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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네마테크] 미국 인디의 전설: 존 카사베츠 & 짐 자무시

[시네마테크] 미국 인디의 전설: 존 카사베츠 & 짐 자무시

American Indie Film Legends: Cassavetes & Jarmusch

2020-12-05(토) ~ 2020-12-16(수)

상영작

존 카사베츠 - 그림자들(1959) / 얼굴들(1968) / 영향 아래의 여자(1974)

                     차이니즈 부키의 죽음(1976) / 오프닝 나이트(1977)

 

짐 자무시 - 영원한 휴가(1980) / 천국보다 낯선(1984) / 다운 바이 로(1986)

                  미스터리 트레인(1989) / 지상의 밤(1995) 

장소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요금
일반 7,000원 / 유료회원, 청소년(대학생 포함) 5,000원 / 우대(조조, 경로 등) 4,000원
주최
(재)영화의전당
상영문의
051-780-6000(대표), 051-780-6080(영화관)

시네도슨트 영화해설

해설: 영화평론가 박인호

일정: 상영시간표 참고




Program Director's Comment

우리는 쉽게 미국 영화를 상업적인 할리우드 영화와 예술적인 독립 영화(인디)로 나누곤 합니다. 하지만 이런 구분에 앞서 감안해야 할 것은 미국 영화의 위대한 성취의 많은 부분이 인적인 면에서뿐만 아니라 미학적인 면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양자의 긴밀한 교통 혹은 접점에서 태어났다는 점일 것입니다. 고전기 감독의 필모그래피에서도 종종 양자는 형제처럼 공존합니다.(예컨대 존 포드의 주류 서부극 <수색자>와 독립적 서부극 <왜건 마스터>) 1950년대 번성한 소위 B급 영화는 미국 독립 영화의 전신으로 인식되지만 주류 장르의 창의적 변용이라는 면에서 할리우드의 빛나는 방계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1960년대부터 하나의 분야로 자리 잡은 미국 인디 역시 할리우드 태내에서 맹아가 형성되었고, 이후의 발전 과정에서도 주류 영화와 쉼 없이 접촉하며 서로 영향을 주고받습니다. 한편 미국 전후 세대들은 할리우드뿐만 아니라 유럽 영화의 유산을 광범하게 흡수하며 미국 인디의 미학적 지평을 비약적으로 넓혀 왔습니다.   


미국 인디의 역사에서 가장 빛나는 두 별을 꼽으라면 아마도 대부분의 평자들은 존 카사베츠(카사베티스)와 짐 자무시를 말할 것입니다. 카사베츠는 종종 미국 인디의 아버지로, 자무시는 미국 인디가 낳은 가장 위대한 예술가로 여겨져 왔습니다. 카사베츠는 뛰어난 할리우드 배우로서 먼저 큰 영화적 족적을 남겼고, 감독으로서의 이력도 할리우드 배우로서의 삶과 밀접한 연관을 맺고 있습니다. 반면 NYU와 시네마테크 프랑세즈에서 영화를 공부했으며 빔 벤더스의 조감독을 지낸 자무시는 유럽 모더니즘의 영향을 깊게 받은, 보다 국제적이고 탈장르적인 전후 세대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두 사람은 미국 인디의 두 조류를 대변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번에 마련된 ‘존 카사베츠 & 짐 자무시 특별전’은 미국 독립 영화의 가장 중요한 업적을 만날 뿐만 아니라, 미국 인디의 두 가지 뿌리를 되돌아본다는 의미도 있을 것입니다. 


존 카사베츠의 데뷔작 <그림자들>이 1958년에 태어났다는 건 의미심장합니다. 전후 세계 영화사를 뒤흔든 뉴웨이브 혁명이 프랑스에서 일어나기 1년 전 할리우드 배우에 의해 만들어진 이 영화는 어떤 뉴웨이브 영화보다 거칠고 도발적이며 반관습적인 에너지로 펄펄 끓고 있는, 뉴웨이브의 대담하고 우렁찬 전조라 할 수 있습니다. 이 한 편의 영화로 카사베츠는 새로운 세대의 선두 주자로 급부상합니다. 이후 카사베츠는 그러나 변화무쌍한 배우로서의 삶, 할리우드 제작 환경과의 싸움 속에서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12편의 장편을 내놓습니다. 그의 모든 작품이 걸작이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이번에 소개되는 5편의 대표작들은 어떤 계보에도 포함시킬 수 없는 카사베츠만의 고유한 소우주를 보여 주기에 모자람이 없을 것입니다. 밑도 끝도 없는 불안에 빠진 한 배우 혹은 한 가족 구성원의 위태로운 일상, 내면이 붕괴되어 어떤 위안도 무용해진 인간의 위험하고도 무섭고도 가련한 민낯, 구원 없는 세속 도시에서의 가망 없는 몸부림 등이 담긴 그의 비범한 캐릭터 드라마는 어떤 영화적 교양과 무관하게 카사베츠 자신의 삶 자체에서 직접 길어 올린 절절한 삶의 적나라한 진실을 구현합니다. 그의 영화는 어떤 경우에도 형식에의 탐구로 흐르지 않는, 인간의 육체와 영혼에 대한 열렬한 탐구입니다. 


짐 자무시에 대해선 별도의 설명이 필요 없을 것입니다. 마틴 스콜세지로 대표되는 무비 브랫 세대가 주춤하던 1980년대에 말 그대로 혜성처럼 등장한 이 펑키한 외계적 청년은 이후 수십 년 동안 유럽의 콧대 높은 국제영화제들이 숭배해 온 극소수 시네아스트 가운데 한 사람으로 쉼 없이 활동해 왔습니다. 유럽 모더니즘뿐만 아니라 아시아 영화, 문학과 대중음악을 아우르는 광범한 교양을 바탕으로 자무시는 행동과 이야기와 구성이 아니라 공백과 정적과 멈춤으로 탁월한 영화적 에세이 혹은 영화적 시를 빚어 왔습니다. 유희적이면서도 깊은 허무와 비애가 담긴 그의 영화들은 이른바 포스트모던 시대의 영화 세계가 배출한 가장 위대한 목록에 속합니다. 놀라운 점은 15편에 이르는 그의 장편 중에 태작이 거의 없으며, 21세기 들어서 더욱 심원한 영화 세계를 선보여 왔다는 점일 것입니다. 이번에 소개되는 그의 초기작 5편은 그 자체로 수작들이면서, 최근작에까지 관류하는 그의 창의적인 영화 세계의 원형적 태도와 에너지를 보여 주는 문제작들입니다. 


미국 인디의 두 우상이 빚어낸, 어떤 전략적 난해함도 해석의 미로도 없는 귀한 영화적 보석들을 한번에 만나는 기회를 즐기시길 빕니다.



영화의전당 프로그램디렉터   허 문 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