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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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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길의 시인, 몬티 헬만 특별전

[시네마테크] 길의 시인, 몬티 헬만 특별전

Monte Hellman, Man from Nowhere

2021-11-02(화) ~ 2021-11-25(목)

(11.2.(화) ~ 11.16.(화) & 11.23.(화) ~ 11.25.(목))



상영작


몬티 헬만 연출 작품

지하 광산의 괴물 (1959) / 지옥행 비밀 지령 (1964) / 복수의 총성 (1966)

바람 속의 질주 (1966) / 자유의 이차선 (1971) / 닭싸움꾼 (1974)

갈 수 없는 길 (2010 - 1회 무료 상영)


몬티 헬만 참여 작품

테러 (1963, 로저 코만 & 몬티 헬만 외) / 무하마드 알리 (1977, 톰 그리스 & 몬티 헬만)

지옥의 사자들 (1979, 마크 롭슨 & 몬티 헬만) / 지옥의 영웅들 (1980, 새뮤얼 풀러)

666번 방 (1982, 빔 벤더스) / 로보캅 (1987, 폴 버호벤) / 버팔로 66 (1998, 빈센트 갈로)

장소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요금
일반 7,000원 / 유료회원, 청소년(대학생 포함) 5,000원 / 우대(조조, 경로 등) 4,000원
주최
(재)영화의전당
상영문의
051-780-6000(대표), 051-780-6080(영화관)

특 별 강 연

강연:  무주산골영화제 프로그래머  조 지 훈

일정:  2021.11.12.(금) 19:00 <복수의 총성> 상영 후






Programmer's Comment

많은 평자들이 “길의 시인”이라 불렀던 몬티 헬만이 올해 4월 20일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는 당대에 철저하게 외면당했고 이해받지 못했으며 영화사로부터 잊혔습니다. 이런 상황은 지금이라고 다르지 않지만, 지금이라도 그의 영화들을 새롭게 보고 느끼고 그가 남긴 영화적 유산을 복원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헬만은 당대 영화사의 흐름과 달리 가장 독립적인 제작 방식과 가장 개인적인 형식의 영화를 평생 지켜 왔습니다. 


할리우드 스튜디오의 붕괴로 인한 산업적 변화도 한몫했지만, 길을 따라 벌어지는 사건과 당대의 사회적 분위기를 대변하는 캐릭터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과 더불어 ‘뉴아메리칸 시네마’를 가능하게 했습니다. 이후 로드 무비는 주류 영화의 한 장르로 안착했고 많은 감독들이 길의 풍경과 길 곁에서 살아가는 인물을 통해 삶의 다양한 측면을 포착하게 됩니다. 베트남 전쟁과 워터게이트 사건은 미국이라는 국가의 실패를 목도하게 했으며 많은 미국인이 정치적 부정부패, 패권의 상실, 자유와 평화와 사랑이라는 가치가 쉽게 부서지는 과정을 겪으며 혼란스러워했습니다. 할리우드에 새롭게 영입된 젊은 감독들은 아메리칸 드림이 훼손되고 파괴되는 과정을 다양한 각도에서 상세하게 접근함으로써 변화된 삶의 양상과 가치를 대변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몬티 헬만의 길은 이와 다릅니다. 


헬만은 B급 영화의 대부인 ‘로저 코먼 사단’에 가장 오래 머물면서 허드렛일을 도맡았습니다. 마틴 스코세이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론 하워드, 조너선 드미가 새로운 할리우드의 주역이 될 때, 그는 영화의 일부 시퀀스를 연출하거나 공동 감독(심지어 대타 감독)을 맡았고, 크레디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한 적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흥미를 가진 영화와 그에게 주어진 영화의 어느 과정이건 성실하게 임했습니다. 데뷔작 <지하 광산의 괴물>(1959)부터 유작 <갈 수 없는 길>(2010)에 이르는 50년 동안 약 50여 편의 영화에 관여하면서도 정작 헬만이 감독 크레디트에 오른 장편 영화는 11편밖에 되지 않습니다. 헬만은 자신이 만들어야 할 영화, 영화가 도달해야 할 궁극의 형태를 스스로 배워 가며 미니멀하고 시적인 태도를 지켰습니다. 그는 제작비 마련에 늘 어려움을 겪었고, 관객들은 서부, 범죄, 괴수, 전쟁, 공포와 같은 장르의 외피를 지녔지만 관습대로 움직이지 않는 그의 영화를 외면했으며, 미국 평단은 <자유의 이차선>(1971)에 환호를 보냈지만 너무 쉽게 그를 잊었습니다. 그럼에도 헬만은 영화의 곁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자신에게 맡겨진 일을 해 나가면서도 젊은 영화인을 발굴하거나 제작을 물심양면으로 돕고, 비록 소수이긴 해도 그의 영화에 영감을 받은 감독들이 등장하게 됩니다. 이를테면 잭 니콜슨의 영화적 역량(각본과 제작, 연기)을 끌어내고 동반자적 관계를 맺으며 <광란의 비행>(1964), <지옥행 비밀 지령>(1964), <바람 속의 질주>(1966), <복수의 총성>(1966)을 찍었습니다. 쿠엔틴 타란티노의 <저수지의 개들>(1992)을 제작했고 빈센트 갈로의 <버팔로 66>(1998)에 지대한 영향을 끼쳤습니다. 특히 많은 서부극에서 거친 사나이를 연기했던 워렌 오츠에게서 무모함과 느긋함, 어리석음과 광기, 감정의 폭발과 존재의 소멸 사이를 배회하는 얼굴과 몸짓을 포착했습니다. <자유의 이차선>과 <닭싸움꾼>(1974)은 워렌 오츠라는 배우의 육체가 빚어낸 궁극의 아름다움이 담겨 있습니다. 


몬티 헬만의 영화는 캐릭터나 사건을 내러티브의 중심에 놓지 않고, 인과 관계를 설명하는 데 숏을 할애하지 않습니다. 다만 길에 도취하고 속도에 탐닉한 사람들의 실존을 재료 삼아 모든 것이 소멸하기까지 영화를 밀어붙입니다. 그렇기에 서정시나 (반)영웅 서사시와 유사한 로드 무비를 만들지 않았습니다. 이미지와 사운드라는 영화의 질료는 헬만의 인물(캐릭터와 다릅니다)이 가진 것과 불가능한 것을 소진시키고 끝내 불타오릅니다. 배우의 육신이 통과하는 어둠 속에 잠긴 길과 삶이 생동하고 쇠락하는 길 위의 풍경과 자동차의 굉음은 절망과 허무와 숙명으로 숨어들지 않습니다. 이번 특별전에서는 헬만의 연출작 7편과 공동 연출 혹은 부분 연출을 맡은 5편, 헬만이 출연한 벤더스의 다큐멘터리 <666번 방>(1982), 헬만에게서 영감을 받아 만든 빈센트 갈로의 <버팔로 66>까지 14편을 상영합니다. 가장 헌신적인 태도와 타협하지 않는 신념을 실천한 영화의 시인을 환대해 주시기 바랍니다.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프로그래머    박 인 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