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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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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도로시 아즈너 특별전

[시네마테크] 도로시 아즈너 특별전

Dorothy Arzner Retrospective

2021-07-17(토) ~ 2021-08-01(일)

(매주 월요일 / 7.22.~7.25. 상영없음)



상영작(9편)

와일드 파티 (1929) / 워킹 걸즈 (1931) / 연인들의 명예 (1931)

우리는 즐겁게 지옥에 간다 (1932) / 크리스토퍼 스트롱 (1933)

나나 (1934) / 크레이그의 아내 (1936) / 붉은 옷의 신부 (1937)

댄스, 걸, 댄스 (1940)

장소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요금
일반 7,000원 / 유료회원, 청소년(대학생 포함) 5,000원 / 우대(조조, 경로 등) 4,000원
주최
(재)영화의전당
상영문의
051-780-6000(대표), 051-780-6080(영화관)

시네도슨트 영화해설

해설: 영화평론가 김은정 & 김필남

일정: 상영시간표 참고





도로시 아즈너 특별전

도로시 아즈너는 여전히 낯선 이름입니다. 페미니즘 혹은 퀴어 영화 담론에서 간혹 등장해 왔다 해도 열혈 영화광들 사이에서 이 위대한 여성 감독의 이름이 거론되는 경우는 극히 드물었습니다.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는 2년 전 ‘여성 영화의 선구자들: 도로시 아즈너 & 아이다 루피노’ 특별전을 개최하면서 이 미지의 이름을 처음 소개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작품들의 눈부신 광휘에 도취되는 기쁨을 관객들과 함께 누렸습니다. 당시 아즈너의 작품을 6편밖에 소개하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그리고 아직 그의 작품을 접하지 못한 관객을 위해 시네마테크는 그의 작품 9편을 한꺼번에 만나는 단독 기획전을 개최합니다. 도로시 아즈너와의 조우는 이제부터 비로소 시작된다고 말해야 할 것입니다. 


도로시 아즈너의 영화는 한마디로 아름답습니다. 물론 이것은 잘 꾸민 장식적 아름다움과 무관합니다. 많은 할리우드 거장들이 그렇듯 아즈너는 예술가이기 이전에 뛰어난 장인이었습니다. 그는 당대의 연기자(특히 여자 배우)에게서 최상의 연기를 이끌어 내는 연출자였고, 에른스트 루비치에 비견될 음악적 리듬의 체현자였으며, 화면의 운동감과 침묵의 효과를 능란하게 구현하며 희극과 비극을 자유자재로 오가는 드라마의 달인이었습니다. 물론 여성 캐릭터에 풍성한 생명력을 불어넣어 영화적 활력을 배가한 점에선 당대에 유례를 찾기 힘듭니다. 편집 기사를 거친 특별한 이력과 연관되어 있을 아즈너의 걸출한 장인적 능력은 사소한 점이 아닙니다. 소위 영화사의 정전 목록에는 무성 영화 말기의 영화는 상대적으로 많은 데 반해, 1930년대 전반의 초기 유성 영화는 드뭅니다. 아마도 이는 유성 영화 초기에 영화 창작자들이 겪었을, 대사 및 사운드의 현장성과 화면의 운동감을 동시에 살리는 것에 대한 기술적 어려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입니다. 아즈너의 대표작들은 이 기술적 난관의 시대에 특히 돋보이는 위대한 영화적 성취이기도 합니다.  


아즈너 영화의 아름다움에는 그러나 독이 있습니다. 꿈결 같은 로맨스 뒤에는 악마적 욕망이 있고, 따뜻한 연대 곁에는 냉혹한 배신이 도사리고 있으며, 온전한 가정 속에는 자기 파괴적 강박이 있습니다. 여성 커뮤니티에 내재된 에로틱한 에너지가 간혹 분출되지만 이 에로스엔 언제나 깊은 불안이 감돌고 있습니다. 할리우드 주류의 많은 컨벤션을 고스란히 사용하면서도 곳곳에 균열과 전복의 얼룩을 남기는 것. 이것이 아즈너의 영화를 더할 나위 없이 풍성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그의 영화가 우리에게 쉼 없이 질문을 던지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달리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할리우드 클래식이 줄 수 있는 즐거움과 주류 영화가 제기할 수 있는 지적 영감의 양면에서 도로시 아즈너의 영화들은 최상급의 경지입니다. 그 즐거움과 영감의 기회를 마음껏 누리시길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