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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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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자크 리베트 회고전

[시네마테크] 자크 리베트 회고전

Jacques Rivette Retrospective

2021-02-16(화) ~ 2021-03-10(수)

상영작(18편)

파리는 우리의 것(1961) / 수녀(1966) / 미친 사랑(1969) / 아웃 원(1971)

셀린느와 줄리 배 타러 가다(1974) / 대결(1976) / 북서풍(1976)

메리 고 라운드(1980) / 북쪽 다리(1981) / 지상의 사랑(1984) / 사인조(1988)

누드모델(1991) / 잔 다르크 1부(1994) / 잔 다르크 2부(1994)

파리의 숨바꼭질(1995) / 은밀한 방어(1998) / 알게 될 거야(2001)

마리와 줄리앙 이야기(2003)

장소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요금
일반 7,000원 / 유료회원, 청소년(대학생 포함) 5,000원 / 우대(조조, 경로 등) 4,000원
주최
(재)영화의전당
상영문의
051-780-6000(대표), 051-780-6080(영화관)

특별 강연

강연: 영화평론가 임재철

일정: 2.27.(토) 15:00 <북쪽 다리> 상영 후



시네도슨트 영화해설

해설: 영화평론가 김은정 / 영화평론가 김필남

일정: 상영시간표 참고





Program Director's Comment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는 봄의 태동과 함께 ‘자크 리베트 회고전’을 개최합니다. 세계영화사를 떠들썩하게 만들었고 그 출발 시점으로부터 60여 년이 지난 오늘날까지도 세계 영화인들에게 쉼 없는 영감을 제공해 오고 있는 프랑스 누벨바그의 맹장 가운데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리베트는 국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누벨바그 멤버들 중에서 대체로 가장 나중에 언급되어 왔습니다. 부분적으로는 그가 동료들에 비해 적은 수의 작품을 만들었기 때문일 수 있습니다. 누벨바그가 태어난 지 10여 년이 지난 1970년의 인터뷰에서 장 뤽 고다르는 이렇게 말합니다. “나보다 영화를 더 잘 아는 리베트 같은 사람은 거의 영화를 만들지 않기 때문에 사람들은 그에 관해 알지 못한다. 그가 10편의 영화를 만들었다면, 그는 아마도 나보다 훨씬 더 유명해졌을 것이다.” 


하지만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아마도 어떤 방식으로든 범주화하기가 가장 까다로운 인물이 리베트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물론 난해하기로는 장 뤽 고다르가 으뜸이지만, 개별 작품에 대한 온전한 이해와는 별개로 우리는 영화에 대한 고다르의 전위적 정치/미학 이론과 그것의 변화 과정을 염두에 두고 그의 작품 세계의 윤곽을 그려 볼 수 있습니다. 반면 프랑수아 트뤼포, 에릭 로메르, 클로드 샤브롤의 영화들은 자기 완결적인 전통적 서사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자크 리베트는 어느 편에도 속하지 않습니다. 리베트는 고다르의 실험성을 공유하지만, 영화의 정치성을 주요 의제로 삼았던 고다르와는 달리 영화라는 매체에, 좀 더 구체적으로는 영화라는 픽션에 철저히 집중했다는 점에서 중대한 차이가 있습니다.


자크 리베트에 관한 여러 설명들이 있지만 핵심은 리베트 자신의 말에 있는 것 같습니다. “나는 과정으로 하여금 결과를 지배하도록 할 것이다. 그리고 영화가 완성되었을 때, 그리고 관객에게 보일 때, 그들이 우리가 영화를 만들면서 경험했던 것과 같은 느낌을 경험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 요컨대 리베트의 영화는 미학적 완결체로서의 감상 대상이 아니라, 영화라는 픽션 만들기 과정 자체에 관객의 주의와 관찰, 나아가 동참을 요청하는 일종의 퍼포먼스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즉 완성된 픽션이 아니라 픽션 만들기를 탐색하고 숙고하는 영화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왜 픽션 만들기가 그에게 그토록 중요한 주제가 되었는지는 새삼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우리가 리얼리티라고 부르는 것, 그리고 현실이라 부르는 것에 이미 허구가 개입되어 있고, 이 허구를 작성하고 수정하고 첨가해 가는 지적 과정이 의식의 근본적 작용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사실상 매일 픽션 만들기를 하고 있는 셈이고, 리베트는 또 다른 픽션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픽션 만들기 과정을 극화함으로써 현실과 허구의 관계에 대한 대안적 탐색을 지속했습니다. 이런 의미에서 평론가 조너선 로젠봄은 리베트의 영화를 픽션이 아니라 ‘픽션의 집(House of Fiction)’이라고 불렀습니다. 그의 영화에서 우리를 감동시키는 생동감 넘치는 즉흥 연기도 즉흥 연기 자체의 이색적 호소력이 목적이라기보다 감독/작가의 특권을 폐지하고 배우들에게 광범한 자율권을 부여함으로써 기존 픽션 만들기 과정의 위계를 해체/재배치하려는 시도입니다.   


리베트 세계의 또 다른 진입 장벽은 그 악명 높은 러닝 타임입니다. 무려 13시간에 이르는 <아웃 원>을 제외하고도 리베트의 작품 중에는 3시간 혹은 4시간 안팎의 영화가 많습니다. 그 길이에 혹시라도 거부감을 느낄 분들을 위해 한 가지 일화를 말씀드립니다. 그의 출세작이라고 할 수 있는 <미친 사랑>은 4시간 12분짜리 원본과 2시간짜리 단축본이 함께 개봉되었는데, 원본이 단축본보다 훨씬 더 인기가 있었다고 합니다. 요컨대 그의 영화의 러닝 타임은 드라마의 경제와는 무관한 픽션 만들기 과정의 생체적 리듬이라 부를 만한 지속의 리듬이 있고, 그 리듬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보는 이의 감각에 직접 작용해 영화와 관객의 내적 교감을 이끈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반복하건대, 리베트 영화를 보는 일은 해석이나 감상이 아니라, 다른 부류의 의식적 과정에의 육체적 동참입니다.  


이런 말들이 리베트의 영화를 더 멀리 느끼게 만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리베트의 영화는 일부 예술 영화들의 전략적 난해함이 없습니다. 일단 그 리듬에 익숙해지고 나면 그의 영화들은 오히려 친숙하게 다가옵니다. 여기에 픽션과 현실의 경계를 유쾌하게 넘나드는 자유로움과 리드미컬한 역동성, 은밀한 비애와 장난기까지 담긴 유머 등은 그의 대표작들인 <미친 사랑> <셀린느와 줄리 배 타러 가다>에 대중적 성공을 가져다주기도 했습니다. 평론가 제임스 모나코는 “오리지널 <미친 사랑>의 지속 시간에는 유쾌한 흥분과 해방의 감정이 담겨 있다.”고 말했습니다. 유쾌한 흥분과 해방의 감정은 리베트의 영화 전반을 관류하는 요소이기도 합니다. 자크 리베트의 특별한 세상을 유랑하는 영화 여행에 여러분을 초대합니다.



영화의전당 프로그램디렉터   허 문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