 한스 리히터의 <아침의 유령>, 그리고 체코 스톱 모션 명장인 얀 슈반크마예르의 <음식>이 이어집니다. 동시대 감독으로 베르트랑 만디코(<리빙 스틸 라이프>)와 얀 곤잘레즈(<내 꿈의 땅>)는 잠겨 있는 잠재의식의 문을 열어젖히며 아름다운 그로테스크를 선보입니다. 


<꿈은 돈으로 살 수 있다>는 다다이즘 영화의 완결편으로 간주되어 왔습니다. 막스 에른스트, 마르셀 뒤샹 등 당대 예술가들과의 교감으로 탄생한 협연은 심원한 꿈의 세계에 젖어 들게 합니다. 한편, 1929년 <안달루시아의 개>를 만든 후, 루이스 브뉘엘은 억압적 부르주아 현실에 대한 대항으로서 꿈의 논리를 좇는 길고 위대한 여정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가 말년에 완성한 <자유의 환영>은 그 기념비적인 정점으로 남아 있습니다. 또한, 멕시코 영화의 아버지 로베르토 가발돈은 <마카리오>에서 죽음에 관한 특유의 판타지를 펼치고, 체코 뉴웨이브의 아방가르드 베라 치틸로바의 <데이지즈>도 다시 만납니다. 안제이 줄랍스키의 <악마>, 마르코 페레리의 <그랑 뷔페>, 그리고 로이 안데르손의 <이층에서 들려오는 노래>는 제각기 동시대 관객의 시선에 여전히 목마른 문제작들입니다.  


새롭게 발견되어야 할 매혹적인 두 작품 <고토, 사랑의 섬>과 <지킬 박사와 미스 오스본의 기이한 사건>은 발레리안 보로브지크의 대표작입니다. 이 폴란드 출신 감독은 자발적 망명지 프랑스에서 일찍이 천재로 인정받았지만, 갈수록 <야수>나 <블랑쉬> 같은 ‘에로티카’의 괴작으로 알려지게 되었습니다. 실제로 그는 에로티시즘과 초현실이 교차하는 신성 모독의 유토피아(혹은 때로는 디스토피아)에 천착함으로써 공산주의 관료제 사회의 그림자를 벗어던지고 욕망이 절대 군주가 되는 세계를 창조하려 했습니다. 숀 프라이스 윌리엄스의 2023년작 <스위트 이스트>는 “초현실주의는 절대적 비순응주의 프로그램”이라 외쳤던 보로브지크의 영감이 어쩌면 느껴지는 마술처럼 빛나는 미장센이 흐르며, 졸업 전 수학여행이 끝을 모를 불가사의한 미국 횡단 여행으로 뒤바뀐 한 소녀의 초현실에 귀의합니다. 


그렇다면 이제 ‘발견과 재발견: 모독된 낙원’을 둘러보시기 바랍니다. 이 섹션에는 주로 삶과 사회를 바꾸려는 세력, 경계를 건너는 행위들, 그리고 정치적 선택에 관한 영화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 시작점에 있는 <동료애>는 위대한 거장 G. W. 파브스트의 작품입니다. 독일과 프랑스 국경 지대에서 서로를 구하는 두 나라의 광부들을 그려 낸 엄혹한 사실주의 필치가 빛나는 걸작입니다. 한편, 장-루이 코몰리는 『카이에 뒤 시네마』의 독보적인 정치적 시대인 ‘붉은 시기’(1968~1973)를 이끈 편집장 출신으로 우리에겐 주로 평론가로 알려졌지만, 국내에는 정식으로 소개될 기회가 없던 다큐멘터리와 장편들로 인정받은 감독이기도 합니다. 19세기 말 유럽에서 남미로 건너간 이상주의자들의 코뮌에 관한 실험을 다루는 <라 세실리아>는 작지만 강한 드라마입니다. 피터 왓킨스의 기념비적인 페이크 다큐멘터리 <코뮌>은 누구도 상상하지 못한 파리 코뮌의 새로운 이미지를 불러오면서, 소통을 위한 새로운 지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는 순간에 이를 때 활기와 감동적인 힘으로 가득합니다.


스웨덴 영화의 선구적인 여성 감독이며, 한편으로 잉마르 베리만 작품의 여배우 출신이기도 한 마이 제털링과 대면할 기회도 마련됩니다. 제털링은 실제로 베리만을 연상시키는 수려한 연출력을 선보였지만, 시대를 앞서간 퀴어적 감수성과 여성주의 미학의 강렬함으로 당대 평론계에서 외면을 받고 영화제 상영조차 거부당해야 했던 저주받은 걸작들의 감독이기도 합니다. <나이트 게임>과 <걸스>는 잊지 못할 발견이 될 것입니다. 또한 <에이지 오브 패닉>은 <추락의 해부>가 나오기 전 쥐스틴 트리에를 주목해야 할 감독으로 각인시킨 출세작입니다. 동시대 핵가족, 젠더, 정당에 관한 이야기가 정치적으로 양분된 세태를 배경으로 포복절도의 대혼란 소동으로 벌어지는 사회파 코미디를 놓치지 마시길 바랍니다. 


<바람의 체스>는 월드 시네마 프로젝트의 근래 복원작 중 가장 칭송받은 영화가 아닐까 합니다. 1976년 이란에서 첫 상영 후 금지작으로 사라졌다 44년 만에 재등장한 모하마드 레자 아슬라니의 걸작입니다. 이 극도로 아름답고 신비로운 미스터리 극에서는 어느 거대한 고풍스런 맨션에서 1920년대 봉건적인 제도와 모더니즘 사이에 놓인 사람들의 초상이 펼쳐집니다. <여기가 천국>은 그 어느 때보다 우리의 관심을 시급하게 요청하는 땅으로부터 오지만, 팔레스타인의 대표적 감독 엘리아 술레이만은 나자렛을 떠나서 파리와 뉴욕을 거닙니다. 스케치로 그려진 우화들은 어딜 가든 세계는 천국이 아니지만 고국이 지옥도 아니라고 말하며 수심에 잠기는 페이소스의 코미디를 연출해 냅니다. 


마지막으로, ‘포커스 온 테렌스 데이비스’는 안식처를 찾는 조용한 열정의 자리에 남겨 두고자 합니다. 테렌스 데이비스 감독이 77살을 일기로 지난해 영면에 들었습니다. 영국 영화의 시인으로 불렸지만, 영화계의 위대한 시인으로 추앙되어도 좋을 감독이 아닐까 합니다. 언젠가 한 인터뷰에서 그는 영화 만들기가 “구원을 향한 여정”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첫 장편 <먼 목소리, 조용한 삶>은 리버풀의 유년 시절을 반추하며 폭압적인 아버지의 죽음으로 끝맺는 1950년대까지를 그려 내었고, <긴 하루의 끝>은 어머니의 사랑, 성 정체성에 대한 눈뜸, 그리고 영화 보기의 발견을 다루며 소년의 성장기를 이어 갔습니다. 갈수록 문학 작품의 각색, 문인들의 삶의 영화화에 매달렸는데, <선셋 송>과 <베네딕션>이 그러합니다.


<먼 목소리, 조용한 삶>을 시작하는 비좁은 테라스 하우스 계단에서의 360도 패닝 숏은 그의 필생에 걸친 테마가 시간과 기억, 노스탤지어가 될 것임을 예견했습니다. 타고난 위트와 유머 감각, 중저음으로 흘러나오는 탁월한 내레이션, 동성애자로 살아 낸 20세기에 대한 놀랍도록 솔직한 자기 은유와 고백, 채워지지 않는 사랑의 보편성을 간직한 필모그래피를 통해 그를 기억하기를 시도해 보아도 좋을 것입니다. 


우정과 발견을 기다리는 이번 ‘월드시네마 2024’가 영화에 목마른 시네필을 위한 자리가 되었으면 합니다.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프로그래머  박은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