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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프로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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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사랑방

9월 영화사랑방ㅣ한국 고전영화 정기상영회

Septemebr 2022 - Movie Sarangbang

2022-09-01(목) ~ 2022-09-12(월)

한국영상자료원 분원행사의 일환으로

매월 첫째, 둘째 월요일

한국 고전영화 정기상영회 영화사랑방을 개최합니다.


장소
영화의전당 시네마테크
요금
무료
주최
(재)영화의전당, 한국영상자료원
상영문의
051.780.6000(대표전화), 051.780.6080(영화문의)

*9월 영화사랑방 프로그래밍 : 정민아 (성결대 연극영화학부 교수영화평론가)




<헤어질 결심>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레퍼런스




상영작<안개>(김수용, 1967) / <>(배창호, 1990) / <블랙잭>(정지영, 1997) / <텔미썸딩>(장윤현, 1999)


 


칸의 선택,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은 영화사적 레퍼런스가 풍성한 작품이다. <기생충><하녀>(1960)를 오마주하며 김기영 감독에 대한 열렬한 존경을 표했듯, <헤어질 결심>은 문예영화의 거장 김수용의 <안개>(1967)와 감수성의 혁명이라 불리던 김승옥 작가의 무진기행(1964)으로부터 큰 영감을 받은 듯하다. <헤어질 결심>이 한국영화사와 문화사에 뿌리를 두고 있음은 분명해보인다. 씨네필로 알려진 박찬욱은 자신의 영화에 수많은 고전영화 스타일을 차용한다. <헤어질 결심>은 다층적인 해석으로 향한 창이 활짝 열려 있는가 하면, 전형성에서 출발한 캐릭터 구도 위에 완벽한 프레이밍 설계로 개성적 스타일을 살리고 있어, 관객이 스스로 보고 발견하는 재미가 만만치 않다.


스릴러의 거장 앨프리드 히치콕이 과장과 과잉의 상황 설정과 표현 방식으로 일상에서 동떨어진 곳에서 인간의 본성적 감성을 탐구했듯이, 박찬욱의 영화는 히치콕을 오마주 하면서 많은 장면들을 가져온다. 고소공포증에 시달리는 전직 경찰 주인공이 한 아름다운 여인을 보호하는 임무 와중에 사랑에 빠지면서 그녀의 정체에 의문을 품는 <현기증>(1958), 다리가 부러진 사진작가가 망원경으로 건너편 아파트의 사람들을 관찰하다가 범행 현장을 목격하게 되는 <이창>(1954)<헤어질 결심>을 보면서 내내 떠올릴 영화들이다.


파격적인 소재와 혁신적인 스타일로 일본 뉴웨이브를 선도한 마스무라 야스조 감독은 강렬한 욕망을 지닌 인물들을 전면에 배치하는 논쟁적 영화로 1960년대에서 지금까지 많은 한국감독 들의 사랑을 받는다. 암벽등반 중 남편의 로프를 잘라 살인했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는 여성이 등장하는 법정 스릴러 <아내는 고백한다>(1961), 나이트클럽의 젊은 사장과 사랑에 빠진 유부녀가 펼쳐보이는 사랑과 배신의 멜로드라마 <남편은 보았다>(1964) 등의 파멸과 음모의 서사는 <헤어질 결심>의 거듭되는 반전과 불분명한 선악구도, 밀도 높은 서사 전개에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번에 상영할 네 편의 한국영화는 <헤어질 결심>의 시네마적 무드와 유사한 작품, 그리고 소재적으로 공통점이 있는 경찰과 피의자의 금지된 로맨스가 스릴러 법칙에 어떻게 스며드는지를 보여주는 장르 영화들로 구성했다.


단편소설 무진기행을 각색하여 영화화한 <안개>는 아내 덕에 제약회사 상무가 된 주인공이 안개가 자욱한 고향 무진을 찾으며 그곳의 음악선생과 사랑에 빠지다가 과거와 현재, 도시와 시골을 오가던 사이, 상처받은 인간의 내면을 초현실주의 이미지로 전개하는 한국 모더니즘영화의 걸작이다. <안개><헤어진 결심>의 주제음악으로도 쓰이는 이봉조 작곡, 정훈희 노래의 안개가 처음 대중에게 선을 보인 영화이기도 하다. 안개가 자욱한 시골, 금지된 사랑을 하게 된 이들, “안개 속에 외로이 하염없이 나는 간다라는 노래의 가사말이 남기는 짙은 여운을 <안개>를 통해 느낄 수 있다.


통일신라를 배경으로 하는 사극 <>은 수행 중인 스님이 귀족 가문의 딸의 아름다운 자태에 넋이 나가 순간적으로 욕망을 참지 못해 인생이 나락으로 떨어지고 마는, 인생사의 비극과 허망함을 담은 영화다. <>1980년 중후반 흥행영화의 선두주자였던 배창호가 자신만의 철학과 작가적 스타일을 구축해나가는 여정 속에서 나온 걸작이다. 세상사는 희미하고 인생은 비극적이지만 반성하는 착한 인간이 어딘가에 출구를 만들고 희망을 부여잡을 수 있다는 메시지가 현실과 꿈의 경계를 오가는 형식으로 펼쳐진다.


<블랙잭>은 가족을 위해 헌신하지만 비리를 저지르는 경찰이 신비로운 매력의 여성 피의자를 만나면서 겪게되는 범죄 가담과 두뇌게임, 그리고 사랑의 환희와 배신이 엎치락뒤치락하는 에로티시즘 스릴러 영화다. 장르적 매력이 한껏 펼쳐지는 정지영 감독의 잘 알려지지 않은 명작으로, 얼마전 세상을 떠난 강수연과 당대 최고 스타였던 최민수의 콤비 플레이가 빛을 발한다.


<텔미썸딩>은 끔찍한 살인사건을 맡은 수사팀 반장이 미모의 피의자 여성을 압박하여 증언을 끌어내는 과정에서 생겨나는 로맨스와 반전이 하드고어적 이미지 안에서 오싹하게 펼쳐지는 스릴러 영화다. 전성기의 한석규와 심은하의 연기 대결이 영화를 더욱 서늘하게 만들며 호러영화적 재미를 끌어내는 작품이다.




정민아 (성결대 연극영화학부 교수영화평론가)